- “대한민국 만세!”
1972년 4월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에 대한항공 여객기가 처음으로 바퀴를 내리자 구름같이 모여든 교민들은 손에 태극기를 흔들며 감격에 겨워 환호성을 질렀다. 그날 호놀룰루 공항은 눈물바다가 됐다. 이역만리에서 고달픈 삶을 살던 교민들은 태극마크가 새겨진 고국 비행기를 보자 그동안 애써 억눌렀던 서러움이 한꺼번에 봇물처럼 터져 나왔던 것이다. 장소는 다르지만 대한항공이 첫 취항한 곳에서는 예외 없이 비슷한 광경이 빚어졌다. 대한민국이 아직 가난하던 시절인 1970년대 해외교민들에게 국적기가 갖는 의미는 각별했다. 태극마크가 새겨진 국적기는 곧 고국을 의미했던 것이다. 교민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국적기를 바라보기만 해도 국력 신장을 느낄 수 있어서 각별한 애착을 나타냈다.
- 2019년까지 세계 10위, 매출 25조 목표
‘새로운 비상’ 슬로건 내걸고 세계 하늘로
국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최근 창립 40주년을 맞이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3월 2일 서울 공항동 본사에서 창사 40주년 기념식을 갖고 향후 10년 내 글로벌 초일류 항공사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오는 2019년까지 초일류 항공사로 도약하기 위한 ‘2019 경영목표’와 슬로건 ‘새로운 비상:Beyond 40 years of Excellence’를 발표했다. 이 행사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 1500여명이 참석했다.
‘2019 경영목표’는 고품격 서비스, 최첨단 항공기, 글로벌 신시장 개척 등을 통해 오는 2019년까지 매출액 25조원 및 국제 항공여객 수송 순위 10위권 내 진입을 달성하고 화물은 15년 연속 세계 1위를 유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40년 전 대한항공은 모든 것이 부족했지만 지금은 세계 항공업계에서 많은 항공사들이 벤치마킹하고 싶은 항공사로 자리잡았다”며 “올해를 대한항공이 새롭게 출발하는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1969년 아시아의 작은 항공사로 첫 날개를 편 대한항공은 지난 40년간 국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1970년대에는 태평양·유럽 및 중동 노선을 개설해 국가 산업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했으며, 1980년대에는 서울올림픽 공식항공사로서 국가 위상을 높였다. 1990년에대는 베이징·모스크바 노선 개설로 굳게 닫혀 있던 땅에 태극날개를 펼쳐 국민적 자긍심을 높였고, 2000년대에는 국제항공동맹체 ‘스카이팀(SkyTeam)’ 창설을 주도하는 등 글로벌 유력 항공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40년 동안 지구를 14만6700바퀴, 지구에서 달까지 7700번 이상 왕복하는 거리인 58억7152만5000㎞를 운항해오면서 세계 39개국 116개 도시를 누비는 세계적 항공사로서 우뚝 섰다. 그동안 대한항공이 실어 나른 승객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9번 이상 비행기를 탄 것과 같은 4억7251만명이며, 화물은 8톤트럭 341만2500대 분량인 2730만톤에 달한다.
항공기도 제트기 1대와 프로펠러기 7대 등 8대로 출범한 대한항공은 현재 B747-400 44대, B777 22대 등 모두 130대의 항공기로 지구 곳곳의 하늘 길을 열고 있다.
- 프랑스·중국·몽골 등과의 교류에 공헌
민간 외교사절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
대한항공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설립자인 고 조중훈 회장의 역할이 컸다. 1960년대 말 정부는 적자를 면치 못했던 20여개의 크고 작은 국영기업체를 민영화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당시 가장 적자가 컸던 대한항공공사 민영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누적적자만 27억원에 달했고 아시아 지역 11개 항공사 가운데 꼴찌였다. 노후 항공기 8대로 잦은 고장과 결항, 연착으로 공신력은 땅에 떨어져 있었다. 더욱이 당시에는 프랑스, 독일,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정부 주도 형태로 항공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민간에서 항공사업을 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 유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회장은 1969년 국영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했다. 조 회장은 공기업 인수를 반대하는 임원들에게 “대한항공공사 인수는 국익 차원에서 생각해야 할 소명”이라며 인수를 추진했다.
이후 대한항공은 부실경영 시스템을 개선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대한항공은 5대양 6대주에 차례로 취항하며 전세계 교민들에게 긍지를 심어주는 역할을 했다. 당시 대한항공이 취항하는 외국 도시에는 자연스럽게 한인타운이 형성됐고 이들 도시는 한국과의 교역 중심지로 떠올랐다.
대한항공은 민간 외교사절 구실도 톡톡히 해냈다. 1970년대 북한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프랑스의 힘이 필요했던 정부의 요청에 따라 대한항공은 당시 영국, 독일, 스페인 등 유럽 4개국에서 공동 개발한 에어버스사의 A300항공기를 전격 구매했다. 이 결정은 다른 항공사들의 구매 의욕을 촉진해 초창기 에어버스에 큰 도움을 주었고 한·프랑스 간 외교에 물꼬를 텄다. 1990년 프랑스 정부는 고 조중훈 회장에게 외국 민간인에게 주는 최고 훈장인 ‘레종 도뇌르 그랑 오피시에’를 수여해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
1983년 중국 민항기 피랍기 송환 과정에서 조중훈 회장이 중국과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기여했고 한·중 외교 관계 증진에 많은 공헌을 했다. 몽골과도 B727 여객기 한 대를 무상으로 기증해 한·몽골 간 경제 교류의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
항공기 60대 도입 ‘하늘 위의 특급 호텔’로
취항 도시도 116개에서 10년 내 140개로 늘려
대한항공이 마냥 순탄한 성장코스를 밟은 것만은 아니다. 대한항공은 추락, 폭파, 격추 등 다양한 시련을 겪었으나 이런 일들을 계기로 정비에 거액을 투자하고 보안을 강화해 2000년대 들어서는 이렇다 할 사고를 내지 않고 있다. 창사 40주년을 맞은 대한항공은 미래를 향한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대한항공이 이날 발표한 ‘2019 경영목표’는 절대 안전 운항체제를 기반으로 △고객 중심 명품 서비스 제공 △핵심 역량 강화 △사업영역 확대 △선진 경영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오는 2019년 초일류 항공사로 도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한항공은 명품 서비스를 위해 차세대 항공기로 세대 교체작업에 박차를 가한다. 특히 ‘하늘의 특급호텔’로 불리는 A380은 내년부터, B787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각각 10대씩 들여오고 B737NG, B777-300ER 등 최신형 항공기도 2015년까지 36대 도입한다. 130대인 항공기 보유 대수를 2019년까지 180대 이상으로 확대하게 된다.
특히 대한항공은 서비스 품격을 한층 높이기 위해 더욱 쾌적하고 안락한 고품격 좌석을 장착하게 되며 공항·기내 등 고객 접점의 다양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승객들의 만족도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핵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항공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 대한항공은 글로벌 노선망을 중앙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신 성장시장으로 확대해 현재 한국 포함, 39개국 116개 취항도시를 2019년까지 아프리카, 남미, 북유럽 등을 포함 5대양 6대주 140개 도시로 넓혀갈 예정이다.
우즈베키스탄 나보이 국제공항을 기반으로 한 신규 물류 시장 창출, 해외 현지 물류 시설 및 합작사 설립 등 항공 운송 이외의 부문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 이외에도 환율, 유가 등 외부 변수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선진 경영시스템을 통해 경영의 안정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오는 2019년 연간 국제 항공여객 수송인원을 현재 1300만명에서 2000만명으로, 화물수송량은 166만톤에서 250만톤으로 각각 53%, 50% 이상 확대해 국제 항공여객 수송 순위는 현재 17위에서 10위권 이내로 도약하고 화물은 15년 연속 세계 1위를 이어갈 방침이다. 2019년 매출은 현재보다 2.5배 이상 늘어난 25조원, 영업이익은 2조5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44톤 발전소용 터빈 수송, 중량 기준 최고 기록
코끼리·악어·돌고래 등 동물 수송도 세계가 인정
대한항공은 2004년 루프트한자를 꺾은 뒤 2007년까지 4년 연속 국제화물수송 부문 세계 1위를 지켜오고 있다. 루프트한자는 그때까지 19년 연속 이 부문 세계 1위였다.
대한항공의 성공비결은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 최고의 운송서비스, 기종 단일화를 통한 서비스 경쟁력 확보,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인천공항을 비롯해 첨단 설비를 갖춘 해외 전용 터미널 확보 등으로 요약된다.
대한항공은 일찌감치 해외시장 개척전략을 세우고 좁은 한국 시장을 벗어나 세계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최근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는 2004년 오스트리아 빈 노선에 화물기를 투입한 일이 꼽힌다. 주요 기업의 생산기지가 동유럽으로 이전하는 동향을 읽은 즉시 빈 노선에 화물기를 띄웠고, 기대 이상으로 많은 물량이 몰려 매일 운항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 것. 정확한 시장수요와 과감한 정책 결정이 빚어낸 성과였다. 1992년 44톤의 열병합 발전소용 터빈을 수송해 중량 기준 세계 최고 기록을, 2007년 8월 42톤짜리 발전기 장비를 수송해 2위 기록을 세웠고 코끼리, 악어, 돌고래 등 각종 생동물 수송에 있어서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정평이 나있다.
운영 효율성 향상을 위한 기종 단일화 추진으로 현재 B747-400ERF 등 최신형 화물기 30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 B747-8F와 B777-200F 등 최첨단 화물기를 지속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1971년 세계 최초로 태평양 노선에 화물기를 투입한 이후 미주·유럽·동남아 등 현재 전세계 38개국 103개 주요 도시를 연결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즈베키스탄 나보이 등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하면서 고객에게 편의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인천·부산·제주를 비롯해 도쿄·오사카·뉴욕·LA 등 세계 주요 지역에 자체 터미널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각종 최첨단 시설을 갖춘 인천국제공항은 세계 2위의 화물처리량을 자랑하면서 동북아물류 허브공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출처 : 주간조선, 2009/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