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신문 사계절 출판사에서 1996년 발간 - 퍼옴-
◈ 지상토론
1559년부터 1566년까지 편지 왕래를 통하여 7년간 게속된 이황,기대승 사단칠정 논쟁은
국내학술 사상 유례없는 본격적인 학술 토론이었던 점에서, 또 논쟁의 주제가 성리학이 근간을
이루는 인성론의 핵심적인 내용을 (穿鑿)천착, 나름대로 고유한 학술상의 성과를 남 겼다는 점에 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더욱이 논쟁의 당사자인 이황과 기대승 두 사람은 비록치열하게
자신의 주장을 개진해나갈지언정 항시 예의를 잊지아니하고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는데
주저하지 않아 후학들에게 순수한 학자적 양심과 철저한 학구적 태도의 모범을 보인 것으로
평가되고있다. 역사신문에서는 이황과 기대승선생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회는 신진학자 이이씨가 맡아주셨다.
※(穿鑿)천착 : 학문을 깊이 연구함
이 이 : 이 논쟁은 어떻게 시작되었습니까?
이 황 : 제 이웃 중에 추밀이라는 분이 계신데 그분께서 친명도설이라는 책을 쓰시다가 감수를
제게 부탁 해오셨습니다. 천명도설의 개정 작업 중에 “사단은 이가 발한 것이고 칠정은 기가 발한 것”
이라고 제가 수정한 글이 있슴니다.이구절을 본 기대승 선생께서 제게 몇 가지 질의를 하면서
서로 편지 왕래가 시작 되었습니다.
기 대 승 : 저의 질의는 “사단과 칠정은 모두가 하나의 감정, 감성이라고 할 수 있고 감정은
하나의 사물로서 이와 기가 합해서 생긴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어떤 정은 이가 발한 것이고
어떤 정은 기가 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또 이와 기는 서로 나누워 설명할 수 없는 것인데”
어떻게 이에서만 발한 것이라는 말을 할수 있는가?” 라는것이었습니다
이 황 : 그 질문에 대해 저는 “사단이 발했다는 것은 순수한 이가 드러난 것이므로 선악이 있기 때문”
이라고 답했습니다. 이 답에 대해 기대승 선생께서는 “사단과 칠정은 별개의 것으로 대립해서 말할수
없는 것”이라고 논박 하셨습니다.
기 대 승 : 사실 이의 바깥에 기가 있지 않다는 것은 하나의 공리입니다.
사단이란 친정 가운데서 발한 것으로외부조건과 합당하게 들어맞은 윤리적 상황의 시작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이 : 두선생의 주장에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또 왜 이것이 문제가 되는지 일반 독자들을 위하여
설명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황 : 문제핵심은 애초의 선, 즉 이의 차원에서 말하는 선이 선악을 겸하고 있는 현실 상황 속에서의
선과 같은가 아니면 다른가라는 문제입니다.
기 대 승 : 이황 선생께서는 이와 사단을 순수성과 창조원의 주체로서 높이고자 하는 확고한 윤리론적 유학 관을 갖고 계시기 때문에 어찌 보면 이원론적이 주장을 하신 것이지요?
이 이 : 다시 압축해본다면 두선 생께서 벌이신 논변의 중심은 이와 기의 관계에 있다고 이해됩니다.
기대승 선생의 경우에는 이기가 분리될 수 없는 것임을 강조하시는 반면 이황선생께서는 이의 주체성을
보다 강조하시고 있는 것이지요.
이 황 : 저는 성과 정, 이와 기, 천리와 인욕이 어는 정도 구별되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세상의 이치로서 모든 변화를 주재해나가는 것으로서 이가 표현되는 바는 순수한 선의 상태입니다.
이것이 바로 성이며 인간의 참다운 본성이라는 것을 강조 하고 싶습니다.
기 대 승 : 이황선생님의 그러한 입장이 너무나도 확고하기 때문에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마음을 삼가고 공부에 전념하는 자세가 종교적인 평가를 받는것 같습니다. 저역시 선생님의
기본입장에 동조 하기 때문에 결국 이가 발한것으로의 사단, 기가 발한것의 칠정을 어느정도
수긍할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이 : 사실 방금 기대승 선생님의 말씀은 우리성리학자들 모두의 기본 태도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두분 선생님께서 결국 합의에 도달했는지 그결론을 소개해 주시지요.
이 황 : 이번토론과정에서 제가 깨우친 바가 많다고 할수 있습니다.
결국 제가 “사단은 이가 발하여 기가 따르는 것이요.칠정은 기가발한 것으로 이가 여기에 타고있는것”
이라는 수정안을 내게 되었슴니다.
기 대 승 : 저는 이황 선생님의 결론을
“칠정은 이기가 함께 있는것이지만 사단은 단지 이에서만 비롯된것” 받아들였고 이설에 수긍한다는
점을 이황선생님께 말씀드렸지요 .
이 이 : 두 분 선생님께서 고심 끝에 내리신 결론을 후학들은 소중하게 받아들여 할것으로 봅니다.과연 성과정, 이와기, 천리와 인욕의 구별이 어느정도 엄격한것인지. 또 이와 기의 구별로부터 시작되는
이원적인 세계관이 과연 합리적이고 논리적인지에 대한 연구화 천착은 후학들의 주요한 과제로 남겨진 것 같습니다. 두분 말씀 감사합니다.
2) 사단칠정론 四端七情論 이란 무엇입니까?
조선시대의 석학인 퇴계(退溪) 이황(李滉)이 주장한 인생관의 논리적 학설이며
사단(四端)이란 맹자(孟子)가 실천도덕의 근간으로 삼은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사양지심(辭讓之心)·시비지심(是非之心)을 말하며,
칠정(七情)이란 《예기(禮記)》와 《중용(中庸)》에 나오는
희(喜)·노(怒)·애(哀)·구(懼)·애(愛)·오(惡)·욕(慾)을 말합니다.
이황은, 4단이란 이(理)에서 나오는 마음이고 칠정이란 기(氣)에서 나오는 마음이라 하였으며, 인간의 마음은 이와 기를 함께 지니고 있지만, 마음의 작용은 이의 발동으로 생기는 것과 기의 발동으로 생기는 것 두 가지로 구분했죠. 즉 선과 악이 섞이지 않은 마음의 작용인 4단은 이의 발동에 속하는 것으로, 이것은 인성(人性)에 있어 본연의 성(性)과 기질(氣質)의 성(性)이 다른 것과 같다고 하여 이른바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을 주장하였습니다.
※理(이) : 법칙, 본성 / 氣(기) : 표출, 발동
이황의 이러한 학설은 그 후 학계에 큰 파문을 일으켜 200여 년 간에 걸쳐 유명한 사칠변론(四七辯論)을 일으킨 서막이 되었습니다. 즉 기대승(奇大升)은 이황에게 질문서를 보내어, 이와 기는 관념적으로는 구분할 수 있으나 구체적인 마음의 작용에서는 구분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기공발설(理氣共發說)을 내세웠으며, 이를 다시 이이(李珥)가 뒷받침하여 이기이원론적 일원론(理氣二元論的一元論)을 말하여 이황의 영남학파(嶺南學派)와 이이의 기호학파(畿湖學派)가 대립, 부단한 논쟁이 계속되었습니다. 이는 마침내 동인(東人)과 서인(西人) 사이에 벌어진 당쟁(黨爭)의 이론적인 근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