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릉도행 썬플라워호
포항에서 울릉도로 떠나는 배는 오전 10시, 단 1회다. 영일만 식당에서 8시 30분에 포항 연안 여객 터미널로 이동했다. 약간의 비가 내려 우산을 받쳐들고 갔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대로 흐린 아침이다. 그래도 파랑주의보만 없으면 배는 출항한다고 들었다. 우리가 승선한 배는 815명 정원의 대형 여객선 썬플라워호다. 승용차 16대까지 실을 수 있다는 거대한 배다. 썬플라워호는 정각 10시에 출항했다. 우리 일행은 여러 곳으로 나누어 승선하였지만 1층, 2층, 3층 중에서 1층 맨 끝방 단체여객실 C실에 50여명이 함께 탔다. 배의 맨 후미 창문으로 바다와 하늘과 포항 연안에 정박한 크고 작은 배들이 보인다. 그러나 배멀미 방지를 위해 모두들 출항 전부터 누웠다. 11시경 파고가 1∼2m로 손님의 안전에 주의하라는 기관사의 안내 방송이 나왔다. 창문을 잡고 일어서서 바다를 바라보니 아직도 흐린 날씨에, 눈으로 보아서는 알 수 없지만 망망대해 푸른 물이 가볍게 출렁인다. 저 멀리서 하얗게 넘실거리는 것이 파도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도 배가 지나가는 자리에 바다를 가르고 치솟는 하얀 물보라가 장관이다. 오래 서 있으면 다리가 후들거려 누웠다가, 앉았다가, 다시 일어섰다가를 반복하며 갔다. 승선 전에 배멀미 약을 먹어서인지 멀미는 하지 않았다. 파도가 심할 때는 지진이 난 듯 흔들려 벽을 잡고 걸어야 한다. 누워 있을 때도 멍석에 드러누워 무등을 타는 기분이다. 무서움과 즐거움이 교차한다. 잠시 후 파고가 3∼4m라서 제1항로로 못 가고 제2항로로 간다고 방송이 나오고, 위험주의 방송이 수차례 나온다. 그래도 울릉도까지 무사히 도착하길 빌며 함께 동승한 독도 지킴이 정광태님으로부터 독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독도는 젊은 섬이며 영해의 닻이라 했다. 우리의 영토에 누군가 손을 댄다면, 손을 댄 그 자체만으로도 영원한 후회를 할 것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열거한다. 그렇게 독도사랑을 가슴깊이 품고 울릉도 도착을 기다리는데 뜻밖의 안내방송이 나왔다. 파고가 심하여 다시 포항으로 회항한다는 것이다. 정확히 12시 40분에, 기관사의 안타까운 음성을 들었다.
포항과 울릉도를 오가는 대형 여객선 썬플라워호.815명 정원에 16대의 승용차까지 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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