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3번째로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을 봤다. 이번에 본 것은 ‘조회수 삼백만 이상 레전드 3편’이었다. 결과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어머니를 원망하는 여자의 사연이었다.
법륜 스님은 아주 냉철한 지성의 소유자로 생각된다. 사물을 객관화해서 자신에게서 거리를 두고 떨어트려 놓고 보신다. 한 마디로 자기 객관화가 되는 지성인이다. 그러면서도 즉문즉설에 유머가 담겨 있다. 스님은 인생의 고수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이번 영상을 보면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고, 눈물도 나오려고 했다. 부부 사이가 좋은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를 그동안 난 부러워했다. 이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그런데 법륜 스님이 말씀하시기를 부부 사이가 좋으면, 아이를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이 서로 좋아서 산다는 것이다.
이 말을 다시 풀어 보면, 부부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가 있다고 해 보자. 우리 어머니도 여기에 해당이 될 것 같은데, 이런 분들의 특징은 “내가 너 때문에 참고 살았다”라고 말을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인즉슨 “내가 너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너를 얼마나 애지중지하게 키웠는지 아느냐?” 그러니까 “나는 너에게 사랑을 충분히 줬다”라는 표현으로 봐도 된다.
법륜 스님이 대략 저렇게 말씀을 하셨는데, 듣고 보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이 분의 상담에 앞서 31살 남자의 고민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4년째 취업 준비 중이라는 것이다. 본인은 부모님에게서 과잉보호를 받으며 자라서 스스로 할 줄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법륜 스님은 이 남자에게 힘들 때 벽을 만나면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100일 동안 108배를 하고, 또 100일 동안 그 2배를 하고, 또 그 다음 100일 동안 3배를 하라고 하셨다. 그러다 보면 살도 좀 빠지고, 어려운 순간을 만났을 때 고비를 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했다. 그 다음 바로 취업하려고 들지 말고, 인도로 3개월 자유 여행을 다녀오라고 했다. 인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면 힘든 순간이 오는데 그걸 참고 이겨보라는 것이었다.
이 남자의 사연에 대한 답변을 들으면서도 고개가 연신 끄덕여졌다. 스님은 참으로 이치에 맞는 이야기를 하시고 계셨다. 이것은 스님 자체가 그런 삶을 살아오셨기 때문에 즉문즉설에서 이런 말씀을 하실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부부 사이가 좋은 부모는 아이를 그냥 같이 화목하게 데리고 산다는 것이다. 아이를 위해 산 것이 아니라서, 따지고 보면 사랑을 많이 준 것이 아닐 수 있다. 이런 결론에 도달하니 내 입이 쩍 벌어졌다. 그러면서 그동안 어머니를 원망했던 마음이 많이 녹아내렸고, 이제는 진정으로 어머니를 용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번 추석에는 꼭 어머니를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말하면서 포옹해 드려야겠다.
스님은 기본적으로 수행자로서 집착하는 마음이 없으니, 사건을 건조하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무심한 경지가 맞는 표현이겠다. 마지막 상담은 62살에 황혼 이혼을 고민하는 여성에 관한 물음이었는데, 역시 스님처럼 쿨하게 표현하셨다. 이 분은 남편의 언행과 폭력이 문제라는 것이다. 38년 살아왔는데 이것저것 따져봐서 살만 하면 1, 2년 더 살아보고 결정해도 된다는 것이다. 스님 말씀으로는 그래도 자신에게 이득이 더 있으니까 더 살려는 것이라고 했다. 싫으면 “안녕히 계세요”하고 헤어지면 된다는 것이다.
법륜 스님의 이런 통찰은 어디에서 나오게 되었을까? 다른 수행자들도 오래 갈고 닦지만 모두 법륜 스님처럼 즉문즉설을 하지는 못한다. 이것은 스님이 자주 말씀하셨던 ‘카르마’의 영향이 있을 것이다. 난 오늘 나의 카르마에 관해 많이 생각해 볼 것 같다. 내가 한국에서, 우리 부모님 밑에서, 내 조건으로 태어난 것은 모두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것이 내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갈 이유가 된다.
김신웅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