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 런웨이》
제109회 ― 기립박수
1985년 여름.
서울.
RUNWAY KANG의 첫 공동 컬렉션.
피날레 무대가 끝났다.
도윤이 마지막 워킹을 마치고
강인과 미송이 함께 런웨이 중앙에 섰다.
이미 두 사람은
관객을 향해 깊이 인사를 마친 상태였다.
허리를 숙인 채 전해졌던
짧지만 진심이 담긴 한마디.
"감사합니다."
그 인사의 여운이
아직 무대 위에 남아 있었다.
음악도,
조명도,
잠시 멈췄다.
공연장은 놀라울 만큼 조용했다.
강인은 고개를 들고 객석을 바라보았다.
혹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이미 인사를 했지만
반응이 돌아오기 전의 그 짧은 공백이
더 크게 느껴졌다.
잠시 긴장감이 흘렀다.
그 순간.
짝.
김태석 교수가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
짝.
짝짝짝!
이어 현우가 일어났다.
세나도 자리에서 박수를 보냈다.
소희는 환하게 웃으며 힘껏 박수를 쳤다.
재민은 두 손이 아프도록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수진도 눈시울을 붉히며 일어섰다.
한 사람.
두 사람.
열 사람.
스무 사람.
순식간에 객석 전체가 일어서기 시작했다.
짝짝짝짝!
짝짝짝짝!
우레 같은 박수가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관객 전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을 향해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강인은 믿기지 않는 듯 객석을 바라보았다.
그 박수는 멈출 기미가 없었다.
학생 시절.
재봉틀 앞에서 밤을 새우던 자신이 떠올랐다.
동대문 원단시장에서
원단 값을 깎지 못해 쩔쩔매던 풋내기.
프랑스에서 국제 공모전 탈락으로
혼자 눈물을 삼키던 밤.
모든 순간이 한꺼번에 스쳐 지나갔다.
미송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강인."
"우리..."
"해냈다."
강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우리 모두가."
도윤이 두 사람의 등을 살짝 밀었다.
"한 번 더 인사해."
"이건 받아야지."
강인과 미송은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이번에는 더 깊게,
더 오래 허리를 숙였다.
객석에서는 더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기자들의 플래시가 연이어 번쩍였다.
찰칵!
찰칵!
찰칵!
한 기자가 옆 사람에게 말했다.
"신인이 맞습니까?"
다른 기자가 미소를 지었다.
"오늘."
"새로운 브랜드가 탄생한 날이네요."
백스테이지.
모델들도 모두 박수를 치고 있었다.
한 신인 모델이 도윤에게 말했다.
"선배님."
"이런 분위기는 처음 봐요."
도윤은 활짝 웃었다.
"나도."
"하지만."
"저 둘이라면."
"충분히 받을 자격 있어."
김태석 교수는 무대로 올라왔다.
강인과 미송 앞에 선 그는
두 사람의 손을 하나씩 잡았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기억하나?"
"'이제부터 여러분은 학생이 아니라 디자이너입니다.'"
강인과 미송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교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비로소."
"내 제자들이 진짜 디자이너가 되었구나."
무대 아래.
도윤이 크게 외쳤다.
"송강인!"
"하미송!"
"대한민국 최고의 디자이너!"
재민도 함께 외쳤다.
"RUNWAY KANG!"
순간 객석에서도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브라보!"
"앵콜!"
"최고였습니다!"
강인은 미송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학생 때."
"런웨이에서 넘어질까 봐 떨던 기억나?"
미송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런데 오늘은."
"행복해서 떨리네."
기립박수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그날 밤.
서울 패션계에는 새로운 이름이 새겨졌다.
송강인.
하미송.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만든 브랜드.
RUNWAY KANG.
그들의 첫 공동 컬렉션은 성공을 넘어,
대한민국 패션계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무대가 되었다.
― 제109회 끝 ―
다음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