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탈모증을 침으로 치료한 경우 (조세신보 치험례 82)
12세의 H 어린이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ADHD 진단을 받고 양약을 복용해 온 환자였는데, 필자의 한의원에 찾아오기 6개월 전부터 탈모증상이 생겨서 내원한 환자였다. 처음에는 정수리 쪽에 동전만한 크기로 나타났었는데, 점점 그 부위가 확대되어 다른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시작하였지만 별 차도가 없으면서 급기야 두통 등의 증상까지 동반되어 나타나서 찾아온 환자였다.
<진단과 치료>
임상적으로 탈모는 영양이 부족하거나 상부로 쓸모없는 열이 상승하는 경우 또는 스트레스 과잉 등으로 인해 발생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H 어린이의 경우에는 비교적 마른 체형이기는 하지만, 편식을 하거나 영양이 부족할 정도의 상태는 아니었다. 오히려 ADHD 병력으로 미루어 볼 때 스트레스 과잉이나 상부의 화나 열이 과잉 된 것이 원인일 확률이 높았다. 실제 마르고 검은 체형은 음혈(陰血)이 부족해 허열(虛熱)이 상승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단서였다.
특히 심한 두통이 간헐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은 머리 쪽에 화나 열이 많이 몰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통증 강도가 상당히 심해 MRI 촬영까지 하였으나, 구조적으로는 별다른 이상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다시 말해 뇌나 혈관 등에는 문제가 없는데, 화나 열이 심하게 몰려올라올 때 기능적인 통증이 발생했던 것이다. 더불어 비염증상도 같이 나타났는데, 코막힘과 콧물 증상이 심해서 역시 치료받는 중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발육이 활발한 성장기에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화나 열 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이 정상이다. 그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뛰어 다니고, 그러다 사고를 치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이다. 만약 아이들이 어르신들처럼 웅크리고 가만히 지내려고만 한다면 오히려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면 역시 치료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보통 이런 경우 화나 열을 제어해주는 음혈이 부족해서 그런 경우가 많은데, 자면서 옷이나 이불을 다 걷어차고 자거나, 베게가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기도 한다. 심한 경우 코피를 흘리거나 피부에 열꽃이 피는 등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심지어 ADHD 증상도 이 때문에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아이가 피곤하다고 무턱대고 인삼이나 홍삼 제품을 복용시키면 증상이 더욱 악화되는데, 이는 이러한 증상이 모두 화나 열 때문에 생기는 것임을 증명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H 어린이에게는 일단 하초의 음(陰)을 보해서 상부로 몰려가는 화를 내려주는 처방을 복용시켰다. 그러자 집중 못하고 들떠서 나타났던 증상들이 서서히 호전되기 시작했다. 또한 탈모 부위에는 직접 침치료를 시술하기 시작했는데, 마침 방학 때여서 연속적인 치료가 가능했다. 이틀이나 삼일 간격으로 침치료를 시술하였는데, 기특하게도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침치료를 받으러 왔다. 나중에 들으니, 본인도 탈모증상 때문에 제법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눈에 띄게 차도가 있으니 신이 나서 치료를 받으러 왔다고 했다.
침치료 5회째부터 차도가 보이기 시작했는데, 7회의 치료 후에는 탈모부위가 현저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후 10회까지 치료 받았을 때는 줄어드는 속도에 점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는데, 아쉽게도 그만 방학이 끝나버렸다. 이후 일주일에 한번 간신히 치료를 받으러 왔었는데, 회복속도가 현저하게 줄어들어 버렸다. 하지만 학교수업 때문에 도저히 시간을 낼 수 가 없어, 완전히 나을 때까지 치료하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게 되었는데, 한 달 쯤 후에 다시 악화되는 기미가 보인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침치료를 받던가, 그렇지 않으면 아예 약물치료만 하기로 결정하였는데, 만약 H 어린이가 꾸준히 치료를 하면 ADHD 치료 양약까지도 끊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