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숍마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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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 롯데백화점 본점 ‘베네통’ 매장. 임종희(28·여) 부숍마스터는 매장에 들른 단골 이모(30·여)씨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은 남자친구분과 함께 오지 않으셨네요?” 그러자 이씨는 “속상한 일이 있다. 업무를 마치면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했다. 그는 이씨와 함께 저녁을 먹고 술을 마셨다. 이씨는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고 털어놨다. 둘은 이태원 클럽에서 춤도 추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친화력으로 승부한다=백화점엔 ‘숍마’(숍마스터)가 있다. 상품 구성·판매·직원 관리를 총괄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독특한 노하우로 고객을 사로잡는다. 엄청난 친화력이다. 고객 경조사 챙기기는 기본. 인생 상담까지 해준다. 주말에 고객과 함께 여행을 다니거나 찜질방 마사지 서비스도 받는다. 화장품 매장 숍마는 고객과 ‘언니’ ‘동생’ 사이로 살갑게 지낸다. 현대백화점 천호점 ‘오브제’ 매장 류희수(42·여) 숍마는 “고객과 함께 피부과·성형외과에 다니며 친분을 쌓는다”고 말했다.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손님을 팬처럼 관리하는 숍마도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 ‘베네통’ 매장 이은지(37·여) 숍마는 “젊은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블로그를 만들었다. 사적인 이야기를 하고 신상품을 소개하는 블로그에 100여 명의 고객이 등록했다”고 소개했다. 롯데백화점 대전점 ‘블랙야크’ 매장 최봉구(36) 숍마는 “한 달에 한 번 버스를 대절해 30여 명의 고객과 등산을 한다”고 전했다. 신세계 이은영 숍마는 연봉의 10%를 자기 관리에 투자한다. 그는 “천연석으로 보석을 만드는 ‘비즈 액세서리’ 과정도 수료했다”며 “고객 옷에 어울리는 액세서리를 직접 만들어 선물도 한다”고 말했다.
◆A급은 매출 5배 올리기도=요즘 신세계는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개점을 앞두고 숍마 면접에 한창이다. 숍마는 업체 소속 직원이지만 백화점이 면접을 본다. 숍마의 마케팅 전략에 따라 매출의 30~40%가 오르내리기 때문에 꼼꼼히 평가한다. A급 숍마가 매장을 옮길 경우 많게는 고객의 70%가 숍마를 따라 움직일 정도다. 신세계 본점 ‘김연주’ 매장의 노정희(53·여) 숍마는 “1994년 본점으로 스카우트돼 숍마로 일하게 됐을 때부터 1년 정도 전년 동기 대비 4~5배의 매출을 올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A급 숍마의 경우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화점은 우수 숍마를 붙잡기 위해 포상제도를 운용한다. 롯데는 매년 50여 명을 뽑아 상패·포상금·여행상품권을 준다. ‘샤롯데 라운지’라는 A급 숍마 전용 휴게실도 운영한다. 현대는 우수 숍마에게 금색 명찰을 달아주고 호텔숙식권·공연관람권·명절 선물을 준다. 5회 연속으로 뽑히면 해외 연수를 보내준다. 신세계는 매년 ‘숍마스터의 밤’ 행사를 연다. 신세계 장재영 마케팅담당 상무는 “잘 키운 숍마는 백화점의 얼굴”이라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