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mr. jjang!
보고 싶은 아들 짱!
주말과 휴일 잘 보냈니? 우리 장호가 기훈을 마치고 화랑관에 들어가게 되니 엄마의 편지도 조금은 뜸해진 것 같지? 사실 엄마도 마음이 훨씬 편안해 졌어. 그래서 우리 장호에 대한 걱정도 한결 가벼워진 셈이지.
우선 장호가 육사 정복을 입고 활동하는 모습이 정말 멋졌어. 이건 거짓말 눈곱만큼도 안 보태고 하는 말인데 정복이 가장 잘 어울리는 생도가 바로 우리 아들 장호인 것 같아. 우리 장호는 정말 제복이 잘 어울린단다. 예복도 그렇더니 교복 또한 어쩜 그리 의젓하니 당당하게 어우러지는지.
이번 주 화랑호국사 종교 활동 사진을 보니 장호의 얼굴이 꽤 많이 나왔더구나. 아마도 우리 장호가 맨 앞줄에 앉아 있기 때문인가 싶더라. 앞으로도 모든 활동을 할 때 가장 앞줄에 자리를 잡거라. 화랑관 생활 할 때도, 체육활동을 할 때도 적극적인 마음으로 앞서면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도 많은 도움이 된단다.
근데 이 녀석 화랑관 생활을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분대장님 이하 룸메이트와도 서로 양보하고 협조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마음을 열고 넓게 품거라. 다른 중대들은 선배생도의 편지도 받고 그랬나본데 아직 우리 집으론 소식이 없으니 은근히 기다려지는구나.
박장호 생도여!
오늘이 제17대 대통령 취임식 날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겠노라고 목청을 높일 때 엄마는 화랑호국사에서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아들의 모습을 그렸단다. 우리 장호는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마음으로 그곳에 있는 걸까?
엄마는 싸이월드에서 네 사진을 찾느라 개구리 왕눈이가 되어야 했지. 덕분에 많은 자료를 얻어다 엄마 카페에 차곡차곡 올려놓았지. 나중에 노트북 받고 여건이 허락되거든 엄마 카페에 들러 소식도 전하고 네 사진 정리 해 놓은 것도 보면서 추억을 되새겨라. 이제 우리 장호를 볼 날이 서서히 가까워 오고 있구나. 내일부턴 널 만나기 위한 준비를 하나 둘 해야겠다. 특별히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하라니까 어찌하여 깜깜무소식인 거니?
사랑하는 아들아.
이제 우리 장호도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겠구나. 엄마도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아참, 장호가 화랑호국사에서 수계식을 가졌더구나. 법명이 명우(明雨)라지? 그리고 68기 불교생도들에게 명혜선광(明慧善光)이라는 불명을 지어주셨다지?
우리 장호가 비를 좋아하니 비 우자가 들어가 있나 보네. 스님이 직접 지어 주신건지, 아니면 네가 만든 건지? 엄마의 아호인 설주(雪舟)도 스님께서 지어주신 거거든. 엄마도 눈과 비를 좋아하니 눈 설자가 들어 있는 거 같아. 사람을 보면 뭔가 느껴지는 것이 있나보더라. 아니면 사주나 뭐 그런 것에 들어 있는 걸 스님의 눈에 보이는 건지?
아무튼 간에 너의 인연으로 인하여 엄마도 앞으로 주말이면 널 면회도 할 겸 화랑호국사에서 아들과 함께 법회에 참석하면서 마음 수양을 할 작정이다. 지금 이곳 서산엔 눈이 제법 많이 내리고 있어 온 천지가 설경이다. 그곳에도 눈이 많이 오는지? 눈을 보며 서로를 생각하는 시간 갖는다면 좋겠구나. 반짝 추위가 온다 하니 감기 걸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고 몸 건강히 잘 지내렴. 깊은 밤 받아들여 푹 자고 개운한 한 주 맞이해라.
2008. 2. 25.
사랑하는 장호 만나러 가기 5일 전에
서산에서 엄마가.
명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