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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4.04 03:30
진통제
▲ 버드나무(왼쪽)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전부터 진통제의 재료로 사용됐어요. 오른쪽 사진은 오늘날 진통제로 널리 쓰이는 아스피린. /위키피디아
얼마 전 스위스 바젤에서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이 한데 모이는 행사인 '바이오 유럽 스프링'이 열렸습니다. 이 행사에 참여한 비보존(Vivozon)사는 비(非)마약성 진통제 '오피란제린'을 우리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식약처에 품목 허가를 신청한다고 해요. 아플 때 통증을 덜기 위해 진통제를 사용하는데요. 일반 진통제로 덜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은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마약성 진통제는 중독성이 있어 오남용될 경우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효과가 뛰어난 비마약성 진통제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통제는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요?
기원전 3000년쯤 이집트에서는 파피루스에 다양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 중엔 다치거나 병들었을 때 버드나무 껍질로 약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있어요. 고대 그리스의 의사인 히포크라테스도 버드나무 껍질을 진통제로 썼다고 해요. 또 히포크라테스 이후의 인물인 디오스코리데스 역시 버드나무 잎과 껍질을 잘게 빻아서 후추와 함께 와인에 타 먹으면 복통에 효과가 있다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동양에서도 버드나무를 진통제의 재료로 사용했습니다. 조선 중기의 의사 허준이 집필한 '동의보감'에는 버드나무 가지를 달인 물로 양치를 하면 치통이 멎는다고 서술돼 있습니다.
이처럼 버드나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전부터 진통제의 재료로 널리 이용됐습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버드나무가 진통제 역할을 한다는 것만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을 뿐, 그 원리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버드나무의 진통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부터입니다. 1763년 영국의 목사 에드워드 스톤은 50여 명의 발열 환자들에게 버드나무 껍질 달인 물을 마시게 했어요. 실제로 열이 떨어지자 그는 런던 왕립협회에 버드나무의 효능을 알렸어요. 이후 유럽의 여러 화학자들이 버드나무의 성분을 연구했고, 1828년 독일 화학자 요제프 부흐너, 1829년 프랑스 화학자 앙리 르루가 버드나무 껍질에서 진통 효과를 내는 성분인 살리신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1838년 이탈리아의 화학자 라파엘레 피리아는 살리신에서 진통 효과가 더 강한 살리실산을 추출해냈습니다.
하지만 살리실산은 산성이 너무 강해 신맛이 강하고 위장을 심하게 자극했어요. 독일 제약회사에 근무하던 펠릭스 호프만은 살리실산의 진통 효과는 유지하면서 산성은 줄인 화합물인 '아세틸살리실산'을 개발했어요. 아세틸살리실산이 오늘날 진통제로 널리 쓰이는 아스피린입니다.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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