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10일 〈세일즈맨의 죽음〉 등을 남긴 아서 밀러가 세상을 떠났다. 밀러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테네시 윌리엄스와 더불어 미국 현대연극계를 대표하는 극작가이다. 밀러가 타계했을 때 브로드웨이 극장들은 한동안 전등을 켜지 않았다.
밀러는 생애에 걸쳐 뛰어난 작품과 지성인다운 언행일치를 선보였다. 그는 〈모두 내 아들〉로 반전 사상을 고취하는 한편, 〈도가니〉를 통해서는 비합리적 · 비인간적 수단으로 시민을 탄압하는 저급 정치를 비판했다. 세계 문인들은 그를 미국의 양심으로 인정했고, 국제PEN클럽 회장에 추대했다.
〈모두 내 아들〉의 조 켈러는 비행기 부품 제조업자이다. 그는 결함이 우려되는 부품을 그냥 비행기 제조회사에 판매한다. 아들 래리의 동료 조종사 21명이 그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래리는 가책에 시달리다가 자살한다.
〈도가니〉는 일부 청교도를 마녀로 몰아 처형했던 17세기 재판을 제재로 삼았다. 이 작품을 통해 밀러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사회에 몰아닥친, 아무 근거도 없이 선량한 시민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탄압한 당시의 정치풍토(매카시즘)를 우화적으로 비판했다.
〈세일즈맨의 죽음〉의 주인공 윌리 로만은 지나간 꿈에서 헤어날 줄 모르는 시대착오적 노인이다. 로만은 자신이 시대에 뒤떨어진 패배자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 결국 전직하려다 실패한 그는 가족에게 보험금을 타게 해주려는 마음에서 자동차를 과속하여 스스로 죽음을 맞이한다.
로만이 현실과 과거의 교착 속을 헤매는 장면은 나의 실존 공간 대구를 생각하게 한다. 1601년 이래 1910년까지 경상도 전역의 최고 중심이었지만 시대변화에 뒤떨어진 나머지 이제는 위상이 까마득하게 추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로만마냥 그 실상을 자각할 줄 모른다.
밀러의 모교 미시간 대학은 그가 타계한 2년 뒤 ‘밀러 극장’을 개관했다. 이는 그곳 사람들이 투철한 시대정신을 보여준 예술가를 존경할 줄 아는 문화시민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현진건의 고향 대구에는 ‘한국 단편소설의 아버지’이자 일장기말소의거의 ‘독립유공자’를 기리는 공간이 전무하다. 생가 추정지 골목의 허술한 안내판도 오류로 가득하다. 자칭 지식인들도 경이로울 만큼 무관심하다. 누가 이 현상을 시로 쓰면 ‘난해시難解詩도 못 되는 불가해시不可解詩’라는 욕을 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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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5일(수) 오후 2시
대구 달서구청 대강당(2층)
"이상화 문학관, 그리고 우현서루와 현진건" 강연(강사: 정만진)
첫댓글 왜..꾸중을 듣는것 같은지요.샘님의 글을 보면서
무식에서 깨도록 할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