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31 수 성탄 팔일 축제 제7일 송구영신 미사
♣ 최상훈 티모테오 주임신부님 강론 말씀 ♣
그래도 하느님과 함께 정리하고 새로운 설계를 위해서 오늘 이 추운 날씨에 미사에 오신 저희 본당 교우님 여러분 환영하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내일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한 해에 꿈과 희망과 평화를 심어주시도록 기원하고 축원드립니다.
잘 오셨습니다.
사실 전례적으로 먼저 말씀을 드리면 오늘 미사는 성탄 8일 축제의 7일차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보통 미사일 뿐입니다. 송년 미사라고 다른 텍스트가 있거나 다른 준비된 미사는 아니라는 것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이렇게 있지만 서양 사람들은 오늘 미사를 실베스테르 데이라고 불러요.
실베스테르 데이. 왜냐하면 오늘이 실베스테르 성인의 축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전례력에는 안 나와 있지만 매일미사에는 나와 있습니다.
잘 보세요. 매일미사 책 작은 글씨를 보시면은 시베스테르 데이라고 해서 실베스테르 날 입니다.
그래서 송년 미사라는 그 자체의 미사는 없다는 거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독서가 요한 1서 인데요. 2장 18절입니다.
이렇게 적혀 있거든요.
‘자녀 여러분 지금이 마지막 때입니다.’
그리고 복음을 보니까 요한복음의 시작입니다. 1장 1절 ‘한 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이 두 가지는 시간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는 겁니다.
세상의 시간이 흘러가고 저물지만 영원하신 말씀은 한이 없다, 끝이 없다 라는 것을 드러내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 그래서 독서와 복음 모두 주제로 나오는 게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시간에 대해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흘러서 이제 마지막 한 장 달력이 남았고요. 마지막 순간에 와 있습니다.
사실 시간이라는 것은 유한성을 지닌 우리 인간들의 약속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우리 인간이 그냥 만들어낸 기계 같은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죠. 그러니까 어쩌면 세상은 그대로인데 바뀌는 것은 내 자신일 뿐입니다.
세팅돼 있는 자연과 시간은 그대로인데 내가 변하기 때문에 내가 변할 뿐이지 그래서 우리는 내가 변화하면서 우리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잘못됐다고 누가 나를 배신했다고 울부짖기도 하고 멀어졌다고 얘기도 하고 외롭다고 고달프다고 그렇게 하면서 우리는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재미난 시간에 대한 개념이 있는데요. 그것은 불교로 가봐야 됩니다.
불교에는 멋진 시간에 대한 개념이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너무나 가변적인 이런 인간의 마음을 일찌감치 감지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한적 시간을 ‘겁’이라고 보았습니다. 겁.
그래서 그 겁은 몇 가지가 있는데요. 겨자겁이 있고 반석겁이 있습니다.
잠깐 설명드릴까요?
겨자겁은 이런 겁니다. 길이 16km, 높이 16km. 에베레스트 산이 8,848m니까 에베레스트 산의 두 배 되는 높이의 그런 톤이 있어요. 그런 톤에 뭐가 들어 있는지 아세요? 겨자씨가 들어있는 거예요. 반경 16km, 높이 16km. 그런 그릇 안에 겨자 씨가 들어있는 거예요.
그런데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요. 어떻게요? 100년에 한 번. 100년마다 한 번 내려와서 겨자 씨 보셨어요 여러분? 잡을 수가 없어요. 그 한 알을 집어서 바깥으로 던져요.
그리고 또 올라가요. 100년 후에 또 내려와요. 그래서 또 다시 하나를 바깥으로 던져요.
그렇게해서 이 겨자 씨가 다 없어지는 시간, 이게 일 겁이에요. 일겁. 이게 다 없어지는 시간을 일 겁이라고 합니다.
반석겁은 뭡니까? 이게 불교의 전형적인 시간 개념이에요.
반석겁은 뭡니까? 태산보다 높은 8km, 위에가 8km 바위야. 그것도 바위로 산을 이루는 거예요. 그런데 마찬가지로 위에서 선녀가 100년에 한 번 내려오는 거예요.
저처럼 이런 비단 옷을 입은 선녀가 산을 한번 쓱 쓸고 가요.
그래서 그 산이 다 닳아서 없어질 시간 이게 일 겁이에요. 일 겁.
그런데 부처님은 그러시네요. 영 겁이라고 영 겁. 이게 불교가 얘기하는 시간이에요.
무한적 시간 앞에 이 겁의 이야기를 하니까 우리는 한 해 1년은 찰나도 아니에요.
순간도 아니에요. 이 무한이라는 시간 앞에 우리가 얘기하는 이 1년이라는 시간은 눈 깜짝할 시간도 아니예요. 순간도 아닌 없는 시간이야. 이게 불교가 바라보는 시간의 개념이에요.
불교가 바라보는 시간의 개념.
이때쯤에서 제가 그래서 우리 교우님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특별히 젊은이 여러분 그리고 젊은 부부 여러분, 60살 밑으로는 다 젊은 부부예요.
젊은 부부 여러분 오늘 제 말을 잘 들으세요.
여러분 지금은 젊기 때문에 천년 만년 살 것 같고 그렇게 될 것 같지만 내 인생도 순간과 찰나의 순간이다.
지금 사랑하지 않으면 사랑의 기회를 놓쳐버리고 맙니다.
지금 내가 말하지 않으면 그 말이 없을 수도 있어요.
우리 인생 이처럼 순간에 살고 있는 인생이에요.
불교의 시간 개념을 보지 않더라도 우리 그리스도교는 이런 식으로 시간을 바라봅니다.
하느님의 영원성 앞에는 그 어떤 것도 유한하다는 것이죠.
그리스도교는 불교에서 얘기하는 시간이 돌고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시간은 반복이 아니라 직선적 세계관 속에서 다시 말해서 인간은 시간에 대한 각자의 책임을 갖는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선물이라는 거예요. 그런데 이 선물을 우리는 책임져야 되는 사람들인 거예요. 이게 그리스도교적 신앙관, 역사관이죠.
시간은 직선으로 펼쳐져 있고요. 이 시간을 우리는 선물 받았어요.
이 선물에 대해서 마치 복음에 나오는 달란트의 비유에서처럼 우리는 그 돈을 그 미나를 어떻게 했느냐? 숨겨 두었습니다. 장롱 속에 깊숙이 넣었습니다 라고 말하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는 것이죠.
우리에게 주어진 이 놀라운 신앙의 선물에 대해서 우리는 언젠가는 세를 바쳐야 합니다.
여러분, 시간 잘 쓰고 계십니까?
하루에 24시간이 주어진 이 선물의 시간을 나는 어떻게 활용하고 있습니까?
잠자는 시간 8시간, 술 먹는 시간 4시간, 놀이하는 시간 3시간, 유튜브 보는 시간 2시간...
알게 해준 이 선물에 대해서 우리는 분명히 주님 대전 앞에 가서 말씀드려야 돼요.
나는 시간을 이렇게 썼다고요.
우리 젊은이들은 이런 데 아주 밝아요. 요즘은 물건을 사거나 어디 가서 뭘 하나 커피를 먹더라도 여러분 캐시백 마일리지 다 적립하시죠?
저는 한 번도 적립해 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젊은이들은 그런 데에 밝아요.
그냥 하나라도 더 적립을 하려고 하죠. 제가 어디 가서 빵을 샀는데요.
우리 본당 젊은 이가 나를 탁 치더니만 “신부님 그거 내 캐시백에 적립해 주세요”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아니 훌륭한 일이죠. 그렇게 알뜰하게 살아야죠.
우리는 마일리지 캐시백이 적립이 될 겁니다. 그런데요. 한 가지 또 한 번 물어봐야 돼요.
여러분, 여러분의 신앙의 마일리지 천국 하늘나라에 쌓이는 그 마일리지와 캐시백은 잘 적립되고 있는지 오늘 묻고 싶은 말이에요.
12월 31일. 한 해를 정리하는 오늘, 내 신앙의 마일리지는 지금 천국에 어떻게 적립되고 있는지요?
오늘 그것을 질문하는 거예요. 우리는 물론 열심히 잘 살아왔어요.
열심히 잘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오늘 미사에 올 수가 없어요.
한 해를 뜨겁게 사는 사람이 아니면 오늘 미사에 나올 수가 없어요.
되도록이면 그래도 매일미사 참여하려고 크나 큰 어려운 걸음에서 매일미사에 오셨고요.
피정도 다녀왔고요. 구역 모임에도 나가기 싫지만 그래도 억지로라도 일어나서 구역 모임에 나갔고요. 가족 기도를 바쳤고요. 그리고 내 몸에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발휘되도록 깨끗한 마음을 간직했겠죠. 그런 것들이 다 모아져서 우리가 긁는 하늘 문안에 그 마일리지가 적립돼 있을 겁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크신 자리에 성령이라는 노래를 부르게 하십니다.
그래서 한 해를 선물로 본다면 우리 인간이 오늘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단 한 마디는 ‘하느님 감사합니다’ 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라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우리 한 해를 살면서 나에게 남아 있는 찌꺼기가 있다면은 오늘 이 미사를 통해서 좀 털어버리시고 새롭고 흰 도화지처럼 깨끗한 마음으로 오늘 미사를 끝내고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따 말씀드리겠지만 우리 교회에 잘 공지가 안 돼서 해 오셨는지 모르겠지만 한 해를 나의 근심, 나의 걱정, 나의 불안, 나의 상심 나의 불안들 한번 적어보시고 새로운 다짐이 있다면 그것까지 적어서 편지를 준비해 왔다면 미사가 끝나고 저와 함께 나가서 저 불에 태워버리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선물을 받아가시는 데 무슨 선물을 받아가냐 하면 깨끗한 흰 도화지를 받아가세요.
이제 우리는 새로운 거기에다가 그림을 그릴 거예요.
2025년 도화지를 받았었는데 그 그림을 망쳤어.
오늘 예수님이 그러시네요. “괜찮아 내년에는 잘 그려봐” 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새 도화지를 하나 딱 받아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