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세퍼트 (후편)와 용고
세퍼트가 자기 머리에 경상도 어깨의 손이 닿자마자 먼저 주먹을 날렸다.
결국 어깨들이 둘 중에 한명을 고르라는 그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세퍼트가 일방적으로 싸움을 먼저 시작한 꼴이 되었다.
나도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건네 들으며 곧 시작될 싸움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먼저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세퍼트가 두 명중 자기에게 손을 댄 어깨에게 먼저 선방을 날리고. 이어서 옆에 서있던 다른 어깨에게도 옆차기를 날려 동시에 두 명이 공격을 당하게 되고, 그들도 동시에 공격을 하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어유~ 이게 정말~~” 하고 으르렁거리며 주먹을 날리는 어깨.
옆으로 피하면서 동시에 주먹을 날리는 세퍼트.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난 어깨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람을 가르는 주먹을 내질렀다.
세 명이 한데 어울려서 난투극이 벌어지고 있다가 “욱~” 하는 소리와 함께 한명이 나가 떨어지는데.... 체격이 제일 좋았던 어깨였다.
싸움은 일대일로 계속 벌어지고, 넘어졌던 덩치가 다시 일어서려고 하다가 다시 바닥에 옆으로 넘어지는 모습...아마 한쪽 다리에 치명적인 타박상을 입은 듯했다.
똑바로 일어서기가 어려웠던지, 두 손을 바닥에 짚고 옆으로 일어서며 비칠비칠 다가서는 덩치... 두 사람이 퍼버버벅 서로 난투극을 벌이다가, 세퍼트가 갑자기 옆으로 빠져나오며 돌려차기를 휘익~....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나가떨어지는 덩치....
아마 다시 일어서기가 어려울 타격음이 났다. 바닥에 쓰러져서 뒹구는 어깨.
다시 돌아서기가 무섭게 공중으로 붕 떠서 내리찍기, 그리고 이어서 상대의 옆구리를 찍어차는 세퍼트.... 아흑~ 하는 소리와 함께 고꾸라지는 어깨.
싸움이 순식간에 끝났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우뚝 서있는 세퍼트.
그의 양옆으로 쓰러져 뒹굴고 있는 두 어깨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필자가 수많은 싸움을 구경한 경험에 비춘 전문가적(?)입장에서 이 싸움을 평가해보자면~
싸움 구경의 경험이 없는 여성분들은 남자들이 싸울 때, 마치 TV 화면 속에 나오는 액션배우처럼...야인시대의 김 두한 이나 시라소니, 쌍칼...등의 멋진 동작을 연상하는데...
천부당 만부당한 생각이십니다요~
남자들이 일단 싸움이 붙으면, 서로 이겨 먹으려고 별의별짓을 다합니다요. 어렸을 때부터 코피 터지는 놈이 싸움에 지는 것으로 정설이 나있기 땜에 일단 상대의 코부터 후려치면, 코피 터진 놈이 악다구니로 코피를 얼굴에 비벼서 범벅이 되어 달겨 붙고, 서로 붙잡고 엉키고.... 정말 눈 뜨고는 봐주기 힘든 장면이 참 많습니다요~~
아마 남자친구한테 들은 자기의 멋진 싸움 이야기는 거의 90% 가 뻥~ 입니다요~
이크~ 이거 남자들한테 무지 공격당하겠는데...공격~ 살살하쇼~~
그런데 오늘 내가 본 세퍼트의 2 대 1 맞짱 뜨는 모습은 거의 야인시대의 한 장면 같았다.
군더더기가 없으리만큼 깔끔한 동작들과 지저분하게 엉겨붙지 않는 움직임들....
이것은 서로가 상당한 수준의 싸움꾼이라는 것이 여실히 증명된 것이고, 동시에 세퍼트가 한수 위라는 것이 증명된 싸움판이었다.
세퍼트가 경상도 두 어깨들을 한명씩 잡아 일으켜 세우고, 두 어깨들도 세퍼트의 얼굴에 눈을 못 떼며 악수를 나누는.... 쌈꾼 사나이들의 장면이 연이어 연출되었다.
나는 박수라도 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일었으나...박수를 쳤다가는?
공짜관람객으로서 너무 티내는 것 같아서리~ 조용히 그들이 퇴장 할 때까지 자리지킴을 함으로서 최대의 예의를 표했다.
참고로....세퍼트는 어느 조직에도 속하지 않은 진정한 솔로였다.
그리고 이 도전을 방어함으로 그는 여전히 광화문 세퍼트라는 이름을 지킬 수 있었다.
이제 세퍼트 이야기는 마치고 다음 선수 소개!!
용고.
용 용자에 높을 고자를 쓴다고 한다. 지가 스스로....
대전에서 이름을 날린 유명한 싸움꾼이다.
나는 이 인간(?)을 내가 군대생활 시절, 안가도 될 곳(사단 영창)에 가서....
안 만나도 될 그 인간을 만났다.
군대 소문에는 21사 지역 내에서는 그에게 힘으로 당할 자가 없다는 소문이었는데, 그의 생김새나 근육질의 체격이 이를 증명해주는 것 같다.
한마디로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용모를 가진 자다.
(큭~ 그러고 보니까 얼마 전 내가 도사견 챔피언이야기를 했는데...그 개의 이름이 ‘용주’ 일세~ 그 개도 용 용자 쓰나? 크크크)
내가 그 무시무시한 인간에게 호되게 당했으니... 안 좋은 기억이 각인되어 있을 터~
글이 곱게 써 질리는 없지만, 최대한 냉정을 찾고~~으음~ 흠~~
(왜? 어떻게 당했냐구요?
책 좀 읽어주세요~~ 사연은 지난 호에 소개 되어 있구요, 책 구하시기가 여의치 않으시면 www.weeklyhoju.com 에서 읽으시면 됩니다)
내가 그의 싸움 실력을 볼 기회는 없었고, 들은 이야기로 정리해보자면~
누구라도 대전에 가서 택시를 타고
“용고네 집으로 갑시다” 하면 자기 집으로 간다고 용고가 얘기 하길래... 나는 처음에 순전히 농담인줄 알았는데 그가 하는 기이한 행동거지를 보니 가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우선 누가보아도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는 그의 용모.
앞이마가 약간 튀어 나오고, 깊은 눈동자에 짙은 눈썹, 키가 약 190 정도에 곱슬머리 그리고 터미네이터를 연상케 하는 근육질.. 한마디로 무협지에 나오는 악당 두목급에 해당하는 풍채를 가진 용고.
(필자가 그에게 당했다고 억하심정으로 악당을 운운하는 게 아니라, 실제 모습이 누가 보더라도 그렇다는 것이다)
군에 입대해서 용고가 졸병 시절, 그가 속해 있는 헌병대에서 유격훈련에 들어갔는데, 유격장에 입소한 용고가 첫날 유격조교들...(그러니까 빨간 모자를 눈이 안보일 정도로 눌러 쓴, 유격장에서는 그들의 말이 법, 그 자체인)... 앞에 용고가 떡하고 홀로 버티고선
“니들 내가 누군지 아나?” 하고 시비를 걸었다는 것...올빼미 주제에....
(올빼미가 뭐냐구요? 아~ 그게...가까운 곳의 군대 갔다 온 분에게 물어보시기 바람)
빙 둘러 앉아 농담 따먹기 하던 조교들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물끄러미 용고를 쳐다보자
“나는 위대하고 거룩하신 용고님이다. 용 용자에 높을 고자를 쓰지~”
하면서 썩소를 보내더란다.
‘저게 제정신이 있는 놈이야?’ 하는 눈초리로 서로 멀뚱히 쳐다만 보고 있는 조교들 곁을 훌쩍 떠났는데, 무슨 일인지 조교들이 이일을 그냥 덮어버렸다는 유명한 일화.
부연설명을 하자면 유격장에서의 조교는 훈련병인 올빼미로서는 감히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할 존재인데, 용고가 아마 죽기를 각오하고 그가 졸병 때 한번 객기를 부린 것인데, 조교들이 그의 흉악한 풍채를 보고 모른 척했는지, 그도 아니면 그냥 귀염성 있는 이벤트로 받아 들였는지 모르지만...짧은 이 사건은 두고두고 군인들에게 화재가 되었었다.
그런 용고가 사회에 있을 적에 한 번도 패한 적인 없는 쌈꾼으로 명성을 날렸는데, 그가 싸움을 시작하가 전의 멘트가
“니들 내가 누군지 아나? 내가 그 유명한 용고님이시다. 용 용자에 높을 고자를 쓰지” 하고 꼭 썰렁 소개를 하고 난 후에 싸움을 한다고 해서 더 유명해진 싸움꾼이다.
그것도 주로 대전에서..... 그래서 아마 필자 생각에~ 만약 용고의 집이 현저한 지형지물이 있는 위치에 있었다면, 그의 말대로 대전의 택시운전수들이 용고의 집을 다 숙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순진한 가설을 세워본다.
그리고 또 하나의 떨쳐버리지 못할 나만의 생각은
‘그시키 아마 아는 한문이라고는 용 용자에 높을 고자밖에 없을껴~’
라는 삼돌이의 생각..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