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사 말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던 8월 끝자락의 어느 날 상담을 하면서 매우 드문 경험을 했다. 예약 상담 3건 모두가 청소년의 반복적인 자해 행동(Wrist Cut)을 주 호소로 하고 있었다. 더욱이 긴급 방문 상담 2건의 문의 전화 역시 동일한 자해 행동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대학교 1학년 까지 모두 여학생이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리스트컷 증후군(Wrist cut syndrome)은 자신의 의도로 손목을 긋거나 하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하는 자해 행동이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해 행동을 하는 이들의 60~80%가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자해 행동을 선택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자해 행동은 자살 의도나 자살 행동과는 다르게 접근한다. 어떤 아이는 마음의 상처가 깊고 자신의 가치를 느끼지 못할 때 그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여 신체에 상처를 주는 것으로 마음의 상처를 줄이려고 자해 행동을 시도한다. 또는 이런 저런 행동을 해도 좀처럼 가족이나 주위 사람이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의 신체에 상처를 내면서 주위의 관심과 걱정을 받고자 하기도 한다.
어떤 아이는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주변 상황이 바뀌지 않는 열악한 환경이 마치 자신의 잘못이어서 자신 스스로에게 벌을 주기 위해서, 혹은 자신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대상에게 향해야 할 분노와 격한 감정의 분출 구로, 신체적 고통을 느끼면서 내가 나임을 확인하는 확인 방법으로 이 같은 행위를 반복하기도 한다. 이 세상엔 아이들의 수 만큼이나 부모들이 있고 어른들이 있다. 어른들은 저 마다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큰 소리 친다. 그러나 요즘은 부모와 어른들도 아프다고 아우성이다. 어른들이 아프다고 아우성 칠 때 아이들은 자신을 할퀴며 상처를 내 가고 있다. 서로가 아픈 우리들은 누가 바라봐 주고 다독여 주어야 할까?
2018년 9월 21일
한국아동발달심리연구회
회장 김 연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