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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덮힌 산악마라톤을 해야하는 것이라 참가를 결정하기까지 많은 망서림이 있었다. 2004.3.12(금) 오후5시. 제주KAL호텔에서 서약서에 싸인을하고 참가번호표,지도,아이젠,기념T샤스등 물품을 받았다.(참가번호;K1012) 6시30분경 저녁을먹고 9시경 자리에 누었는데 잠이 오질 않는다. 한잠도 못자고 뒤척이며 밤을 보냈다. 긴장한 탓일가? 큰일났다. 3/13 (토) 새벽2시10분.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을 못자면 진땀만 나게 마련이라 런닝상의가 흠뻑 젖었다. 정신을 가다듬으려 가벼운 샤워를 하고 찰떡과 단무지로 간단히 식사를 했다. 한라산 입구와 90k지점에서 옷을 바꿔입을수 있도록 짐을 2개로 나누어 쌌다. 배낭에는 생수 2병과 약품, 비상식품, 예비양말, 우의,지도와 필기구등 최소한의 필수품만 갖춰 넣었다. 배낭에 깜빡이 3개를 붙이고 해드렌턴용 손전등을 들었다. 귀달린모자를 쓰고 긴타이즈하의를 입었다. 3시30분.칼호텔로가서 지휘부에 짐을 맡기고 대강 스트레칭을 하며 출발준비를 한다. 한잠도 못잔게 어떻게 영향을 끼칠가? 선수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200k팀과 한라산팀으로 나뉘어 4시정각에 출발을 했다. 경찰선도차가 안내를 한다. 성판악을향해 남쪽으로 처음부터 오르막길을 뛴다. 당초규칙엔 없었던 어리목 입산제한시간(14;00 )이 있다는걸 뒤늦게야 알았다. 따라서 처음세웠던 시간계획을 최대한 앞당기는것으로 바꿔야 했다. 처음계획으론 성판악까지 (19.1k) 3시간에 가려했는데 2시간30분내로 가야한다. 성판악은 해발750m다. 해발35m에서부터 오르는길을 달려야한다.(KAL호텔; 해발35m라함) 발걸음은 가벼운편이다. 제발 몸컨디션이 좋기를 바라면서 부지런히 달렸다. 시가지를 벗어나 산길을 가지만 계속 가로등이 있고 경찰차가 인도를 해줘서 편히 뛸수있다 내앞에 두사람이 쏜살같이 달려간다. 김회와 정동숙씨다. 달이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밝은반달이 떳다. 달이 나를 따라오는듯도 하고 오히려 저달이 나를 인도 하는 듯도하고... 오늘밤에도 이정도 달빛이 있을테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두움속에서 오른쪽산 모퉁이를 돌아서니 저앞에 밝은불빛이 보이고 찻소리와 환호성이 들린다. 어느덧 성판악에 도착한것이다. 시계를보니 6시5분. 2시간5분만에 온것이다. 나를 맞아주는 홍석일씨가 "세번째 도착 하셨다며 이러다 기록 내겠다"고 좋은말로 격려를 한다. 신발을 트레일화로 바꿔신고 겨울용등산장갑을 끼고 상의를 바람막이자켓으로 바꿔 입는데 10분이 걸렸다. 아이젠을 배낭에 챙겨 넣었다. 그사이 몇사람이 앞질러 가고있다. 당초계획보다 1시간 정도 시간을 단축했으니 일단 성공의 조짐을 느낀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산길로 들어 섰다. 한라산국립공원에서 발행한 지도에 성판악에서 정상을 거처 관음사까지의 산행시간이 9시간으로 되어 있으니까 5~6시간이면 넘어갈수있겠다고 생각한다. 벌써 등산객들이 있다. 만나는 사람들과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으며 느리게 좁은 보폭으로 뛰어간다. 등산로에 간헐적으로 눈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오를수록 눈길이 되어간다. 그러나 미끄럽지는 않다. 새벽이라 아직 버석버석하게 얼어있기 때문이다. 23k (간이화장실 있음) 07;05 통과. 등산로에 로프가드를 설치해서 한라산에선 길을 잊을 염려는 없겠다. 한라산에 웬 까마귀들이 이렇게 많은가? 까욱까욱 오래간만에 듣는 까마귀 소리다. 한라산정상까진 쉬지 않고 가기로 한다. 26k 진달래산장, 07;53 통과. 나무들 키가 낮아지고 경사가 급해 지는걸보니 정상이 가까워 오나 보다. 한사람 두사람 나를 앞질러 간다. 드디어 백록담이 내려다 보이는 정상에 도착했다. 이곳이CP# 1이다. 저-멀리 제주시가지며 서귀포지역도 한눈에 들어온다. 하늘은 쾌청하고 공기는 맑다. 좋은아침 한라산정상 이다. 경기진행요원이 내놓는 종이에 싸인을 해주고 내번호표에도 그로부터 '정상08;45' 라는時間싸인을 받았다. 사진도 찍고 커피도 마시면서 처음으로 한강달회원에게 정상도착 전화를 했다.(15분간 휴식) 여기서부터 용진각대피소까지 급경사길을 내려가야 한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6~70도의 눈길을 내려간다. 일본여자선수가 '스미마생'하면서 빠르게 나를 앞질러 간다. 용진각대피소에서 아이젠을 풀었다. 1958년도 내나이 20세때 이쪽으로 오르면서 탈진을 해서 힘들었던 개미목이다. 눈길이지만 빠른속도로 내려갈수있다. 나무판자길이라 달리기도 좋다.그러나 돌길은 위험하다. 움직이는 주먹만한 돌들이 깔려 있기때문에 잘못하면 발목을 삘수가 있다. 쥐가나면 천천히 가며 풀어주면 될테지만 발을 삐면 포기할수밖에 없을테니까 올라오는등산객들 마다 길옆에 서서 길을 양보해준다. 제주분들에게 이런매너가 있을줄 몰랐다. 경사가 심한곳은 길이좋아도 빨리뛰질 못하겠다. 무릅에 이상이 올지도 모르니까... 관음사매표소에 10;55 도착. 눈길 한라산을 아이젠을 사용하며 4시간50분만에 넘었다. 라면을 먹으면서 신발을 마라톤화로 바꿔신고 바람막이자켓을 벗고 땀에 젖은 속옷도 갈아입었다(16분휴식) 이제부터 어리목까지 찻길13k를 달리면 된다. 소요시간 2시간을 계산한다. 내앞에 광주마라톤크럽 안종길씨가 가고있다. 그리곤 내뒤엔 아무도 오는이가 없다. 차도 별로 안다니는 비교적 한적한 오르막찻길을 천천히 뛰어간다. 어쩌면 이렇게 긴-오르막길이 있나? 결국은 걸을수밖에 없다.제법 땀도 많이 흐른다. 이를 악물고 쉬지않으려 애를쓰며 걷고 뛰기를 반복한다. 이것은 고생이 아니고 苦行이라는 생각을한다. 성직자들이 하는 修行과 다르지 않다. 속으로 '선행,양보.공수래공수거' 이런 좋은말들을 읇조리며 간다. 드디어 50k지점.어리목매표소에 도착했다(13;03) 관음사에서 어곳까지 1시간52분이 걸렸다. 이코스가 이렇게 힘들줄 몰랐다. 이번대회 참가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이구간이 가장어려웠다고들 한다. 집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중도포기는 없을것같다는 내용으로 한라산국립공원규칙에 14;00 이후엔 이곳에서 입산통제를 하게 되어있다. 땅바닥에 주저앉아 바나나며 쥬스를 마시고 메모용지를 꺼내 이것저것 기록도하며 휴식을 취한다. 내앞에 간사람이 7명이란다. 다시 힘을 추수리며 일어나 또한번의 등산을 시작한다. 윗세오름으로 오르는길은 北向이다. 초입부터 빙수같은 미끄러운눈길 이다. 서너 발짝오르다간 미끄러지고 또 두어발짝 오르다가 미끄러지고, 관음사에서 여기까지 오느라고 2시간여동안 온힘을 다했는데 이곳이 또이렇게 어렵다. 여기가 오늘의 고비인가보다. 힘도 없고 경사가 급한 눈길이라 빨리 오르기는커녕 걷기도 죽을지경이다. 54k지점.사제비약수터에 14;10.도착. 젊은남녀가 다정하게 붙어 앉아 쉬고있다. 맑고 차가운물 한컵을 떠마시고 세수도 한다. 사람을 만날때마다 물어본다. 경사가 계속 이렇게 급하냐? 계속 눈길인가? 얼마나 남았느냐? 내려오는사람들이 울트라대회를 알고있는지 '대단하다'는 격려를 많이한다. 이정표의 1km가 왜이리 먼가? 끝까지 나와 같이뛰겠다던 김부성씨는 출발때 보곤 못봤는데 어떻게 됬을가? 차가운바람을 느끼며 언덕에 올라서니 윗세오름휴게소가 나타났다(15;02.도착) CP#2. 진행요원 박석희씨가 기념사진을 찍어주며 '이곳매점에 라면이 있긴하지만 한시간 정도만 내려가면 영실매점에서 제대로 식사를 할수있을것'이라고 알려준다. 이제부터 내려가는길이라 생각하니 새힘이 나는듯 하다. 부지런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백나한 지역은 심한급경사 내리막 길이다. 오늘은 날씨도 좋아서 산위경치가 기가막히게 좋다. 그러나 그경치를 즐길 겨를이 있나? 그저 까마귀소리나 들으며 가는게지 노루 한마리가 멍한눈으로 나를보다 숲속으로 사라저 버린다. 한번도 안쉬고 단숨에 영실휴게소까지 내려왔다(16;12도착) 매점에서 5000원짜리 떡국을 시켜 맛있게 잘먹었다. 겉조끼는 벗고 바람막이 자켓을 다시 입었다. 물병에 물을 가득 채우고 또 달리기를 시작한다. 이제부터 내리막 찻길이다.돈내코쪽으로 갈라지는 네거리까지 약10k가 계속 내리막 길이다. 서귀포에서 돌아올때는 이길을 거처 해발1100m를 넘어가야 한다. 한밤중에 이오르막길 약20k 를 오를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정내미가 떨어진다. 한번도 쉬지않고 돈내코분기점aid station까지 왔다(18;00도착) 방울토마토 대여섯개를 먹었다. 또 가야지. 서귀포 나포리호텔을 향해 서서히 뛰어간다. 오늘새벽부터 뛰기시작해서 벌써 12시간이 넘었다. 해도 저물어가고 날씨는 많이 차가워젔다. 11번국도까지 가로질러가는 이길 11.3k를 어쩌면 이렇게 어려운길을 골랐을가? 고개 하나를 넘으면 저-멀리 또고개가 나오고 겨우겨우 그고개에 올라서면 저-앞에 또 언덕이 보인다. 이런고개를 5~6개를 넘어야 11번국도에 이를수가 있다. 6시반이 지나니 어김없이 어두워지고 달리는차들은 헤드라이트를 켜기 시작한다. 길섶에 주저앉아 차에 치어 죽지 않으려고 깜빡이들을 꺼내 배낭에 달고 손전등도 꺼내 들었다. 아직 아무데도 아픈곳이 없는데 오른쪽다리 오금팍이 땡기는듯한 감이온다. 쉬지않고 계속 달리기위해 미리 진통제(쎄레브렉스)를 먹었다. 나포리호텔까지 밤10시전에 들어가려고 서둘러 달린다. 그래야 시간여유를 갖고 1100도로를 넘어갈수있을것 같다. 1100도로는 아마 대부분 걸어야 할테니까.. 드디어 11번국도(516도로)에 들어섰다. 이제부턴 내리막길이다. 천천히 뛰어도 속도가 난다. 행사차량이 지나가며 차창을 열고 "힘"을 소리처 준다. 작년200k뛸때 공사중이던 넓다란 자전거길이 완성되어 자동차 의식하지 않고 뛸수있어 좋다. 가로등도 있고. 드디어 천지연폭포로 가는 좁은길에 들어섰다. 200k선수들이 성산포쪽으로 가고있다. 인도로 뛰어 나포리 호텔옆 공원 CP#3 에 도착했다(20;50) 도착싸인을 하고 삼각김밥 1개와 따듯한 녹차 1켄을 마시면서 내의를 갈아입고 겨울등산용장갑을 꼈다. 밤추위를 생각해서 상의 하나를 더입을가 망서리다 말았다. 이곳이 90k지점이다. 이제 56k만 더가면 된다. 수고들 하시라는 말을 남기고 추위를 느끼면서 중문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쉬다가 출발할때는 걸어서 출발하는것 보다 천천히라도 뛰어서 출발하는게 좋다.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던 안종길씨가 이젠 보이질 않는다. 앞이고 뒤고 아무도 없고 오직 나혼자만 가고있다. 200k선수들이 뛰는방향을 보고 그러는지 택시가 멈추더니 기사아저씨가 '방향이 잘못된것 아니냐'고 걱정을 해준다. 고마운분이다. 길이 갈라지는곳마다 길바닥에 스프레이 길표시를 찾아보며 달리는데 '146화살표 '가 보이면 참으로 반갑다. 10시55분. 중문상고앞 100k station에 도착했다. 다섯분이 10분쯤전에 지나갔단다. 자원봉사자가 알려준 삼거리에 도착했는데 99번도로로가는 길표시가 안보인다. 싸인간판도 없고 길바닥에 스프레이글씨도 못찾겠다. 밤이 깊어 가게문들도 잠구고 행인도 없다. 할수없이 어느철물가게문을 두드려 묻고, 지나가는택시를 세워물어서 겨우 1100도로 입구를 찾아냈다. 나는 지도를 보고 99번도로 표시만 찾았는데 작은간판에 '1100'도로방향 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었다. 길찾느라고 약20분은 손해를 본것같다. 여기서 부터 1117번국도(관음사 방향)갈림길까지 약26k는 오로지 찻길일 뿐이다. 가로등도 없고 인가도없고 달도없는 칠흙같은 밤이 있을뿐이다. 그리고 1100휴게소까지 약16k는 계속 구불구불한 높은오르막길이다. 그렇지만 이제 45k정도밖에 안남았다. 걸어가도 10시간이면 갈수있다. 제한시간36시간을 상기하며 위로를 삼는다. 110k.station에서 쉴생각을하며 가급적 걷지않고 간다. 추위를 이기려면 뛰지않을수가 없다. 박자맞춰 구호를 불러가며 뛰다 언덕이 높아지면 걷는다. 오래걷지않고 다시 뛴다. 忍耐가 이럴때 필요한것이다. 걷고싶을때 참고 뛰는忍耐. 110k.station에 도착하니 사람은 차안에서 자고있다(12;35도착) 귤한개를 까먹는데 차에서 사람이 나오더니 더운물을 준다. 지고다니는 찬물은 한기가 느껴저서 마시질 못하겠다. 1100고지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으니까 '걸어가면 3시간은 걸릴'거란다. 경사가 높아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말이다. 1100고지에만 올라서면 모든게 좋아질것 같다. 그때부턴 내리막길일테니까. 1100휴게소가 목표다. 그 희망의언덕을 향해 최선을 다하자. 나는 쉴때마다 털썩주저 앉아 쉰다. 그대신 일어날땐 다리 펴기가 어려워 애를 먹는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처럼 느릿느릿 어둠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쯤 체력은 많이 소모됬을테고 더욱이 어제밤 한잠도 못잔것이 어떻게 작용을 할런지 불안하기도 하다. 해발1000m가 넘는 높은지대라 그런지 바람은 계속불고 기온은 차다. 이곳은 경사가 급한 오르막지역 이지만 추위를 이기려면 뛰는수밖에 없다. 이것은 수도자의 수행의 차원이다. 마음을 비우고 선한일을 생각하자. 발걸음에 박자맞춰 '양보''겸손''제행무상'등 좋은말들을 소리내어 부르며 간다. 5분걷고 5분뛰고, 노래하며 다시뛰고. 뒤에서 인기척이 난다. 섬찟해서 돌아보니 일본인선수가 빠른걸음으로 닥아온다. 말없이 기침소리만 두어번 내더니 나를 앞질러 어둠속으로 저만치 가버린다. 어제새벽엔 반달이 떳었는데 지금은 없으니 아마 새벽에 뜨는달인 모양이다. 작년과 재작년에도 이제주도 밤길을 뛰었지만 이렇게 인적없는 어두운길을 몇시간씩 혼자 가지는 않았다. 귀신생각을 했는데도 무서움은 못느꼈다. 이깊은 어두운산속을 몇시간째 홀로가면서 왜 무섭지가 않을가? 점점 더 추워온다. 목도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윗옷을 하나 더 걸첬으면 좋겠다. 더운물좀 마셨으면 좋겠다. 겨울등산장갑을 꼈는데도 손이 시리다. 이제 쉬고싶기도하다. 이러다 졸음이오면 안될텐데... 뛰자! 다시 좋은구호를 읇조리며 뛴다. 캄캄한 먹통속같은길에선 손전등불빛에 반사되는 거리표지판도 반갑다. 오늘 날씨가 좋은게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비가 오거나 눈이 내렸으면 어떻게 했을가? 기온이 많이 내려가거나 바람이라도 거셌으면 얼마나 더 고생스러웠을가? 뒤풀이 하면서 한예기들이지만 아마도 모두 포기했을거란다. 한라산지역은 날씨예상하기가 어렵다는데 내년에도 이렇게 날씨가 좋을가? 그렇다면 지금 이렇게뛰는것이 얼마나 행운인가? 1100휴게소가 영업을 한다면 뭣좀 사먹고 1~2시간쯤 자다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간다. 어둠속이라 높낮이를 눈으로 확인할수가 없다.힘들면 걷고 웬만하면 또뛰곤한다. 저만치 왼쪽산녁에 불이 훤한 건물이 나타났다. 아이고 반가워라!이곳이 1100휴게소구나(03;20도착) 그러나 문은 닫혀있는듯 하다. 쉬지못해도 좋고 쉴생각도 없다. 드디어 어려운고비는 다-넘겼다. 벌써 내리막길이 시작되고있다. 좁은보폭으로 뛰어내려 간다. 이제 완주의 성취감을 느낄수 있으리라. 지금 하고있는 이짖이 뭔가? 이런일을 왜하고있나? 운동인가? 취미활동인가? 그냥 만용인가?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는 '인내와 체력의 결정'을 운동이나 취미의 수준으로 낮게 평가할수는 없다. 수양을하는 숭고한행위로 승화시켜 높은가치를 부여하고 싶다. 이제 어리목 station에 가서 쉬면된다. KAL호텔까지도 28k정도 밖에 안남았다. 속도를 내서 뛰기시작한다. 그런데 다시 오른쪽다리 오금팍이 아파오고 뱃속이 허전하다. 싸인판에는 어리목2k라고 쓰였다. 어리목까지 갈수가 없다 길가에 주저앉아 빵을꺼내 요기를 하고 진통제 두알을 먹었다. 쉬지않고 내리막길을 뛰어내려가야 할테니까 이제부턴 걷지 않기로 작정을 한다. 어리목 station에서도 사람은 차안에서 자고 헤드라이트만 환하게 켜놨다. 이곳이 마지막aid station이다. 바나나와 초코파이와 더운물을 마시고 일어났다. 어제낮 이길을 오를땐 그렇게 어렵더니 지금 체력이 많이 소진 됬는데도 뛸만하다. 제주까지는 계속 내리막 길일 테니까 차츰 날이 밝아오며 달리는차들이 많아지고, 쉬지않고 뛰어서인지 추위도 많이 가셨다. 하늘에 그럴듯한 반달도 떠있다. 관음사도 지난다. 어둠속에서 목부가 소를 몰고 나온다. 11번도로에 들어서고도 계속 내리막길 이다.시청가는간판도 나온다. 쉬지않고 계속달린다. 집사람에게 전화를해서 8시경엔 도착할수 있겠으니 KAL호텔로 나오라고 했다. 이번대회에선 진득하니 제대로 한번 쉬어보지도 못하고 스스로 시간관리에 억매어 고생을 자초한 대회가 됬다. KAL호텔 500여메타 전방에 집사람이 작년처럼 마중을 나와있다. 집사람과 함께 뛰어내려가서 이용식대표가 영접을 하는 피니쉬라인을 통과했다. 완주시간 27시간30분 (전체7위,한국인중3위,최고령) 발에 물집하나 안생기고 완전한몸으로 완주를 해냈다. 나의 작은승리다. 잊을수없는 추억이 되고 쉽게맛볼수없는 경험을 하게해준 대회였다. 애많이쓰신 KU관계자들에게 감사한다. 대회관계자들이 선수에게 친절하게 정성을 다하고있음을 느꼈다. 이번대회 참가자로서 '한라산종주'부문을 발전시키기위해 몇가지 의견을 제시해본다. 1)이대회의 眞髓는 山을 주제로한 만큼 '오르고 내림의 어려움'에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코스는 금년대회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길 바란다. 2)성판악관문제한시간 09;30은 별의미가 없으니 폐지하고 어리목매표소에 관문제한시간을 15;30 으로 설정했으면 한다(한라산국립공원측과 협의 필요) 3)1100도로를 통과해 제주로 귀환하는시간이 대체로 자정을 넘는시간대임을 감안하여 참가선수들에게 추위에 대비할것을 특히강조해 주어야 한다(약30k의 산길) 4)장비나 옷을 갈아입을수있는곳을 성판악과 영실에 설치하고 서귀포에는 폐지한다. 5)2005년도에는 많은인원이 참가할수있도록 P.R에 노력한다. |
첫댓글 김무언 : 평생 잊지 못할 苦行과 修行에 찬사를 보냅니다. 당분간 몸 추스리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겠습니다. (03/16 07:52
정관모(교. : 정관모(교원육상) : 축하와 찬사와 존경을 드립니다. 많은 분들에게 감동과 흥분과 꿈과 의욕을 주신 명작을 연출해 주셨습니다. 부러움이 가득합니다. (03/16 12:16
김태식 : 격려와 분에 넘치는 찬사의 말씀에 송구함을 금할수 없습니다. 언제 쏘주한잔 하시지요. (03/16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