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주 작가의 공간이 되는 주거형 스튜디오. 개관 전 진행된 여성비엔날레 참여 작가 김화용의 ‘또 다른 요꼬를 찾아서’가 전시되어 있다.
여기 창작 센터들은 표면적으로는 아티스트를 지원하고, 도시와 연계한 여러 프로그램으로 지역 발전을 이끈다는 목적이 더 크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에게서 표면적인 목적을 뛰어 넘는 예술의 힘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이 도시 깊숙하게 유입해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자주 드나들던 서교동 동사무소, 원룸 가득한 금천구 공장 지대, 마음먹지 않으면 좀처럼 찾지 않는 인천 차이나타운 근처의 해안동과 철거 위기에 놓여 있는 인천 배다리 헌책방 골목 양조장, 한번도 건너본 적 없는 안산 방조제 너머 선감도의 경기도립직업전문학교가 예술의 거점이 된다. 티켓 한장이면 고흐나 르누아르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세상에서 이들 아트 창작소는 티켓을 사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다가가고자 한다. 문화를 향유하는 곳이 거대 도시만은 아니라는 것과 꼭 자본이 있어야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 더불어 지난 역사를 소중히 하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의미와 깊이를 되새김질하게 만드는 곳, 동네 가까이에서 아티스트의 창작을 목격하고 예술의 힘을 공유할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곳, 바로 아트 창작소다.
인천 아트 플랫폼
2009년 9월 아트 플랫폼 <- 1930년~
국내 현존하는 근대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건축물은 1888년에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구 일본 우선주식회사다. 아트 플랫폼의 자료관으로 쓰일 등록문화재 제248호로 등록되어 있는 건축물을 비롯해 1930년대와 40년대 사이에 건설된 근대 건물이 즐비하게 들어선 인천역 일대. 개항이후 일본에 의해 전파된 근대화의 잔재로, 일대의 모습은 얼핏 일본의 항구 도시 요코하마와 닮았다. 더불어 1884년에는 청나라와의 조계가 이뤄졌던 곳이다. 이곳은 현재 500여 명의 중국인이 살고 있는 차이나타운으로 더 유명한 것이 사실이다. 붉은색 벽돌 건물이 모인 아트타운 주변으로 2층짜리 일본 목조 건물과 큼직한 중국의 패루들이 공존, 서울에서 볼 수 없는 진풍경을 자아낸다. 인천 아트 플랫폼은 인천문화재단이 기획해 실현한 야심작이다.
그동안 대한통운의 운송 창고, 삼우인쇄소, 피카소 작업실, 영광수퍼, 대진상사, 양문교회의 이름으로 사용되던 건물은 현재 인천 아트 플랫폼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모여 문화 창작소로 새롭게 탄생되었다.
건물이 많이 낡아 일정 정도 증축을 해야 했던 아트 플랫폼이지만 현재 공연장으로 쓰이는 대한통운의 건물처럼 곳곳에 옛 모습을 그대로 살려냈다. A동부터 H동까지 10개의 건물은 시각 예술 분야 미술 작가들의 거주형 작업실뿐만 아니라 공연 예술, 문예 창작 그리고 비평가와 큐레이터 연구 활동의 거점이 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곳이 역사적인 맥락과 함께 지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기에 인천을 대표하는 문화 관광 지구로 변모시킬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사실 인천 일대에 이만한 문화 예술 공간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자장면으로만 기억되던 이곳이 사람들에게 역사와 문화를 알리고, 새로운 문화를 이끌어줄 수 있는 힘이 되길 기대한다.
주소 인천광역시 중구 해안동 1가 10-1
프로그램 9월 25일 개관식과 함께 입주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지역 리서치 투어, 비평가 매칭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국내외 작가들의 기획전 <다시 개항> 작품전이 9월 25일부터 11월 30일까지 열린다. 11월에는 국제 심포지엄이 있을 예정이다.
관람 시간 오전 9시~저녁 6시(월요일 휴무)
문의 032-772-7733 www.inartplatform.kr
2 아트 플랫폼을 찾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정겹다. 인천역은 근대화의 역사에 중요한 기록이 되는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이들에겐 그저 차이나타운으로만 기억되고 있었다.
5 건물 사이사이마다 붉은 벽돌이 전하는 운치와 아기자기한 멋이 드러난다.
6 대한통운 창고로 쓰던 건물에 설치된 여성비엔날레 참여 작가의 작품. 건물 외벽의 이름은 지우지 않았다.
스페이스 빔
1927년 인천양조주식회사 -> 2003년 아벨서점의 아벨전시관 -> 2007년 스페이스 빔
90년대 들어 막걸리 맛이 예전과 같지 않았단다. 양조장이 지금의 스페이스 빔 공간을 내주게 된 시발이다. 최병두 선생의 자손이 물려받아 운영해온 70여 년이란 시간 동안 술맛을 좌우하는 이곳 일대의 지하수가 예전 같지 않다고 생각한 양조장은 1996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현재 인천을 대표하는 소성막걸리는 청천동 공장으로 옮겼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고 없어지는 것들이 많지만 현재 많은 사람들은 인천 지역의 생활 역사관이나 다름없는 이곳 일대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곳을 관통하는 산업도로와 동인천역 주변 재정비 촉진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라 배다리는 곧 존폐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80여 년이란 세월을 무색하게 만드는 인천양조주식회사 팻말을 단 아트스페이스, 스페이스 빔은 옛 양조장의 모습을 간직하며 2년 전부터 배다리를 지키기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히 전시를 기획하고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도시 공동체 형성이라는 화두를 배다리로부터 풀어가며 제대로 된 사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 중에 있다. 유동 인구가 많지 않은 곳이기에 스페이스 빔이 생긴 이후에야 국내외 작가와 평론가, 지역 주민들에게 배다리 헌책방 골목에 대한 중요성과 존속 이유가 전파되고 있다. ‘퍼블릭 스튜디오-사랑방 손님들과 배다리’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프랑스 출신 작가 세실 벨몽(Cécile Belmont)도 개발로 인한 도시 변화의 경계에 관심을 갖고 이곳 배다리를 찾았다.
배다리는 그녀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쏟아내는 장소다. 도시의 모습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 그녀가 살던 프랑스와 현재 거주하는 베를린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과연 전통을 지키면서 현대화와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전통과 과거를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 일인 것인지, 유럽과는 대조적인 도시 계발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것. 단순히 해외 작가의 호기심이 아니라, 그런 사회에서 무감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져진 질문일 수 있다는 것을 옛 양조장 터에서 깨닫는다.
주소 인천광역시 동구 창영동
프로그램 2009 배다리 생활문화공동체마을 만들기 사업 ‘가가호호家街呼好’(10~12월)
관람 시간 오전 10시~ 오후 6시
문의 032-422-8630 www.spacebeam.net
2 베를린에 거주하는 프랑스 출신 작가 세실 벨몽. 텍스타일을 전공, 심플한 디자인에 그림과 문자를 넣은 옷을 입고 도시의 변화를 기록한다. 그녀의 첫 한국 방문지는 경기도 화성이었다.
6 현재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 세실 벨몽과 닉이 보인다. 예전 양조장에 부착된 ‘안전 제일’ 표지판이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