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19일, 북한산도립공원 도선사 주차장 한 편에 왁자지껄 작은 장터가 펼쳐졌다. 단풍놀이를 가던 등산객들은 저마다 ‘저게 뭐야?’ 호기심을 보이며 좌판으로 모여들었다. 5~6개의 좌판에 놓인 물건은 다름 아닌 중고 등산장비. 등산모자부터 등산용 티셔츠, 배낭, 아이젠, 버너, 피켈, 고어텍스 재킷까지 품목도 다양했다.
이 등산장비 장터는 다름 아닌 서울특별시산악연맹(회장 조규배)이 서울시와 함께 진행하는 ‘2014 등산용품 재활용장터’다. 지난 9월 북한산국립공원 도봉분소 일원에서 첫 번째 장터를 치렀고, 이번엔 도선사 주차장으로 자리를 옮겨 두 번째 행사를 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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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10월 19일 북한산국립공원 도선사 주차장에서 펼쳐진 등산용품 재활용장터. 2 장터에 나온 물건들. 새것 같은 등산화부터 귀한 우드피켈, 골동품 버너 등 다양한 장비들이 눈길을 끌었다. 3 북한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장터 물건을 흥미롭게 살펴보고 있다.
- 비싼 등산장비 가격 때문에 늘 말이 많은 가운데 펼쳐진 이번 행사는 산악계의 새로운 재활용운동을 벌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장터에는 서울시산악연맹 조규배 회장을 비롯해 안일수 부회장, 박정헌 전무이사, 오한오 재무이사 등이 직접 찾아와 장터홍보와 판매에 함께 했다. 조규배 회장은 “최근 등산인구가 급증하면서 각 가정이나 산악단체에서 사용하지 않거나 용도에 맞지 않아 보관 중인 등산장비를 손쉽게 구입·판매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했다”며 “연맹에서 보유하고 있는 특수 장비, 고급 장비 전시도 준비되어 있어, 전문산악인의 등산 노하우를 일반등산객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터에서 파는 물건은 서울시연맹 가맹 산악회나 동호인들이 내놓은 중고 물품들이 대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수집해오던 소중한 우드피켈과 휘발유 버너 등을 내놓은 김진덕씨는 “물건이 아깝다는 생각은 없다”며 “좋은 물건을 나눠 쓸 수 있고, 또 그 수익금은 좋은 일에 기부하는 형식으로 쓰이니 서로 좋은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장터 홍보가 부족해 참여가 부족한 것이 조금은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번 도봉분소에서의 1회 장터에 이어 도선사 2회 장터도 둘러봤다는 등산객 최용현씨는 “상설매장처럼 거창한 장터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제품 수가 너무 적은 것 같다”며 “가격이 싼 것은 마음에 들었지만 유행이 지나간 제품들이 많아서 실제로 사용하기 위해 구입할 물건들은 적었다”고 말했다.
평소 등산장비 수집에 관심이 많다는 또 다른 등산객 임효준씨는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귀한 물건도 몇몇 보였다”며 “등산용품을 수집하는 사람이라면 욕심낼 만한 것들이 꽤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무엇보다 서로 사용하지 않는 등산장비들을 바꿔 쓸 수 있고,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 큰 행사로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보였다.
한편 연맹은 11월 23일,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북한산국립공원 도선사 주차장에서 한 차례 더 장터를 열 계획이다. 물건판매를 통해 발생한 수익금은 연말에 불우이웃 돕기나 장학금 등 좋은 취지로 사용된다.
장터에는 산악회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도 참여할 수 있으며, 3회차 장터 참가신청은 11월 1일부터 20일까지 서울시산악연맹홈페이지(http://old.kaf.or.kr/kafseoul) 및 이메일 (safkorea@hanmail.net)로 접수하면 된다. 참가자는 정해진 장소에서 개인이 책정한 가격으로 배낭, 의류, 모자 등의 중고 등산용품을 판매하며, 희망자에 한해 자율적으로 등산장비 기부도 할 수 있다. 문의 서울시산악연맹 사무국 02-2207-8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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