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나 지났을까 ?
"선생님 대승이가 똥을 쌌어요" 봉우가 대승이와 교실로 들어오며 말한다.
'아이코 드디어 일이 벌어졌구나'
그동안은 대승이가 학교에서 대변을 보는 일이 없었다.
어머니께서 미리 단도리를 잘 해주시는구나 하면서도 언젠가는 당할 일이라 생각했었다.
'그 때는 내가 나서야지. 그동안 아이들 똥 치워주는 일이 한 두번이었나'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
"대승아. 얼른 이리와. 어디 보자" 대승이가 민망해할까봐 환하게 웃어주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대승이가 어기적거리지도 않고, 냄새도 전혀 나지 않는다. 앞 뒤로 돌려세워봐도 전혀 표시가 나지 않는데....?
"봉우야. 대승이가 똥을 쌌다매 ? 어디서 ?" "화장실이지요." 봉우가 그 걸 왜 물어보시느냐는듯 이상한 표정이다.
"화장실에서.... ! 그럼 대승이가 닦았니 ?" "아뇨. 제가 닦아주었어요" 대수롭지 않다는듯이 대답한다.
'하아 , 이런 ....!' 대승이와 봉우를 꼬옥 안아주었지. 거기까지는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얘들이 어린 아이들인가 ? 다른데서도 찾아볼 수 있을까 ?' 또 한 번 뿌옇게 칭찬을 해주었지.
이제 대승이는 우리반에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모두 하나가 되어 대승이와 함께 나아갔다.
체육시간이면 서로가 대승이를 도와주려고 했다.
대승이도 뒤뚱거리면서도 모든 활동을 함께 하려고 한다. 잘하진 못해도 흉내는 내려고 한다. 나도 아이들도 흐뭇하다.
철봉에서 차오르기를 할 때다. 모둠활동을 하는데 그 모둠 아이들 모두가 달려들어 대승이를 들어올려 철봉위로 넘겨준다.
그러더니 대승이가 혼자서 차오르기를 하는 게 아닌가 ? 원래 팔 힘은 셌으니까....
'이 건 기적이다. 너희들이 기적을 만들어냈구나. 어디까지 갈는지 한 번 해보자'
"체육해요" 공부시간에 어쩌다 한 번씩 대승이가 소리를 지른다. 아이들과 함께 와하고 웃는다. '네가 하고 싶은게 다 있구나'
이렇게 몇달을 지내면서 나는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3학년 2반 38명 아이들의 인성교육이 저절로 이루어져있더라. 대승이를 도와주면서 스스로 착해진 것이다. 이럴 수가 ?
인성교육이 이렇게도 이루어질 수 있구나. 인성교육이 어렵게만 생각했는데.....
지난 날을 돌이켜 생각해봐도 속을 썩인 아이가 한 명도 없었다.
그러니 나에게 한 번이라도 꾸중을 들은 아이가 없을 수 밖에....
'내 교직생활 중에 이렇게 학급생활이 재미있었던 해가 또 있었나 ? 별로...'
'대승이가 결국은 우리 반 복덩어리였구나' '대승이를 만난 나에게도 커다란 복이 떨어졌고....
"대승아, 3학년 4반 선생님께 이 것을 갖다드리고 올래 ?" 교실 밖으로 심부름을 시키기 시작했다..
말도 없이 교실 문을 열고 나간다. 3학년 4반 교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을까 ? 다른 데로 가지는 않을까 ?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대승이를 볼때까지는 조마조마하다. "야 우리 대승이 심부름도 잘하네"
칭찬을 해줘도 여전히 들은체 만체다. '자식 한 번 쯤 웃어주면 안되나'
한 학기가 끝나가는 7월이다. 수업 중에 분필이 떨어졌다.
"대승아. 1층 행정실에 가서 분필 한 갑을 달라고 말씀드리고 가져와요"
이 번에는 고난도 심부름이다. 우선 3층에서 1층 행정실을 찾아야 하고, 행정실에 가서는 분필 한갑을 달라고 말을 해야 한다.
평소에 입 한 번 떼지 않던 대승인데....
심부름을 보내놓고 나서는 나나 아이들이나 초조하게 기다렸다.
한참 후에 교실 문이 열리더니 분필 한 갑을 손에 든 대승이가 등장하더라.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가 난다. 대승이는 들은체하지 않고 분필을 내밀더니 제자리에 앉는다.
'뭘 그까짓 걸 갖고....'하는 모양이다.
'이젠 됐다. 대승이르 마음 속에서 풀어놔도 되겠다'
그날부터 대승이의 일기를 중단하고, 지금까지 쓴 일기를 대승이 어머님께 보내드렸다.
대승이 어머니께서 일기를 읽어보시며 밤새동안 우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첫댓글 아이들에게 작은 칭찬으로의 시작이 기적을 만들어졌다니 역시 칭찬은 아끼지 말하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