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이름 찾아 떠나는 여행 47>
낫개
예로부터 멸치와 갈치의 명산지였던 다대포 주민들은 멸치를 잡아서 서울에 진상도 하였습니다. 다대포에서는 그물로 잡지 않고 죽방으로 잡았습니다. 그물로 후리는 것은 일본 가고시마 현 사람들이 다대포로 이주해 와서 멸치후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광복 이후 일본인들이 물러간 후 일본의 그물로 멸치를 후리며 잡기 시작했는데, 이때 부른 노래가 다대포후리소리였습니다. 다대포후리소리는 ‘낫개후리소리’라고도 합니다. 연안 멸치 떼가 많은 모래펄 해안인 낫개지역에서 후릿그물로 하는 어로작업을 할 때 부르던 어로요였기 때문입니다.
낫개는 바다가 매립되기 전의 다대 2동 현대아파트와 탑마트 부근까지의 해안 일대를 말합니다. 낫개의 한자 표기 ‘羅浦’는 낫개의 ‘낫(나)’을 나타내기 위한 차자 표기입니다. <부산지명총람 >에는 “다대동에 있던 자연마을이다. 낫개(나개)는 나포(羅浦)의 우리말이다. 이곳에 있는 들을 낫개들(羅浦坪)이라 한다. 지명의 유래는 분명하지 않다. 웃낫개와 아랫낫개가 있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또 “낫개에서 멸치잡이를 할 때 낫개산에서 바닷가로 목재를 베어 나르는데, 학생들을 동원하여 장작을 나르게 했다.” (다대실용학교 제33회 졸업, 1928년생 정춘덕)는 말로 보아 많은 지형의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부산지하철 1호선이 다대포까지 연장되면서 ‘낫개’라는 역명이 생기자 많은 사람들이 옛 지명의 유래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낫개에서 낚싯배 선장을 하는 한 토착 주민은 “야망대를 사이에 두고 다댓개와 별개로 떨어져 있는 포구란 의미로 ‘낱개’라 부르던 것이 ‘낫개’로 변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근거 없는 유래설입니다. 다대초등학교가 발간한 ‘다대백년사’란 책에 1970년대 다대포 풍경을 찍은 사진 중에서 낫개 해안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해안선의 모습이 풀을 베는 낫처럼 생긴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필자는 그래서 낫개의 ‘낫’은 바로 그 풀 베는 낫일 거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근거가 없다 싶어 다대문화연구회 한건 회장님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그 결과 길게 휘어져 있는 해안이 널브러져 있는 모습이어서 ‘나 +ㅅ+개’가 되었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너부죽이 바닥에 까부라져 늘어진 모습을 뜻하는 ‘너부러지다’의 작은 말이 ‘나부라지다’인데, ‘나부랑납작하다’는 말과 의미가 통합니다. 높낮이가 없이 평평히 퍼진 듯하게 납작하다는 뜻입니다. ‘너부죽이’나 ‘나부죽이’는 넓적하게 엎드리는 모양을, ‘너부죽하다’나 ‘나부죽하다’는 넓고 평평한 모양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이 말들을 분석하면 ‘넓[廣]+으죽(접사)+하-다’입니다. 그래서 낫개의 한자 표기에서 ‘펼칠 羅’를 사용한 것은 넓적하게 펼쳐진 해안의 모습을 나타내기에 가장 적합한 한자였습니다. 낫개의 ‘나’는 바로 이런 뜻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