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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옛날, 워느 한 골에서. 어느 양반 가문에. 아들 하나가 있어 그 아들을 여울라구 역시, 삼현육갑(각)을 갖추구, 후유―하게, 참 신붓집을 찾어 가는디. 참 멫 날 메칠을 걸렸든지간에 참 장가를 든다 이거여.
써―억 장가를 들구서 인제 오는 신행길인데, 아, 신랑 사람… 신랑 역시두 몸 체격이 참 듬직―하게 참 장수다욱구, 얼굴두 활발시럭구 참 나라 일 할 만한 사람이라 이 말여. 그래 신부 얼굴이 얼매나 곱던지 참 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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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르는 반달 각구 참 물 찬 제비 같은 여잔디. 아 이런 여자를 읃어 각구 신행길 찾어 오니까 머 머 경장두 안했지. 참. 그러한 거리에서 한참 오다가서 참 하인들이,
“아, 서방님. 목두 말르구 허니 주막이서 갑시다.”
하구서, 한 주막거리에 앉어서 술 한 잔을 먹구 있넌디, 아 난데웂이 동쪽 하늘 구텡이서 몬지가 푸―연히 펴지거던? 이게 바람 몬지두 아닌 몬지가 어째 펴지더니 자― 쪼꼼 있으닝깨 몬지가 오는디 보니까, 웬 한 큰― 덜머진 총각 눔이 그 시커―먼 말을 타구 막 뗘온단 말여? 말을 타구 떠억 오더니마는 심복… 가마 가마문 앞이 떠억 네려 스더니 한닷 소리가 메라구 하느냐 하먼언, 하인들보구,
“가마문 열어라―.”
이거여. 아 이거 뭐 난데웂는 이거 홍두깨 격이지? 신랑은 시방 술 먹으러 안이 들어가 있는디 가마문 열으라구 해 노니, 누가 열 사람이 있을거여. 암두 안 열어 주지요. 그 보잘 것 웂더니만 그냥 가마문을 자기가 손수 후닥닥 열더니만 심부를 어깨에 들쳐 억구 도망가 버리능 거여.
[힘없는 목소리로] 신부 입뻐린(잃어버린) 신랑 닭 쫓던 개 울 쳐다보는 격이루 혼자 저억―하니(맥없이) 참 눈물을 겨워가며 자기 집이루 돌아 옹 게요. 돌아 와서 날마다 머리 싸매구 두러눠 앓 앓능 거여 그래 멫 날 메칠을 앓었던지 참 멫 달을 지냈던지 이 사람 죽게 생겼어. 앓게 아퍼서 인저 생각다 못해 가지구서, ‘나 하나루 인해 가지구서 꽃다운 여성 하나 잊어뻐렸는디 내가 이케 죽어서는 안 되겄다. 내 여자를 찾이야겄다’ 싶어서, 자기가 부인을 찾이러 나승 거여 인저? 보따리를 싸 짊어 지구 나승 거라. 나서 가지구 팔도강산을 헤매는디, 암만 찾어 보아 있으야지? 웂어요, 이렁 저렁 흘른 세월이 십 이 년이란 세월이 흘러 갔더라 이 말여요.
그래 하루는 어느 한 골에를 떠억 찾어 갔더니 호호 백발된 노인네가 혼자 앉어서 참 바느질을 허구 앉었능 거여.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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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할머니!”
불르닝까,
“누구시냐.” 구.
“지내가는 과객인디 밤두 긱구 해서 들어 왔으니 할머니 하룹밤 좀 자구 가게 해주쇼―.”
구 말여.
“흠[비웃듯], 각시 찾으러 나가… 나석구먼?”
아 이런단 말여? 대뜸 한닷 소리가,
“아아니 할머니? 할머니가 워트게서 그걸 알으십니까?”
“응. 신부 찾이러 나석구먼 그려? 아이고[혀 차는 소리]츳츳츳츳 안돽구나.” 말여.
“찾기는 찾겄다. 찾겄는디, 죽음끼 다가 왔어(죽을 때가 다가 왔어).”
그러니 큰 일이라 이거여. 아 해 놓구서 하룹밤을 떠억 자구 나니까, 참 거기서 참 인연이 있던지 할머니가 그 남자를 갖다가 그 청년을 아들을 삼었어요. 아들상구서,
“네 정성이 지극허구, 듣자하니 부모에 효도하구 나라에 충성을 한다하는 사람이라 하니 말여, 네 정성이 지극하니까 내가 네 안식구를 만나게 해 줄 거여. 해 줄 테니까, 부디 만나 가지구서 데러 올 생각은 말어라 말여. 말구, 내 허라는 대루만 허라.”
구. 하먼서 아 난데웂는 새파란 병 하나, 푸른 병 하나, 시커먼 병 하나 병 세 개를 준단 말여?
“위급할 땔라컨(때면), 우선 처음일라컨 이 새파란 병을 열구우? 그 담이는 또 위급할 땔라컨, 붉은 병을 열구? 젤― 또 위급하걸랑 그때 가서는 거먹(검은) 병을 열어라―.”
했단 말여. 아, 이래 놓구서는,
“이 앞이 가먼 배 하나가 있으니 됨마(배의 일종)를 타구서, 배 안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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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가만히 엎디려만 있으야지, 고개만 내 들으먼 죽는다 이거여. 그 배가 어디찌― 임해서 닿걸라껀? 워디다 찧는(닿는) 소리만 나걸랑은 눈뜨구서 말이지 배를 처매구 올라 가라 말여. 그러먼 네가 살구? 그렇지 않으먼 죽는다 말이지?”
아 그러카구서 할머니가 참 그 배를 주는 바람에 배 갖다 놓구서 배 됨마에 가만히 올라가 엎드려 있으니까, 아 느닷웂이 그냥 노성벽력이 치더니마는 회오리바람이 분다 이거여? 아 배가 쏜살루 바다 가운데루 떠나능 거여. 참 아드막한(아득한) 바다루 들어 가서. 참, 슴 하나 보이지 않구 머 이거 머 큰일났어. 인저 참 막막하기 한이 읎는디 참 멫날 메칠 갔던지간에 참, 참, 위급이 참 당하게 생겼담 말여. 바람은 불어싸쿠 배 배는 돌아싸쿠 갈 길이 웂어요? 그래 배가 잠시 후에는 참 침몰 직전인데, 아 워쩌다보니까 배가 지끈―지끈 다, 그 닿는 소리가 난단 말여요? 그래 닿는 디루 떡허니 나가서, 눈을 떠서 보니까 크은 암벽 벽이가 벽이가서 배가 닸는디, 배를 쳐매… 쳐매 놓구 보니까 올라갈 길이 웂어. 그래 아무리 해두 못 올라 가겄어요? 그래 나중이는 어쩔 수 웂이 그냥, 허는 길이 웂어 가지구서, 그 파란 병을 열었더라 이거여. 아 병을 열으니까 난데웂는 바람이 쳐불구, 뭐 노성벽력이 치구 허더니마는 나무가 말끔 부러져 가지구는 네 네려밀구 그래서 난리라 이거여? 그 불어치는 순간이 자기두 모르는 순간이 어트게서 바람이 날렸던지간이 꼭대기꺼지 겨 올라갔어. 올라가서 보니까 집이 버언히 비치거든요? 그래 바람으루 살응 거여. 푸른 바람으루다가서. 살어 가지구 벼… 저기를(1)[주]암벽 위를. 올라 가서 인저 하안―참 무제한 걷다 보니까, 워느 한 섬중인디. 쪼꼬만―한 집이가 불빛이 하나 비거던? 어둔디, 그래 불빗이 하나 떠억―허니 있어서 이 사람이 거기를 걸음―걸음 찾어 강거여. 찾어 가서 보니까, 남녀노소 할거 웂이 수백 명이 사능 거여, 하이(여)튼. 한읎이 많이 살어. 사넌디? 뭐 참 기맥히게 하구 살어요. 그래 한사람을 만나각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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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 좀 물어봅시다―.”
하니까,
“누구시냐.”
구 말여.
“내 육지서 온 아무갠디, 워트… 오다 여까지 왔소. 왔으니, 여기가? 호 총수가 멫 집이요―?”
하닝깨,
“한 집입니다.”
이거여.
“에?! 한 집이서 이케 많이 삽니까?”
“예. 그저 장수님 한 분 모시구 삽니다.”
이거여.
“그래 농초(토)는 얼마나 있소?”
“농초는 웂읍니다. 그저 밭 각구 먹구 삽니다.”
“그럼 식량이 안 모지랍니까?”
“예. 식량은 그저 수시루 둘어 옵니다.”
“그래 워째서 여기를 오셨소?”
“나는, 내 사람을 찾이러 왔는데…. 여까지 왔시다.”
“사람이라니?!”
“한― 삼 년 전에, 내 각시를 잊어 뻐렸어. 각시를 잊어 뻐렸는디, 내 각시 되는 사람이 섬이서 이리 들어 왔다는 말이 있어. 이리. 그래서 내 여까지 찾아 왔노라.”
구 말여.
“그러먼, 신행길이서 잊어 뻐력구먼?”
“아, 그렇다,”
구 말여.
“으흥…. 만나 보나마나 만나 볼 것두 웂어. 여기, 우리 원(우두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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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님의 니 번채 마누라라 이거여. (니번채)마누란디? 지금 최고 귀염을 박구 있는 여자다. 여잔디, 당신 거기 가먼 죽어? 죽으니까, 아예 갈 생각을 말으라.”
구 말여. 그래 참 그리두 갔어. 찾아 갔어요. 물어 물엄… 찾어 가서, 자기 부인 방을 떡 문을 이르니까 부인이 참 나온 담이 보니까, 자기 남편이 돌아 왔어? 돌아 와두 본 체 만 체 한다 이거여? 첫날 밤은 도둑눔허구 치력(렀)구. 예는 그 사람하구 치력구. 이미 몸은 빽겼으니까 소용없다 이거지 인저. 이래 놓구 참 자기 남편을 떠억하니 데리구서 참 상을 잘 대접하더니 누가 보까 무서워 대접하더니만 갖다 골방이다 가둬 뻐린다 이거여? 가둬 놓구서는, 죽일라구 드능 거여 인저. 참 쪼매 있으니까 노성벽력이 치구 막 구름이 뫠 들구 하더니 참 말굽 소리가 나더니만 도둑떼가 떠억 들어 온다 이거여. 들어 오니까 한닷 소리가 인저, 후이(히) 잔칫상을 벌려 놓구서, 참 잘 먹능 거여. 먹구 참 마너래덜 주욱 앉혀 놓구 이러더니 시… 니채 마누래가,
“육지에서 아무개가 건너 왔노라.”
구 말이지. 이 보고를 허능 거여?
“그래 그눔 어딧느냐?”
구 말여.
“벽장이 가둬… 가둬 놨느니라.”
구 말여.
“그러냐구. 내 노라.”
구 그래 그눔 잡어 네려 놓구서 참, 술상을 멕여 놓구… 벌려… 좌석 벌려 놓구 술을 주능 거여. 자기는 잔 술을 먹어 가머 대접으루 주니까, 한 잔에 먹으먼서, 여자 찾이러 왔다 이거지. 하이, 그, 기가 맥힌 일여.
“여자 찾이러 오다니…?”
이, 당장에 참, 주 죽어두 막…(2)[주]죽어도 아내를 찾아야겠다는 말이 생략됐다. 얘기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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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살어 가는 길이 웂어. 웂으니까 두말 않구 여기서는 이 술잔, 이 좌석 끝이서 너는 죽으니까 그리 알구서 술이나 먹으라.”
구 말여. 허구서 자기 차구 있던 시퍼런 장도루다가서 고기 꾹 찍어서 입이 대준다 이거여? 이눔이 대더니 떡 벌리구 받어 먹응 거여 입으루 벌리머 받어 먹능 거여? 받어 먹으먼서, 앉었넌디 참 한참 먹구 앉었넌디 얼매 있으닝까 참, 참 죽일 시간이 돌아 왔는지 참 칼을 간다 뭘 한다 이거여. 그래 가마안히 생각하닝깨 큰일났어. 살 길이 막연혀….
그래 여자라 하능 것은 요물이라능 거요. 거기서 어쩔 수가 웂어 가지구 자기가 그 할머니가 시긴 대루다, 드디어 그때 붉은 병을 열응 거여. 상 밑이서. 열으니까, 하― 난데 웂는 또 바람이 불구 허더니마는, 집두 날러가 버리구, 그 벼락다(이) 도둑눔 쌔려뻐리구 그냥 절딴낭 거여 인저. 절딴나구 남응 것은, 자기허구 그 여자만 남었더라 이거여. 멫 사람하구. 그래 다시 자기가 그 여자를 델꾸서 인저 육지와 살라구 배를 집어탕 거요. 배를 집어 타구, 타구 보니까, 아무리 배가 저어 가두 배(육지)가 나오야지? 그래 인제 죽었지 인자. 꼼짝웂이 죽었어.
그래서 할머니 허라는 대루다가서 거먹 병을 열으니까 바람이 몰(아)쳐 가지구서 배가 육지에 닿구서, 나와서 즈 집이다 갔더랍니다.
나와서 참 호이 먹구 잘 살구 막 할라구 하다가서 참 부자가 되구 참 크으게 잘 살라구 막 하는… 노력할 챔인디, 깜짝 놀라 깨구 보니 꿈이더라 이거여. [그렁깨 천둥맞은 개구리. 꿈 꿈 ‘꿈 몽’이라 이거지. 그래서 사람이라능 것은 욕심이 지나치먼 안 되능 거구…. 허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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