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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01
씬/1 D, 타이틀, 2000년, 진양 초등학교
-오후, 푸르른 여름 하늘 아래, 아이들의 함성소리와 웃음소리.
체육시간이 한창 진행중인 운동장. 둘씩 짝을 지어서 하는 배드민턴 종목이다.
텅빈 스텐드에는 몸이 아픈 듯 힘없는 얼굴의 윤정(12세,여)이 가만히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운동장 건너편 나무아래 배드민턴채가 없는 듯 뚱하니 혼자서 나무둥치를 차고 있는 해영(12세, 남)과 시선 마주친다.
해영은 눈 마주치기 싫은 듯, 시선 피하고 혼자 바닥을 보고 주저앉고 있거나, 돌로 뭔가를 그리는 등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문득 고개를 드는데 스텐드의 윤정이 사라져 있다.
어디갔나? 고개를 돌리는데, 어느 새 바로 옆에 와 있는 윤정. 해사하게 웃으며 자신의 배드민턴채를 내민다.
그러나 해영, 그런 윤정을 힐긋 보고는 무뚝뚝하게 휙 지나쳐서 좀 떨어진 곳으로 가버린다.
윤정, 무안한..자기가 뭘 잘못했나 싶은 얼굴로 그런 해영을 바라본다.
그런 모습 위로 하교 시간을 알리는 ‘딩동댕동’ 종소리.
* 자막 - 2000년 7월 29일
-마룻바닥을 뛰어다니는 발걸음, 친구를 부르는 소리 등, 평범하고 즐거운 하교시간 스케치 사이사이,
아이들과 어울리기 싫은 듯, 자리에 홀로 앉아 있는 해영.
한 두 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둘씩 가방을 메고 신나게 건물 현관을 향해 뛰어오는 아이들.
그러나 거세게 내리는 소나기에 건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아이들로 북적이는 현관.
-점차 시간 경과되면, 우산을 들고 뛰어와 하나둘씩 아이들을 데려가기 시작하는 엄마들.
하나둘씩 아이들과 엄마들은 사라지고..
오고가는 사람들 사이, 정글짐 앞 계속 서 있는 검은 우산, 얼핏 보이고..
-뒤늦게 교실에서 나오던 어린 해영. 현관 앞 보다가 멈칫. 홀로 남아 있는 윤정이다.
해영, 자기손에 들린 우산을 바라본다. 살이 빠지고, 여기저기 녹슨 낡은 우산이다.
순간 뒤를 돌아보는 윤정. 해영과 시선 마주친다.
해영, 자기도 모르게 우산을 뒤로 숨겨버리고.. 윤정이는 그런 해영이를 가만히 바라보는데..
해영, 괜히 더 차가운 얼굴로 윤정이를 무시하고 휙 스쳐 지나 우산을 펴지도 않고 비를 맞으며 운동장을 내닫기 시작한다.
그 뒤쪽으로 점점 멀어지는 윤정이.
거센 빗줄기를 뚫고 정문 쪽을 향해 뛰어가던 해영. 정글짐 앞 검은 우산을 쓴 여자를 보고 멈칫한다.
검은 우산에 가려져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붉은 색 하이힐, 커다란 원색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와 팔목에는 여러 개의 화려한 팔찌들.
우산을 들지 않은 손의 손톱은 지나칠만큼 짧게 깎여져 있고, 우산 아래 입술에는 붉은 립스틱.
건물쪽을 바라보던 여자, 문득 해영쪽을 바라볼 듯 하자,
순간 해영 시선 피하며 고개를 돌려 빠르게 뛰어 정문 앞을 스쳐 길거리로 접어든다.
그러나 멈칫하는... 자꾸만 뭔가가 맘에 걸린다. 돌아보면
저 멀리 후문 쪽으로 멀어지고 있는 여자의 손을 잡은 윤정이의 뒷모습이다.
우산을 쓴 채 그런 모습을 지켜보다가 뒤돌아서 걸어가는 어린 해영이의 모습에서... 음악 시작되고..
씬/2 몽타쥬
음악 깔리며, 빠르게 흘러가는 화면들.
-낡은 단칸방, 혼자서 사발면을 먹고 있는 해영.
그때, 낡은 텔레비전에서 뉴스 속보가 흘러나온다.
앵커 : 속봅니다. 경기도 진양시에서 하교 중이던 초등학생 어린이가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해영, 고개를 들어 텔레비전을 보다가 앵커의 모습 뒤로 해맑게 웃고 있는 윤정이의 사진을 보고 충격으로 얼어붙는다.
-진양초등학교 정문 앞, 해영을 비롯한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무작위로 마이크를 들이대는 기자들.
‘김윤정양과 아는 사이였나요?’ ‘김윤정양 유괴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윤정양은 평소 어떤 친구였나요?’
아이들 사이의 해영, 그런 모습을 겁먹은 얼굴로 보는 시선에서
-전파사 앞을 지나던 어린 해영, 뉴스를 보고 있는.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의 뒤에는 서형준의 사진이 걸려 있고.
앵커 : 김윤정 어린이 유괴사건의 결정적인 용의자가 나타났습니다.
협박편지와 범행장소에서 발견된 지문으로 밝혀진 용의자 서형준은...
화면에 가득하게 잡히는 서형준의 사진. 그런 뉴스화면을 바라보는 어린 해영.
해영 : (눈빛 떨리는).. 윤정이 데려간 사람.. 여자였는데...
- 경찰서 앞. 두려운 표정으로 경찰서를 바라보는 어린 해영.
- 경찰서 로비로 들어서는 어린 아이의 발. 해영이다.
유괴사건으로 정신없이 오가는 형사들을 보자, 다시 겁이 나는 듯 뒤로 물러선다. 그런 해영의 모습에서.
-과거, 해영의 집 앞, 체포당하는 선우를 바라보던 해영.
-과거, 법원 호송차 앞에서 형은 아니라고 울부짖는 어린 해영의 모습.
-현재, 경찰서 로비로 돌아오면, 과거가 생각나면서 더욱 두려움이 커지는 해영의 모습.
그냥 돌아가려는 해영의 시선에 로비 한켠에 놓여진 민원함이 들어온다.
민원함 앞에 놓여진 쪽지와 볼펜. 그런 해영의 모습위로 윤정이엄마의 오열하는 소리깔린다.
-장례식장. 아이를 잃은 윤정이엄마의 오열하는 소리. 국화로 꾸며진 윤정이의 영정사진을 안고서 울고 있다.
-윤정이가 사망한채 발견됐다는 인터넷 기사들.
기사 중간 부검결과 7월 29일과 30일 사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기사 클로즈업되고
-교실. 아이들 굳은 얼굴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윤정이의 책상 위, 하얀 국화다발이 놓여 있다.
여자아이들의 울음소리.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어린 해영. 위 그림들 위로
앵커(소리) : 수천장의 몽타쥬와 몇백명의 경찰인력, 그리고 몇천만 국민들의 윤정이 찾기 운동..
그러나 김윤정양은 결국..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습니다.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의 옆에 ‘오천만원과 사라진 범인’이란 CG화면에 서형준의 사진이 떠 있고..
앵커 : 범인으로 지목된 서형준은 김윤정 어린이의 목숨값 오천만원을 가로챈 뒤 경찰을 따돌리고 사라졌습니다.
전국에 수배가 내려졌지만 이미 외국으로 도주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입니다.
-관할서 앞에서 ‘제 아이를 죽인 범인을 잡아주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일인시위중인 윤정모.
건너편 길, 지나치는 자동차들 사이 윤정모를 지켜보는 시선, 어린 해영이다. 한 발자국 다가서려다가... 다시 주춤하는..
-여전히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늙은 윤정모.
진양서에서 걸어나오는 고등학생이 된 해영. 잠시 윤정모를 바라보다가 굳은 얼굴로 멀어져 간다.
그런 모습 위로 사이사이 들어가는 뉴스를 진행중인 앵커(2015년 직전의 느낌으로).
앵커 : 3대 미제사건 중 하나인 김윤정양 유괴사건의 공소시효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2015년, 7월 29일 자정 전에, 반드시 범인을 잡아야만 그 죗값을 물을 수 있습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자막, 서서히 늦춰지는데..
2015년으로 변한 화려한 꽃무늬 달력, 7월 27일 날짜에 엑스자를 치는 손.
서서히 화면 빠지면 2일 후, 2015년, 7월 29일에 ‘The end'라고 적혀 있다. 서서히 화면 암전.
* 자막 - 2015년 7월 27일, 김윤정 유괴사건 공소시효 종료 3일 전
씬/3 D, 카페 일각
암전된 화면에서 해영의 목소리 들려온다.
해영(소리) : 문제는 무의식이죠.
화면 밝아지면, 기자와 마주앉은 해영. 수수하지만, 먼지 한올 보이지 않는 깔끔해 보이는 옷차림의 20대 후반이다.
해영 : 거실 장식장의 트로피, 책상위의 사진, 욕실에 놓여진 책 한권으로 그 사람의 무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어요.
심리학에선 스누핑이라고 하죠.
기자 : 그 스누핑인가 뭔가 가지고 알아냈단 얘기에요?
화면, 테이블 위를 비추면 오늘자 스포츠 신문 1면에 찍힌 사진과 기사.
어두운 공원 후문 옆에서 차에 올라타고 있는 임시완과 강소라가 찍힌 사진 밑으로
‘한국판 브란젤리나 커플 탄생, 강소라와 임시완 열애 인정‘
해영 : 뭘요? 둘이 사귀는 거요?
기자 : 아니 그거말고. 둘이 어젯밤, 열시 반에 현진공원 후문에서 만난다는 거요.
어떻게 맞춘겁니까? 귀신이 아니고서야...
해영, 피식 웃으며 태블릿 피씨로 사진을 보여준다.
해영 : 작년 드라마를 같이 찍으면서 이 세 사람이 삼각관계가 된건 유명한 얘기죠.
사진, 보면 임시완, 강소라, 변요한이다.
해영 : (다시 한번 사진 클릭해서 보여주는) 그런데 5일전 공항패션입니다. (변요한 공항패션 보여지는)
삼각관계 중 한명의 남자가 화보촬영으로 3박 4일간 외국으로 나갔어요. 단 둘이 만나 입장정리할 시간이 생긴겁니다.
해영, 태블릿 피씨로 임시완의 집 사진을 찾는데,
문 열리면서 카페로 들어서는 누군가.
해영 : 임시완이 이번에 공개한 집입니다. 거실에 사진이나 포스터가 꽤나 크죠?
통계학적으로 볼 때, 이런 경우 자기애가 강하고 자존심이 셀 확률이 큽니다.
강소라가 계속 연락할테지만, 쉽사리 만나주지 않을 거에요.
하지만, 변요한이 돌아오기 바로 전날 심리적인 마지노선이 무너질 수 밖에 없겠죠. 그러니까 날짜는 어제 7월 26일.
기자 : 시간은 왜 열시 반이죠?
카페에 들어선 그림자, 해영과 기자가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에 앉는다.
아무렇게나 걸친 외투에 청바지, 며칠 밤을 샌 듯 피곤해 보이는 눈빛에 하나로 꽉 묶은 머리의 수현(30대 후반, 여)이다.
그런 수현, 힐긋 보는 해영. 다시 기자를 향해.
해영 : 약속시간을 잡을때도 심리가 있습니다. 다음날 아침 열시에 임시완은 대형콘서트 리허설이 있었어요.
그 스케쥴을 맞춰서 아침 8시를 기상시간으로 잡으면 그 시간까지 자신의 필요수면시간, 강소라와 얘기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
사람들 인적이 최소화되는 시간을 모두 고려해서 계산해보면 밤 10시 반이 나오죠.
기자 : 장소는요? 왜 현진공원이죠?
얘기하는 해영을 가만히 보는 수현, 손에 들고 온 서류봉투 안에서 사진을 하나 꺼내본다.
으슥한 쓰레기집하장 씨씨티브이에 찍힌 수상해 보이는 해영의 사진이다.
해영 : 1989년 냉전이 종식될 때, 부시 대통령하고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미국도 소련도 아닌 몰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왜? 첨예한 이해관계가 오가는 회담일수록 중립장소에서 가지기 마련이 거든요.
사랑도 마찬가지죠. 전시와 맞먹는 대치상황인데 서로의 집에서 보겠어요?
이동경로 따져서 중간에 위치하고, 가로등 적고, 유동인구 적고, 모자 뒤집어쓰고 조깅복 차림으로 봐도 부자연스럽지 않은 곳,
현진공원 후문 벤치 옆. 오케이?
기자, 가만히 해영을 바라본다. 마치 약장수에 홀린 할머니 같은 표정.
해영 : 자 그럼... 다음 사업 얘기한번 해볼까요?
테이블위에 지성과 이보영의 사진을 꺼내놓는 해영.
해영 : 얘네들, 다음주 월요일 어디서 만날까요?
기자 : (눈 홱 돌아가는) 얘네가 사겨요? 그건 또 어떻게 아는 겁니까?
수현(소리) : 쓰레기통 뒤져서요.
휙 놀라서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는 해영과 기자.
보면, 어느 새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서 있는 수현이다.
해영의 코앞에 신분증 들이대는데 ‘진양서 강력1팀, 차수현 경위’다.
놀라서 그런 신분증과 수현의 얼굴을 번갈아 보는 해영.
씬/4 N, 진양서 외경 밤.
씬/5 N, 진양서 강력계 사무실
삐딱하게 앉은 해영 앞에 아까 보고 있던 씨씨티브이 사진을 내놓는 수현.
그 옆 책상에서 희한하다는 얼굴로 해영을 보고 있는 강력계 형사 계철(30대 후반,남).
계철 : 하.. 여기저기 쓰레기통 뒤지고 다니던 놈이.. 경찰?
해영 : (전혀 잘못하지 않은 뻔뻔스러운 시선)
수현 : (사무적인 건조한) 북대문지구대 3팀장 박해영 경위, 맞죠? 그쪽, 이보영이 스토킹으로 신고했어요.
해영 : 스토킹이요? 버릴라구 밖에 놔둔 쓰레기봉투 좀 뒤진게 스토킹이면, 쓰레기통 폐지 모으는 불우이웃들은 가택침입인가?
계철 : (기가 찬 얼굴로 해영 보는) 지금 상황을 이해 못하나 본데 지금 당신 현직 경찰이 남의 쓰레기봉투 뒤진거야.
그것도 모잘라서 연예부 기자한테 돈받고 정보를 팔아?
해영 : 돈을 받아요? 내가? 계좌 뒤져보세요. 나 돈 한푼 안 받았어요. 그냥 취미활동입니다.
남들 낚시하고 뜨개질할 때, 내가 가진 능력으로 숨겨진 정보 알아내서 공유한 게 죕니까?
계철 : (기가막힌) 이 사람 이거 진짜 안되겠구만. (수현보며) 차형사. 이 자식 이 참에 아주 품위손상으루 올려서 짤라버려.
해영 : (피식 조소) 품위손상이요? 경찰이 어떻게 하면 품위손상이 되는지 얘기해 드릴까요?
(수현 책상 가리키며) 이 책상 (수현보며) 그쪽 꺼 맞죠?
해영의 말에 따라 보여지는 책상 여기저기 쌓여있는 서류더미들로 책상이 부족할 지경이다.
해영 : 원미주차장 방화사건에 진양1동 절도사건, 오아시스 룸살롱사건. 할당량 너무 많으니 줄여달라고 시위하는 겁니까?
이렇게 너저분하게 쌓아놓고 이사건, 저사건 뒤범벅으로 수사하다가 지금처럼 엉뚱한 놈 잡아넣는게 품위손상인 겁니다.
수현 : (이것봐라. 얼굴 점차 싸늘해지는)
해영 : 그런 사람들이 꼭 저렇게
해영이 가리킨 곳 서류들 사이 교묘하게 가려져있는 액자.
해영 : 맞은편, 옆자리, 뒷자리. 남들은 안 보이고 오로지 의자에 앉은 본인만을 위한 위치에
이것보라는 듯 들어올리면 배트맨 그림이 그려진 액자. 그 위에 적힌 글귀를 읽는 해영.
해영 : 수갑 하나당 짊어진 눈물이 2.5리터다. 뭐 이런 글귀하나 적어놓고 자기암시 하는 거지. 난 그래도 훌륭한 경찰이야.
(다시 갖다놓으며) 근데 배트맨은 좀 깨지 않아요?
수현, 표정 더욱 굳어지는데
해영, 아랑곳하지 않고 수현의 옆자리, 계철의 책상을 본다.
해영 : (수현의 책상 가리키며) 그래도 이건 형사처럼은 보여요. 근데 (계철 책상 보는) 저건 전형적인 영업회사 대리 책상입니다.
계철 : 야, 하지마.
계철 가로막지만, 그런 계철 피해 이미 책꽂이에 책들 살펴보는 해영.
해영 : (책꽂이의 수사지침서 들었다 놓으며) 수사지침서는 라면 받침정도로만 쓰고, 최근에 본 책들은 죄다 골프, 등산 잡지네.
계철 : 이게 진짜...
해영 :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컬러풀한 명함집. 거기, 이보영 매니저 명함이 있다에 내 모가지 걸죠.
수현 : (눈썹 움찔해서 계철본다)
계철 : (수현 시선에 움찔해서 시선 피하는)
해영 : 지금, 당신들 그 매니저 청탁받고 수사 하는 거잖아. 그게 아니면, 쓰레기 봉투 몇 번 뒤진 걸 왜 강력계에서 수사해. 안 그래요?
이게 당신들이 말하는 품위에요? 품위손상? 웃기고 있네. 대한민국 경찰한테 더 손상될 품위가 있긴 합니까?
수현, 눈빛 변해서 보다가 천천히 입을 연다.
수현 :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는데.. 제대로 된 입으로 말 참 삐뚜루 하네.
해영 : (이건 또 뭐야, 보는)
수현 : 하긴 맞아, 경찰이 뭔 품위야. 경찰대에서 그런거 안 가르치잖아? 그러니까 쓰레기봉투나 뒤지지.
해영 : (기분 나쁜) 뒤진게 아니라 좀 조사한 거라니까.. (하다) 근데, 왜 말 깝니까?
수현 : 왜 이래? 품위없는 사람끼리 재미없게. 깔만하니까 까는거지.
그때, 울리는 사무실 내선전화.
수현 : 진양서, 강력1팀... (받다가 욱하지만) 예, 알겠습니다.
(해영보고) 우리 재밌을 뻔 했는데, 좋다 말았네. 신고 취소하시겠대.
해영 : 그쪽이 취소해도 난 못합니다. 뒷돈 받고 청탁받은 건지 밝혀내야...
수현 : 그치? 그렇게 나와야 재밌지, 쓰레기봉투 대 뒷돈청탁. 빅매치네.
쪽팔리긴 도찐개찐이지만, 누가 이기는 지, 끝까지 해보지 뭐.
계철, 뻘쭘하니 수현보고,
해영도 수현이 세게 나오자, 말문이 막히는 듯 보다가 주섬주섬 일어선다.
해영 : 오늘.. 내가 봐드리는 줄 아세요.
계철 : 참.. 그 친구 참..
씬/6 N, 진양서, 강력계 사무실 밖 복도
늦은 밤, 어두운 복도로 걸어나오는 해영.
그 뒤를 따라나오는 수현. 문 옆에서 팔짱끼며.
수현 : 안 바래다줘도 되지?
해영 : 아, 진짜 끝까지.. (돌아서서 걸어가는데)
수현 : 경찰 싫어하고 품위있는 박해영경위.
해영 : (보는)
수현 : (웃음기 없는) 늦기 전에 새생활 시작해. 당신, 경찰 안 맞아.
돌아서서 들어가 버리는 수현.
해영, 그런 수현 한번 보고는 식식거리면서 돌아서서 걸어가다가 멈칫.
눈앞의 어두운 복도를 바라보는 해영의 시선, 서서히 어두워진다.
씬/7 N, 현재, 진양서 건물 복도/과거, 진양서 건물 복도
계단을 내려와서 서는 해영. 역시 어둡고 텅 빈 복도 한편에 놓여진 오래돼 보이는 괘종시계를 보는데,
그 앞쪽에 서 있는 어린 꼬마의 뒷모습. 천천히 몸을 돌려 이쪽을 바라보는데, 어린 해영이다.
가만히 과거에 잠겨 어린 자신을 바라보는 성장한 해영.
서서히 들려오는 과거의 소음소리. 뛰어다니는 형사들의 발소리들.
‘카드사에서 연락왔어?’ ‘윤정이집에선 소식 없었나?’ 등등의 소리들 서서히 커져오면서 서서히 밝아지는 형광등 불빛.
그리고 빠르게 오가는 형사들이 하나둘 화면으로 들어오며, 현재의 해영은 사라지고, 과거로 변하는 복도.
오가는 형사, 순경들 사이에서 겁먹은 얼굴로 떨고 있는 어린 해영이와 부딪치는 순경1.
순경1 : (지나가려다 해영과 시선 마주치는) 너 여기 왜 있어? 엄마랑 같이 왔니? 집 잃어버렸어?
어린해영 : (겁먹은 시선으로 도리도리)
순경1 : 그럼 왜 왔어? 여긴 꼬마애가 오는 데가 아냐.
해영, 순경1 보다가... 겁먹은 듯 잡을 새도 없이 휙 계단을 뛰어내려간다.
그때 계단 아랫쪽에서 꺾어지면서 휙 나타나는 재한과 부딪치는 해영.
순간, 재한, 서류를 떨어뜨리고, 떨어진 서류를 줍느다 해영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데, 이미 해영은 도망가 버린다.
서류를 줍던 재한, 바닥에 해영이 떨어뜨린 쪽지를 본다. (민원함 앞에 있던 쪽지종이가 접혀져 있는 상태).
재한 뭐지? 쪽지 보는데, 저 앞쪽에서.
형사1 : 이재한! 브리핑 곧 시작해야해.
하면, 재한, 쪽지를 자기도 모르게 주머니에 넣고 서류들을 들고 회의실 안으로 들어간다.
그런 모습위로 자막.
* 자막 - 2000년 8월 3일, 김윤정 유괴사건 발생 5일 5시간 후
씬/8 N, 과거, 진양서 회의실
2000년 8월 3일 달력이 걸린 회의실로 들어서는 재한.
브리핑을 위해 설치된 윤정이의 얼굴사진이 떠 있는 프로젝터 화면 앞으로 향하고
안에서 대기중이던 형사들, 재한의 등장에 각자 자리를 잡고 앉기 시작하는데..
다시 문 열리면서 들어서는 점퍼 차림의 닳디 닳은 느낌의 형사과장 범주(당시 40대 초반, 남)다.
범주 들어서자 형사들, 일동 기립.
범주, 앉으라는 듯 손짓하며 상석에 가서 앉으며.
범주 : (재한 향해) 시작해.
재한 : 김윤정양 유괴사건 중간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사건 발생 일시 2000년, 7월 29일, 하교시간인 13시경으로 추정.
신고접수 시간 같은 날 18시 44분. 사건발생 53시간뒤 오천만원을 요구하는 협박편지가 가족에게 전달 됐습니다.
씬/9 과거, 몽타쥬
-대학가 카페. 쾅, 문 열리면서 들어서는 재한, 치수를 비롯한 형사들
-카페 주인과 손님들을 조사하고 있는 치수, 재한. 과학감식팀 인원들, 카페 안을 샅샅이 뒤지는..
감식팀들, 문고리, 카페 테이블 등에서 지문을 채취하고 있고..
그런 모습들 사이 손님들 중 누군가의 손 언뜻 스쳐지나 가는데 짧게 자른 손톱, 손목에 여러개의 팔찌를 낀 여자의 손이다.
재한(소리) : 협박편지에 명시된 화은동 카페 피렌체로 경찰병력이 출동, 현장에서 용의자 검거는 실패했지만,
-협박편지에서 지문을 채취해내는 감식팀의 모습.
재한(소리) : 테이블에서 협박편지에 찍힌 지문과 일치하는 지문을 발견, 용의자의 신원을 알아냈습니다.
씬/10 N, 과거, 진양서 회의실
안경을 낀 서형준의 주민등록증 사진이 담긴 액정화면 앞에서 브리핑 중인 재한.
재한 : 용의자 이름은 서형준, 나이 21세. 상진대학교에 재학중인 의대생입니다.
자취방과 학교, 고향에 있는 본가에도 경찰병력이 출동해 수색중이지만, 이미 도주한 뒤였고, 신병확보는 아직입니다.
범주 : 핸드폰 위치추적은?
재한 : 두 달 전부터 요금을 못내서 핸드폰이 끊긴 상탭니다.
범주 : ..신용카드 사용내역은 확인했어?
재한 : 서형준은 카드빚이 5천만원이나 되는 신용불량자였습니다. 현재 카드가 정지상태라 추적은 불가능합니다.
범주 : ...(가만히 보다가) 세상이.. 나쁜 놈 천지야.
범주를 보는 형사들, 재한의 시선, 다음 반응이 예상되는 듯 굳는.
범주 : 돈 오천 때문에 어린애 유괴한 놈도 나쁜 놈이고.. 좁아터진 대한민국 땅덩어리에서 그 나쁜 놈 하나 못 찾아내는 니들은
더 나쁜 새끼들이고.. (차가운 시선으로 주변 둘러보며) 이 새대가리들아. 이게 어떤 사건인지 몰라?
전국민이 지켜보는 사건이야. 용의자 특정까지 다 해놓고 그거 하나 못 달고 와?
재한 : 단서가 될만한 게 있습니다. 서형준의 카드내역들엔 여자가 주로 사용하는 물품과 브랜드가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범주 : 서형준한테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거야? 누군지 알아냈어?
재한 :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몇 달 전, 사랑하는 여자 때문에 힘들다고만 얘기하고 이름이나 다른 건 털어놓지 않았답니다.
주변을 계속 탐문중이지만,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쾅’ 문 열리면서 들어서는 날카로운 눈빛의 치수(당시 40대 초반, 남).
치수 : 윤정이 집에 또 협박편지가 왔습니다!
일동, 모두 그 말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치수 : 서영공원으로 22시까지 돈 5천만원을 가지고 오라고 했답니다.
범주 : 뭐해? 안 튀어나가고.
탕탕, 일어서서 방을 빠져나가는 형사들.
그때, 재한 나가려는 범주의 앞을 가로막으며.
재한 : 협박편지와 범인이 접선장소로 지목한 카페에서 서형준의 지문이 발견되긴 했지만 모두 우측엄지지문 뿐이었어요.
범주 : (보는)
재한 : 테이블을 만지거나 편지를 쓰거나 당연히 다른 손가락 지문도 발견돼야 하잖아요. 그런데 엄지 뿐이었다는게 이상합니다.
누군가 마치 일부러 찍은 것 같은 느낌이에요.
범주 : 그래서?
재한 : 서형준의 숨겨진 여자친구.. 좀 더 조사해봐야 합니다.
범주 : 조사해 너 혼자. 혼자 하는 거 좋아하잖아.
재한 : (보는시선)
범주 : 그런데 뒤통수는 조심하는게 좋을 거야.
범주, 차갑게 재한 보고는 나가버리고.. 그런 모습을 보던 치수와 단 둘이 남는 재한.
치수 : 그만 좀 하지. 서형준 주변 여자들 다 조사해봤잖아.
재한 : 선배님도 그만 좀 하시죠. 김범주 과장 옆에 붙어서 빌빌거리는 거.
나가는 재한, 그런 뒷모습을 차가운 눈빛으로 보는 치수.
씬/11 N, 과거, 진양서 강력계 사무실
사무실로 들어와 자기 책상위에서 서형준의 카드명세서 챙기는 재한,
명세서 다 챙긴 뒤, 책상 한쪽에 꽂힌 메모지 ‘8월 3일, 선일정신병원’보고 그 메모지를 주머니에 넣고 돌아서는데
입구에서 들어서다가 멈칫하는 정복 차림의 수현(당시, 20대 중반)과 마주친다.
수현, 재한이 껄끄러운 듯 데면데면 목례하고 뒤돌아서려는데.
재한 : 밥 먹었냐?
수현 : (뒤돌아서서 머뭇머뭇) 예..
재한 : 날을 잡아도 참 잘잡아. 이런 날 전입을 오고..
수현 : ..(보다가) 저기 선배님.. 그때 내가 한 말..
재한 : 이번주 주말쯤은 해결될 것 같아.
수현 : (보는) 예?
재한 : 다 끝나면, 그때 얘기하자.
재한, 자기 할 말만 한 뒤, 성큼성큼 나가버리고.. 수현의 입가에는 두근거리는 엷은 미소.
씬/12 N, 현재, 진양서 강력계 사무실
‘툭’소리와 함께 앞으로 넘어지는 배트맨 액자. 다시 세우는 손, 보면 현재의 수현이다.
그런 수현 옆에서 가식적인 미소짓고 있는 계철.
계철 : 차형사, 그게 말야. 난 진짜, 그 쓰레기봉투가 우리 방화사건이랑 관련이 있는줄 알았거든. 그래서..
수현 : ...(말없이 서류 정리하는)
계철 : (보다가) 아니 기사나면 안된다구 하두 잡아달라구 매달리잖아. 인간적으루 매달린거야. 청탁같은 거 아냐.
수현 : (계속 말없이 서류철 보다가) 뭐 이렇게 처리할 게 많아, 품위없게.
계철 : (바로 서류 갖고 오는) 뭐 이런 걸 신경써. 진짜 인간적으루 매달린거야. (서류철 보며) 내일까지 하면 되지?
수현, 대꾸도 없이 다시 의자에 앉아, 다른 서류작업 시작한다.
씬/12-1 N, 과거, 진양서 건물 주차장
진양서 주차장으로 통하는 뒷문 현관앞.
어린 해영 아직도 가지고 못하고 서성이고 있다. 쪽지가 어딨었지? 주머니부터 뒤져보고, 여기 떨어뜨렸나? 싶은데, 쪽지 없는..
그때, 뒷문쪽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놀라서 도망간다.
해영, 사라지자, 나오는 재한. 뒷문 옆쪽에 세워놓은 자신의 자동차에 올라탄다.
조수석에 가지고 온 지도 내려놓고 출발하려다가.. 문득 생각난 듯, 주머니에 넣은 쪽지를 꺼내 펼쳐보는데..
꼬마 남자아이 글씨로 적힌 글씨 ‘범인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에요’
재한, 이게 무슨 뜻이지.. 보다가 다시 차에서 내려서서 주변을 한번 둘러보는...
그러다가 쪽지 내려 보다가.. 다시 차에 올라탄다. 시동 걸고 차를 출발시키는..
씬/13 N, 현재, 진양서 건물 주차장
전씬과 오버랩되면, 재한의 차가 세워져 있던 바로 그곳에 세워진 ‘폐기처분’이란 붉은 마크가 찍혀진 탑차.
그리고 재한이 나왔던 바로 그 뒷문으로 걸어나오는 해영.
주차장에 주차된 자신의 차를 향해 걷는 해영. 그러다가 보는데, 난감한 얼굴.
건물 후문 옆에 세워놓은 자신의 차 앞을 커다란 탑차 한 대가 가로막고 있다.
뒷문 열려있고 ‘폐기처분’이란 붉은 마크가 찍혀진 누런 포대 두 개 정도가 실려있는 탑차. 밀어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해영 : (짜증 이빠이) 오늘 무슨 어? 인생의 날이야?
씬/14 N, 과거, 몽타쥬
편의점 앞에 멈추는 재한의 차.
사무실에서 가지고 나온 서형준의 카드명세서 목록에 적힌 편의점 위치를 확인, 지도를 펼치고 체크를 한다.
지도에는 벌써 여러 곳에 체크가 돼 있는데, 그런 지도를 보다가 멈칫하는 재한.
지도에 동심원을 그리고 있는 체크된 표시. 그런 원 중앙에 위치한 산. 그리고 산에 표시된 병원 표시. ‘선일 정신병원’이다.
재한, 보다가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서 본다. ‘8월 3일 선일정신병원’ 가만히 바라보는...
씬/15 N, 현재, 진양서 건물 외곽
탑차 앞에 적힌 전화로 전화를 하고 있는 해영. 그런 해영의 모습에서 탑차 안 시계 보여지면 11시 20분에서 21분으로 넘어간다.
* 자막 – 2015년 7월 27일, 김윤정 유괴사건 공소시효 종료 3일 전
씬/16 N, 과거, 병원 건물 앞
폐업한 듯, 불이 모두 꺼져 있는 3층 정도의 아담한 병원 건물.
출입문에는 ‘폐업예고 - 당 병원은 2000년 7월 29일 폐업할 예정이오니, 이후 더 이상 새로운 환자를 받지 않습니다.
2000년 7월 10일’ 라는 종이가 붙어있다.
그런 문 앞에 서 있는 재한. 후레쉬를 켜고 건물안으로 들어산다.
폐업한지 얼마 되지 않아 집기들만 빠져나간, 조용하고 으슥한 분위기.
* 자막 – 2000년 8월 3일, 김윤정 유괴사건 발생 5일 8시간 후
씬/17 N, 현재, 진양서 건물 외곽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사오니..’ 통화음에 아.. 미치겠네. 다시 한번 전화를 거는 해영.
시계, 11시 22분.
씬/18 N, 과거, 선일병원 일각
재한, 후레쉬를 켜고 병원 내부를 훑어보는 모습들.
씬/19 N, 현재, 진양서 건물 외곽
계속해서 통화를 시도하고 있는 해영.
-인서트
-진양서 강력계 사무실. 홀로남은 수현. 일하고 있는 모습에서 시계 비추면 째깍째깍 흘러가던 시계 11시 23분에 도착한다.
-어두운 건물 안의 괘종시계 역시 11시 23분.
-탑차 안의 시계 11시 23분이 되는 순간.
-탑차 안 포대 자루 중 하나에서 울리기 시작하는 ‘치치칙’하는 무전기 잡음소리.
핸드폰으로 탑차기사한테 전화하던 해영, 뭔 소리지?
씬/20 N, 과거, 선일병원 건물 외곽 뒤편
후레쉬를 들고 굳은 얼굴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재한.
그때 역시 들려오는 ‘치치칙’ 잡음소리.
무전기를 바라보는데, 주파수가 마구 흔들리고 있다.
씬/21 N, 현재, 진양서 건물 외곽
호기심에 탑차 뒤쪽으로 다가가는 해영.
씬/22 N, 과거, 선일병원 건물 외곽 뒤편
재한, 무전기의 송신 버튼을 누르고 입 쪽으로 가까이 댄다.
재한 : ..박해영 경위님. 나 이재한 형삽니다.
씬/23 N, 현재, 진양서 건물 외곽
핸드폰으로 통화시도 중이던 해영. ‘박해영 경위님’ 소리에.
해영 : 어, 여보세요?
하다 여전히 통화시도중인 핸드폰 보고 ‘뭐야? 이거...’
다시 한번 치치칙 잡음 사이로 들려오는 재한의 목소리.
재한(소리) : 박해영 경위님, 거기 있습니까?
어이없이 주변을 둘러보던 해영, 소리의 근원지를 쫓아간다. 탑차 안, 포대자루 쪽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해가지 않는 시선으로 그런 포대자루를 본다.
씬/24 N, 과거, 선일병원 건물 외곽 뒤편
후레쉬로 어딘가를 비추는 재한. 맨홀 내부를 비춘다.
재한 : (무전기에 대고) 당신이 얘기한 한정동 선일정신병원입니다. 건물 뒤편 맨홀에 목을 맨 시신이 있어요.
씬/25 N, 현재, 진양서 건물 외곽
해영, 이해는 가지 않지만, 무슨 소리지? 호기심이 생긴 듯 소리가 들려오는 탑차안으로 올라서는데..
더욱 선명하게 들려오는 무전기 소리.
재한(소리) : 김윤정 유괴사건 용의자 서형준 시신입니다. 엄지손가락이 잘려있어요.
누군가 서형준을 죽이고 자살로 위장한 겁니다.
해영, 더욱 놀라 멈칫한다.
해영 : 김윤정.. 유괴사건...
해영, 설마 하는 심정으로 다급히 포대자루를 이리 저리 들춰보는데.
재한(소리) : 서형준은 진범이 아니에요. 진범은 따로 있습니다.
그때, 한 포대자루 안. 무전기의 초록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해영, 다급히 그 포대자루를 열고, 뒤지기 시작하는데, 그 안에서 나오는 증거물 봉투 안에 들어있는 낡디 낡은 무전기.
재한의 경우와 똑같이 초록불빛, 주파수도 마구 흔들리고 있다.
해영, 다급히 송신버튼을 누르고 얘기한다.
해영 : 당신 누굽니까? 그게 무슨 소리에요? 선일정신병원이요? 거기 어디에요?
씬/26 N, 과거, 선일병원 건물 외곽 뒤편
재한 : 여길 나한테 말해준 사람은 경위님이에요.
하는데, 재한의 뒤쪽으로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슥 지나가고..
재한 뒤를 휙 돌아보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재한 : 왜.. 나한테 여길 오지 말라고 한 거죠?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겁니까?
순간, ‘퍽’ 재한의 뒤통수를 가격하는 둔기.
씬/27 N, 현재, 진양서 건물 외곽
해영, 뜻 모를 재한의 소리를 듣다가.
해영 : 그게 무슨 소리에요? 나 알아요? 당신 어느 서 누굽니까?
하지만, 이미 불빛 꺼지고 잠잠하기만 한 무전기.
해영. 쾅쾅 여기저기 쳐보지만, 여전히 무전기는 잠잠하다.
그러다가 무전기를 여기저기 살펴본다. 무전이 오기엔 너무나 낡은 무전기.
어두컴컴하고 으슥한 건물 뒤편을 슥 보다가..
귀신이라도 본 시선으로 무전기를 내려다보던 해영. 자기 뺨을 한 대 찰싹 쳐본다. ‘아...’ 아프다.
씬/28 N, 진양서 건물 입구
뭐가 뭔지 영문을 모르겠는 표정으로 건물 뒤편에서 차를 몰고 정문쪽으로 나오는 해영.
그런 해영의 시선에 경찰서 정문 앞에 서서 여전히 1인시위 중인 늙은 윤정모가 들어온다.
크게 흔들리는 해영의 눈빛.
-인서트
-1씬, 현관앞에서 엄마를 기다리다가 자기를 바라보던 윤정이의 시선.
-뭔가 무서운 걸 본 듯 고개를 휙 돌려 빠르게 정문을 빠져나간다.
씬/29 N, 북대문지구대 외경
도심이 아닌,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지구대.
씬/30 N, 북대문지구대
한가한 지구대. 근무복차림의 40대 중반의 경사와 사발면을 먹고 있는 사복차림의 해영.
경사. 해영이 가져온 무전기 보며.
경사 : 이거 뭐 골동품을 가지구 오셨데. 이거 나 처음 시작할 때 쓰던 거 같은데.
해영 : 그렇게 오래된 거에요?
경사 : 근데, 이게 무전이 된다구요? (살펴보며) 이거 빠떼리두 없는데..
해영 : (먹다 정색) 빠떼리가 없어요?
경사 : 응. 이것 때문에 나오신 거에요? 당직두 아닌데?
해영, 말도 안된다 멍하니 무전기를 바라본다.
-시간경과되면 책상에 앉아있는 해영. 책상위에 놓여진 무전기를 바라보다가..
해영 : 그래. 내가 요즘 너무 과로했어. 이거야 말로 강박이지..
해영, 무전기를 서랍안에 쑤셔집어넣으려다가 멈칫. 그런 해영의 귓가에 울리는 재한의 목소리.
재한(소리) : 김윤정 유괴사건 용의자 서형준 시신입니다. 엄지손가락이 잘려있어요.
누군가 서형준을 죽이고 자살로 위장한 겁니다.
씬/31 N, 선일병원 외곽
해영의 손에 들린 무전기에서 서서히 화면 빠지면,
이른 새벽 내가 여기에 왜 와있나 싶은 얼굴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해영.
해영의 시선 쫓아가보면 두꺼운 철문 앞에는 ‘(구)선일정신병원 외부인 출입금지 당 건물은 국가 관리 대상 건물로서
무단으로 출입할 시 형법 319조 주거침입죄에 해당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해영, 가방 안에 무전기를 넣고 행동하기 편하게 가방을 옆으로 맨다.
-시간경과 되면 담을 낑낑거리며 넘고 있는 해영.
해영 : (얼굴 시뻘개져서) 이건.. 내가 미치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기 위한거야. 내가 완전 정상이라는 증거...
얼굴 시뻘개져서 담을 쿵 넘어 월담에 성공하는 해영.
콜록콜록 먼지에 정신없다가 겨우 정신 차리고 고개 들어 보면
해영의 눈앞에 15년 전보다 훨씬 더 흉측한 폐건물이 된 선일정신병원 건물이 보인다.
해영 : (가만히 그런 건물을 보다가) ....내가.. 미쳤지..
건물로 향하면서 주차장을 지나는 해영, 과거에 설치해 놨던 듯한 주차권을 뽑는 바를 스치듯 지나간다.
씬/32 N, 선일병원 건물 안
과거보다 훨씬 더 황폐해진 건물 내부.
한치 앞도 잘 보이지 않는 버려진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해영. 손전등을 꺼내 불빛에 의지해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복도 쪽으로 긴장한 얼굴로 들어서다가 건물 뒤편으로 나 있는 출입구를 발견한다.
멈칫하다가 천천히 그쪽을 향해 걸어간다.
씬/33 N, 선일 병원 건물 뒤편 외곽
달빛 아래 드러난 황폐한 병원 뒤편.
해영, 주변을 둘러보는데.. 저 앞쪽 맨홀 뚜껑이 보인다.
재한(소리) : 당신이 말한 한정동 선일정신병원입니다. 건물 뒤편 맨홀에 목을 맨 시신이 있어요.
맨홀 뚜껑을 보자 으스스해지는 해영. 한발 두발 다가간다.
엉덩이 최대한 뺀 상태에서 발발 떨리는 손으로 맨홀 뚜껑을 쾅 열어젖히면서 자기도 모르게 ‘헉’ 소리 지르는데
맨홀 안은 텅 비어 있다.
해영 : (왕짜증) 아, 진짜 내가 뭐하는 거야. 지금. 밧데리도 없는 무전기부터 말이 안되잖아.
해영, 그냥 나가버리려는 듯, 몸을 돌려 건물 출입구를 향해 돌아가려는데
저 멀리 또 다른 맨홀 뚜껑을 보고 멈칫.
저길 열어봐 말아.. 가만히 생각하다가 뚜벅뚜벅 다가와서 망설임없이 뚜껑을 열어젖힌다.
순간 놀라서 뒷걸음질 치던 해영, 뭔가에 걸려 넘어지면서 손전등을 떨어뜨린다.
순식간에 어두워지는 화면. 그 위로 해영의 ‘어...어...으악!!’ 하는 비명소리. 거친 숨소리.
최대한 이성을 찾으려는 듯 이어지다가 다시 손전등을 드는 해영.
천천히 기듯이 맨홀로 다가가 떨리는 손으로 맨홀 뚜껑 철창 안을 비추면,
철창 안, 가느다란 줄이 마치 교수대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
그 아래 빛바랜 청바지, 너덜너덜해진 의복을 걸친채 바닥에 떨어져 있는 백골사체다.
그 밑에는 얼핏 보이는 펼쳐진 채 떨어져 있는 뿔테 안경과 앰플.
백골사체를 바라보는 해영의 떨리는 눈빛에서 들려오는 경찰차의 사이렌소리.
씬/34 D, 동장소
* 자막 - 김윤정 유괴사건 공소시효 종료 2일전
이른 아침, '팍‘터지는 사진기 후레쉬 불빛. 보면 벌써 현장에 도착한 과학감식팀 중
말끔한 옷차림의 감식요원 헌기(30대 중반, 남)를 비롯한 감식요원들, 주변 사진들 찍고 있고,
백골사체는 어느 새 이동침대 위에 눕혀진 채,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런 현장을 모두 지휘한 듯 장갑을 벗는 수현. 사건현장을 표시하는 테잎 너머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해영쪽으로 다가간다.
해영 : 백골사체는요? 이상한 점은 없었어요?
수현 : 이상한 점? 당신이 제일 이상하지. 품위 있는 분이 여기 흉가 체험 왔을리도 없고, 저 시신.. 어떻게 발견한 거야?
해영 : (말문 막힌다)
수현 : 그리고.. 왜 나한테 연락했어? 나랑 탐정놀이 한번 더 하고 싶어서?
해영 : ...그래도 안면이 있는 형사가 나을 것 같아서요.
수현 : (무슨 소리지 보는)
해영 : 이게.. 진짜 말도 안되는 미친소리로 들릴꺼라는 건 아는데요...
수현 : (보는)
해영 : 그냥 아무 이유 묻지 말고 저 백골사체 디엔에이를
15년 전 김윤정 유괴사건 용의자 서형준 디엔에이와 비교해 줄 수 있겠어요?
수현 : (생각지도 못한 말에 당황하며 눈빛 굳는) 김윤정...김윤정 유괴사건?
씬/35 D, 국과수, 특수부검실
차가운 스테인레스 침대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선일병원에서 발견된 백골사체.
그 옆에는 백골사체를 부검중인 법치의학자 윤서(30대 초반, 여) 옆에 서 있는 수현과 상반된,
치마에 블라우스 같은 깔끔한 차림. 그 위에 가운을 걸쳤다.
긴장된 얼굴의 수현, 백골사체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윤서 : (백골사체를 살펴보며) 성별은..
수현 : (긴장한 시선으로 본다)
윤서 : 남자에요. 대퇴골의 길이를 봤을 때, 키는 000센티 전후.
수현 : ..나이는요?
윤서 : (힐긋 보다가) 차형사님이 계속 찾던 그 사람은 아니네요. 나이가 맞지 않아요.
수현 : (내색하지 않지만, 약간 긴장이 풀리는)
윤서 : 치아 상태로 봤을 때, 사망 당시 나이는 20대 초중반.
수현 : 엄지손가락 뼈는요?
윤서 : 좀 더 정밀검사를 해봐야겠지만, 인위적으로 잘려졌을 가능성이 커요. 메스같은 날카로운 도구로 추정됩니다.
그때, 쾅 문 열리면서 다급히 들어서는 유전자 감식요원.
수현 : (들어서기 무섭게) 디엔에이 감식결과 나왔어요?
씬/36 N, 진양서 조사실 밖 복도
복도 한 편에서 지구대 경사와 통화중인 해영.
해영 : 그래서 찾아봤어요?
경사(소리) : 현직 경찰 중에 이재한이란 사람은 세 명이였는데. 다들 통화 해보니까 김윤정 유괴사건에 대해선 전혀 모르던데요.
해영 : (자기도 미치겠다. 자기한테 하는 듯) 그럼 그 사람이 귀신이란 얘깁니까?
경사(소리) : 그러니까 그 사람이 누군데 이래요?
해영 : (아... 머리아퍼) 알겠습니다. 끊어요.
전화 끊는 해영. 당최 뭐가 뭔지 모르겠다.
해영 : (기가 막힌 혼잣말) 아, 진짜.. 뭐야.. 내가 미친건가?
그때, 복도 저편에서 수사자료가 든 봉투를 들고 해영을 찾는 듯 주변을 둘러보며 다급히 걸어오던 수현,
해영을 발견하자 잡아먹기라도 할 듯 다가온다.
그 기세에 해영, 자기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서는데..
그런 해영을 거칠게 잡아 조사실 안으로 잡아끄는 수현.
씬/37 N, 조사실
조사실 안으로 밀려진 해영, 놀라서 수현을 보며.
해영 : 왜..
수현 : (다그치는) 당신, 도대체 뭐야? 그 시체가 서형준인 걸 어떻게 알았어?
해영 : (설마....) 진짜에요? 그 시체가 정말 서형준이였어요?
수현 : 대답해. 거기 서형준 시체가 있는 거 어떻게 알았냐구?
해영 :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기도 혼란스러운) 아.. 진짜 미치겠네.
수현 : 김윤정 유괴사건 때, 현장에서 검출된 서형준의 지문은 엄지 뿐이었어.
그런데 오늘 발견된 서형준의 시신에는 엄지손가락이 없었어. 누군가가 자른 거지.
해영 : (보는)
수현 : (다그치는) 김윤정을 유괴한 진범이 서형준을 죽이고 그 엄지손가락 을 잘라서 지문을 남긴거야.
그러니까 서형준 시신이 거기있는 걸 아는 사람은 진범밖에 없다는 얘기지.
그런데, 당신 그걸 어떻게 안거야? 당신, 그 진범이랑 무슨 관계야?
그때,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치수(소리) : 그만해.
돌아보는 수현, 조사실로 들어서는 중년으로 접어들었지만, 날카로운 눈빛 은 여전한 치수(현재, 50대 중반, 남)다.
치수를 여기까지 안내한 듯 함께 들어오는 계철.
치수 : 서형준, 시신 발견된 게 사실이야?
수현, 치수 뒤의 계철 한번 보고, 계철 시선 피하는.
치수 : 대답해.
수현 : ...예.
치수 : (가만히 수현 내려다보다가) 좋아. 백골사체 자료 다 넘겨.
수현, 짐작 가는 바가 있다, 꿈틀. 해영 역시 놀라서 보고.
해영 : 누구신데, 수사자료를..
수현 : (그런 해영 막아서며) 누가, 왜 서형준을 죽인건지 알아내야 합니다.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들을 감식팀에서 분석중입니다.
-인서트
-진양서 과학감식팀.
서형준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의류 증거들과 맨홀안에서 발견된 앰플과 안경 등 증거물들을 감식하고 있는 헌기.
백골사체가 걸쳤던 바지 주머니 안에서 핀셋으로 뭔가를 꺼내는데
보면 거의 너덜너덜 헤져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종이덩어리가 나온다.
-다시 조사실로 돌아오면
수현 : 증거만 잡아내면...
치수 : 15년전 사건이야. 발견되기도 힘들겠지만, 있다고 해도 오염됐겠지.
수현 : ..(말문 막히는)
치수 : 증거는 사라지고 증인의 기억도 왜곡되고.. 미제사건 수사가 그래서 힘든거야.
수현 : 하지만..
치수 : (말 자르며) 이건 내 뜻이 아냐. 공소시효 고작 29시간 남았어. 15년 동안 풀리지 않은 사건이 그 시간 안에 풀릴 것 같아?
일 크게 만들지 말고 순리대로 해.
수현, 가만히 치수를 보다가 어쩔 수 없이 들고 있던 자료를 넘기고, 자료를 건네받은 치수, 조사실을 나간다.
해영 : (그 모습 보다가) 지금 뭐하는 거에요?
수현, 대답없이 열받은 얼굴로 나가고, 해영, 계철에게.
해영 : 도대체 저 사람 누구냐구요?
계철 : 알아서 뭐하시게. 이 사건 경찰청 차원에서 종결될 거니까 그만하고 가세요.
씬/38 N, 경찰청 건물 외곽
경찰청 건물 앞에 멈춰서는 자동차. 치수, 수사자료가 담긴 서류봉투를 들고 내려선다.
벌써 냄새를 맡은 기자들, 치수에게 달려든다. ‘김윤정 사건 용의자가 발견됐습니까?’ 질문들 쏟아지고..
씬/39 N, 경찰청 복도
뚜벅뚜벅 복도를 걸어오는 치수. 저 앞쪽으로 ‘수사국장실’이란 명패.
씬/40 N, 수사국장실
‘수사국장 김범주’라는 명패에서 서서히 빠지면, 누군가와 통화중인 범주. (현재 50대 중반).
과거의 점퍼차림과는 상반된 깔끔한 슈트차림이다.
범주 : (정중한) 경찰청 차원에서도 좋은 홍보가 될 듯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범주, 전화 끊는데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문 열리면서 들어서는 치수. 목례한 뒤 다가와서 책상위에 서류봉투를 놓는다.
범주 : (미소로) 수고했어.
치수 : 그때.. 이재한 형사 생각이 맞았습니다.
범주 : ...무슨 소리야?
치수 : 서형준, 엄지손가락이 없었어요.
범주 : 15년동안 방치된 백골사체야. 훼손되는 게 당연하지.
치수 : 메스로 잘렸다는 부검의의 소견이 있습니다.
범주 : (미소 가시며 보는) 이 새끼가 어따대고 꼬박꼬박 말대꾸야.
이 사건 때문에 이재한 사건까지 까발려지면 니가 책임질 거야?
치수 : ...(흔들리는)
범주 : (보다가 다시 미소) 아무래도 자살이..깔끔하겠지?
씬/41 N, 진양서, 강력계 사무실/복도
수현,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면서 팩스를 받고 있다.
팩스로 받은 두꺼운 서류를 가방에 넣고 밖으로 나서는데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해영.
해영 : 얘기 좀 해요.
수현 : 나중에.
수현, 해영을 지나쳐서 비상구 계단 문 열고 내려가버리고..
그런 수현을 쫓아가는 해영.
씬/42 N, 진양서, 비상구 계단
계단을 뚜벅뚜벅뚜벅 내려가는 수현.
해영, 그런 수현의 뒷모습에 대고.
해영 : 진짜 이대로 포기할 겁니까?
수현 : (말없이 걸어내려간다)
해영, 그런 수현을 보다가 빠르게 내려가서 앞을 가로막는.
해영 : 아까 물어봤죠. 진범을 알고 있냐고. 예. 압니다. 난 진범을 봤어요.
수현 : (멈칫해서 보는)
해영 : 윤정이를 데려간 사람. 내가 봤어요. 얼굴은 정확히 보지 못했지만.. 진범을 봤어요..
수현 : (보는) 그게... 정말이야?
해영 : ...서형준은 아니었습니다. 윤정이를 데려간 건 여자였어요.
수현 : ..(놀라서 멈칫하다가) 왜 봤으면서 지금까지 얘기 안한 거야?
해영 : 안했을 꺼라고 생각합니까?
수현 : (보는)
해영 : 얘기했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수현 : (굳은 얼굴로 보는)
해영 : 그래도 처음엔 믿었어요. 그래도 경찰이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그 여자를 잡아주겠지.. 언젠간 잡아주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하는 건 없었어요.
-2씬, 몽타쥬 마지막, 일인시위중인 윤정모를 바라보고 있는 초등학생 해영.
-시간이 지나 중학생 해영이 지켜보고 있다.
해영 : 그래서 다시 관할서를 찾아갔습니다. 몇 번이나 찾아가서 얘기도 해보고 민원도 넣어봤지만, 그때도 똑같았어요.
돌아가 있어라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 예전처럼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어요. 당신들은 언제나 그랬어.
수현 : ...
해영 : 그 이유를 나중에 알았죠. 김윤정 유괴사건을 건드리는 건, 경찰이, 당시 수사팀이 잘못 수사했다는 걸 인정하는 거니까..
경찰 얼굴에 먹칠을 하는 거니까..
씬/43 N, 경찰청 건물 앞
로비를 지나 경찰청 현관을 통해 걸어 나오는 범주.
현관 앞에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 범주를 향해 플래시를 터뜨리고, 질문들이 쏟아진다.
‘김윤정 유괴사건의 용의자 시신이 발견됐다는 게 사실입니까?’ ‘디엔에이 분석결과가 나왔나요?’ 몰려드는 기자들.
범주를 둘러싼 전경들, 범주가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인간 장벽을 쌓고
그 사이로 범주, 뚜벅뚜벅 정문 쪽으로 향하다가.. 우뚝 멈춰 선다.
서서히 웅성거림이 잦아들고, 조용해지는 기자들.
범주의 시선이 멈춘 곳. 창백한 낯빛의 윤정모가 떨리는 시선으로 서 있다.
범주, 옷깃을 매만진 뒤 다시 걸어가 윤정모 앞에 선다.
윤정모 : (떨리는) 범인을.... 잡은...건가요?
씬/44 N, 진양서 비상구 계단
해영 : 당신도.. 다른 형사들처럼 못들은 걸로 할건가요?
수현, 그런 해영보다가 마치 못들은 걸로 하겠다는 듯이 돌아서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해영, 답답한 얼굴로 ‘차형사님!’ ‘이것봐요!’ 부르면서 쫓아 내려가는데, 그런 해영에게.
수현 : (내려가며) 미제사건이 왜 엿같은 줄 알아? 범인이 누군지, 동기가 뭔지 모든 게 해결된 사건은
내 가족이 왜 어떻게 무슨 이유로 죽었는지 알았으니까.. 비록 힘들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묻을 수 있지만,
미제사건은 내 가족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왜 죽었는지 모르니까 잊을 수 없는 거야. 하루하루가 지옥같지.
해영 : (눈빛 차가워지는) 그래서 이렇게 조용히 접겠다는 건가요?
수현, 휙 뒤돌아 해영을 본다.
씬/45 N, 경찰청 앞
범주, 정중하게 손에 든 서류봉투를 윤정모에게 건넨다.
떨리는 손으로 서류봉투를 여는 윤정모. 국과수 부검 전 찍은 백골사체 사진이다.
파파파팍, 터지기 시작하는 플래시.
범주 : 용의자는 사건 직후,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걸로 추정됩니다.
윤정모 : (눈가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범주 : ....(허리 숙여 인사)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윤정모 울음이 터지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고, 그런 윤정모를 부축하는 범주.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둘러싸고 사진을 찍어대는 기자들.
씬/46 N, 진양서, 비상구 계단
해영을 보는 수현.
수현 : 아니.
해영 : (보는 눈빛)
수현 : 잡겠다는 거야. 그러니까 그만하고 돌아가.
돌아서서 1층으로 빠르게 내려가는 수현.
해영, 그런 수현을 뒤쫓으며.
해영 : 어떻게요? 차형사님! 경찰 병력이 다 동원돼도 모자랄 판에 당신 혼자 하겠다구요?
하지만 해영 쳐다도 안보고 수현, 나가려는 듯 비상구 문 열려고 하는데, 붙잡는 해영.
해영 : 같이 해요. 나도 돕겠습니다.
수현 : ...내가 얘기했지? 너 경찰이랑 맞지 않는다구.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뺏지 말고 빠져.
수현, 비상구 문을 여는데 멈칫한다.
씬/47 N, 진양서 1층 로비
로비에 모여있던 기자들, 비상구 문 열리면서 수현이 등장하자, 모두의 시선이 수현 쪽으로 쏠린다.
기자1 : (수현에게 마이크 들이대며) 김윤정 사건 담당형사죠? 서형준의 시신을 어떻게 발견하게 됐습니까?
기자1의 질문을 시작으로 수현에게 몰리는 마이크들, 질문 세례들
‘발견장소는 어디였죠?’ ‘처음 발견당시 모습은 어땠나요?’ ‘유서는 발견됐습니까?’
수현, 그런 기자들을 피해 나가려고 하지만, 몰려든 기자들의 숫자가 워낙 많다.
기자1 : (다시 한번) 서형준은 자살이 확실합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신거죠?
순간, 수현의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해영(소리) : 아뇨. 서형준은 자살이 아닙니다.
놀라서 굳은 눈빛으로 해영을 보는 수현, 기자들,
로비를 오가던 사람들. 형사들, 그들 중에 계철도 보이고.
해영 : 서형준은 타살입니다. 윤정이를 유괴한 진범이 죽인 겁니다.
놀란 얼굴의 기자들, 수현 등 잠시의 정적이 흐르다가..
기자들, 너나할 것 없이 마이크를 들이대며 질문을 퍼붓는다. ‘누구시죠?’ ‘이름과 계급 대주세요’ ‘그게 사실입니까?’
수현, ‘돌아가 주세요. 그만해요’ 몰려드는 기자들을 막아보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해영 : 난 서형준의 시신을 발견한 최초 목격잡니다. 서형준은 엄지손가락이 짤린 채로 선일정신병원에서 발견됐습니다.
자살이 아닙니다.
수현 : (이 사람이 무슨 얘기를) 그만해! (로비의 다른 형사들 부르는) 뭐해요! 기자들 막아요!
벙쪄서 해영이와 기자들을 보던 계철을 비롯한 형사들 달려와 기자들을 떼어내지만,
해영의 얘기를 들으려는 기자들을 떼놓기가 쉽지 않다.
해영 : 윤정이와 서형준을 죽인 진범은 15년전 폐업한 선일정신병원에서 일하던 간호삽니다. 나이는 30대 중후반. 키는 165전후!
메스에 익숙한 수술방 경험이 있는 간호사에요.
수현 : 끌어내요!! 빨리!!
해영 : (카메라를 바라보며) 15년 동안 아무 죄책감 없이 살았겠지만, 이제 당신은 끝났어! 확실한 증거가 발견됐으니까!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비상구 쪽으로 해영이를 억지로 끌고 들어가 쾅! 문을 닫는 수현.
씬/48 N, 진양서, 비상구 계단
쾅, 거칠게 해영이를 밀어버리는 수현.
수현 : 미쳤어?!
해영 : 잡는다면서요! 이 방법밖에 없어요!
수현 : ...
해영 : (눈빛 침착하다) 시간이 없잖아요. 이제 27시간 밖에 남지 않았어요. 이게..마지막 기회에요.
씬/49 N, 경찰청, 수사국장실
국장실로 돌아와 쇼파에 앉는 범주,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치수.
범주 : (흡족한 얼굴로) 뉴스 틀어봐.
치수, 리모컨으로 텔레비전을 틀자, 흘러나오는 뉴스 화면 ‘경찰청 수사결과발표 진실논란’ 이란 띠자막이 흐르며
진양서 로비에서 인터뷰한 해영의 영상이 여과 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서형준은 타살입니다. 윤정이를 유괴한 진범이 죽인 겁니다’
놀라서 얼굴 굳는 범주, 쾅 테이블을 치고 일어서는 치수 역시 굳은 눈빛으로 뉴스화면을 바라보는.
씬/50 N, 영인병원 일각
대형 규모의 영인병원, 환자들이 묵는 병실 복도를 걷고 있는 누군가의 발. 틸업하면 간호사 복장의 뒷모습.
그런데, 열린 병실 문 너머로 들려오는 뉴스에 등장한 해영의 목소리.
해영(소리) : 윤정이와 서형준을 죽인 진범은 15년전 폐업한 선일정신병원에서 일하던 간호삽니다.
나이는 30대 중후반. 키는 165전후!
우뚝 멈춰서는 발. 천천히 열린 병실 쪽으로 다가가면 6인용 병실에 설치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들.
화면에는 인터뷰 하고 있는 해영을 찍은 동영상 마치 범인에게 얘기하듯 카메라를 응시하며 얘기하는 해영의 모습.
해영 : 15년 동안, 아무 죄책감도 없이 살아왔겠지만, 이제 당신은 끝났어! 확실한 증거가 발견됐으니까!
가만히 그런 화면을 복도 밖에서 바라보는 누군가의 모습.
아수라장이 되는 화면 끊기고 진양서를 배경으로 브리핑하는 기자1.
기자1 : 서형준의 사인이 자살로 추정된다는 경찰청의 발표 직후,
최초 시신을 발견한 박모 경위가 서형준의 살해가능성을 주장하고, 담당 형사 차모 경위마저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
의혹은 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 김윤정 유괴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26시간여 남은 지금
경찰이 범인을 체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그런 화면을 보다가 뒤로 한걸음 두 걸음씩 뒷걸음치는 발.
돌아서서 데스크 쪽으로 걸어가는데 데스크에 모여있는 간호사들 수군거리고 있다.
간호사1 : 선일정신병원? 거기 있었던 사람 없어?
멈춰서서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누군가에게 다가와 팔을 툭 치는 사람. 단정하게 머리 묶은 고지식해 보이는 간호사2다.
간호사2 : 뉴스 봤어? 선일병원 얘기가 나오던데?
그런 간호사2를 바라보는 누군가. 그제서야 드러나는 얼굴, 30대 중반, 유니폼에는 ‘강세영’이란 명찰.
씬/51 N, 진양서 강력계 사무실
정적이 감도는 강력계 사무실 테이블에 앉아서 전화기만 바라보고 있는 수현과 해영.
계철을 비롯한 다른 형사 서너명 정도는 어색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각자 자리에 앉아있는데,
‘쾅’ 문 열리면서 들어서는 치수. 벌떡 일어서는 계철.
계철 : 그게.. 저는 최대한 말려볼려구 했는데..
하는데 살벌한 눈빛으로 해영을 향해 저벅저벅 다가가는 치수,.
수현, 눈치채고 해영 가로막으려 하지만, 이미 치수 전화기 집어들고 해영 쪽을 향해 집어던진다. ‘쾅’ 박살나고..
치수 : (죽일 듯이 다가서며) 야, 이 개새끼야! 너 뭐하는 새끼야?!
치수의 성격을 아는 듯, 계철과 형사들, ‘팀장님 진정하세요’ 막고
해영, 생각지 못한 치수의 기세에 자기도 모르게 한발 물러서는데 그런 해영 앞을 가로막는 수현.
수현 : 제가 그러라고 한겁니다.
치수 : (수현 노려보는) 자살이 아니다.. 담당형사도 그 터무니 없는 주장을 인정했다?..
제정신이야?! 내가 뭐라고 했어. 내 말이 말같지 않아?!
수현 : 전 말씀하신대로 했습니다. 순리대로 하라고 하셨잖아요.
치수 : 뭐?
계철 : (아슬아슬하다) 차형사...쫌.
수현 : 사체가 발견됐고, 타살의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15년 전 경찰이 묵살했던 목격자의 증언도 있습니다. 제대로 수사하는 게 순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치수 : (눈빛 움찔하다가) 목격자?
수현의 뒤쪽에서 해영, 떨리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며.
해영 : 내가 봤습니다. 범인은 여자였어요.
치수, 그제서야 해영 보는.
-인서트
-1씬, 정글짐 앞에 서 있던 여자.
해영(소리) : 당시, 정글짐 3층이 어깨까지 왔었습니다. 그걸 기준으로 하면 키는 165전후에요.
-우산을 들고 있던 여자의 여러 모습들 보여지는
-윤정이를 데리고 사라지는 여자의 뒷모습.
해영(소리) : 목걸이, 팔찌, 지나치게 화려한 장신구에 원색 신발. 자신의 목적을 위해 어린아이를 납치 살해한 점등을 보면
무감각형 자기애적 인격장애자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성격의 경우 타인을 무시하고 신뢰하지 않아요.
서형준과 공모했을 리 없습니다. 처음엔 단독 범행이였을 꺼에요.
-강력계 사무실
해영, 목 가다듬으며 여전히 치수에게 설명하고 있다.
해영 : 그런데 서형준에게 범행을 들켰을 겁니다. 처음부터 이용할 생각은 아니였을 꺼에요. 위험부담이 크니까..
서형준은 자수를 권했거나, 자기가 신고하겠다고 했겠죠. 그래서 서형준을 죽인거에요..
-인서트
-여자의 자취방. 평범한 자취방에 정신을 잃은 윤정이와 가방을 안아드는 형준.
그런 형준을 부들부들 주먹을 쥐고 바라보고 있는 여자.
해영(소리) : 저 인간을 죽이자. 그리고 모든 죄를 저 사람에게 덮어씌우자.
-강력계 사무실로 돌아오면
해영 : 자기보다 힘이 센 남자를 어떻게 죽여야 할까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곳, 익숙한 장소,
게다가 쉽게 죽일수 있는 약품이 있는 곳, 선일병원으로 유인한 겁니다.
-인서트
-선일정신병원, 뒤편 맨홀이 있는 공간.
거칠게 보여지는 화면, 여자, 주머니에서 주사기를 꺼내 형준의 등에 꽂아버린다.
놀라서 바라보는 형준, 화내면서 여자를 뒤로 밀쳐버리고 그러나 반항하는 여자.
둘 사이에 몸싸움이 오가고, 반항하다가 형준의 얼굴을 밀쳐버리며 형준의 안경이 떨어지는 순간,
약기운이 퍼지는 듯, 무릎이 꺾이는 형준.. 서서히 무너진다.
바닥에 쓰러진 형준을 바라보는 여자의 뒷모습.
해영(소리) : 그리고 서형준의 엄지손가락을 자르고 윤정이도 죽인 거죠.
-다시 강력계 사무실로 돌아오면
해영 : 선일병원의 관계자가 아니곤 들어갈 수 없는 건물 뒤편을 알고 있었던 병원 관계자.
붉은 립스틱과 하이힐에 어울리지 않게 손톱은 깨끗했어요. 매니큐어를 바르거나 손톱을 기를 수 없는 특정 직업.
메스에도 익숙한 수술방 간호사였을 겁니다.
치수, 해영을 보다가 기가막힌 얼굴로 수현을 보는.
치수 : 너..지금 아무 증거도 없이 저 햇병아리가 나불대는 말도 안되는 소설 따위 믿고 이런 거야?!
수현 :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치수 : 뭐?
해영 : (역시 수현이 자기 편을 들어주자 의외인 듯 보는)
수현 : 시신이 발견된 곳은 외부인 출입금지구역, 병원 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곳이었고,
엄지가 잘려진 모양, 앰플 증거를 봤을 때, 주사기와 메스에 익숙한 의료진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의사는 아니었어요.
수현이 아까 팩스로 받았던 서류를 치수에게 내민다.
수현 : 폐업하기 전 5년간 선일병원 직원급여 목록입니다.
치수, 한 장, 두 장 넘기면 사진은 없고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직급만 나와있다.
수현 : 그 당시 여자 의사는 두 명 뿐이었는데, 한명은 40대였고, 나머지 한 명은 임신중 휴직상태였습니다.
또, 서형준의 카드내역을 보면 거의 20대 초반 여자들이 사용하는 브랜드였습니다. 15년이 지났으니 지금은
30대 중후반이 됐겠죠. 그러니까, 범인은 15년전, 선일정신병원에서 일했던 30대 중후반의 간호사가 확실합니다.
씬/52 N, 영인병원 일각
탈의실에서 짐을 싸고 있는 세영의 모습.
씬/53 N, 영인병원 로비
로비를 지나 정문너머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짐가방을 든 세영.
씬/54 N, 영인병원 일각
스테이션으로 다가오는 간호사2, 데스크의 간호사에게.
간호사2 : 강선생, 못 봤어? 아까부터 안 보이네.
간호사1 : 저도 아까부터 찾았는데, 안 보이네요. 근데요... 강선생님, 선일병원에 있지 않았어요? 아까 뉴스가 자꾸 맘에 걸려서..
간호사2 : (말 끊는) 1131호 환자, 바이탈 체크했어요?
간호사1, 간호사2의 반응에 움찔하고는 챠트들고 사라지는..
그러나 간호사2 역시 뉴스가 마음에 걸리는 듯, 가만히 전화기를 바라본다.
씬/55 N, 진양서 강력계 사무실
치수 : 그 정도 정보로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꺼라고 생각하나? 여기에도 나와있지만, 간호사 수 만해도 줄잡아 백명이 넘어.
그 사람들을 모두 만나보겠다는 거야?
해영 : 모두 만나보지 않아도 됩니다.
계철 : 아참, 그 양반 좀 가만히 있으라니까..
하는데, 치수 계철 손으로 막는다. 계속해보라는 눈짓.
해영 : 이렇게 떠들썩하게 만들어 놨으니 선일병원에서 일한 백명이 넘는 간호사들도 이 뉴스를 봤겠죠.
그 중엔 분명.. 범인을 아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치수 : 제보 전화를 노리고 그런 짓을 한 거다? 그런데.. 한통이라도 왔나?
해영 : ...아직 아닙니다.. 한 시간은 넘어야 올껍니다.
치수 : (보는)
해영 : 함께 일하는 동료를 의심해야 하는 일이에요. 처음엔 애써 그런사람이 아닐 거야 생각하려고 하겠지만
그 사람이 의심이 가는 행동을 한다면.. 바로 경찰에 신고하겠죠.
치수 : 의심이 갈만한 행동?
해영 : 확실한 증거가 발견됐다고.. 일부러 거짓말을 했습니다. 15년 동안 잘 숨겨왔다고 생각했는데..
자기가 잡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할까요? 분명히 평소에 안하던 행동을 할겁니다.
갑자기 사라진다던지.. 주변을 정리한다던지..
순간, 때르릉...때르릉... 울리는 전화벨. 모두의 시선, 전화기를 향한다.
하필 계철의 옆에 있는 전화기다. 계철, 어쩌지? 왜 하필 내 옆에 전화가 와서.. 눈치보면서 슬슬 전화기에서 멀어지는데..
치수 : 뭐해? 받아..
계철 : (잽싸게 받는) 진양서 강력1팀입니다. 김윤정 유괴사건이요?
그때, 다른 전화기도 울리기 시작한다. 형사1, 눈치보다가 달려가서 전화 받는..
수현과 해영, 긴장한 얼굴로 전화를 받는 계철과 형사를 보는데..
계철 : (전화 끊고 빠르게 다가오는) 강릉 경안병원 간호사라는데요. 인상착의가 거의 비슷합니다. 이름 손다연. 나이 서른여섯,
제보자에게 선일병원 출신인 걸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엄마네 집에 갔다온다고 나갔답니다.
형사1 : (수화기를 막으며) 이쪽은 충줍니다. 이쪽도 비슷해요.
수현, 치수를 본다.
수현 : 이제라도 정식으로 수사.. 허락해 주십시오.
치수 : ...
수현 : 서형준 사건현장에서 수거된 의류, 앰플, 안경 모두 감식중입니다.
아주 작은 흔적이라도 발견되면 우리가 특정한 용의자의 디엔에이와 비교분석해서 잡을 수 있습니다.
치수 : ...
수현 : 일이 잘못되더라도 제가 모두 책임지겠습니다.
치수 : 니가 책임져?... 니가 뭔데 책임져.
수현 : (보는)
치수 : 용의자 신병확보해서 자백을 받든지, 그 사람이 진범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잡든지.
24시간 안에 해내야 기소할 수 있다. 자신 있어?
수현 : (보다가)...예.
치수, 그런 수현을 보다가.
치수 : 범인 못 잡아오면 오늘 사고친 것까지 두 배로 죽을 줄 알아.
(형사들 둘러보며) 차수현이 현장 지휘하고, 강력1팀이 지원해줘.
씬/56 N, 몽타쥬
-밤, 비상등을 켜고 질주하는 자동차 안,
운전 중인 수현과 조수석에서 과거 수사자료들 중 서형준 명의의 카드내역들을 확인하고 있는 해영.
해영 : 서형준 카드의 실제 사용자는 그 여자가 맞아요. 자기애가 강한 사람 답게 쇼핑중독으로 보입니다.
한정품을 보유한 고급 브랜드 샾을 주로 이용했어요.
-강릉 경안병원 로비로 뛰어들어오는 수현과 해영.
수현, 뚜벅뚜벅 앞장서고, 해영은 주변을 둘러보며 뒤를 따른다. 로비에 걸린 시계, 벌써 새벽 네시를 넘어서고 있다.
해영(소리) : 이런 경우 화려한 색, 독특한 디자인을 선호하고 유행에 민감한 편입니다.
자신을 비추는 거울을 필수품으로 가지고 다닐 가능성이 높아요.
-제보자와 함께 간호사 탈의실로 들어서는 해영과 수현.
제보자 : 저게 그 분 캐비넷이에요.
수현 : (걸어가며 제보자에게) 말씀하신 동료분, 평소 행동은 어떤가요? 씀씀이가 헤프다던가..
제보자 : 아뇨. 걔 엄마 병원비 내느라고 카드도 안쓰는 앤데..
수현, 해영, 본능적으로 아니라는 걸 느끼는.. 다급히 캐비넷을 열어 안을 보다가.. 하.. 고개를 떨군다.
수수한 옷들과 에코백, 평범한 보세구두. 한쪽엔 키우는 듯한 평범한 믹스견 강아지 사진.
해영 : 이 사람은 아니에요. 범인은 대인관계에서 착취적이에요. 그런 사람은 절대 동물을 키우지 않아요.
-아침, 충주병원 앞에서 전화를 하고 있는 형사1.
형사1 : 여기 충준데 선일정신병원 출신이 아니라, 지방에 선일내과 출신 간호사였어.
제보자가 그 간호사랑 사이가 안 좋았던 모양이야. 앙심을 품고 제보한 모양이야.
-낮, 달리는 자동차 안. 짐가방을 옆에 두고 어디론가 운전을 하고 있는 세영. 무표정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본다.
-낮, 54씬의 영인병원 스테이션, 밤새 그러고 앉아있었던 듯, 가만히 전화기를 바라보고 있는 간호사2.
-낮, 차를 타고 또 다시 어디론가 이동 중인 수현과 해영.
해영 : 범행과정을 살펴보면 대담하고 머리회전이 빨라요. 자기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건 할 사람입니다.
꼭... 잡아야 합니다.
자동차 시계를 확인하는 수현. 오후 3시를 넘어서고 있다. 초조함이 역력하다.
씬/57 D, 진양서, 강력계 사무실
화이트보드에 ‘강릉’ ‘충주’ ‘제천’ ‘춘천’ 지도에 모두 엑스자가 표시돼 있다.
시계는 어느 새 오후 세시에 가까워져 있고, 피곤한 듯 책상에 엎드려서 자고 있는 계철을 비롯한 형사들.
그때 울리는 전화벨.
계철, 비몽사몽 중에 전화를 받는다.
계철 : 진양서 강력곕니다.
(소리) : 김윤정 유괴사건 때문에 전화드렸는데요.
계철 : (하품하며) 예, 서울....영인병원이요?
씬/58 N, 영인병원 로비
로비를 함께 걷고 있는 간호사2와 형사들.
형사1 : 선일정신병원에서 일하기 전에 외과에서 일했다구요?
간호사2 : 맞아요.
형사2 : 지금은 어디 계시죠?
간호사2 : (좀 양심에 걸리는 듯 머뭇거리다가) 어제 뉴스가 나가고 난 뒤에..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졌어요.. 전화기도 꺼져 있고...
사실, 동료를 의심하는 게 맘에 걸려서 망설였는데.. 캐비넷을 확인해 봤더니... 짐까지 정리해서 없어졌더라구요.
왠지 감이 오는 듯 시선 마주치는 형사1,2.
씬/59 N, 영인병원, 간호사 탈의실
탈의실 안으로 들어서는 형사들.
간호사2, ‘강세영’이란 이름표가 붙은 캐비넷 앞에 선다.
간호사2 :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거의 짐들이 남아있지 않아요.
캐비넷 문 여는 간호사2. 캐비넷 안을 보고 눈빛 심상치 않아지는 형사들.
씬/60 N, 도로일각
차를 한 편에 세우고 형사1과 통화중인 수현.
수현 : 서울 영인병원이요?
형사1(소리) : 응, 지금 사진 전송했거든. 한번 봐봐.
수현, 다급히 전화를 끊자, 해영 역시 초조한 얼굴로 지켜보다가.
해영 : 뭐래요?
수현, 대답 없이 문자 확인해보면, 사진 파일이 도착해 있다.
사진 파일을 열어보는 수현. 얼굴이 굳으며 해영을 보여준다. 해영도 보고 얼굴이 굳는..
사진으로 줌인되는 화면 화려한 원색 계열의 명품신상구두. 한쪽에 놓여진 머그잔에 꽂혀진 가위.
그 뒤쪽에 아무렇게나 넣어져 있는 책들, 공소시효와 관련된 책들이다. 그리고 캐비넷 문 옆에 붙어있는 거울.
그 아래 붙어 있는 화려한 꽃무늬 달력. 바로 2씬에 나왔던 그 달력이다.
떨리는 손으로 달력 확대하는 해영. 7월 29일에 ‘The end'라고 적혀 있다.
그런 사진을 내려다보는 해영의 모습위로 울리는 경찰차 싸이렌소리.
씬/61 N, 몽타쥬
이하 화면들, 빠르게 교차로 흔들리는 그림으로 보여지는.
-줄지어 달리는 경찰차들.
-서울로 접어든 도로일각, 차가 꽉 막혀 있다. 빵빵 클렉션 소리들. 답답한 얼굴로 통화를 하면서 운전 중인 수현.
수현 : 어떻게 됐어요? 체포했습니까?
-강력계 사무실 수현과 통화중인 계철. 그 옆에는 형사들, 이쪽저쪽으로 전화하면서 수사협조를 구하고 있는..
계철 : 집에도 없고, 갈만한 데 다 뒤져봤는데 보이지 않아.
수현(소리) : 핸드폰은요?
계철 : 아직도 꺼져있어.
그때, 형사3, 팩스기기에서 팩스용지 빼서 계철에게.
형사3 : 강세영 최근 카드내역섭니다. 최근에 호텔을 예약했어요.
계철 : (수화기 옆에 끼고 카드내역 보는) 호텔 어디?
형사3 : (얼굴 어두워지는) 부산이요.
-차 안. 역시 답답해지는 수현.
수현 : 부산이요?... 시간이 없어요. 벌써 아홉시 반이 지났는데!
조수석의 해영 역시 그 소리에 머리를 감싸쥐고.
-강력계 사무실 문 열고 들어서는 치수.
치수 : 부산서 연락해서 헬기를 쓰건 무슨 방법이건 써보라고 해!
-도로일각 답답한 마음에 빵빵 클렉션을 세게 누르는 수현. 해영 역시, 초조한 눈빛으로 전면을 바라보는데...
씬/62 N, 진양서 건물 앞
끼이익, 아무렇게나 차를 세우고,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가는 수현, 그리고 해영.
씬/63 N, 진양서 건물 복도
헉헉거리면서 뛰어들어오는 수현과 해영. 코너를 도는데, 복도 한쪽에 초조하고 혼란스러운 표정의 윤정모와 시선 마주친다.
윤정모, 수현과 해영 발견하자, 득달처럼 달려들어.
윤정모 : 이게 어떻게 된 거에요? 범인이 따로 있어요? 그럼, 그 범인은 잡힌 건가요?
수현, 해영, 뭐라고 대답할 수 없는 굳은 얼굴로 윤정모를 보고 있는데.
윤정모의 뒤쪽에서 나타나는 계철, 굳은 얼굴로 수현과 해영을 본다.
수현, 해영, 어떻게 됐지? 초조한 시선으로 계철을 보는데..
씬/64 N, 진양서, 조사실 밖 복도
저 앞쪽 조사실 앞에 서 있는 치수와 형사들. 계철과 함께 다가오는 수현, 그 뒤쪽의 해영.
수현, 제발... 하는 눈빛으로 서서히 다가선다.
수현 : 어떻게 됐어요?
치수와 형사들, 하나둘씩 비켜준다.
그 사이로 보이는 조사실 유리창 너머... 세영이 조사실 안 의자에 무표정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떨리는 시선으로 그런 세영을 바라보는 수현. 뒤에서 그런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해영.
치수 : 아직 증거물 감식은 끝나지 않았어.
수현 : (보는)
치수 : 이제 겨우 한 시간 반 남았다. 난 법원에 가서 검사와 대기할테니까 자백을 받아내.
공소장을 제출하려면, 지금으로선 그 방법 밖에 없어.
수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하고는 세영을 본다.
씬/65 N, 조사실
천장에 달린 강렬한 백열등 불빛 아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은 세영, 그리고 수현.
수현 : 강세영씨. 본인 맞죠?
세영 : (말없이 보는)
수현 : 당신은 2000년 7월 29일, 진양초등학교 앞에서 김윤정을 납치한 뒤 가족들을 협박해, 5천만원을 가로챈 뒤,
김윤정을 잔인하게 교살했습니다. 맞습니까?
세영 : ...난 그런 적 없어요. 나한테 왜 이러는 거에요?
수현 : 2000년에 선일정신병원에서 근무했죠?
세영 : ...예.
수현 : 서형준이랑은 어디서 어떻게 만났습니까?
세영 : 전, 그런 사람 몰라요.
수현 : 김윤정도 모르고 서형준도 모른다. 그럼, 어제 뉴스가 나간 뒤에 왜 잠적한거죠?
세영 : 잠적을 하긴 누가 잠적을 해요.
씬/66 N, 조사실 밖 복도
의자에 앉아있는 해영. 뭔가 생각에 잠겨 있다.
그때, 커피를 뽑아오던 계철, 해영을 보고는.
계철 : 이제 그만 돌아가요. 할만큼 했으니까..
해영 : 구두... 뭘 신고 있었습니까?
계철 : 뭐요?
해영 : 그게 쫌 이해가 안갔거든요. 왜 짐을 싸면서 신상명품구두를 놔두고 갔을까.. 구두, 뭘 신었는지 봤나요?
계철 : 뭐... 갈색이였던 것 같은데...
해영의 얼굴색... 변한다. 그 위로 떠오르는 해영의 기억속 캐비넷 사진.
-인서트
-캐비넷 안 명품 구두 옆 머그잔, 가위.
씬/67 N, 조사실
수현 : 핸드폰은 왜 꺼놨죠?
세영 : 잃어버렸어요.
씬/68 N, 차 안
꺼져 있는 세영의 핸드폰을 보다가 창 밖으로 던져버리는 누군가..
씬/69 N, 조사실
세영 : 난 월차를 냈을 뿐이에요. 윤선생님한테 물어보면 알꺼에요.
수현 : (멈칫하는) 윤선생님이요?
세영 : 윤선생님이 대신 얘기해 주겠다고 했어요.
수현, 뭔가 불길함이 느껴지면서 눈빛 떨려오는데..
그때, 조사실 문 쾅 열리면서 들어서는 해영.
계철 해영을 말리려고 했던 듯, 뒤따라 들어오고 수현 놀라서 보는데,
해영 곧바로 테이블 밑, 세영의 신발을 확인해 본다. 평범한 갈색보세구두다.
해영, 보다가 다시 세영의 손을 확인한다. 오른손에 연필쥐는 부분 굳은살.
해영 : ....이 여자가...아니에요. 머그잔 손잡이가 왼쪽으로 놓여져 있었고, 가위도 왼손잡이용 가위였습니다.
캐비넷 주인은..범인은 왼손잡이예요.
수현 : ...그럴 리가... 분명히 제보자가.... (하다 멈칫) 윤선생님....이라고 했죠? 그 사람... 누구죠? 어떤 사람이에요?
씬/70 N, 차 안
단정하게 묶었던 머리를 풀어 헤치는 누군가.. 룸미러를 보며 붉은 립스틱을 바르는 입술.
서서히 화면 빠지면, 간호사2, 윤수아다.
씬/71 N, 과거, 영인병원 복도
50씬, 수아, 복도를 걷는데 저 앞쪽 복도에 멈춰서서 병실 안 뉴스를 보고 있는 세영의 뒷모습.
그런 세영의 뒤에서 뉴스소리를 듣는 수아, 얼굴빛 차갑게 변한다.
저 앞쪽 데스크에 간호사들의 대화소리도 들려오고... ‘선일병원? 거기 있었던 사람 없어?’
수아, 가만히 그런 대화 들으면서 초조함이 엿보이다가...
가만히 세영의 뒷모습을 보다가 무슨 생각이 든 듯, 세영에게 다가가 팔을 툭 치며.
수아 : 뉴스 봤어? 선일 병원 얘기가 나오던데?
그런 수아를 바라보는 세영.
세영 ; 윤선생님도 선일병원에 계셨잖아요.
씬/72 N, 현재, 조사실
망연자실한 얼굴이 되는 해영.
해영 : ....대담하고.. 머리회전이 빠르고.. 자기 안위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건 할 사람...
내가 틀렸어요. 당연히 도주를 할꺼라고 생각했는데.....
씬/73 몽타쥬
-56씬, 몽타쥬 중 보여지는 수아. 데스크에서 전화기를 내려다본다.
마치 망설이는 듯 보였지만, 시선 쫓아가보면 시계를 보고 있던..
해영(소리) : 남은 공소시효를 계산해서 전화를 한 겁니다. 강세영한테 우리가 시간을 허비하도록..
-간호사 탈의실. 윤수아란 자신의 캐비넷 이름표를 꺼내서 강세영 이름표랑 바꾸는 수아.
-59씬, 형사들에게 자신의 캐비넷을 마치 세영의 것인 것처럼 보여준 뒤에서 그런 형사들을 가만히 보는.
해영(소리) : 공소시효 때문에 다급해진 경찰들이 실수할 수밖에 없도록 유인한 거예요.
씬/74 N, 현재, 조사실/복도
망연자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해영.
해영 : (반쯤 넋이 나가) 이렇게... 이렇게 끝낼 순 없어요... 15년 전 유괴사건때도.. 지금도 그 여자는
자기의 범죄전략을 과신하고 있어요. 자기가 타인보다 우수하고, 경찰들을 조작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분명히 가까이에 있을 겁니다. 우리가 어떻게 놀아나는지 지켜보고 있을 꺼에요.
해영, 쾅 조사실을 나가버리고, 수현, 그런 해영의 뒷모습을 보다가 결심한 듯 그 뒤를 따라 뛰어나간다.
복도에서 조사실 쪽으로 다가오던 계철과 형사1도 놀라서 그런 모습을 바라보다가 그 뒤를 따른다.
씬/75 N, 몽타쥬
-조사실 밖으로 뛰어나오는 해영. 순간 멈칫한다. 저 앞 복도에 비치된 벤치에 마음을 졸이는 듯 두 손을 부여잡고 있는 윤정모다.
죄책감에 휩싸이는 해영. 범인을 잡아야 한다. 눈빛 초조해지면서 뛰어나가는..
-로비를 뛰어나가는 해영, 로비 군데군데 서서 뉴스꺼리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기자들 사이로 뛰쳐나가고..
뒤이어 로비로 뛰어나오는 수현, 뒤에서 빠르게 뒤따르는 계철과 형사1.
기자들 그런 모습을 보고 놀라서 바라보는..
수현 : (핸드폰으로 어딘가 통화하며 형사1에게) 병원에서 그 여자 몇 시에 만났어.
형사1 : 7시 30분쯤.
수현 : (그때 연결되는 상대방에게 다급하게) 영인병원부터 진양서까지 7시 30분 이후 씨씨티브이 확인해줘.
차량 번호는 20 마 8178!
-도로교통 상황실 직원들, 씨씨티브이 화면을 빠르게 검색하기 시작한다.
-진양서 인근 거리일각. 비가 내리는 거리를 뛰면서 범인을 찾고 있는 해영.
-또 다른 거리일각. 역시 범인을 찾아 나눠져서 수색하고 있는 수현, 계철, 형사1.
-도로교통 상황실 씨씨티브이 중 하나를 멈추는 직원. 진양서 인근 도로에 차를 세우고 내리는 수아의 모습.
직원 ‘찾았어!’
-거리일각, 계속해서 범인을 찾아 헤매고 있는 해영. 순간, 길거리 건너편을 보다가 멈칫..
씬/76 N, 진양서 인근 거리일각
길 건너편을 망연자실 바라보는 해영.
반대편 거리, 경찰서가 한눈에 보이는 이층 카페 전면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누군가.. 유리창에 새겨진 글자에 가려진 모습.
우산에 가려졌던 15년 전의 수아와 오버랩된다.
해영, 긴가민가 싶은 얼굴로 빠르게 거리를 건너기 시작한다. 빵빵 울리는 클랙션 소리.
그 소리에 유리창 너머로 얼굴을 돌리는 카페안의 누군가..
해영, 정신없이 길을 건너고 난 뒤, 위를 올려다보는데 멈칫.. 아까까지 앉아 있던 그 여자가 사라져 있다.
다급한 마음에 카페로 올라가는 계단을 찾는다. 건물 뒤편쪽이다.
우왕좌왕하다가 그쪽을 향해 뛰어가서 계단을 올라가려는 순간,
저 앞쪽 인파 사이로 해영 쪽을 보다가 사라지는 검은 우산을 쓴 여자.
해영 : !!!
-인서트
-1씬, 정글짐 앞, 우산을 쓰고 있던 여자
-거리일각, 그 여자다!
사람들을 헤치면서 앞으로 전진하는 해영. 놓칠 듯, 인파 사이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여자의 검은 우산.
건널목에 다다르는 해영. 여자의 뒤를 따라 건너려다가 ‘빵!!’ 탑차 한 대가 지나가고..
해영, 놓쳤나? 탑차가 다 지나가고 난 뒤, 보면
거리에 서 있는 검은 우산의 여자. 보면, 그 맞은편, 비에 젖은 수현이 서 있다.
수현 : 윤수아씨.
우산을 들어 올리는 수아.
그제서야 길을 건너 수아에게 다가서는 해영. 천천히 뒤를 돌아 우산을 들어 올려 해영을 보는 수아.
그런 수아를 굳은 얼굴로 바라보는 수현,
오랜세월 쌓여온 감정들이 폭발하며 붉게 물든 눈빛으로 수아를 바라보는 해영의 모습에서.
* 자막 - 김윤정 유괴사건 공소시효 종료 20분 전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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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왓, 감사합니다!! 꼭 읽고 싶었던 대본이에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