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름길라잡이 동호회 회원들과 전남 고흥 팔영산 산행을 다녀왔다. 산행은 날씨가 반을 차지하고 나머지 반은 함께 한 일행들이 보태준다고 한다. 팔영산은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편입되었다. 다도해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산지가 해상국립공원에 포함되었다.
세숫대야에 여덟 봉우리의 그림자가 비춰 팔영산이라 했다고 하는 대 선녀봉과 정상봉인 깃대봉은 그 여덟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산행을 하다가 보면 사전에 정해진 코스 외에 다른 코스를 선택해야만 할 때가 있다. 팔영산도 그랬다. 일행 중 일부는 정해진 대로 하산하여 차량편을 이용하여 숙소로 가는 선택을 하고, 일부는 조금 멀고 더 걸어야 하지만 바로 숙소로 하산하는 코스를 선택했다.
산행하면서 정해진 코스를 벗어나 다른 코스를 선택한다는 것은, B 코스를 선택한다는 것은 정도를 벗어난 일탈의 행동인 것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하는 일이 힘이 들거나 가다가 막히면 돌아가야 한다. 또 다른 무엇을 선택하든 그 무엇이 소박한 선택이든 행복한 선택이든 나름의 선택을 할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 (생략) 날마다 쓰러지고 또다시 일어서지만 달라진 건 없는가요. 세상 길 걷다가 보면 삥 돌아가는 길도 있어. 하루를 울었으면 하루는 웃어야 해요. 그래야 만이 견딜 수 있어. ~ (생략) - 가수 신유 노래 「잠자는 공주」가사 일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삶을 살면서 정해진 길로만 걸어간다면 운명대로 사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 세상에 소풍 왔다고 말을 하지만 생명을 타고 난 이상 살아야 하고 누구도 죽음이라는 굴레를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날이 정해져 있지 않기에 때로는 다른 길을 선택한다고 하겠다.
정해진 대로 살아간다고 하더라도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기에 딱히 운명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러니 짜놓은 틀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달리 살기도 하고 벗어나기도 하고 가끔은 쉬어가기도 한다.
노래 가사에 ‘사는 게 뭐 별거 있더냐. 욕 안 먹고 살면 되는 거지’라는 구절이 있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 남에게 욕먹는 삶이어서는 안된다.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면 욕먹을 일은 없다.
오늘 하루가 내일이 되고 그 내일이 모레가 되어 나의 삶에 하나하나 쌓이면서 나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보잘것없는 걸음걸음이 한 사람의 의지가 녹아들면서, 그 궤적에 사상과 철학이 담기게 되는 것이다.
또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어디로 가야 하나. 매트가 깔리고, 나무테크 계단이 깔끔한 그런 편안한 길을 가거나, 아니면 불편을 감수하고 B 코스로 가거나, 선택은 내가 한다
출처 : 제주일보(http://www.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