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과 말의 이미지는 강인함이다. 설악산의 용아장성이 바윗길이고 관악산의 용마능선도 역시 바윗길인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서울 도심에는 높고 큰 산이 별로 없는데 용마산이라는 전철역이 있다. 산은 작은데 강골의 이름이 붙은 사연이 있을 것 같아 알아보니, 용마산은 옆의 아차산과 함께 그 옛날에 고구려와 백제의 접경이었다고 한다. 그때 이곳에서 비범한 아기가 태어났는데 마을에서 역적이 될 아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후환이 두려운 부모가 아이를 죽여 뒷산에 버렸다고 하는데, 그 후 이 산에서 용마가 나와 날아갔다고 해 용마산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전설이다. 그런 사연이 있는 산을 인하공전산악부(ITAC)출신의 이병호, 이광재 씨가 처음으로 찾았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오래된 악우(岳友)들이다.
용마산역 2번 출구를 보면 용마폭포공원이라는 글씨가 보인다. 출구를 나와 조금만 가면 용마산과 용마폭포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보인다. 정상까지 30여분 거리다. 곧게 뻗은 길을 조금 가면 아이파크 아파트가 보이는데 우측은 용마공원 가는 길이고 조금 더 가면 계단으로 시작되는 등산로가 나온다. 특별한 표시는 없고 계단 위에 리본들이 붙어있다.
초입부터 나무계단으로 된 등산로가 이어진다. 산은 작은데 많은 사람들이 찾는지 나무의 뿌리가 다 드러나 있다. 이쪽은 정상까지 능선길이다. 능선을 조금 오르자 시를 적어 걸어놓은 게 보인다. 부천 송내역 앞의 소래산에 가도 이렇게 등산로에 시를 적어놓은 게 있는데 잠시 서서 한 구절 읽어보는 여유를 갖는다.
곧장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라 오르는 게 녹녹치 않다. 게다가 뙤약볕까지 가세하니 숨이 턱턱 막히는 고행길이다. 코스가 그리 길지 않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조금 오르자 바윗길이 나오며 좌우로 멋진 경치가 펼쳐진다. 하지만 도심에 있는 산이다 보니 시가지의 모습도 펼쳐진다. 맑은 날씨 덕에 북한산과 도봉산의 줄기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선명하게 위용을 드러낸다.
폭포공원 분기점을 지나자 전망이 더욱 좋다. 망우리로 연결된 산줄기가 길게 이어진다. 겨울철에는 바윗길 때문에 위험해 보이는 길인데 곳곳에 줄이 설치되어 있다. 바위에 쇠말뚝을 박아놓은 게 길게 이어진다. 데크전망대에서 더 올라가면 멋진 바위도 나오는데 사진 찍기 좋은 곳이다.
사가정역 쪽을 보니 뒤로 불암산과 수락산의 모습까지 보인다. 입구에서 전망대까지는 30분 정도의 거리인데, 우측 아래로는 큰 채석장의 흉물스런 모습이 보인다. 전망대를 지나면 보루가 나타난다. 용마산과 아차산은 곳곳에 보루가 많은데 옛날 고구려의 남하정책 때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보루(堡壘)란 옛날에 병사들이 주둔한 시설을 말한다. 삼국의 각축장이었던 이곳을 후예(後裔)들이 평화롭게 오른다. 상수리나무와 싸리나무가 옆에 많이 자란다. 깨끗한 화강암을 밟으며 능선을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좌측으로 보이는 능선을 구경하며 모처럼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맞다가 용마산(348m) 정상에 도착한다. 대삼각점이 철탑처럼 생겼다. 정상 근처에는 주민들이 운동할 수 있는 철봉 등의 기구가 있다. 옆에는 헬기장도 있는 곳이다. 아차산 능선이 길게 조망되는데 연계해서 산행하려면 안부로 내려갔다가 아차산 제4보루로 올라가야 한다.

바윗길을 10여분 내려가면 우측은 계곡 방면 앞쪽은 제4보루 방면이다. 공사장 우측으로 난 능선을 따라가면 좌측은 구리시 우측은 광진구 방면이다. 제4보루 쉼터에 앉아 불어오는 바람을 쐬며 땀을 식히는데 광나루의 풍경이 압권이다. 소나무 사이로 난 능선 길을 따라가면 곧 제3보루에 도착하는데 보루의 왼쪽으로 등산로가 넓게 나있다.
아차산의 주능선은 대체로 완만하고 멋진 소나무가 많은데 ‘아차산 명품소나무’라 명명된 소나무가 이름표를 달고 있다. 정이품송은 아니지만 광진구에서 사랑 받는 소나무들이다. 5보루와 1보루를 지나며 높이는 더 낮아진다. 오랜 세월을 말없이 흘러온 한강의 자태에 취한다.
새 천 년이 시작되던 날, 해맞이 행사를 했는지 작은 기념비가 하나 서 있다. 대성암 입구를 지나자 모습도 위엄 있게 생긴 고구려정이 나온다. 몇십 명이 들어가 앉아도 될 만한 크기의 정자인데 단청이 무척 화려하다.
고구려정에서 양쪽으로 등산로가 갈라지는데 우측 낮은 경사의 바위면을 따라 내려가는 길은 누구라도 바위에 앉아 즐거움을 만끽할 만한 곳이다. 고구려정길이라고 명명된 길을 따라 소나무숲을 통과하여 다시 나무계단을 조금 내려오자 차들이 다니는 큰 길에 도착한다. 우측의 경원유치원을 거쳐 약 20분만 가면 아차산역이 나온다.
[주요코스] 용마산역-제7보루-용마산-아차산 제4보루-제3보루-고구려정-경원유치원-아차산역 약 3시간 소요
글·사진 최두열 국토해양부 철도특별사법경찰 <기찻길에 얽힌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