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전두엽 발달단계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그 단계를 판단해 볼 수 있는 국면 중에 하나가 동시에 각기 다른 행동을 얼마나 할 수 있는지 입니다. 자폐스펙트럼(ASD) 자녀를 가진 부모들이 쉽게 눈치채지 못하는 부분이 바로 이 단계에서는 대부분 동시에 여러 동작이 어려운, 한번에 한 가지 동작 밖에 되지않는다는 것입니다. ASD단계에서는 동시에 여러 동작은 커녕, 한번에 한 가지 감각만 사용하려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얼마 전 태균이와 함께 식당엘 가서 음식나오기를 기다면서 물을 마시는데, 물을 들이키려는 태균이에게 엄마컵에도 물 좀 따르라고 했습니다. 벌컥벌컥 물을 들이키면서 동시에 엄마컵에 물을 따라주는데... 어찌나 기뻤는지, 동시에 양쪽 팔이 서로 목적이 다른 행동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전두엽이 나아졌음을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태균이는 무언가를 하거나 집중을 해야할 때 눈을 감는 경향은 아직도 있습니다. 특히 소리에 집중을 해야하거나 단순하지만 생각이란 것을 해야할 때, 그나마 가장 활발하게 작동되는 시각을 차단해보려는 것입니다. 한 가지 감각에 충실하려면 아직 다른 감각의 작동이 방해가 되는 단계인지라 그런 모습이 자주 나오곤 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감각차단용 눈감기 행동도 근래에는 많이 줄었다 생각했는데 각기 집중을 달리해야 하는 행동 두 가지를 동시에 했다는 아주 좋은 조짐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과거 직장생활을 오래 했기에 직장생활하면서 크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 중에 하나가 부하직원들의 성향파악입니다. 그 성향 중에 하나가 바로 동시에 두 가지 지시가 내려졌을 때 수행할 수 있느냐 하는 것에 대한 판딘입니다. 자폐적 측면이 강할수록 금기사항 중에 하나가 동시에 두 가지 이상 업무지시를 하지않는 것! 반드시 업무지시는 한 가지씩, 한 가지 수행이 끝나야 그 다음 지시를 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고 두 가지를 동시에 주게되면 한 가지는 누락되기 일쑤입니다.
ADHD적 기운이 강한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말을 끝까지 듣는 힘이 너무 약하기 때문에 지시사항은 단도직입적으로 시작부터 꺼내야 합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떤 사람은 듣기집중력이 1분도 안되기 때문에 대화시작하고 30초 안에 꼭 필요한 이야기는 다 전달해야만 합니다. 참으로 대화하는데 에너지가 무척 많이 필요한 스타일입니다.
이런 성향의 부모를 만나면 경청집중력이 너무 짧아서 틈새를 찔러가며 필요한 상담을 해주어야 하기에 상담해주면서도 어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동시에 여러 개를 못한다는 것은 알고보면 여러 감각정보를 뇌 속에서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감각통합 기능이 아직 약한 것입니다. 감각통합 기능이 약하면 약할수록 당연히 전두엽 성장과 가동은 어려워집니다.
감각통합이란 무엇일까요? 감각통합은 보고, 듣고, 해석하는 것을 뇌속에서 동시에 처리하는 뇌회로의 통합기능으로 인지기능의 바탕입니다. 보고, 듣고, 해석하는 뇌의 연합작동에 얼마나 시차가 없느냐가 바로 명석함의 기준이 됩니다. 보고, 듣고, 해석하는 뇌의 통합작동 시차가 크면 클수록 지적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감각통합적 기능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 기능이 우리의 모든 행동의 근원이 되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여러 개의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감각통합이란 기능을 전두엽에서 행동화하는 연합회로가 아주 발달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뇌의 연합회로가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으면 소위 멀티기능이 동시다발로 가능한 다재다능 경지가 됩니다.
감각통합은 집중력의 바탕이기도 합니다. 감각통합의 기본이 되는 시각-청각-전정감각의 통합기능은 속도가 아주 중요합니다. 위에 설명한 것처럼 세 가지 감각의 통합속도는 한 인간의 인지수준이 되며 집중력의 다양성과 동시다발성의 결정체입니다.
자폐스펙트럼ASD의 과제는 감각통합을 위한 개별감각의 기능회복입니다. ASD는 감각통합장애으로 가기에는 거리가 있는 감각처리장애입니다. 감각처리장애는 통합을 위한 특정감각, 시각처리나 청각처리 그리고 전정감각 개별감각처리 기능의 손상입니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감각처리의 기본이 되는 전정감각 회복과 전정감각이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시각이나 청각적 기능의 회복이 최우선입니다.
ADHD단계가 되어야 감각통합이 가장 큰 이슈가 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개별감각처리 기능은 상당부분 회복이 되었으나 개별적으로 뇌로 유입된 보고 듣고 해석하는 동시 통합기능이 시원치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개별감각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통합을 해줄 수 있는 훈련들이 더 핵심이 됩니다.
장구를 치는 선생님을 그대로 따라서 장구도 치고 노래도 하고 장단도 넣고, 그야말로 시각 청각 전정 고유수용감각 모두를 동원해야 하는 이런 훈련들이 수시로 주어져야 합니다. 보통 일반 아이들은 3-4세만 되어도 이런 통합기능들이 얼추 가능하게 됩니다. 5-6세가 되면 더욱 자연스러워지고 세련되어져서 좋아하는 활동을 하면서도 누군가 말을 붙이면 대꾸도 하고 반응도 하게 됩니다.
J맘이 보내준 1학년 교실 영상을 보면 일반아이들의 통합기능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세련되었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동시에 여러 동작들이 요구되는 과제를 별 무리없이 수행을 하고 다른 아이들과 별 차이없이 수행하는 J가 정말 대단합니다.
나의 전두엽의 점수는 얼마나 될까? 동시에 여러 일을 얼마나 잘 수행할 수 있는지는 중요한 지수입니다. 특정한 일을 일단 수행하면 다른 일은 도저히 할 수 없는 경지라면? 아무래도 전두엽을 갈고 닦는 일을 좀더 해야만 합니다. 전정과 고유수용을 자극하는 운동들을 더 많이 해야만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야 말해 뭣할까요? 두뇌는 물론이고 동작조차 하던 것만 하려는 경향이 너무 강하니까요.
첫댓글 경청의 힘이 약한 저는 ADHD에 슬쩍 포함된듯 느껴집니다.
장구 치며 노래하는 저 동작이 그림이 가능할까 생각에 잠겼습니다.
감사히 읽었습니다.🌻‼️
여러 개를 일시에 하는 것도 전두엽의 기능이였군요. 저는 이 부분이 정말 극대화로 발달이 된 사람입니다. 가스 레인지 4개는 기본으로 함께 사용하고(볶고, 끓이고, 데치고, 사골국물 같은 거 고고 등...) 사람들이 제 뇌를 보고 뇌가 여러 개 나눠졌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습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택이 전두엽은 정말 신경을 못 쓴 것이 많이 아쉽습니다. ㅠㅠ
얼마 전 음악치료에서 두 개 막대기를 두 손으로 잡고 동시에 버튼을 누르는 것이 택이가 잘 안되었는데 지난 주에 처음으로 동시에 누를 수 있게 되었다고 음악치료 선생님이 말씀하셨는데 이런게 다 전두엽의 역할이였나보네요.
올리신 글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Asd아이들 팔벌려 뛰기가 안됨. 팔을 벌리고 그다음에 뜀. 아니면 뛰고. 그 다음에 팔 벌림. 그 이유를 적나라 하게 써주셨네요^^ 피티체조가 안돼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