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이야기] 수선화
고대 그리스부터 사랑한 꽃… 지금 제주도에 피었어요
입력 : 2024.01.29 03:30 조선일보
수선화
▲ 활짝 핀 수선화가 무리 지어 있어요. 마치 받침대처럼 넓게 피어난 흰 꽃잎 위에, 주황빛 도는 노란 꽃잎이 컵이나 왕관 모양으로 얹어진 독특한 외모예요. /국립생물자원관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인 나르키소스는 물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외모에 반해 가까이 쳐다보려다 물에 빠져 죽었다고 해요. 그 자리에 나르키수스(Narcissus)라는 꽃이 자라났다는 전설이 있죠. 바로 제주도에서 한창 개화 소식이 들려오는 꽃인 '수선화'예요. 흰색과 노란색이 조화를 이룬 꽃이 정말 멋지죠. 눈 속에서 피는 꽃이라며 '설중화(雪中花)', 물가에 피는 신선이라고 '수선(水仙)'으로도 불려요.
수선화는 수선화과(科)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에요. 땅속에 겉껍질이 검은색인 비늘줄기가 있어요. 비늘줄기는 양분을 담은 잎이 잔뜩 붙어 줄기가 굵어진 것을 말해요. 수선화의 비늘줄기는 지름 2.5~4㎝인 둥근 달걀 모양이며 밑부분에 흰색 뿌리가 많이 나 있어요. 양파랑 많이 닮았어요. 수선화는 1년 중 7~8개월 동안 비늘줄기만 남기고 휴면 상태로 있기 때문에 먼 곳까지 운반이 어렵지 않아 다양한 지역에 쉽게 퍼질 수 있었다고 해요. 우리나라에서는 거문도와 제주도 등 남부 지방에서 자생하고, 중부 지방에서는 관상용으로 심은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수선화속(屬) 식물은 약 60종이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 지중해 지역이 원산지예요. 호주를 포함한 세계 여러 지역에 도입돼 관상용으로 많이 재배되고 있어요. 수선화속 식물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부터 오랫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수많은 품종으로 개량된 대표적인 관상식물이에요.
잎은 늦가을에 땅속 비늘줄기에서 나오기 시작해요. 길이 20~40㎝, 폭 1.5㎝로 부추처럼 두껍고 납작한 모양이에요. 끝이 둔하고 가장자리는 매끈해요. 땅에서부터 비스듬히 선 모습으로 무성하게 자라나 카펫처럼 땅을 덮기도 해요.
꽃은 12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 피며 향기가 매우 좋아요. 흰 꽃잎이 여섯 갈래로 활짝 갈라져 있고, 그 가운데에 컵이나 왕관처럼 노란색 꽃잎이 피어나죠. 이 모습이 옥으로 만든 그릇 받침대에 놓인 황금잔처럼 보인다고 해서 '금잔옥대(金盞玉臺)'라는 별명도 있어요.
수선화는 오랫동안 약재로도 사용했어요. 비늘줄기가 열을 내려주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효능이 있다고 보고 부스럼과 종기 치료에 사용해 왔다고 해요. 최근에는 보습 효과를 기대하고 화장품으로도 개발됐어요. 하지만 수선화는 유독성 식물이어서 주의가 필요해요. 특히 비늘줄기가 작은 양파와 비슷하게 보이므로 잘 구별해야 해요.
김민하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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