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의정부예술제 백일장 산문부문 심사평 및 수상자 명단>
축적된 이야기 자원
축적된 나만의 이야기가 터져 나오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축적된 이야기가 말문을 열고나올 때 누군가와 밤새도록 이야기 나눌 수 있고 말하기가 아닌 글쓰기로 맺힐 때도 있다. 집중해서 글을 쓰다보면 새벽이 밝아오기도 하고.
직·간접 경험의 다양함은 글쓰기 자원으로 저장돼 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기 좋다. 백일장 현장에서 뭔가 할 말이 있고 쓸 말이 많은 시제가 내게로 올 때의 짜릿함이 있다.
이번 시제는 ‘단풍, 거짓말’이었다. 가을이라는 계절 감각을 살리고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는 사회 현실을 다양하게 담아보면 어떨까 싶었다. 시제를 보는 순간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고 나만의 축적된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 재료들을 꺼내 살려 쓰길 바라면서. 어떻게 시제를 요리할 것인지에 대한 감각이 요구됐다. 새롭고 다양한 글의 맛을 낼 수 있길 기대하며 기다렸다고나 할까.
설명이 아닌 묘사로 이야기를 밀고 나가는 힘이 있는지 따져본다. 읽는 이의 머릿속에서 영상이 그려지고 마음에 와 닿는 그 무엇인가를 기대하며 작품을 읽어 나갔다. 주제와 무관한 이야기와 시제를 벗어난 글의 맛은 현저히 떨어진다.
초등부와 중등부엔 장원작품이 없어 심사평에 넣지 않았고 고등부 장원작품과 일반부 대상작품만 소개하려 한다.
고등부 장원작품은 휘경여고 강예나의 「단풍」이다. 돌아가신 할머니와 같은 병으로 입원한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성찰하는 모습이 그림으로 그려진다. 위암 투병생활로 평생 살았던 곳이 아닌 병실에서 마지막을 보내야만 하는 그 마음이 읽힌다. 다채로운 색이 가득한 시골을 떠나 화병에 꽂힌 꽃을 바라보는 게 할아버지의 유일한 낙이고 그 속에 숨어있는 할머니 모습까지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 단풍처럼 불그레한 온기로 할아버지 손을 느끼는 모습이 오래도록 손녀 가슴에 살아 있기를.
이번 백일장 대상작품은 일반부에서 차지했는데 경기도 남양주시 노은희님의 「사랑의 거짓말」이다. 뇌수막염에 걸린 할머니가 유일하게 알아보는 게 나였다. 당신의 고운 외동딸로 초대돼 할머니의 딸 노릇을 한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역할을 대신 해주신 할머니로 각자 자리매김한 게 드러난다. 손녀딸과 외동딸을 오가며 쌓인 추억이 할머니 빈자리를 채우는 게 요즘 세대에 보기 힘든 그림처럼 다가와 훈훈하다. 당신의 딸이라 거짓말 했었는데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는 날엔 할머니라 부를 것이라고.
수상하신 분들에게 축하드리고 백일장에 참가한 모든 분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나만의 이야기가 나날이 축적되길 바라며 의정부전국문학공모전이나 천상백일장, 의정부예술제 백일장에서 또 다른 작품으로 만나길 기대한다.
* 심사평: 의정부문인협회 산문분과장 양효숙(수필가)
***수상자 명단***
<초등부>
차상: 김윤서(의정부중앙초 5학년) '단풍이 지면'
차하: 노윤서(의정부중앙초 5학년) '단풍나무가 되고싶어'
장려: 문서희(호암초 1학년) '거짓말'
장려: 추혜인(배영초 4학년) ‘패션리더 단풍나무’
<중등부>
차상: 강예진(서울 전일중 2학년) '단풍'
차하: 송정아(의정부 동암중 1학년) '단풍잎의 일상, 감정'
장려: 배수경(서울 목동중 3학년) '거짓 아닌 거짓말'
장려: 주하윤(서울 전농중 2학년) ‘거짓말’
<고등부>
장원: 강예나( 휘경여고 2학년) '단풍'
차상: 오신원(양평고 2학년) '거짓말'
차하: 강정호(안양예고 1학년) '단풍’
장려: 이가인(안양예고 1학년) '거짓말 학원’
장려: 이인아(경민IT고 2학년) '거짓말’
<일반부>
***대상: 노은희(경기도 남양주시) '사랑의 거짓말'
차상: 김송이(경기도 김포시) '거짓말'
차하: 김숙현(서울시 관악구) '예쁜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