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개봉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 ‘나쁜 남자’가 개봉되고 2020년 SBS에서 방영한 드라마 ‘나쁜 남자’가 방영되어 나쁜 남자 신드롬이 인구에 회자하였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멋진 남자들이 나쁜 연기를 통해 나쁜 남자에게 여자들이 이상하게 끌린다는 환상을 주었다. 실제 착한 남자(보통 남자 포함)보다 나쁜 남자는 훨씬 적고 여자들이 나쁜 남자를 좋아할 리도 없다. 대다수 남자는 착하고, 여자들의 호감을 사기 위해 노력한다. 청소하고 육아도 돌보는 등 남자들은 칭찬을 받고, 가정의 행복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며 착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알파걸의 발언권이 강화되고 아내들에 순치된 남자들은 왜소해지고 의기소침해진다. 이런 사회에서 여자한테 나쁘게 행동하는 남자는 비호감으로 찍혀 매장되기에 십상이다. 여자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남자에게는 호감이 적고, 종잡을 수 없는 남자에게 끌린다. 왜소한 초식남들에 식상한 여성들은 마초(tough guy)같이 박력 있는 남자에 대한 갈증으로 강한 남자를 상징하는 나쁜 남자에 열광한다.
여자는 본능적으로 오랜 진화를 통해 사랑에 빠졌을 때 남성의 진심을 확인하는 단서로 헌신성을 활용한다. 본인에게만 관심을 주고, 힘든 일에 귀 기울여주고, 어려움에 부닥치면 발 벗고 도와주는 등의 행태이다. 여성은 이런 행동을 통해 남자가 자신에게 장기적으로 헌신할 마음이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자원 제공 능력이 있는 남성이 자신에게 헌신 행동을 지속하면, 여성은 장래를 위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쁜 남자들의 주특기가 이 헌신 행동을 이용하는 것이다.
성질이나 성격이 나쁜 남자라도, 능력과 재력으로 고액의 데이트 비용을 쓰고, 자신감 넘치는 독불장군식 태도를 보이면, 그 행동이 박력으로 보여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다. 비신사적이고 배짱을 부리면서도, 여자를 여왕과 같이 대우하는 남자에게 끌린다. 예측 불가능한 성격과 행동으로 묘하게 긴장감을 주고, 지겨운 느낌을 주지 않아 흥미를 느낀다. 나쁜 남자의 계획된 헌신 행동에 매혹되면, 그것이 진짜 사랑이고 그런 사랑이 현실에 존재한다고 굳게 믿게 된다.
나쁜 남자들의 헌신은, 진심이 없고 여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된 작전의 일부이다. 목표가 정해지면 망설임 없이 바로 헌신 행동에 들어가 진실한 사랑이라는 신뢰감을 준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여성의 마음을 얻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남자의 헌신 행동에 매혹된 여자는 운명적인 사랑으로 여겨 나쁜 남자에게 빠진다. 나쁜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얻을 때까지 헌신하다 마음을 얻고 나면 태도가 달라진다. 나쁜 남자의 헌신은 결국 본심을 드러내고 여자는 상처를 받는다.
여자가 사랑에 빠지면 나쁜 남자인지 알아도 내가 길들이면 좋은 남자가 될 것이고, 나에게는 잘할 것이라는 심리가 작용한다. 100번 못살게 굴다 한번 잘해주면 감동하며 좋은 점도 있다고 만족한다. 그러나 나쁜 남자를 착한 남자로 바꾸기는 어렵다. 처음 사귈 때는 여자를 배려하지만, 애정을 얻으면 본성이 나온다. 범죄자의 3년 내 재범률이 24% 정도라 한다. 초연 스님이 대도 조세형과 결혼하여 갱생시키려 노력했지만, 출소 후 목회자의 길에서 또다시 범죄의 사슬을 끊지 못했다.
착한 남자라도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타의에 의해 변화시키기가 무척 어렵다. 연애할 때는 별도 달도 따다 준다고 하고, 손에 물 안 묻히게 하겠다고 속삭인다. 여자들은 믿지 않지만 자기가 원하는 대로 변화시키리라 기대한다. 허니문 기간이 지나면 본성이 나오고 갈등이 생긴다. 이럴 때 상대방은 사람이 변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원래대로 돌아간 것이다. 부부싸움 대부분은, 상대를 자기의 틀 속에 넣으려고 강권하는 데서 다툼이 생기고 감정의 앙금이 쌓인다. 그러나 상대를 변화시키려다 지쳐서 포기하거나 상대방에 동화되기가 쉽다.
아버지가 술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아버지가 거의 매일 술을 마시고 밤늦게 귀가를 하였다. 그 문제로 어머님이 잔소리해도 변화가 없이 부부싸움만 늘어났다. 결국, 어머님은 작전을 바꿔 -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할 때는 ‘지금 아버지를 보지 않으면 못 본다’고 한밤중에 아이들을 전부 깨웠다. 이런 일이 계속되자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부끄러워 술을 적게 마시거나 마시더라도 일찍 귀가하였다고 한다. 습관이나 버릇은 잔소리나 권유로 고치기 어렵고 스스로의 의지로만 변화가 쉽다.
여자들은 남자들이 언제나 착할 수 없다는 속성을 간파하기 때문에 착한 남자를 믿지 않는다. 착한 남자는 헌신 행동을 하기 전에, 이 여자가 나와 잘 맞고, 결혼하면 행복할 수 있는지, 아이들 양육을 잘할지 순진하게 따져본다. 고민의 시간이 필요한 착한 남자들이 헌신 행동으로 넘어가기 전에, 여자는 매력 없고 자신감 없는 함량 미달 판정으로 퇴짜를 놓는다. 여자는 자기를 능동적으로 이끌어가는 상대에게 의존하는 것이 편안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자의 헌신성이 위선인지 아닌지 여간해서는 여자의 눈에 간파되지 않는다. 착한 남자들은 일탈하지 않아 순치되고 우유부단해 보이지만, 나쁜 남자는 이런 허점을 파고들어 박력 있고 직설적인 모습을 보여줘서 여자들의 환심을 산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바로 결단을 내리는 남자의 행동은, 여자는 안중에도 없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이기주의자의 행동일 수도 있다. 이런 속임수를 간파하기 위해 여자들은, 남자가 아랫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만취 시 행동을 보고 진심을 확인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