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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문제 - 등교거부 세자녀 둔 학부모 아고 유지
“솔직히 아이들이 학교에 다녔으면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며 가지 않으니 그냥 나둬야지요.”
마쓰에 시청공무원(교육위원회 소속 학교건물관리담당)인 40대 중반의 아고 유지.(사진) 그는 3명의 자녀가 모두 부등교 청소년이다. 그래서 그는 부등교 문제 해결에 매우 열심이다.
실제 이번에 일본 마쓰에시에서 열린 `등교거부 99하계합숙' 행사는 아고씨와 세 자녀, 그리고 이 지역 부등교생들의 활동공간인 `프리다스' 멤버들이 모든 것을 준비한 그런 행사였다. 700명에 이르는 행사 참여자들의 참가 접수에서 숙소배정, 마쓰에 현민회관 마련 등 대회장 준비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손이 가지 않은 데가 없다.
아고씨가 부등교 문제에 매달리게 된 것은 물론 세 자녀 때문이었다. 첫째딸인 아지(19)는 12살인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학교에 가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학교가 싫어서 그렇게 했다고 한다. 그리고 5년째 프리다스에서 학교생활을 대신하고 있다.
둘째인 아들 히토시(17)도 초등학교 2년 때 학교를 그만뒀다. 갑자기 학교에 가기 싫어졌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현재 프리다스에 나가 만화도 보고, 영어공부도 하고, 컴퓨터 게임도 하면서 연극배우의 꿈을 키우고 있다. 그는 아르바이트도 한다. 오후 5시께면 자신의 오토바이를 타고 음식점에 나가 일을 한다. 막내아들인 쿄(15)도 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다.
학교에는 제대로 다니지 않았지만, 이들은 이번 행사에 참가한 우리나라 자퇴생들과 영어로 의사소통도 자유롭게 하는 등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었고 성격도 매우 적극적이었다.
물론 세 자녀의 부등교 문제로 아고씨 가족은 한때 심한 갈등을 겪은 적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고씨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기 시작한 뒤 여러가지 일이 많았다”는 말만 하며 빙그레 웃었다. “한번은 전화가 왔는데, 아이들이 통화내용을 전해줬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한자를 쓰지 못하는 것을 보고 `학교에 다니지 않은 탓이구나' 싶어 무척 걱정했지요.”
그러나 그런 걱정도 곧바로 풀렸다.
“프리다스에서 아이들이 서로 어울려 컴퓨터 게임을 하고 공부도 하는 등
학교에서처럼 많은 것을 배워나가는 것을 보면서 이젠 `진짜 학교가 필요한
것인가' 의문을 가지게 됐어요.” -한겨레 -
* 교육 - 등교거부생 공간 '프리다스'
`학교는 모순덩어리'라는 생각에 고교 2학년이던 지난해에 자퇴했다. 학교를 그만두니 정말 갈 곳이 없었다. 불러주는 곳도 찾아갈 곳도 없어서 나는 철저히 집지킴이가 되어 갔다.
일주일에 한번쯤 뭔가 먹고 싶어지면 기웃거리는 집앞 수퍼마켓이나 분식집이, 그리고 가끔 멍한 표정으로 구경하며 다니는 광주 충장로 거리가 내가 갈 수 있는 곳의 전부였다.
“학교 말고 갈 수 있는 곳이 이렇게 없었나?” 하는 생각에 나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다. “학생이 아닌 인간 효경이가 마음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내 주위에는 그런 곳이 없었다.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부등교 하계합숙'에 초대받아 참여했다. 우리나라에 비해 잘 되어 있는 일본 부등교생들의 여건을 보면서, 이미 30년 가까운 부등교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못내 미련을 버릴 수 없는 곳이 생겼다. 한국에 돌아온 뒤 나를 더욱 외롭게 만들어버린 `프리다스'란 곳이다.
프리다스는 이번 캠프가 열렸던 시골도시 마쓰에시에 있는 부등교생들의 공간이다. 6년 전 마쓰에 부등교생 부모들이 자녀들을 위해 돈을 모아 마련한 20평 남짓한 곳이다. 임대료 등 한달 운영비 7만엔, 20여명에 달하는 프리다스 멤버 부모들이 나누어 부담한다고 한다.
다다미방 거실을 중심으로 한쪽에는 작은 주방과 식탁이, 다른 한편에는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컴퓨터가 놓여 있는 원룸 형태의 아담한 공간이었다.
“이름? 이름에는 아무 뜻이 없어. 그냥 프리다스야. 처음에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거든. 프로그램 같은 것은 없는데…. 와서 그냥 자기가 싶은 걸 하면 돼. 음악을 들을 때도 있고, 각자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도 하고,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모든 일에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프리다스의 이름은 무슨 뜻인지, 어떤 프로그램들이 돌아가는지 열심히 묻는 나에게 프리다스 멤버인 유리(21)는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세상에 이런 곳도 있구나! 나는 무척 놀랐다. 밤새 요리를 할 수도 있고, 북을 칠 수도 있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고 해서 그걸로 `모든 활동중지'가 아닐 수 있는 곳이다.
학생이든 부등교생이든 모든 사람에게는 공간이 필요하다.
특별한 목적 없이도 사람들과 부대낄 수 있는 그런 공간 말이다. -한겨레 -
* 교육마당
국립민속박물관 3일 오후 1시40분~3시40분 박물관 동편 텃논에서 사물놀이패의 농악공연과 함께 서울 혜화초등학교 학생들이 참가하는 전통 벼베기와 타작시범을 보여준다. (02)734-1346.
국립서울과학관 3~9일 과학관 4층 특별전시실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자료 230여점을 선보이는 `제33회 교육자료전시회'를 연다. (02)3675-5114.
기독교윤리실천운동 9~12월 격주로 목요일 오후 6시30분~9시20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4층 세미나실에서 초·중·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교사가 바로잡는 대중문화'를 주제로 한 제2기 교사 미디어아카데미를 연다. (02)871-7487.
자유학교 물꼬 9월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서울 이문동 서울사무소 미나리골에서 장구 글쓰기 생활판소리 연극 등을 가르치는 `99년 2학기 방과후 공부'를 시작한다. 배움값 3만~5만원. (02)964-4501~2.
좋은 어머니가 되기 위한 모임 7·14·21일 학부모를 대상으로 일기와 감상글·주장글 및 독서지도, 신문활용교육을 내용으로 하는 `품앗이 글쓰기·독서강좌'를 연다. 참가비 5천원. (02)581-0838.
참교육영상집단 10~12일 한국방송회관에서 출품작 상영, 감독과의 만남, 청소년 영상문화에 대한 토론회, 학교동아리 한마당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제1회 서울 국제청소년영화제'를 연다. (02)671-5828.
기독여민회 10~11일 전북 무주 학선분교와 자연학습장에서 도시서민여성과 아동들을 대상으로 꽃과 열매 관찰, 가을결실 수확, 공동체놀이 등을 중심으로 생명존중 테마기행 `꽃과 열매를 즐기는 가을기행'을 연다. (02)2265-7957.
녹색삶을 위한 여성들의 모임 11일 오후 2시40분부터 경복궁에서 `명성황후 조난지를 찾아서'를 주제로 초등학생 3학년 이상이 참여하는 `우리 땅 우리 서울 고궁나들이'를 연다. 참가비 6천원. (02)903-6604.
참교육학부모회 28일~10월8일 교육공동체 실현을 위한 학부모 자원봉사교육의 하나로 `학부모 도서관 사서 보조교사 강좌'를 연다. (02)790-3153. -99/9/3/hani -
* 미국의 '대안학교'
최근 이른바 학급붕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도 70년대부터 학교실패(school failure)와 그에 따라 쏟아져 나오는 `문제아'들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작은 도시 샌타크루즈 카운티에서는 학교실패 문제를 `작고 가벼운' 프로그램 중심의 대안학교를 다양하게 만들어 풀어가고 있다.
기존의 제도권 학교들이 문제아 또는 부적응 학생들의 문제를 독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무리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카운티 정부가 나서서 이들을 모아놓고 이들이 요구하는 것 중심으로 그때그때 필요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쪽으로 해결방향을 잡은 것이다.
샌타크루즈에는 현재 중·고교생이 1500명 정도 된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무려 25%가 넘는 380여명이 이런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다.
카운티 정부 교육담당부서에서 10년째 대안학교 프로그램 일을 하고 있는 마이클 워킨즈(49·사진)는 “문제아들을 개별적이고 일시적으로 보살피는 방식을 벗어나 그들이 가진 문제를 범주화하고, 같은 범주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며 “대개 이런 프로그램은 기존 학교와 별도로 운영되지만 그렇다고 대안교육이 학교란 틀을 벗어나진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샌타크루즈에는 현재 다른 성격의 대안학교가 16개나 운영되고 있다. 술이나 마약·폭력 등의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이 모인 학교, 노숙자 가정 자녀들을 위한 학교, 제도권 학교에는 가기 싫어하는 학생들을 위한 `혼자학습' 학교, 공부에 관심이 없고 빨리 취직하고 싶은 아이들이 모이는 학교, 이성관계에서 성 문제로 충격을 받은 여학생을 위한 학교, 10대 미혼모를 위해 아이를 봐주며 예비부모 교육을 시키는 학교 등 매우 다양하다.
부적응 학생이 발생하면 먼저 교사와 검사·경찰·청소년전문가들이 모인 `학교등교상황위원회'가 열려 부적응 학생이 처한 문제나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대안학교를 선정해준다. 그리고 적절한 교사를 찾아 연결해주고 외부 전문기관을 협력자로 맺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카운티 정부가 대안학교 운영에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아니다. 대안학교 설립과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게 창의성과 자율성이라는 인식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워킨즈는 “미국에선 정부가 돈만 지원하고 전혀 간섭하지 않는 대안 자율학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안학교 학생들의 진로도 다양하다. 일부는 대안학교 생활을 몇달 하다가 제도권 학교로 돌아가기도 하고, 대안학교에서 그대로 졸업한 뒤 취직을 하거나 상급학교로 진학하기도 한다.
워킨즈는 이런 프로그램 중심의 작은 대안학교가 장점이 많다고 말한다. “처지와 경험이 비슷한 아이들과 그들의 문제를 잘 아는 교사가 함께 모이기 때문에 효과가 커요. 아이들이 자신의 문제를 부끄러움 없이 말할 수 있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굳이 상담을 하지 않아도 치유가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지역사회 주민들이 대안학교 유치를 반대하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문제아들이 몰려와 마을 분위기를 흐린다는 이유에서다.
“모든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고루 제공해야 한다는 이타주의식 이야기는
잘 통하지 않아요.
그래서 길거리에 아이들이 나다니게 방치하면 그들이 결국 도둑질을 하고
폭력화한다는 점을 역설해 설득하지요.
부적응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면 당장 당신의 삶에도 짐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지요.” 샌타크루즈/권혁철 기자
* 과학교육 - 모래위에 집짓기
“장래희망은 과학자, 존경하는 인물은 에디슨.”
초등학생 10명 가운데 8~9명은 과학에 흥미를 갖고 과학자의 꿈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각종 조사결과는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학년이 오를수록 현저히 떨어져 중학생은 30% 가량, 고등학생은 10% 안팎만이 과학자의 꿈을 유지하게 된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정부는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맞이해 지식과 창의력에 기초한 가치 창출을 핵심적인 정책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질높은 과학교육의 뒷받침이 없이는 구두선에 그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실제 우리의 초·중등 과학교육은 학생들의 과학적 사고와 창의력 지수(CQ)를 키우기는커녕 과학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24일 오전 서울 衁고교 2학년 물리시간. 40여명의 학생들이 과학실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수업 시작 10분이 채 안돼 절반 가까운 학생들은 교과서를 아예 덮거나 조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일부 학생은 과학실 밖으로 빠져나가기도 했다. 김아무개(40) 교사는 “수업내용을 이해하는 학생이 1할이 채 안된다”며 “수업만 과학실에서 할 뿐 실험실습은 거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교육 부실의 원인으로는 여러가지가 지적된다. 우선 과밀학급의 문제다. 지금과 같은 과밀학급에선 제대로 된 실험실습 등 내실있는 과학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실험기구와 실습여건 미흡, 다양한 과학정보를 담은 지침서가 없는 점도 문제라고 교사들은 지적한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강의 중심의 구태의연한 교육방법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과학이 자연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문제를 인식하는 방법이라면 기술은 이를 응용해 편의와 이득을 얻는 실제적 수단이다. 오늘날 학생들이 실제로 경험하는 것은 과학과 기술이 통합된 형태다. 그러나 학교교육은 그 관계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 채 두 분야의 순수성·독립성만을 고집하고 있다. 학생들이 과학을 실생활에서 느끼지 못하게 하는 이유다.
인천 숭덕여고 박상대 교사는 “과학교육의 내용 구성에서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초·중등 과학교육은 학생을 과학자로 만드는 게 아니라 과학적 마인드를 키워주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의 과학교육도 부실하긴 마찬가지다. 대학이 비대해진 데다, 학부제 실시 이후 학생들이 인기학과에 몰리면서 기초과학 전공을 기피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대학진학 중심의 고교 교육제도 아래서 물리나 화학 대신 생물·지구과학 등 비교적 쉬운 과목을 선택하는 바람에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기본지식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적 문제의 하나다.
서울대는 지난 97년, 개교 이래 처음으로 이공계 신입생용 <일반물리학> 교재를 개발했다. 전에는 외국원서로 물리학 강의를 해왔기 때문에 이 일은 서울대로서는 일종의 경사였다. 하지만 올해부터 대입 수능시험에서 물리 화학 지학 생물이 각각 독립적인 선택과목이 되면서, 물리를 선택한 학생은 전체의 10%에도 못미치게 됐다. <일반물리학>의 효용성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과학기술인력을 적재적소에서 활용하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기초과학교육 부실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기초과학분야를 전공해 봤자 졸업 뒤 진로가 막연하기 때문이다.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학생들은 의과대학 진학을 선호한다. 지난해 걁과학고 출신 가운데 상위성적 학생 절반 가까이가 의대를 지원한 것이 좋은 보기다.
과학교육에 대한 목표를 바로세우고 이를 추진해갈 행정·재정적 지원체제가 미흡한 것도 부실의 한 요인이다. 교육부 직제에는 몇년 전만 해도 과학교육국이 있었으나, 과학기술과로 격하된 이래 이마저 지난해 봄 폐지됐다.
최돈형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은
“기초과학의 벽을 헐고 정보 환경 생명 신소재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히는 학제간 연구가 시급하다. 벤처기업과 기초과학 연계가 좋은 보기”
라고 밝혔다. - 99/8/27/hani -
* 학교 - 사랑과 믿음 그리고 재밌는 학교
40대인 우리 부부는 2년 전 큰아이에게 느꼈던 거리감 때문에 마음 졸이던 때를 기억한다.
큰아이가 첫 생리를 시작한 날은 장미꽃다발과 케이크를 선물하며 함께 기뻐했고, 비록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는 못해도 사랑하고 믿는 만큼 잘 자라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우리가 사주지도 않은 `힙합 바지'를 입고 거리에 서 있는 딸애를 본 중학교 2학년 어느 봄날부터 `준비없는' 거리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친구와 전화기를 붙잡고 30분, 때론 한시간 넘게 웃고 떠들면서도 밥 먹을 때를 제외하곤 자기 방문을 꼭 닫고 있어 점점 얼굴 보기도 힘들어졌다. 무슨 말을 하려면 딸애는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자기 방으로 사라지곤 했다. 상위권이던 성적도 떨어지고 담임선생님은 “문제가 있는 아이들과 친하다”고 했다. 학교생활도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 큰애가 안쓰럽고 불안했다.
한번은 두 아이를 훌륭하게 키운 선배에게 물어보았다. “도대체 요즘 애들은 사춘기가 되면 다 그런 겁니까? 선배는 어떻게 위기를 넘기셨어요?” 선배의 대답은 이랬다. “그만할 때 애들은 부모님의 인내심의 한계를 끊임없이 시험해보곤 하지.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고 어디부터 해서는 안 되는지, 그럴 땐 그저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어. 혹시라도 부모가 화를 내고 성급하게 반응하면 더 어깃장을 놓는 것이 애들이야.”
우리 부부는 이른바 `X세대' 식으로 딸한테 전자우편을 보내거나 가끔 우리식대로 장문의 편지를 써서 책상 위에 놓아두기도 했다. 때로는 새벽까지 이어지는 대화를 통해 변함없는 사랑과 믿음을 전하려고 노력했다. 이제 고등학교에 들어가 첫번째 방학을 맞이한 큰애는 아직 학교생활이 썩 재미있는 눈치는 아닌 것 같다.
“고등학교 가면 공부가 걱정되지만 열심히 할거구요,
친구도 여럿 사귀구요, 동아리도 열심히 하고 싶어요.
잘 될 거예요.”
고교입학을 앞두고 큰애는 그렇게 얘기하곤 했다.
한창 호기심과 반항심이 샘솟는 사춘기 아이들에게 그 열정을 발산할 수 있을
만큼 재미있는 학교생활이 가능하다면 준비없이 맞이하는 딸애와의 거리감에
가슴을 졸이는 불행한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 한승호/대한제당연구소 부소장/- 99/7/25/hani -
* 학교가기 싫어? '도쿄슐레'는 어때!
`자리에 앉지 않고 반항적 언동을 일삼는 아이들로 초등학교 5곳 가운데
1곳(22.5%)이 학급 붕괴를 경험했다.'
일본에서 정규학교를 가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아이 부모들이 만든 `도쿄슐레'를 찾은 지난 15일 <요미우리신문>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도쿄 교육청의 공식조사 결과를 인용한 이 기사는 담임교사가 주의를 주면 반항적인 언동을 하는 학생이 학년이 높아질수록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이지만 일본의 아이들은 왜 교사의 말을 듣지 않고 심지어는 부모들한테도 반항을 하는 것일까?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학교를 가지 않았다는 다카하시 노카(20)양은 “학교를 가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교가 싫어지면 친구도 싫어진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의 오빠 다카하시 즈바사(21)군도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학교를 가지 않았다. “수영을 못하거나 얼굴에 상처가 있는 것만으로도 따돌림의 대상이 될 수 있어요. 따돌림당하는 학교가 싫은데 부모는 자꾸 학교를 가라고 강요만 했어요.” 다카하시 남매는 그 때부터 학교 밖에서 인생수업을 해야 했다.
마츠이 사야(19)양은 좀 다른 사례에 속한다. 고등학교까지는 정규학교를 다닌 그가 `도쿄슐레' 대학을 찾은 동기는 이렇다.
“고교 졸업장을 가지고 있지만 학교를 다니지 않은 친구들과 다를 것이 없다.
졸업장이 취직을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장래에 대한 불안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공부를 해도 자신들의 미래에 그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아차린 것이다. 도쿄슐레 관계자는 이런 학교교육에 대한 아이들의 냉소가 더이상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실패를 의미한다고 그럴 듯한 해석을 내리고 있었다.
학교와 가족으로부터 도피한 이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으려 하던 일본 사회의 차가운 시선이 `우리 아이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따뜻한 시선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등교 거부를 걱정하는 전국 네트워크'가 결성돼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된 90년대 초반이라고 한다.
이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오쿠치 게이코씨는 “정보소비 사회로 가면서 많은 변화와 정보를 접하게 된 아이들은 점점 더 학교에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학교가 변하지 않고 있어 등교 거부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등교를 거부한 초·중학생은 97년 10만명을 넘어섰다.
`등교 거부를 생각하는 전국 네트워크'는 다음달 20일부터 21일까지 일본 시마네현에서 전국대회를 연다. 어린이와 어른들의 패널토론이 열리는 이번 대회에선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자란 하니미오(35·멀티미디어 프로듀서)씨가 `산다는 것은 단순히 재미있다'란 주제로 강연도 한다.
- 도쿄/황석연/- 99/7/25/hani -
* 교육마당 - 7/5/99
대전시 8월18~21일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로봇달리기 로봇블록쌓기 로봇어드벤처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제1회 로봇올림피아드대회를 연다. 참가신청 7월5일까지. (042)869-8048, 5448.
한국대학교육협의회 6일 오후 1시 서울 한국교총회관 1층 강당에서 고교 1학년 재학생 학부모와 진학담당 교사를 대상으로 `2002학년도 대입제도의 변화에 따른 학부모, 교육관계자 심포지움'을 연다. (02)780-5567, 7941.
참교육학부모회 12~22일 매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성당 3층 강당에서 학부모자원봉사자교육을 실시한다. 참가비 1만5천원. (02)790-3154.
국립중앙박물관 19일~8월4일 초등학생, 8월9~13일 중학생을 대상으로 박물관 공부와 문화·역사강의, 유적답사 등을 내용으로 하는 `99 여름 어린이·청소년 박물관 교실'을 무료로 연다. (02)398-5081.
군산기독청년회 19일~8월14일 전북 부안군 변산면 모항갯벌 캠프장에서 염전과 채석강, 해양박물관 등을 둘러보는 `갯벌 생태캠프'를 연다. (0654)446-4125, 446-4122.
서울대 체육교육과 20~24일 서울 관악구에 사는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축구·농구 이론과 실기를 가르치는 `스포츠교실'을 연다. (02)880-7792.
상지대·원주참여단체시민센터·강원청소년자원봉사센터 22~31일 상지대에서 강원영서지역, 경기·충북지역 고교생을 대상으로 영화 연극 인터넷 만화 풍물 노래 비디오제작을 내용으로 하는 제1회 청소년 열린문화학교를 연다. (0371)731-1364, 748-1366.
남북어린이어깨동무 청년위원회 22~24일 광릉수목원 수련장에서 남북한 문화통합을 주제로 한 `청년학생 여름캠프'를 연다. 참가비 3만원. (02)743-7942.
전국영어교사모임 24~26일 전주 유스호스텔에서 `교과서를 뛰어넘자'를 주제로 `참교육실천 자주 연수'를 연다. (02)2631-2993,2913.
서울기독여성회 22일~8월14일 강남청소년회관에서 스위스 민요 요델을 배우는 `초등교사 요델 특강'을 연다. 회비 5만원. 접수마감 7월15일. (02)544-9725.
한국환경교육협회 22일~8월4일 4차례에 걸쳐 충남 연기군 청소년수련장에서 자연탐사활동과 수력발전기 만들기, 환경지도 만들기 등을 내용으로 하는 `99 여름 환경체험학교'를 연다. 참가비 4만8천원. (02)571-1195.
통계청 25일 오전 10시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전국 통계청 각 지방통계사무소에서 통계자료(그래프와 표)를 보고 이를 분석해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전국 어린이 통계경진대회'를 연다. 접수 16일까지. (042)481-2036.
서울시립보라매청소년수련관 26~31일 영상제작에 관심있는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99 청소년 영상제작 교실'을 연다. 참가비 2만원. (02)834-7234.
투니버스와 한국만화가협회 26일~8월8일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 청소년수련원에서 초·중·고·대학생을 대상으로 `99 여름 만화학교'를 연다. 참가비 7만원. (02)497-4334.
`품' 청소년놀이문화연구소 31일~8월6일 강화도에서 제주도까지 염전과 갯벌 등 바다의 생태를 살펴보는 `삶의 뿌리를 찾아서' 행사를 연다. 참가비 8만원. 모집마감 7월10일. (02)990-6365.
단국대병원 소아과 8월2~5일 충남 예산 서해안관광농원에서 6살 이상의 천식어린이를 대상으로 `제7회 단국어린이천식캠프'를 연다. 참가비 10만원. (0417)550-6590.
한국교육연구소 8월9~20일 서울대에서 우리흙집 짓기, 옹기 만들기, 우리식 환경교육을 내용으로 하는 `우리문화 교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참가비 12만9천원. (02)708-4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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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 시장논리에 학교가 멍든다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교육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경쟁사회'에서 뒤처진 아이들이 상처받은 마음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일본에서 교사와 학부모가 힘을 합쳐 경쟁의 논리를 추방하고 학교를 교육공동체로 만들자는 운동을 펼쳐온 사토 마나부(49) 도쿄대 교육학과 교수를 조한혜정 연세대 교수(문화관광부 청소년정책자문위원장)가 최근 만나 집중인터뷰 했다. 편집자
조한=전지구적 자본주의화로 교육에서 경쟁의 논리가 강조되면서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교육개혁을 추진한다면서 시장경제 논리를 교육정책에 도입하려 하고 있는데, 일본에서의 경험은 어떠한가?
사토=일본은 냉전구조가 붕괴되고 나카소네 정부가 들어선 84년을 기점으로 `좀더 강한 개인'을 지향하는 신자유주의 교육관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을 하향평준화하는 교육을 막고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최대한 존중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교육의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없으므로 민간에 권한을 상당부분 넘기자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의 공공성보다는 자립성·개별화·사립화를 추구하는 이런 정책은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교과선택제 등 자유로운 선택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학교를 가지 않는 낙오된 학생들이 늘어났다. 개인의 선택을 중시하면서 공동체정신이 파괴되고 학교로부터 도망가는 아이들이 생겨났다. 학생과 학생,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가 파괴됐기 때문이다. 축적된 자본을 가진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의 갈등이 생겨난 것도 문제다. 가정마다 자녀가 줄고 학교의 자본이 줄면서 학생을 확보하려는 학교간 경쟁이 생겨났다.
조한=그런 과정에서 낙오된 학생들은 어떤 사회문제를 일으켰는가?
사토=년부터 특히 중학교를 중심으로 집단괴롭힘(이지메)이 크게 늘어났다. 아이들의 신체적 반란이 시작된 것이다. 압축성장에 따른 동아시아 교육의 문제점이 일본에서 제일 먼저 발생한 것이다. 교사를 때리는 학생이 생겨나고 아이들끼리의 폭력이 늘어났다. 이런 교내폭력은 가정에서 부모를 때리는 폭력으로까지 발전했다. 교내폭력이 가정내 폭력으로 발전하고 그 다음엔 이지메로 번져나갔다.
84년에 이지메가 절정을 이뤄 12만건이 보고됐다. 현재는 6만건으로 줄었지만 이지메로 생긴 등교기피 현상은 아직도 증가 추세에 있다. 학교에 안가는 초·중학생 수만 10만명이나 된다. 일본 고교의 실질적인 학생 중퇴율도 10%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내 전체 범죄의 절반 가량이 이런 청소년 폭력으로 채워지고 있다.
84년부터 신자유주의 교육이 학교에 침투하면서 교과선택제가 늘고 학급이 없어졌다. 선택과목이 많은 학교를 일본에서는 `쇼핑몰 고교'라고 부르는데 이런 학교일수록 학생들의 중퇴율이 높게 나타났다.
조한=낙오된 학생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급선무일 텐데 일본 문부성의 정책기조가 궁금하다.
사토=낙오된 학생들은 대부분 야간학교로 가거나 길거리를 떠돈다. 하지만 문부성은 2003년부터 필수과목도 선택과목화한다는 방침이다. 학교를 서비스기관으로 보고 시장경쟁 기능으로 통제하겠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학교들간의 살아남기 경쟁이 계속되면 도쿄시내 학교의 25% 가량이 문을 닫아야 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문부성은 초·중·고교 뿐 아니라 국립대학까지 민영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차원의 규제완화로 교육재원 확보가 어렵고, 아이들에게 자율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본 학부모들의 낭만적 요구가 높다는 이유 때문이다.
전후 집중적으로 태어난 2천만명 가량의 `단카이(團塊) 세대' 학부모들은 대부분 60년대 중·후반 학생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여론은 아이들이 여유를 갖지 못할 만큼 공부에 지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자녀(단카이 주니어 세대)는 일본의 어느 세대보다도 공부를 적게 하고 있으며 `가치관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교육에서 자율의 확대는 규제완화라는 정부정책과도 맞물려 있지만, 민영화 추세로 혜택을 보는 것은 교육산업에 기댄 기업들 뿐이다.
조한=학생들의 폭력화를 막으려면 오히려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사토=선택권을 준다 해서 질식상태에 빠져든 아이들의 느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입시로 서열화되어 있는 일본의 고교교육 체제다. 성적이나 학력 중심에서 내신 중심으로 평가방식을 바꿨지만 학교를 하향평준화하는 결과만 초래했다. 선택의 폭을 넓혀줘도 서열화된 학교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중학교가 가장 황폐화됐다. 입시가 있는 한 능력있는 아이들은 공립학교보다 여건이 좋은 사립학교로 진학하려 한다. 실제로 도쿄대 재학생은 대부분 사립학교 출신이다.
조한=문부성은 공립학교 육성을 위해 중·고교과정을 통합한 6년제 엘리트 공립학교를 만들기로 하고 법제화까지 마친 것으로 아는데.
사토=부모들이 원한다고 입시 전문 엘리트 공립학교를 만드는 것은 전쟁 전으로 돌아가자는 발상이다. 학교간 경쟁을 부추겨 입시연령이 더 낮아지고 심각한 부작용만 부를 것이다. 20~35살까지 여러가지 기회에 다양한 가능성에 도전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연령별로 고정되지 않은 사회여야 개인의 사회참여가 늘고 정보화사회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실업률도 낮출 수 있다.
조한=교육의 공공성이 무너지면 심각한 사태를 빚을 것이다.
사토=그렇다. 교육을 민영화하는 추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신자유주의자들은 학교의 슬림화를 얘기한다. 하지만 국가 중심의 공공성은 준다 해도 지역사회에서의 교육의 공공성을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학부모와 지역사회 인사가 학교운영에 참여해 평생교육과 학교교육을 연합하는 길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문부성과는 달리 각 시·도교육위원회에서는 `풀뿌리운동' 방식인 지역사회 중심의 교육을 많이 채택하고 있다.
조한 = 시민사회운동 방식의 교육공동체가 건설되는 것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의 대안교육은 어떤가?
사토=년대에 주목받은 일본의 대안교육은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학교 밖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공립학교 안에서 대안교육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대안의 보편적 확산은 불가능하다. 공립학교가 바뀌어야만 교육이 바뀐다. 그리고 공립학교는 지역별 특성에 맞게 다양하게 발전해야 한다. 하지만 지방일수록 교육재정이 취약한 게 문제다. 또 농촌의 학교와 도시의 학교가 같은 교육과정으로 운영되는 것도 문제다.
전교생이 600명 가량인 요코하마의 하마노코 초등학교는 학부모의 80% 가량이 교사와 힘을 합쳐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반농반어의 지역특성을 감안해 농·어촌의 생활내용을 교육과정으로 반영시킨다. 어떤 학부모는 보조교사로 수업을 돕고, 어떤 학부모는 도서관 운영이나 학교급식을 지도한다.
조한=한국에서는 학생수 100명 이하의 소규모학교를 통폐합하려고 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사토=일본에서도 70년대에 학교 통폐합을 많이 했다.
하지만 학교가 사라지면서 많은 주민들이 마을을 떠났다.
그래서 주민의 동의가 없으면 학교를 없애지 않는 것이 일본의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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