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되는 법", "단시일에 10억을 만드는 방법"....등등의 돈버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책들이 잘 팔린다. 그렇지만 이런 책 읽고 부자가 되었다는 사람을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 정말 그 책을 쓴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 법을 알고 있고, 단시일에 10억을 버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그런 책들은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마음만 먹으면 부자가 되고 10억을 단숨에 벌 수 있는 사람들이 뭐하러 힘들게 책을 쓴단 말인가 ! 사람들이 그걸 아주 모를 정도로 어리석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런 책들을 사서 열심히 읽는 것이다. 이런 실용서의 범람은 불황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진 세태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좀 씁쓸하게 느껴지는 현상이다. 『서점 주인과 부자 상인』은 단순히 돈버는 방법을 가르쳐는 책들과는 조금 다른 책이다. 이 책을 지은 시미즈 가쓰요시는 평범한 직장 생활을 그만 두고 '독서를 권합니다'라는 이름의 작은 서점을 연다.
어느 날 이 작은 책방에 일본 최고의 부자, 사이토 히토리가 들른다. 일본에서 1997년분 납세액이 전국 1위가 된 이후 세간의 주목을 받은 사이토 히토리는 매스컴에 얼굴을 내민 적이 한번도 없는 사람이다. 대개의 일본 부호들은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의 성공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지만 이 사람은 순수하게 장사만으로 막대한 부를 일군 사람이다. 엄청난 부자이면서도 허름한 옷차림에 시장통을 어슬렁거리고 싸구려 밥집에서 생선구이를 맛있게 먹는 이 사람이 시미즈 가쓰요시가 하는 작은 서점의 단골이 되어 들를 때마다 장사에 도움이 되는 얘기를 들려준다.
이를테면 서점에는 pop라는 걸 붙인다. 출판사에서 세련되게 만들어온 홍보용 포스터가 그것들이다. 사이토 히토리 씨가 불러준 문구를 서점 주인이 받아 써서 복사기에 확대 복사해서 서점 한쪽에 붙였다. 워낙 조악하게 만든 거라 시미즈 가쓰요시는 저게 무슨 효과가 있을까, 하고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그 pop를 보고는 그 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책은 서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책 중의 하나가 되었다. 이렇게 이 사람의 조언을 그대로 따르면서 시미즈 가쓰요시의 작은 서점은 매출이 쑥쑥 늘어갔다. "자네는 참 행운아일세. 내게서 이런 얘기를 직접 들었으니 말이야. 자, 내 대신 자네가 이걸 책으로 써서 다른 사람에게도 가르쳐 주게나." 시미즈 가쓰요시는 장사의 달인, 혹은 장사의 신인 사이토 히토리 씨의 권유를 받아들여 이 책을 쓰게 된다.
프로 상인의 마음가짐, 장사에서 행운을 부르는 말, 일에서 행운을 부르는 말, 대인관계에서 행운을 부르는 말, 인생에서 행운을 부르는 말 등과 같은 목차를 보면 일본의 최고 상인 자리에 우뚝 선 이가 들려주는 장사에서 성공하는 비법을 전수하는 책으로 보여진다. 물론 이 책은 장사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말들이 그득하다. 하지만 이 책을 경영의 비법이나 요령, 혹은 공식을 배워 장사에서 성공하려는 목적만 이 책을 읽는 것은 이 책이 갖고 있는 또 다른 유익한 장점들을 놓치는 것이다.
이 책은 장사의 길에서 득도한 사이토 히토리 씨의 삶의 지혜가 담겨있는 책이다. 히토리 씨는 즐겨 비유를 써서 말하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강이 범람한다고 해 보세. 그것은 물이 모여 있기 때문에 범람할 정도의 기세가 붙은 것이지. 하지만 물이 모이기도 전에 여러 줄기로 흘러 버리면 기세도 오르지 않아. 물이 없는 강은 졸졸거리기만 할뿐이라네. 이와 마찬가지인 게야. 강물에 기세를 더하려면 우선 물을 모아야 해. 이와 마찬가지로 '이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나 바람을 모아 두는 거야.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폭발할 만큼의 기세가 붙게 되지. 하지만 목표를 발설해 버리면 애써 품은 생각이 밖으로 새어나가 버리고 만다네." 중학교를 졸업한 것이 정규학력의 전부인 히토리 씨는 장사를 영혼의 수행의 한 방법이라고 여기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지식이 아니라 삶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지혜를 터득하고 있는 사람이다.
"가게 밖에서 가게를 살펴보라." "크다고 두려워하지 말라.", "부탁을 받는 것은 운이 좋다는 증거다.", "인생은 영혼의 수행이다."라는 말들은 얼마나 평범한가 ! 그런데 이 평범한 말에도 진리는 번뜩인다. 이 말들이 아무 책에서나 주워 담은 말들이 아니라 땀과 노고가 깃든 자신의 직접적인 체험에서 건져낸 값진 말들이기 때문이다. 그가 들려주는 얘기를 통해 세상과 인생의 큰 흐름을 잡는 눈과 깨달음을 배워보자. 그가 하는 얘기들은 추상적인 얘기가 아니다.
평생 장사를 하면서, 혹은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장사꾼의 눈으로 관찰하면서 터득한 지혜와 깨달음은 너무나 쉽고 평이한 것이어서 때로는 싱겁기조차 하다. 사이토 히토리 씨가 멘터(menter. 스승)라면 시미즈 가쓰요시는 멘티(mentee. 제자)라고 할 수 있다. 멘터는 사회적 경험이 풍부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다. 멘터는 멘티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인격과 능력을 계발할 수 있도록 끌어주는 사람이다. 예를들면 드라마 "대장금"에서 한상궁이 장금을 상찬나인으로 임명하고 끌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한상궁은 멘터이고, 장금이는 멘티라고 할 수 있다. 인생의 길에서 자신의 꿈을 알아주고 그 꿈을 현실 속에서 활짝 피게 도와주는 멘터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사이토 히토리 씨는 성공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언제나 "웃는 얼굴을 하고, 기분 좋게 '네 !'하는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그게 어디 장사뿐이랴 !
『간이역에서 사이버스페이스까지』, 최재봉, 이룸, 2003년
이 책을 지은 이는 오랫동안 한겨레신문의 문학전문기자로 일한 최재봉 씨다. '한국문학의 공간 탐사'라는 부제가 암시하듯이 이 책은 우리 삶의 다양한 공간들이 한국 문학에서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가를 종횡으로 탐사한 책이다. 간이역, 카페, 베니스, 빈집, 감옥, 비무장지대, 아파트, 포장마차, 탄광촌, 절, 무덤, 사막, 백화점, 우체국, 숲, 섬, 병원, 지하철, 공원, 학교, 물레방앗간, 엘리베이터, 포구, 버스, 극장, 수몰지, 변소, 거울, 사이버스페이스......동일한 공간이 작가의 상상력에 따라 어떻게 변주되는가를 따라가며 읽는 재미가 있다.
『자원의 지배』, 마이클 클레어, 김태유 허은녕 옮김, 세종연구원, 2002
앞으로 지구상에서 일어날 수많은 분쟁과 전쟁은 상이한 종교나 문명의 충돌 때문이 아니라 석유와 물, 목재와 광물과 같은 자원을 선점하려는 힘들 사이의 다툼에서 비롯될 것이다. 자원 전쟁은 영토분쟁이나 인종 대립, 정치적 분쟁, 군비확장과 같은 여러 형태로 그 모습을 달리해 나타날 것이다. 마이클 클레어는 탈냉전시대의 많은 분쟁과 전쟁이 자원 때문에 일어날 것임을 방대한 자료와 국제관계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 사실의 정확성에서 바탕을 두고 명쾌하게 짚어낸다. 자원경제와 정책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인식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