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 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옆 지기의 느긋함으로
아홉시가 다 되어서야 양산에 도착을 했다.
산속에서는 음미할 수 없는 맛이기에
길거리 커피라도 지금 이 순간은 소중하다.
달콤한 여유에 취해 본다.
준비 운동을 하고 오늘의 산행을 시작해 본다.
처음에 종주를 할때는 얼마쯤 가야 되느냐고 물어보면 누군가는
오늘 하루종일 걷는거랑 친구하는 맘으로 임하라는 그 생각이 난다.
아침부터 느껴지는 후덥지근함을 안고 산속으로 빠져든다.
나무와 풀잎사이로 느껴지는 상큼함은 기분을 아주 개운하게 해 준다.
제법 많은 산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본다.
장군봉까지는 생각보다 오르막이 참 버겁다는 생각을 해 본다.
여기서 흔적을 남기야지 하면서 지나는 산객에게 부탁을 하고
둘이서 함께인 사진은 유일하다.
찍사의 서툰 사진 솜씨 부족을 탓한다.
연달아 한방 더
오늘 산행이 나로 인해 엄청 더디다는 것도..
서운한 마음이 더운 열기와 함께 확 ~
에궁 다시는 따라오나 봐라 내가 미쳤지.
화나면 입을 다물어 버리는 나의 좋지 않은 습관이 침묵 산행을 하게 만든다.
( 다시봐도 찍사 솜씨가 불확실하다.ㅋ ㅋㅋ )
넓은 평원을 지나 꽃사진을 찍고 있는 옆지기를 지켜 보면서 만감이 교차된다.
마눌의 복잠한 심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넓은 바위에 점심을 먹기 위해 앉았다.
두눈을 보면 서러운 마음에 눈물을 보일 것 같아서
나의 눈길은 그를 피해서 먼산을 헤매고 있다.
속 좁은 나의 속마음을 모르는 게 편 할 것 같아서다.
고단 봉을 오르니 많은 산객들이 정상을 즐기고 있었다.
계단을 만들 때는 자연 그대로 두지 왜 만드나 했는데 오늘은 편리해서 좋다.
서둘러 걸음을 재촉했다.
다운된 기분이 산을 오르다보니 많은 산객들 사이로 금새 잊어 버렸다.
아마도 산행시간이 예사롭게 끝날 것 같지 않음을 알았는지 산성고개에서
포장된 도로를 따라 상점이 있는 버스종점까지 내려왔다.
옆지기의 구름과자도 사고 이온 음료도 사고 커피도 한잔하고
땡볕을 지나 다시 산을 오르기 위해 마을로 올라본다.
집으로 가고 싶은 강한 유혹을 뿌리치고 나와의 약속을 위해서 다시 고고다.
어디서건 노래하는 대한민국 참 대단하다.
다시 시작하는 맘으로 오르는 산길은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모든것을 포기 했기 때문에 얻은 여유일까?
나는 중도포기를 멈추고 종주를 해야하고
옆 지기는 빨리 가야 한다는 조급함을 비운 때문인지 여유가 넘친다.
이젠 두사람의 간격이 좁아진 행복함이 묻어난다.
만덕고개에서는 트럭표 칼국수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해질 무렵 옹기종기 자리를 메운 산객들의 모습들이 정겨워 보인다.
무리속에서 한팀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더니
아버지는 운전석에 앉고, 청년이 된 아들은 마라토너인지 뛰어가고 있다.
귀한 아들을 뛰게한다는 아주머니와
귀할수록 엄하게 키워야한다는 아저씨 부부가 서로 다투고 있다.
경상도 부부의 전형적인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주먹밥으로 떼운 점심 이후
맛나는 간식이 된 칼국수
얼큰한 칼국수가 주인장의 인심만큼이나 맛있고 배를 든든하게 해 준다.
씩씩하게 계단을 올라본다.
해도 지고 걷기에 아주 좋다.
산객도 드물고 조용한 산속에 우리 둘만이
조용히 오늘의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걷고 있다.
에너지가 고갈되고 난 뒤의 마의 불웅령이 뒤에 버티고 있다.
저 산만 넘으면
고지가 바로 저긴데...
우리의 목적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발뒤꿈치만 보고 길을 걷고 있다
저녁의 서늘한 바람도 불웅령의 더운 열기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땀과 함께 더운 열기가 솟구친다.
역시 불웅령이다.
다 왔는가 했는데 아직도 그 버거움으로 다가오는 그 마지막 봉우리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ㅋ ㅋ ㅋ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달도 우리와 함께하고 머리엔 랜턴을 밝혀본다.
낮동안의 뜨겁던 열기는 사라지고 저녁이 되니 차가운 산바람이 분다.
서둘러 길을 재촉한다.
애진봉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조용한 공기를 가르고 반가움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이다"라는 나의 말이 떨어지기가 바쁘게 "쉿" 싸인을 보낸다.
험한 세상에 봉변이라도 당할까봐 보호본능이 작동한 것이리라.
든든한 가장의 모습에 진한 부부애를 느끼며 역시 그대가 최고다.
밤은 어둠 그 자체만으로도 무서운데 이 밤엔 짐승도 사람도 다 무섭다.
워매 내리막길이 이다지도 멀고 험한지 오늘 새삼 느껴본다.
여름날의 종주는 참 힘들다는 것
무려 13시간여의 종주 지금까지 가장 오래 걸렸다.
무엇이 문제였지?
금정종주 이 정도면 기록 경신한 것 맞지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는것
종주의 꿈을 꾸게 해 준 셀파님 내외분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 더운 날 무사히 종주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는 것이
무한히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네요.
오늘 하루의 종주길에서
우리네 삶의 파노라마가 고스란히 다 녹아 있다.
오늘 옆지기는 아들과 서울로 병원 정기검진 가고
비가 억수로 내리는 날
종주기로 인해
심심풀이 땅콩이라도 되기를 바라는 맘으로
몇자 적어 봅니다.
언제나 좋은팀을 만나서 더욱 행복한 요즘입니다.
아름다운 시간 되십시오.
09/07/07 - 자연사랑 옆지기 -
첫댓글 두분 행복한모습이 더중요하죠 기록이 중요한가요?????????
제 생각도 많은 의미중에서 함께하는 의미가 제일 소중하다고 생각됩니다. 근데 팔팔한 울 서방님은 아닌가봐요. 기록에 미련이 남나 봅니다. 이 부분 시간이 가면 해결될까요 앞으로 10년쯤후에나...( 2)
글을 읽는 와중에 싱긋이 싱긋이 웃어봅니다. 사람의 감정이라는게 얼마나 변화무쌍한지 잘 보여주셔서요. 두분의 아름다운 모습에 자주 많이 배웁니다. 더운 날씨에 포기하지않고 완주하신 의지에 경의를 표합니다.
산은 언제나 그대로인데 우리네 마음은 언제나 변화무쌍하니 그게 문제입니다. 하루의주길이 우리네 삶의 축소판인것 같아서 많은 생각들을 합니다. 그래서 아마도 주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근데 여름철 주는 참 힘들어서 가자고 하면 이젠 망설일것 같은데요.( 2)
자연사랑님 안전운행하세요.
옆 지기님 잘 다녀 왔습니다. 예전에는 베스트 드라이버였는데 이젠 세월과 함께 쪼매 힘이 드나 봅니다. 아직도 서울과 부산을 지나온 시간보다 더 많이 다녀야 하는데... 암튼 염려해 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 2)
언니의 산행기를 보고 있노라면, 사람 사는 것이 저런것이구나, 라고 생각케합니다. 하루일 걷는 거랑 친구하는 맘으로 임한다는 말, 귀한 아들일수록 엄하게 키워야 한다는 말, 정말 일리있는 말이네요. 자연사랑님 두 분의 부부애를 보고, 느끼고 있는 제 마음 감동의 도가니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 두 분의 금정주 의미있는 산행인 것 같아 제가 기분이 입니다.
아마도 산을 다니면서 더욱 부부애도 도타워지는것 같네요. 서로 바라보는 부분이 닮아가기 때문이 아닐련지요 아웅다웅하는것 보담 나이들어 할아버지 할머니 되어도 다정하게 손잡고 가는 부부 보면 참 보기 좋아서 그렇게 살아 보려구요. 그 부분은 돈 드는것도 아니고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아주 쉬운 부분이라서요. 오색님도 함 해보세요. 밖에서도, 집에서도, 잠잘때도 우리 손잡는 연습을요... 그럼 자동이 됩니다.( 2)
ㅎㅎㅎ 기록경신 맞습니다. 저랑 제 아내가 함께하면 1박2일은 넘을텐데 제가 기록깨볼까예?ㅋㅋㅋ~ 앞으로 산행기는 자연사랑님 옆지기님이 하심을 1표추천함다^^~ 잼있슴다...^^~ 근데 자연사랑님 정말 몸짱입니다.^^
지휴님 기록갱신 산행기 기다려 볼까요 근데 여름철은 꼭 피하세요.마음 다스리기 참 힘듭니다. 항상 인간미 넘치는 부드러운 지휴님 감사 드립니다.( 2)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여유로운 산행의 묘미를 만끽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산행기 즐겁게 잘 보고 갑니다.
맞아요. 포기하고 보니 여유로운 산행이 맘에 꼭 들었습니다. 전 이런 여유로움이 좋은데... 간격을 좁히기 위해서 서로 노력을 해야겠죠 둘이 하나 되기 위한 연습을요.( 2)
자연사랑님 바쁘실텐데 두분이서 아주 여유로운 종줄 하셨네요 산길 걸어면서 상대의 뒷모습을 보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부분들이 나타나기도 하는것 같읍니다 하여 상대(부부)를 좀더 이핼하고 용서하고 .... 셸파님께서 말씀하신게 생각납니다 처음엔 많이 다투기도 하고 했는데 어느순간엔가 그 사람의 눈치만 봐도 쉴땐 쉬고 한다고요 ... 아직도 그 말씀이 기억에 많이 남읍니다
맞아요. 아마도 우리도 셀파님이 말씀하셨던 그런 과정을 지나고 있는것 같습니다. 마당쇠님도 함께 해 보세요. 마당쇠2님도 실력이 만만치 않겠더라구요. 행동으로 안 옮겨서 그렇지 숨은 실력을 개발하면 아마도 순위가 바뀔지도 몰라요.순위: 마당쇠2님- 마당쇠-... ( 2)
금정종주 추카 드립니다.*^*^* 일요일 날씨가 좋았죠? 부러워요~완주 하셔서...두분의 진한 부부애도 글 속에서도 느낄 수 있구요*^*^* 오붓한 데이트 종주 진심으로 축하드려요~짝짝짝 *^*^* 비로 인해 며칠동안 운동을 못했더니 몸이 찌뿌둥하네요.ㅠ.ㅠ.. 산행기 잘 읽었구요~언제나 행복하셔요~^*^*^ 그리구 구름 과자가 무슨 과자인가요???
일요일 날씨 아주 좋았지요. 한낮엔 땡볕이어서 참 버겁더라구요.초록님 찌뿌둥한 몸 풀려 금정산에 또 가야 하는데 비가 자꾸 와서 어쩌지요 두분의 넘치는 열정이 부러울 뿐입니다. 그날 일찍 산행이 마무리 될 줄 알고 과자()를 두고 갔었는데 아무래도 심상치 않는 내 실력에 도저히 오랫동안 참지 못할 것 같은 우려땜시 찾아 만리 할 수 밖에 없었지요. ( 2)
ㅋㅎㅎㅎ...구름과자가 담배였군요~ㅎㅎ ~저는 무슨 과자가 구름과자일까?하고 얼마나 궁금했는데요~*^*^*
두분 모습 언제나 멋지네요... 더운 여름날 종주..정말 수고하셨습니다....너무 행복해 보여서 부러워서 살째기....옆으로 댕겨앉아볼게요....늘 행복하세요^^*
반갑습니다.잔디님 여름날만 피하고 금정주 함 해보세요. 부부애가 새록새록 한답니다. 너무 멀어서 버겁기도 하지만 얻는것도 많답니다. 주하고나면 2kg은 실히 빠집니다. 주하는 목적중에 제일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요인중의 하나랍니다. 잔디님도 늘 행복하세요.(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