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힘은 무기보다 하사관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어설픈 신참 장교를 대신해 사병을 통제하고 훈련시켜 강인한 군대로 키운다. 중대장을 보좌하는 일등상사(1SG)는 군 생활의 어머니 역할도 하지만 인사 업무를 쥐고 있어 사병들이 중대장보다 무섭게 여긴다. 대대 주임상사(SGM)의 명령은 대대장만 무효화할 수 있을 정도다. 사단 주임상사(CSM)는 행사 자리 배치 등에서 사단장에 버금가는 서열로 대접받는다.
▶미군 하사관은 병장부터 시작해 하사·중사·상사로 올라간다. 사병이 하사관 교육 과정을 밟아 승진한다. 권한이 큰 만큼 중사 이상은 육군성이 직접 심사한다. 우리 하사관제도도 미 군정 시절 미군 체제를 본떠 만들었다. 하사·이등중사·일등중사·이등상사·일등상사·특무상사 6단계이던 것이 1962년 하사·중사·상사 3단계로 줄었다. 1989년 상사가 일등·이등상사로 나뉘었고 1993년 호칭이 원사와 상사로 바뀌었다. 상사 7년 이상이면 원사 승진 대상이 된다.
▶일본 잔재라는 호칭 '하사관'도 2001년 '부사관'으로 바뀌었다. 우리 부사관은 6만6000명쯤이다. 단순히 장교와 병사를 이어주는 교량 역할에 그치고 책임만 있고 권한은 크지 않다. 상사가 되려면 20년 넘게 근무해야 하지만 원사는 공무원 7급, 상사·중사는 8급 대우를 받는다. 부사관들은 제대 후 행정사를 지망할 때 6급은 돼야 필기·면접을 면제받는데 너무 직급이 낮다고 말한다.
▶55세 정년인 부사관은 전역 후 10명 중 7명이 월 200만원도 벌지 못해 노후 불안이 크다고 한다. 육군이 부사관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원사는 6급, 상사는 7급으로 승격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6·25 때 유엔군사령관이었던 클라크 대장은 "많은 지휘관이 부대를 거쳐 떠나가지만 부대는 건재해 계속 발전한다. 하사관이 계속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랜 세월 묵묵히 군에 봉사해온 부사관들을 나라가 배려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