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다 보이거든요. 재소자들이 전단지 보고 관심 보이는 모습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까 계속되는 박수 보셨죠? 공연에 대한 호응도 굉장히 좋았어요.”
공연을 마친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구자범 단장의 얼굴은 매우 상기돼 있었습니다.
“홀이 사운드가 좋지 않아서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소리가 안 들리니 연주자들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소자들이 좋아해서 다행이죠. 어차피 공연의 완성도 보다는 이런 경험을 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구자범 단장을 직접 인터뷰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하는데요. 이날 공연을 마친 뒤 대기실에서 특별 인터뷰에 응해주셨습니다. 단, 사진촬영은 금지.
그는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공연을 보여준 것에 대해 만족해하면서도 더 좋은 공연을 선보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에 안타까워했습니다.
“기회가 되면 이분들을 공연장으로 불렀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제대로 된 공연으로 감동을 전해드릴 수 있을 텐데 말이죠.”
감동의 여운 때문인지 인터뷰 내내 흥분된 목소리였던 구자범 단장. 그는 왜 교도소를 찾았을까요?
모든 단원들이 입장을 마치자 마지막으로 지휘자 구자범 단장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재소자들의 표정은 TV 속 범죄자들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공연이 시작됐습니다. 구자범 단장의 손짓에 맞춰 하나 둘 소리를 내는 단원들. 오페라 ‘이고르 공’ 中 <폴로베츠인의 춤>이라는 곡으로 시작된 아름다운 선율은 일순간에 500여명의 재소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공연 내내 연주에 시선을 떼지 않는 재소자가 있는가 하면 눈을 감고 제대로 감상하는 재소자, 공연 정보가 적힌 전단지를 유심히 살펴보는 재소자. 이들은 모두 이 순간만큼은 눈과 귀를 하나로 모았습니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감동의 오케스트라 연주에 재소자들을 관리하는 교도관들 또한 음악 속에 하나가 됐는데요.
1시간 반 동안 차이코프스키의 환상서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연주까지 모두 5곡의 공연이 막을 내리자 대강당 안에는 순간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왔습니다.
재소자들이 일제히 힘찬 박수를 보낸 건데요. 끊이지 않는 박수에 순간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한 교도관도 “이런 반응은 처음”이라며 높은 호응에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이날 공연이 열린 화성직업훈련교도소는 전국 교도소에서 자원한 재소자들이 교육을 받는 곳으로 특강은 여러 번 있었지만 오케스트라 공연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공연을 지켜 본 김봉철 교도관은 “수용자들의 질서순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준 높은 공연이었다”면서 “오케스트라의 훌륭한 공연에 반응하는 수용자들의 모습을 보니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는데요.
앞으로 이런 공연이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편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교도소 공연은 올해 2번째로 앞으로도 공연장에 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교도소뿐만 아니라 장애인 시설, 군부대 등에 직접 찾아갈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기존에도 몇 차례 공연을 간 적은 있지만 75명의 단원이 참여하는 풀편성 공연은 구자범 단장이 지휘봉을 잡은 뒤 처음 이뤄졌다고 하네요.
문화 예술 소외자들을 위한 구자범 사단의 행보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인터뷰 중 그의 마지막 멘트로 포스팅을 마칩니다.
“공연장에 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연을 기획하다가 교도소에 오게 됐습니다. 앞으로는 여자 재소자들을 위한 공연도 해보고 싶고, 문화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무대 비용을 들여서라도 더 좋은 소리를 들려드리도록 노력할 겁니다.”
글·사진 박재영 기자
첫댓글 우리 거인~역시 짱!!*^_^*
눈물나네요.
짝짝짝!!
근데 맨 위의 사진...
우리가 보긴 좋은데 지휘자님이 사진 올리는 거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신딩...^^
언니~사진 정정했어요~잘못 올렸네용~^^큰일날뻔 했당~~^^
역시.역시..울 구자범님..눈물없이는 기사를 볼수가 없군요..엉엉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젠 말씀 안 드려도 다~ 아실것 같은데요.^^
절대로 잊지마세요 지휘자님...저흰 지휘자님의 영~원한 팬입니다.^^
우리 구자범 지휘자님~마이크 잡은 모습은 처음 뵈옵는 거 같아요^^영화배우같아요~^^**
아... 진짜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