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2일 국회에서 한나라당에 의해 강행처리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구촌의 많은 국가들이 무역을 통해서 필요한 상품을 교환하게 되는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간 상품거래에 장애가 되는 조치를 완화할 목적으로 1948년에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체결하여 세계무역을 지배해 오던 보호무역 질서를 파괴하고 자유무역 체제의 구축을 목표로 했다. GATT체제는 출범 당시 23개국이 참가했으나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로 대체할 당시에는 120개국으로 늘어 났으며 가입국의 무역량이 전세계 무역량의 85% 정도를 차지했다. 경제강대국의 불공정한 무역행위를 규제하는데 한계가 있는 GATT 체제는 1986년에 시작된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과정에서 제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다자간 무역기구로 발전시키고 그 명칭을 WTO로 변경하여 1995년 1월에 공식 출범하였다. 세계무역기구(WTO : World Trade Organization)는 GATT 체제를 대신하여 세계경제질서를 규율해 가는 역할을 하지만 국가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여 자유무역협정, 관세동맹, 공동시장, 단일시장 등의 지역무역협정을 통해 경제통합이 이루진다. 지역무역협정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은 회원국간의 무역장벽을 완화함으로써 상호간 교역 증진을 도모하는 특혜무역협정을 의미하며 특히 관세철폐에 주요 초점이 맞춰져 있다. FTA로 대표되는 지역주의는 세계화와 함께 오늘날 국제경제의 뚜렷한 조류를 이루고 있으며 앞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FTA 추진현황을 보면 세계적인 FTA 확산추세에 맞춰 적극 추진한 결과 칠레, 싱가포르, ASEAN, 인도, EU, 페루 등 44개국과의 FTA가 발효되었고, 2011.7.1일에는 한-EU FTA가 잠정발효 되었다. 또한 2011.8.1일에 한․페루 FTA가 발효되었고, 미국과는 국회비준이 통과되어 양국의 실무적인 절차만 남아 있다. 또한 현재 호주, 뉴질랜드, 터키, 콜롬비아, 캐나다, GCC, 멕시코 등 12개국과 협상이 진행 중이다. 한미 FTA가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보면 가장 큰 이익을 얻게 될 산업은 자동차와 일부 전자제품인 반면,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건 농업이다. 기획재정부가 주도하고 농촌경제연구원 등 10여개 연구단체가 분석한 "한미FTA 경제적 효과 재분석"이란 연구자료에 따르면 농수산업 부문은 15년간 연평균 8천445억원(농업 8천150억원, 수산업 295억원) 수준의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농업부문만 따지면 12조2천억원 규모의 피해가 예상되는 것이다. 이중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축산업은 15년간 연평균 4천866억원이며 과수 2천411억원, 채소․특작 655억원, 곡물 218억원 등으로 분석됐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산 쇠고기에 부과되는 40%의 관세율이 발효 후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미국산 돼지고기는 4년 뒤에 관세가 사라지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값싼 수입고기 먹을 수 있다고 반길지 모르지만 축산농가는 위기를 맞고 있다. 2000년대 초반 140만 두까지 감소했던 한우 사육두수가 사상 처음으로 300만 두를 넘었고, 돼지는 1000만 두를 넘은 상황에서 소파동과 돼지파동이 우려된다. 국민의 생명산업인 농어업이 흔들리면 우리나라의 식량안보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30% 미만인 것을 고려하면 농어업 분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정부의 적극적인 보전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정부는 2011년 8월 한미 FTA 농어업 종합대책을 통해 농어민 수요가 많은 시설현대화 사업을 중심으로 경영이양직불 사업, 제도개선 및 생산비 절감, 고부가가치 농업, 농업생산기반 확충, 신용보증제도 개선, 세제지원 등에 22조 1,000원을 지원하기로 발표했지만 분노한 농심을 달래기는 어렵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FTA 국회 비준 동의와 관련하여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농업 피해를 우려하고 있으나 피해 보상이라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하고 "농업도 수출산업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지원하면 덴마크 등 유럽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는데 우리나라 농업의 현실을 알고 말하는지 의심스럽지만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지구촌이 하나되는 국제화 시대에 새로운 시장이 개방되어 농업과 농촌이 위기를 맞고 있지만 황소처럼 묵묵히 일하는 우리 농업인들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한숨 짓는 농심을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