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티우스의 시학
호라티우스 (김남우 옮김, 민음사, 2019)
시학
다만 단순하게 단일하게. (23행, 이하 숫자로만 기재)
글을 쓰는 그대들은 능력에 맞는 글감을
고르시라. 불감당은 아닌지 어깨가 견딜 수 있을지
오래 두고 살피시라. (38-40)
한편 취하며 한편 버리매 촉망받는 시인이 될지니
말 농사를 짓겠거든 세심히 염려하여,
흔한 단어라도 재치 있게 꿰어 새롭게 한다면
대단한 노래를 하리니. (45-48)
작품마다 달리 매겨지는 변화와 색깔을
유의할 줄 모르면서 어찌 시인이라 인사받으리까?
배우지 않고 못난 수치심에 어찌 무지를 택하리까? (86-88)
작품마다 할당된 합당한 자리를 가질지어다! (92)
시가 곱다고 충분하리까? 달콤할지니,
시란 제 가는 대로 청중의 마음을 이끌지어다.
시인이 웃을 때 함께 웃고, 슬퍼할 때 슬퍼하는
사람들 표정. 눈물짓는 나를 보겠거든 네가 먼저
아파해야겠고, 그때 네 불행이 날 울리리라. (99-103)
명성에 따르거나, 아님 앞뒤가 맞게 지으시라. (119)
시도된 적 없던 걸 올려 과감히
새로운 인물을 조형한다면, 시종 한결같이
처음의 성격이 변함없어야 (125-127)
노래해도 빛나지 않을 건 생략하여
그렇게 지어내어 거짓과 진실을 섞되
시작과 중간, 중간과 끝이 어긋나지 않게 (150-152)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잘 표현해야 하며
쌓여가는 나이에 맞는 장식을 부여해야 (156-157)
노년의 행보를
소년이, 장년의 행보를 유년이 행하지 않도록,
늘 나이와 격에 어울리는 모습을 (176-178)
평범한 말로 극이 지어지니, 아무개나
이를 자신하여 땀 흘리고 고생하고 성과 없이
시도하나, 말을 잇고 붙이는 능력이 중요한 고로
이것이 시중의 언어에 명예를 부여합니다. (240-243)
저런 시는 견책하시라,
많은 날들 거듭 지우개로 단련치 않은 시,
손톱으로 열 번 완벽히 매만지지 않은 시. (292-294)
지혜는 바른 글쓰기의 시작이며 원천입니다.
소크라테스의 책은 사태를 보여줄 수 있고
사태를 파악하면 말은 자연스레 따르는 법. (309-311)
알맹이 없는 헛된 시구는 못 할 일 (322)
모든 가르침은 간명할지라. (335)
창작은 즐거움을 위해 만들되 진실에 가깝게.
모든 걸 믿으라 허구는 요구하지 않기를. (338-339)
잘못이지만, 덮을 만한 잘못이 있습니다.
손과 마음이 가는 대로 현이 울지 않기 때문이고,
…
활도 겨눈 것을 늘 맞추진 않기 때문입니다.
시 전반이 훌륭히 빛난다면 사소한 오점을
꼬집지 않습니다. (347-352)
시는 그림처럼. (361)
평범한 시인들은
인간들도, 신들도, 책방주도 용서치 않으리다. (372-373)
칭송받을 시를 재능이 만드는지 연마한 기술인지
묻습니다. 나는 벅찬 혈맥 없이 공부만으로,
서툰 재능만으로 되리라 보지 않습니다. 서로는
서로의 기여를 요구하며 기꺼이 동맹을 맺습니다. (408-411)
선물을 주었거나 선물을 주고자 하는 사람을,
기대에 부푼 사람을 그대 시로 데려가지 마시라. (426-427)
훌륭하고 현명한 사람은 한가한 시구를 비난하며
거친 시구를 꾸짖고, 중언부언에 줄을 그어
바꿔 쥔 철필로 지우며, 지나치게 야심을 부린
장식을 자르라, 불분명한 문장에 빛을 주라,
모호한 언급을 따지고, 바꿔야 할 걸 표시합니다. (445-449)
현명한 이들은 광기의 시인을 피하는 법이니, (455)
아우구스투스에게 보내는 편지
때로 대중이 옳다지만, 아닐 때도 있습니다.
만약 옛 시인이라고 무턱대고 칭송하고 누구도
따를 수, 견줄 수 없다 한다면 잘못입니다.
일부 너무 낡았고, 대개 거칠게 노래하고
너저분하게 늘어놓는다고 판단하는 사람은 현자이니, (63-68)
따르지 않지만 없애야 한다고도
생각지 않으니, (69-70)
새것에 희랍인들이 우리만큼 질색했다면
오늘날 무슨 고전이 남았겠으며, 오늘날
백성마다 손때 묻히며 무얼 읽겠습니까? (90-92)
시인의 영혼은 터무니없는
욕심이 없고 시를 사랑하고 시 하나에 열중합니다. (119-120)
일상사에서 만드니 수고를 덜한다 믿겠지만
희극이야말로 사람들 마음에 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168-170)
과욕은 어설픈 칭송을 재촉합니다.
특히 운율 종사자들은 더욱 그러합니다.
인정과 칭찬을 받을 때보다 조롱을 당할 때
빨리 깨닫고 이를 잘 명심하는 법입니다. (260-263)
플로루스에게 보내는 편지
올바른 시를 쓰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빈 수첩과 함께 엄한 감찰관의 정신을 갖출 일.
하여 훌륭한 시인은 만일 단어가 빛을 잃으면,
무게를 잃으면, 부당하게 영광을 누리면,
가차 없이 지우고, 저항하여 매달리더라도
베스타 신전에 피신하더라도 그리합니다.
훌륭한 시인은 인민에게 오래 희미해졌으나
사정을 밝히는 단어를 세상에 보여주며,
…
사납게 세월에 버려진 단어라도 개의치 않습니다.
필요의 아버지가 낳은 신조어도 받아들입니다.
…
과장을 단속하며, 과도하게 거친 말을 건강한
양식으로 다듬고, 빈약 무의한 말을 축출합니다. (109-123)
지혜를 얻는 건 유익합니다.
…
로마의 비파에 어울릴 법한 말을 쫓을 게 아니라
참된 삶의 율조와 화음을 배워야 (14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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