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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編(잡편) 24 徐无鬼篇(서무귀편)
1.
徐無鬼因女商見魏武侯(서무귀인녀상견위무후)
: 서무귀가 여상의 소개로 위나라 무후를 만났다.
武侯勞之曰(무후로지왈) : 무후가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
先生病矣(선생병의) : “선생께서 병이 나신 모양입니다.
苦語山林之勞(고어산림지로) : 산림에 은거하는 것이 고되어
故乃肯見於寡人(고내긍견어과인) : 그래서 나를 만나러 오셨군요.”
徐無鬼曰(서무귀왈) : 서무귀가 말했다.
我則勞於君(아칙로어군) : “제가 위로하고 싶은데
君有何勞於我(군유하로어아) : 어찌 저를 위로하십니까?
君將盈耆欲長好惡(군장영기욕장호악)
: 임금께서는 욕망을 만족시키고,
좋아하고 미워하는 감정에 따라 모든 일을 하시려 하기 때문에,
則性命之情病矣(칙성명지정병의) : 성명의 참모습이 병들고 있습니다.
君將黜耆欲(군장출기욕) : 욕망을 버리고
掔好惡(견호악) : 애증의 감정을 버리려 하시면
則耳目病矣(칙이목병의) : 귀와 눈이 괴로움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我將勞君(아장로군) : 제가 임금님을 위로하려 하는데
君有何勞於我(군유하로어아) : 임금님께서 저를 위로할 것이 무엇이 있으십니까.”
武侯超然不對(무후초연불대) : 무후는 언짢은 듯 대답하지 않았다.
少焉(소언) : 조금 있다가
徐無鬼曰(서무귀왈) : 서무귀가 말했다.
嘗語君吾相狗也(상어군오상구야) : “시험삼아 제가 개를 감정하는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下之質執飽而止(하지질집포이지) : 질이 낮은 개는 아무것이나 배가 부를 때까지 찾아 먹는데
是狸德也(시리덕야) : 이는 승냥이의 덕과과 같습니다.
中之質若視日(중지질약시일) : 중질의 개는 해를 바라보듯 뜻이 높고 먼 곳에 있습니다.
上之質若亡其一(상지질약망기일)
: 그리고 질이 높은 개는 스스로를 잊은 듯 언제나 한결 같습니다.
吾相狗(오상구) : 그러나 제가 개를 감정하는 것은
又不若吾相馬也(우불약오상마야) : 말을 감정하는 것만은 못합니다.
吾相馬(오상마) : 내가 말을 감정할 때
直者中繩(직자중승) : 말 이빨이 먹줄을 댄 듯 곧고
曲者中鉤(곡자중구) : 목덜미는 고리가 휜 것처럼 구부정하고,
方者中矩(방자중구) : 머리는 굽은 자를 댄 것처럼 모가 나고
圓者中規(원자중규) : 눈은 그림쇠로 그린 듯 둥근 것이
是國馬也(시국마야) : 국마라 할 만한 말입니다.
而未若天下馬也(이미약천하마야) : 그렇지만 국마는 천하마보다는 못합니다.
天下馬有成材(천하마유성재) : 천하의 명마는 저절로 천성의 재질을 갖추고 있으며
若卹若失(약술약실) : 고요하고 그 스스로를 잊은 듯
若喪其一(약상기일) : 그 잃은 것이 한결같습니다.
若是者(약시자) : 이런 말은
超軼(초질) : 질풍같이 달려도
絶塵(절진) : 먼지를 일으키지 않고,
不知其所(부지기소) : 얼마만큼을 가서야 멈추게 될지도 모를 정도입니다.”
武侯大悅而笑(무후대열이소) : 무후는 크게 기뻐하며 웃는 얼굴이 되었다.
徐無鬼出(서무귀출) : 서무귀가 나오자
女商曰(녀상왈) : 여상이 그에게 물었다.
先生獨何以說吾君乎(선생독하이설오군호)
: “선생께서는 대체 어떤 말로 우리 임금님을 설득하셨습니까?
吾所以說吾君者(오소이설오군자) : 제가 임금님을 설득하는 방법은
橫說之則以詩書禮樂(횡설지칙이시서예악) : 횡적으로는 시, 서, 예, 악을 사용하고,
從說之則以金板六弢(종설지칙이금판육도)
: 종적으로는 주서의 금판편·육도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奉事而大有功者不可爲數(봉사이대유공자불가위수)
: 그렇게 정사에 도움을 주고 공을 세운 일도 많지만
而吾君未嘗啓齒(이오군미상계치)
: 제 말에 대해 이를 드러내고 웃으신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今先生何以說吾君(금선생하이설오군) : 그런데 선생께서는 무슨 말로 임금님을 설득하였기에
使吾君說若此乎(사오군설약차호) : 우리 임금님이 저렇게 기뻐하시는 것입니까?”
徐無鬼曰(서무귀왈) : 서무귀가 말했다.
吾直告之吾相狗馬耳(오직고지오상구마이)
: “단지 내가 개와 말을 감정했던 얘기를 했을 뿐입니다.”
女商曰(녀상왈) : 여상이 말했다.
若是乎(약시호) : “그것뿐입니까?”
曰子不聞夫越之流人乎(왈자불문부월지류인호)
: 서무귀가 말하기를, “월나라를 방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보지 못 했습니까?
去國數日(거국수일) : 나라를 떠난 지 며칠 되지 않아서는
見其所知而喜(견기소지이희) : 그가 전에 알고 있던 사람을 보기만 해도 기뻐했습니다.
去國旬月(거국순월) : 나라를 떠난 지 수십 일이 되자
見所嘗見於國中者喜(견소상견어국중자희)
: 전에 자기 나라에서 스친 일밖에 없는 사람을 보고도 기뻐했습니다.
及期年也(급기년야) : 일년이 넘자
見似入者而喜矣(견사입자이희의)
: 자기가 아는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만 보아도 기뻐했다고 합니다.
不亦去人滋久(불역거인자구) : 나라를 떠나 오랜 세월이 흐를수록
思人滋深乎(사인자심호) :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깊어지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夫逃虛空者(부도허공자) : 저 빈 골짜기에 숨어사는 사람이
藜藋柱乎鼪鼬之逕(려조주호생유지경) : 잡초 우거져 족제비 다니던 길까지 막힌
踉位其空(량위기공) : 쓸쓸한 곳에서 헤매일 때면
聞人足音跫然而喜矣(문인족음공연이희의)
: 사람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기뻐하는 법입니다.
又況乎昆弟親戚之謦欬其側者乎(우황호곤제친척지경해기측자호)
: 그런데 하물며 형제나 친척의 웃음소리가 곁에서 들린다면 어떻겠습니까?
久矣夫(구의부) : 오래되었구나
莫以眞人之言謦欬吾君之側乎(막이진인지언경해오군지측호)
: 참된 사람의 말이나 웃음소리로써 우리 임금의 곁에서 속삭임이 없는 것이 말이오”
2.
徐無鬼見武侯曰(서무귀견무후왈) : 서무귀가 무후를 만나니 무후가 말했다.
先生居山林(선생거산림) : “선생께서는 산 속에 살며
食茅栗厭葱韭(식모률염총구) : 도토리와 밤을 먹고 파와 부추를 지겹도록 먹으면서도
以賓寡人(이빈과인) : 나를 찾아오지 않음이
久矣夫(구의부) : 오래 되었습니다.
今老邪(금노사) : 그런데 이제 나를 찾아오신 것은 늙었기 때문입니까?
其欲干酒肉之味邪(기욕간주육지미사) : 아니면 술과 고기 맛을 보러 오신 것입니까? 그
其寡人亦有社稷之福邪(기과인역유사직지복사)
: 렇지 않으면 내게 나라를 잘 다스릴 만한 복이 있어서 온 것입니까?”
徐無鬼曰(서무귀왈) : 서무귀가 말했다.
無鬼生於貧賤(무귀생어빈천) : “저는 빈천하게 나서 자랐기 때문에
未嘗敢飮食君之酒肉(미상감음식군지주육)
: 임금님의 술과 고기를 감히 먹고 마시고자 한 적이 없습니다.
將來勞君也(장래노군야) : 임금님을 위로해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君曰(군왈) : 무후가 말했다.
何哉(하재) : “무슨 소리입니까.
奚勞寡人(해로과인) : 어떻게 나를 위로한단 말입니까?”
曰勞君之神與形(왈로군지신여형)
: 서무귀가 말하기를, “임금님의 정신과 육체를 위로해드리겠다는 말입니다.”
武侯曰(무후왈) : 무후가 말했다.
何謂邪(하위사) : “무엇을 말하는가?”
徐無鬼曰(서무귀왈) : 서무귀가 말했다.
天地之養也一(천지지양야일) : “하늘과 땅이 만물을 키우는 것은 한결같습니다.
登高不可以爲長(등고불가이위장) : 높은 곳에 있다고 해서 더 존귀해지지 않고
居下不可以爲短(거하불가이위단) : 낮은 곳에 있다고 해서 더 비천해지지 않습니다.
吾獨爲萬乘之主(오독위만승지주) : 임금께서는 군주의 자리에 있으면서
以苦一國之民(이고일국지민) : 한 나라의 백성들을 수고롭게 해
以養耳目鼻口(이양이목비구) : 자신의 귀와 눈과 코와 입의 욕망을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夫信者不自許也(부신자불자허야) : 그것은 임금님의 신명이 허락하지 않을 일입니다.
夫神者(부신자) : 무릇 신명이란
好和而惡姦(호화이악간)
: 남과 조화를 이루는 것을 좋아하고, 사사로운 것을 싫어하는 법입니다.
夫姦(부간) : 사사롭게 자신만을 생각하신다면,
病也(병야) : 이것은 이미 병이 됩니다.
故勞之(고로지) : 그래서 그 점을 위로해드리겠다는 것입니다.
唯君所病之(유군소병지) : 임금께서 이런 병에 걸리게 된 것은
何也?(何也?) : 어째서이겠습니까?”
武侯曰(무후왈) : 무후가 말했다.
欲見先生久矣(욕견선생구의) : “선생을 만나보려고 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吾欲愛民而爲義偃兵(오욕애민이위의언병)
: 나는 백성을 사랑하고 의를 위해 전쟁을 그만두려는데
其可乎(기가호) : 어떻습니까?”
徐無鬼曰(서무귀왈) : 서무귀가 말했다.
不可(불가) : “안됩니다.
愛民(애민) : 백성을 사랑한다는 것은
害民之始也(해민지시야) : 백성을 해치는 시초가 됩니다.
爲義偃兵(위의언병) : 의를 위해 전쟁을 그만두겠다는 것 자체가
造兵之本也(조병지본야) : 전쟁을 일으키는 근본이 되는 것입니다.
君自此爲之(군자차위지) : 임금님께서 그런 방법으로 정치를 하신다면
則殆不成(칙태불성) : 아마 성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凡成美(범성미) : 모든 훌륭한 일을 이루겠다는 것은
惡器也(악기야) : 악의 바탕인 것입니다.
君雖爲仁義(군수위인의) : 인의를 행하시더라도
幾且僞哉(기차위재) : 아마 위선이 될 것입니다.
形固造形(형고조형) : 그런 형식을 갖추면 거짓 형식이 조성되는 것입니다.
成固有伐(성고유벌) : 갖추게 되면 자랑하는 마음이 생기며,
變固外戰(변고외전) : 이런 변화가 밖으로 전쟁으로 표출되는 것입니다.
君亦必無盛鶴列於麗譙之間(군역필무성학렬어려초지간)
: 높은 누각 위에서 군대를 사열할 생각을 말아야 하며,
無徒驥於錙壇之宮(무도기어치단지궁)
: 제사를 드리는 궁궐 앞에 보병과 기병을 집합시키실 생각도 말아야 합니다.
無藏逆於得(무장역어득) : 그리고 덕을 저버리고 이치에 어긋나는 일을 하셔도 안됩니다.
無以巧勝人(무이교승인) : 계교로 남을 이기려 해서도 안됩니다.
無以謀勝人(무이모승인) : 계략으로 남을 이기려 해서도 안됩니다.
無以戰勝人(무이전승인) : 전쟁으로 남을 이기려해서도 안됩니다.
夫殺人之士民(부살인지사민) : 다른 나라의 백성을 죽이고
兼人之士地(겸인지사지) : 남의 나라의 땅을 빼앗아 차지함으로써
以養吾私與吾神者(이양오사여오신자) : 자기의 육체와 정신을 만족시키려 하는 자는
其戰不知孰善(기전부지숙선)
: 그 전쟁이 아무리 훌륭한 명분을 갖고 있더라도 과연 어느 쪽이 좋은 건지 알 수 없으며,
勝之惡乎在(승지악호재) : 전쟁에 이긴다 해도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君若勿已矣(군약물이의) : 임금님은 그런 짓은 말아야 합니다.
修胸中之誠(수흉중지성) : 부디 마음 속의 정성을 닦음으로써
以應天之情而勿攖(이응천지정이물영) :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며 현혹되지 마십시오.
夫民死已脫矣(부민사이탈의) : 그래야 백성들이 죽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니
吾將惡乎用夫偃兵哉(오장악호용부언병재)
: 당신은 또 무엇하려 새삼스럽게 전쟁을 그만둔다고 할 것이 있겠습니까
3.
黃帝將見大隗乎具茨之山(황제장견대외호구자지산)
: 헌원 황제가 대외를 만나기 위해 구자산으로 찾아갔다.
方明爲御(방명위어) : 방명이 수레를 몰고,
昌寓驂乘(창우참승) : 창우가 참승이 되고,
張若謵朋前馬(장약습붕전마) : 장약과 습붕이 말 앞에서 길을 인도하고,
昆閽滑稽後車(곤혼활계후거) : 곤혼과 활계가 수레 뒤를 따랐다.
至於襄城之野(지어양성지야) : 양성의 들판에 이르러
七聖皆迷(칠성개미) : 함께 가던 일곱 명의 성인이 모두 그만 길을 잃게 되었다.
無所問塗(무소문도) : 길을 물을 곳이 없었는데
適遇牧馬童子(적우목마동자) : 마침 목동을 만나게 되었다.
問塗焉(문도언) : 황제가 그 목동에게 물었다.
曰若知具茨之山乎(왈약지구자지산호) : “구자산을 알고 있느냐?”하니
曰然(왈연) : “예.”하고 목동이 대답했다.
若知大隗之所存乎(약지대외지소존호) : “대외가 있는 곳을 알고 있느냐?”하니
曰然(왈연) : “예.”하고 목동이 대답했다.
黃帝曰(황제왈) : 황제가 다시 물었다.
異哉小童(이재소동) : “신통한 아이로구나.
非徒知具茨之山(비도지구자지산) : 구자산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又知大隗之所存(우지대외지소존) : 또 대외가 있는 곳까지 알고 있다니.
請問爲天下(청문위천하) : 천하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서도 말을 해줄 수 있겠느냐?”
小童曰(소동왈) : 아이가 대답했다.
夫爲天下者(부위천하자) : “무릇 천하를 다스리는 일은
亦若此而已矣(역약차이이의) : 또한 지금 저처럼 이런 일을 하고 있을 뿐이지요,
又奚事焉(우해사언) : 무슨 특별한 것이 있겠습니까?
予少而自遊於六合之內(여소이자유어육합지내) : 저는 어렸을 때 자연 속에 유유히 살다가,
予適有瞀病(여적유무병) : 눈이 안보이게 되는 병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有長者敎予曰(유장자교여왈) : 한 노인께서 말씀하셨습니다
若乘日之車(약승일지거) : 저에게 해가 뜨면 수레를 타고
而遊於襄城之野(이유어양성지야) : 양성의 들판에서 노닐라고요.
今予病少痊(금여병소전) : 지금은 병이 조금 나았기 때문에
予又且復遊於六合之外(여우차복유어육합지외) : 다시 자연 속을 유유히 살려고 합니다.
夫爲天下亦若此而已(부위천하역약차이이)
: 무릇 천하를 다스린다는 것도 바로 제가 병을 고친 일과 같을 뿐입니다.
予又奚事焉(여우해사언) : 제가 또 무슨 다른 일을 하겠습니까”
黃帝曰(황제왈) : 황제가 물었다.
夫爲天下者(부위천하자) : “무릇 천하를 다스리는 일이
則誠非吾子之事(칙성비오자지사) : 네 일은 아니겠지만,
雖然(수연) : 그러나
請問爲天下(청문위천하) : 천하를 다스리는 일에 대해 알고 싶구나.”
小童辭(소동사) : 소년은 거절하였다
黃帝又問(황제우문) : 황제가 다시 묻자
小童曰(소동왈) : 소년이 입을 열었다.
夫爲天下者(부위천하자) :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
亦奚以異乎牧馬者哉(역해이이호목마자재) : 어찌 말을 치는 것과 다르겠습니까,
亦去其害馬者而已矣(역거기해마자이이의) : 그저 말을 해치는 것을 없애주면 될 뿐입니다.”
黃帝再拜稽首(황제재배계수) : 황제는 머리를 숙여 큰절을 두 번하고,
稱天師而退(칭천사이퇴) : 그 소년을 천사(天師)라고 부른 뒤 물러났다
4.
知士無思慮之變則不樂(지사무사려지변칙불락)
: 지식을 가진 선비는 지모가 쓰이는 변란이 없으면 즐거울 수 없다.
辯士無談說之序則不樂(변사무담설지서칙불락)
: 변설에 뛰어난 선비는 의견을 얘기할 기회가 없으면 즐거울 수 없다.
察士無凌誶之事則不樂(찰사무릉수지사칙불락)
: 일을 잘 살피는 선비는 논쟁할 일이 없으면 즐거울 수 없다.
皆囿於物者也(개유어물자야) : 이들은 모두 밖의 사물에 사로잡혀 있는 자들이다.
招世之士與朝(초세지사여조) : 세상에서 뛰어난 선비는 조정에서 출세하고,
中民之士榮官(중민지사영관) : 백성을 잘 다스리는 선비는 벼슬로 영화로운 생활을 하게 되고,
筋力之士矜難(근력지사긍난) : 힘이 센 선비는 어려운 일을 당하여 실력을 발휘하고,
勇敢之士奮患(용감지사분환) : 용감한 선비는 환란을 당하여 기개를 떨치고,
兵革之士樂戰(병혁지사락전) : 무술이 뛰어난 선비는 전쟁을 즐기며,
枯槁之士宿名(고고지사숙명) : 애써 노력하는 선비는 명분을 추구하고,
法律之士廣治(법률지사광치) : 법률에 밝은 선비는 다스림을 널리 펴고,
禮敎之士敬容(예교지사경용) : 예의와 음악에 밝은 선비는 용모를 공경하고,
仁義之士貴際(인의지사귀제) : 인의를 숭상하는 선비는 인간관계를 귀중히 여긴다.
農夫無草萊之事則不比(농부무초래지사칙불비) : 농부는 농삿일이 없으면 즐거울 수 없고,
商賈無市井之事則不比(상고무시정지사칙불비) : 상인들은 장삿일이 없으면 즐거울 수 없다.
庶人有旦暮之業則勸(서인유단모지업칙권)
: 서민들은 아침저녁으로 할 일이 있으면 부지런하고,
百工有器械之巧則壯(백공유기계지교칙장)
: 공인들은 좋은 기계와 기술이 있으면 빠르게 일한다.
錢財不積則貪者憂(전재불적칙탐자우)
: 돈과 재물이 쌓이지 않으면 탐욕이 많은 자들은 근심을 하고,
權勢不尤則夸者悲(권세불우칙과자비)
: 권세가 커지지 않으면 뽐내기를 좋아하는 자들은 슬퍼하며,
勢物之徒樂變(세물지도락변) : 형세를 잘 쫒는 무리들은 변란을 즐긴다.
遭時有所用(조시유소용) : 이들은 때를 만나야 쓰일 곳이 있게 되며,
不能無爲也(불능무위야) : 어떤 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此皆順比於歲(차개순비어세) : 이들은 모두가 시간의 변화에 따라 이끌리는 자들이며,
不易於物者也(불역어물자야) : 사물의 변화에 얽매이는 자들이다.
馳其形性(치기형성) : 자기의 육체와 본성을 달리게 하고,
潛之萬物(잠지만물) : 밖의 만물에 대해 몰두하며,
終身不反(종신불반) : 평생토록 본성으로 되돌아가지 않는 자들이다
悲夫(비부) : 슬프도다
5.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射者非前期而中(사자비전기이중)
: “활을 쏘는 사람이 미리 표적을 정하지도 않고 맞추었다면
謂之善射天下皆羿也(위지선사천하개예야)
: 세상 모든 사람들이 예 같은 명궁이 될 수 있을 것인데
可乎?(가호?) : 그래도 되겠습니까?”
惠子曰可(혜자왈가) : 혜자가 대답하기를, “괜찮습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天下非有公是也(천하비유공시야) : 천하에는 두루 다 옳음은 있을 수가 없는 것인데
而各是其所是(이각시기소시) : 제각기 자기가 옳다는 것만을 옳다고 주장한다면
天下皆堯也(천하개요야) : 천하에는 모두 요뿐일 것이니
可乎(가호) : 그래도 옳겠는가?”
惠子曰可(혜자왈가) : 혜자가 대답하기를,“옳지요.”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然則儒墨楊秉四(연칙유묵양병사)
: “그렇다면 유가·묵가와 양주학파·공손룡학파의 넷이 있고,
與夫子爲五(여부자위오) : 선생까지 합하면 다섯이 되는데
果孰是邪(과숙시사) : 과연 어느 것이 옳은 것입니까?
或者若魯遽者邪(혹자약로거자사) : 혹시 노거와 같은 입장입니까?
其弟子曰(기제자왈) : 한번은 그의 제자가 말했다
我得夫子之道矣(아득부자지도의) : ‘저는 선생님의 도를 터득했습니다.
吾能冬爨鼎而夏造氷矣(오능동찬정이하조빙의)
: 저는 겨울에도 나무 없이 솥의 물을 끓일 수 있고,
여름에도 어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했답니다.
魯遽曰(로거왈) : 노거가 말했다
是直以陽召陽(시직이양소양) : ‘그것은 다만 양의 기운으로 양의 기운인 불을 불러오고,
以陰召陰(이음소음) : 음의 기운으로 음의 기운을 불러온 것뿐이지
非吾所謂道也(비오소위도야) : 내가 말하는 도는 아니다.
吾示子乎吾道(오시자호오도) : 내가 너에게 나의 도를 보여주겠다.’라고 말하고는
於是爲之調瑟(어시위지조슬) : 그를 위해 비파를 뜯었답니다.
廢一於堂(폐일어당) : 비파 하나는 대청에다 놓고,
廢一於室(폐일어실) : 다른 하나는 방에다 놓았습니다.
故宮宮動(고궁궁동) : 그리고 한 편 현의 궁음 줄을 뜯으면 다른 슬의 궁음 줄도 움직이고,
故角角動(고각각동) : 비파의 각음 줄을 뜯으면 다른 비파의 각음 줄도 움직이는데,
音律同矣(음률동의) : 음률이 완전히 같았답니다.
夫或改調一弦(부혹개조일현) : 시험삼아 한 줄의 음조를 바꾸어
於五音無當也(어오음무당야) : 다섯 가지 음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게 하고서
鼓之(고지) : 그 줄을 뜯으니,
二十五弦皆動(이십오현개동) : 다른 비파 스물 다섯 현이 모두 움직였습니다.
未始異於聲(미시이어성) : 처음부터 그 음은 소리로서 특별한 것은 아니었는데,
而音之君已(이음지군이) : 모든 음을 지배하는 위치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車若是者邪(차약시자사) : 선생님의 입장도 이와 같은 것입니까?”
惠子曰(혜자왈) : 혜자가 말했다.
今夫儒墨楊秉(금부유묵양병) : “지금 유가와 묵가와 양주학파와 공손룡학파들은
且方與我以辯(차방여아이변) : 나와 토론을 전개하며
相拂以辭(상불이사) : 말로써 서로 배척하고
相鎭以聲(상진이성) : 소리를 높여 상대방을 위압하려 하고 있지만,
而未始吾非也(이미시오비야) : 처음부터 자기가 그르다는 이는 없는데
則奚若矣(칙해약의) : 어찌 그와 같겠습니까?”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齊人蹢子於宋者(제인척자어송자)
: “제나라 사람이 자기 자식은 죄를 지었다고 송나라로 귀양을 보내고서,
其命閽也不以完(기명혼야불이완)
: 그의 집 문지기는 죄를 져서 다리를 잘린 자를 임명했습니다.
其求銒鍾也以束縛(기구견종야이속박) : 그는 또 목이 긴 종을 구하여 목을 묶어두었다.
其求唐子也而未始出域(기구당자야이미시출역)
: 그는 잃어버린 자식을 찾으려 하면서도 문밖에는 나가보지도 않는다면.
有遺類矣(유유류의) : 이는 도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夫楚人寄而蹢閽者(부초인기이척혼자)
: 초나라 사람 중에 남의 집에 묵으면서 문지기와 싸운 사람이 있었는데,
夜半於無人之時而與舟人鬪(야반어무인지시이여주인투)
: 밤중에 아무도 없을 때 배 안에서 뱃사람과 싸우기도 했습니다.
未始離於岑而足以造於怨也(미시리어잠이족이조어원야)
: 배가 물가에 닿기 전이라면 분명히 원한을 사서 위험에 놓이게 되었을 것입니다.”
6.
莊子送葬(장자송장) : 장자가 어떤 사람의 장례식을 치르고 오다가
過惠子之墓(과혜자지묘) : 혜자의 묘 앞을 지나게 되자
顧謂從者曰(고위종자왈) : 따르는 하인을 돌아보고 말했다.
郢人堊漫其鼻端若蠅翼(영인악만기비단약승익)
: “옛날 영 땅에 사는 어떤 사람이 흰 흙을 코 끝에 마치 파리 날개처럼 엷게 발랐다.
使匠石斲之(사장석착지) : 그리고는 흙바르는 사람을 불러 그것을 깎아 내라고 했다 .
匠石運斤成風(장석운근성풍) : 흙바르는 사람은 도끼날을 휘두르는데 바람이 곧 일어날 듯했다
聽而斲之(청이착지) : 영의 장인은 태연하게 들으면서 깎고 있었다
盡堊而鼻不傷(진악이비불상)
: 마침 흰 흙은 깨끗이 깍이었지마는 코 끝은 조금도 상하지 않았다
郢人立不失容(영인립불실용) : 그리고 영의 장인은 선 채로 얼굴빛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宋元君聞之(송원군문지) : 송나라 원군이 이 말을 듣고
召匠石曰(소장석왈) : 장석을 불러 말했다
嘗試爲寡人爲之(상시위과인위지) : ‘시험삼아 내게도 그렇게 해 보라.’고 했다
匠石曰(장석왈) : 장석이 말했다
臣則嘗能斲之(신칙상능착지) : ‘저는 이전에는 그것을 깍아 낼 수 있었습니다.’라고
雖然(수연) : 그러나
臣之質死久矣(신지질사구의) : 이제 제 상대는 죽은 지 이미 오래입니다
自夫子之死也(자부자지사야) : 이제 부자가 죽고나니
吾無以爲質矣(오무이위질의) : 나는 이론의 전개할 바탕이 없어졌다.
吾無與言之矣(오무여언지의) : 나도 이제 더불어 얘기할 사람이 없어졌구나.”
7.
管仲有病(관중유병) : 관중이 병이 나자
桓公問之曰(환공문지왈) : 제나라 환공이 그를 문병하고 말했다.
仲父之病病矣(중부지병병의) : “중부의 병환이 위독하구나
可不諱云(가불휘운) : 가히 피할 수가 없다고 하니
至於大病(지어대병) : 큰 병에 이르게 되면
則寡人惡乎屬國而可(칙과인악호속국이가) : 누구에게 나라 일을 맡기는 것이 좋겠습니까?”
管仲曰(관중왈) : 관중이 말했다.
公誰欲與(공수욕여) : “누구에게 맡기려 하고 계십니까?”
公曰(공왈) : 환공이 말했다.
鮑叔牙(포숙아) : “포숙아에게 맡기려 합니다.
曰不可(왈불가) : 관중이 말하기를, “안됩니다.
其爲人(기위인) : 그의 사람됨은
潔廉善士也(결렴선사야) : 결백하고 청렴하면서도 선하기만 한 선비입니다.
其於不己若者不比之(기어불기약자불비지)
: 그는 자기와 같지 않은 사람과는 친하게 지내지 않습니다.
又一聞人之過(우일문인지과) : 또한 한번 남의 잘못을 알게 되면
終身不忘(종신불망) : 평생토록 잊지 않습니다.
使之治國(사지치국) : 그에게 나라를 다스리게 하시면
上且鉤乎君(상차구호군) : 위로는 임금님께 반기를 들 것이고,
下且逆乎民(하차역호민) : 아래로는 백성들의 뜻을 거스를 것입니다.
其得罪於君也(기득죄어군야) : 그는 임금님께 죄를 지음이
將弗久矣(장불구의) : 장차 멀지 않을 것입니다.”
公曰(공왈) : 환공이 말했다.
然則孰可(연칙숙가) : “그렇다면 누가 좋겠습니까?”
對曰(대왈) : 관중이 말했다.
勿已(물이) : “부득이 나라 일을 맡기려 하신다면
則隰朋可(칙습붕가) : 습붕이 괜찮을 것입니다.
其爲人也(기위인야) : 그의 사람됨은
上忘而下不畔(상망이하불반)
: 위로는 임금님의 존재는 잊고 아래로는 백성들이 떨어지지 않게 합니다.
愧不若黃帝而哀不己若者(괴불약황제이애불기약자)
: 그는 황제와 같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있고, 자기만 못한 사람들을 불쌍히 여깁니다.
以德分人謂之聖(이덕분인위지성) : 자기의 덕을 남에게 나누어주는 것을 성인이라 말하고,
以財分人謂之賢(이재분인위지현) : 자기의 재물을 남에게 나누어주는 것을 현인이라 말합니다.
以賢臨人(이현림인) : 현명한 사람으로서 남 위에 군림하여
未有得人者也(미유득인자야) : 사람들의 마음을 산 사람은 없습니다.
以賢下人(이현하인) : 현명한 사람으로서 남의 아래에 처신하여
未有得人者也(미유득인자야) : 사람들의 마음을 사지 못한 사람은 없습니다.
其於國有不聞也(기어국유불문야) : 그는 나라에 있어서는 모든 것을 들으려 하지 않고,
其於家有不見也(기어가유불견야) : 집안에서는 모든 것을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勿已(물이) : 꼭 맡겨야 한다면
則隰朋可(칙습붕가) : 습붕이 좋을 것입니다.”
8.
吳王浮於江(오왕부어강) : 오나라 임금이 강물에 배를 띄워놓고
登乎狙之山(등호저지산) : 원숭이들이 많이 사는 산으로 올라갔다.
衆狙見之(중저견지) : 여러 원숭이들이 그를 보자
恂然棄而走(순연기이주) : 놀라 모든 것을 버리고
逃於深蓁(도어심진) : 울창한 숲 속으로 달아났다.
有一狙焉(유일저언) : 그런데 한 마리의 원숭이만이
委蛇攫搔(위사확소) : 유유히 거닐며 뱀을 집어던지기도 하면서
見巧乎王(견교호왕) : 잔재주를 부렸다.
王射之(왕사지) : 임금이 그 놈을 활로 쏘니
敏給搏捷矢(민급박첩시) : 재빨리 날아오는 화살을 잡아버렸다.
王命相者趨射之(왕명상자추사지) : 따라온 사람들에게 명하여 계속하여 활을 쏘게 하니
狙執死(저집사) : 마침내 원숭이는 화살에 맞아 죽고 말았다.
王顧謂其友顔不疑曰(왕고위기우안불의왈) : 임금이 그의 친구 안불의를 돌아보며 말했다.
之狙也(지저야) : “이 원숭이는
伐其巧(벌기교) : 자기 기교를 자랑하고,
恃其便以敖予(시기편이오여) : 자신의 날램을 믿고서 내게 오만하게 굴다가
以至此殛也(이지차극야) : 이처럼 죽음을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네,
戒之哉(계지재) : 이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네.
嗟乎(차호) : 아,
無以汝色驕人哉(무이여색교인재)
: 자네들도 잘난 얼굴을 하고서 남에게 교만하게 굴어서는 안되네.”
顔不疑歸而師董梧以鋤其色(안불의귀이사동오이서기색)
: 안불의는 돌아와서 동오를 스승으로 모시고 잘난 체 하는 그의 얼굴빛을 고쳤다.
去樂辭顯(거락사현) : 그리고 자기가 즐기는 일들을 버리고, 높은 지위에서 물러났다.
三年而國人稱之(삼년이국인칭지)
: 그렇게 삼 년이 지나자 나라안의 사람들이 그를 칭송하게 되었다.
9.
南伯子綦隱几而坐(남백자기은궤이좌) : 남백자기가 안석에 기대어 앉아
仰天而噓(앙천이허) : 하늘을 보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顔成子入見曰(안성자입견왈) : 안성자가 들어와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夫子(부자) : “선생님은
物之尤也(물지우야) : 모든 사람에서 뛰어난 사람입니다
形固可使若槁骸(형고가사약고해)
: 그런데 어떻게 하면 그처럼 몸은 마른 나무와 같이 할 수 있고
心固可使若死灰乎(심고가사약사회호) : 마음은 죽은 재와 같이 할 수 있습니까.”
曰吾嘗居山穴之中矣(왈오상거산혈지중의)
: 남백자기가 말하기를, “나는 전에 산 속 굴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當是時也(당시시야) : 그 당시에
田禾一覩我(전화일도아) : 제나라 임금 전화가 나를 한번 만나러 온 적이 있었는데,
而齊國之衆三賀之(이제국지중삼하지) : 제나라 백성들은 그것을 세 번이나 칭찬했다고 한다.
我必先之(아필선지) : 그것은 반드시 내가 명성을 얻으려 했기 때문에
彼故知之(피고지지) : 그가 나를 알아보았던 것이다.
我必賣之(아필매지) : 그것은 내가 나를 그렇게 팔려고 했기 때문에
彼故鬻之(피고죽지) : 그가 그렇게 나를 사려고 했던 것과 같다.
若我而不有之(약아이불유지) : 만약 내가 그런 생각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었다면,
彼惡得而知之(피악득이지지) : 그가 어떻게 내가 그런 줄을 알 수 있었겠느냐?
若我而不賣之(약아이불매지) : 내가 만약 그렇게 나를 팔려 들지 않았다면
彼惡得而鬻之(피악득이죽지) : 그가 어떻게 그렇게 나를 사려고 했겠느냐?
嗟乎(차호) : 아
我悲人之自喪者(아비인지자상자) : 나는 스스로의 본성을 잃고 있는 사람을 슬프게 여긴다.
吾又悲夫悲人者(오우비부비인자) : 나는 또한 남을 슬퍼하는 사람도 슬프게 여긴다.
吾又悲夫悲人之悲者(오우비부비인지비자)
: 나는 또 남을 슬퍼하는 것을 슬퍼하는 사람도 슬프게 여긴다.
其後而日遠矣(기후이일원의) : 그래서 뒤에 날로 모든 생각과 멀어지게 된다
10.
仲尼之楚(중니지초) : 공자가 초나라에 갔을 때
楚王觴之(초왕상지) : 초나라 임금이 공자를 위해 잔치를 베풀었다.
孫叔敖執爵而立(손숙오집작이립) : 손숙오가 술잔을 들고 서 있었고,
市南宜僚受酒而祭曰(시남의료수주이제왈)
: 시남의료가 술잔을 받아 땅에 부어 제사를 올리면서 말했다.
古之人乎(고지인호) : “옛날 사람이라면
於此言已(어차언이) : 이런 경우에 무엇이라 말을 하였을 것입니다.”
曰丘也聞不言之言矣(왈구야문불언지언의)
: 공자가 말하기를, “저는 말로 표현하지 않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未之嘗言(미지상언) : 여태껏 이것에 대해 말해 본 일이 없으나,
於此乎言之(어차호언지) : 여기에서 그것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市南宜僚弄丸而兩家之難解(시남의료롱환이량가지난해)
: 시남의료께서는 구슬놀이를 하여 초나라와 송나라의 전쟁을 해결했다 합니다.
孫叔敖甘寢秉羽而郢人投兵(손숙오감침병우이영인투병)
: 손숙오께서는 깃부채를 들고 곤히 잠을 자면서도 영땅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키려는 것을 무기를 버리도록 만들었다 합니다.
丘願有喙三尺(구원유훼삼척) : 제도 주둥이가 석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彼之謂不道之道(피지위불도지도)
: 저들이야 말로 ‘말하지 않고 뜻을 안 것이다.’고 말할 수 있고
此之謂不言之辯(차지위불언지변)
: 이 사람은 ‘말하지 않고 뜻을 안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故德總乎道之所一(고덕총호도지소일) : 그러므로 덕은 도의 하나에 돌아가고
而言休乎知之所不知(이언휴호지지소부지) : 말은 그 앎이 알 수 없는 곳에서 그치면
至矣(지의) : 그것은 지극한 것이다
道之所一者(도지소일자) : 도의 하나인 곳은
德不能同也(덕불능동야) : 덕이 같이할 수 없고
知之所不能知者(지지소불능지자) : 앎이 알 수 없는 곳은
辯不能擧也(변불능거야) : 말로써 말할 수 없는 것이다
名若儒墨而凶矣(명약유묵이흉의) : 그런데 유도·묵도로써 이름을 세우는 것은 흉한 것이다
故海不辭東流(고해불사동류) : 그러므로 바다는 동으로 흐르는 모든 물을 사양하지 않으니
大之至也(대지지야) : 이것은 큼의 지극한 것이요
聖人幷包天地(성인병포천지) : 성인은 하늘과 땅을 아울러 포괄하고,
澤及天下(택급천하) : 은혜와 혜택을 온 천하에 끼치고 있지만
而不知其誰氏(이부지기수씨) : 사람들은 그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是故生無爵(시고생무작) : 그러므로 살아서는 아무런 벼슬도 없고,
死無諡(사무시) : 죽어서도 아무런 시호도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實不聚(실불취) : 재물을 모으지도 않고,
名不立(명불립) : 명예를 세우지도 않는다.
此之謂大人(차지위대인) : 이런 사람을 위대한 사람이라 부른다.
狗不以善吠爲良(구불이선폐위량) : 개가 잘 짖는다고 좋은 개가 되는 것은 아니다.
人不以善言爲賢(인불이선언위현)
: 사람이 말을 잘 한다 해서 현명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而況爲大乎(이황위대호) : 하물며 위대함에 있어서야
夫爲大不足以爲大(부위대불족이위대)
: 무릇 스스로 위대하다고 하는 것은 정말로 위대할 수가 없는 것이다.
而況爲德乎(이황위덕호) : 하물며 스스로 내세우는 것이야 덕이 되겠는가?
夫大莫若天地(부대막약천지)
: 대저 위대하게 갖추어져 있기로는 하늘과 땅보다 더한 것이 없다.
然奚求焉而大備矣(연해구언이대비의) : 그러나 무엇을 추구하여 위대하게 갖추어진 것인가?
知大備者(지대비자) : 위대하게 갖추어짐에 대해 아는 사람은
無求(무구) : 추구하는 것이 없고,
無失(무실) : 잃는 것도 없고,
無棄(무기) : 버리는 것도 없어야 하며,
不以物易己也(불이물역기야) : 외물로 말미암아 자기의 본성을 바꾸는 일이 없어야 한다.
反己而不窮(반기이불궁) : 자기 본성으로 되돌아옴으로써 자연스럽게 막히는 일이 없고,
循古而不摩(순고이불마) : 옛 방법을 따르되 갈고 닦지 않는 것이니
大人之誠(대인지성) : 이것이 위대한 사람의 진실한 모습이다.
11.
子綦有八子(자기유팔자) : 자기에게 여덟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陳諸前(진제전) : 아들들을 앞에 불러 앉혀놓고
召九方歅曰(소구방인왈) : 구방인을 불러서 물었다.
爲我相吾子(위아상오자) : “나를 위해 내 자식들의 관상을 보아주십시오.
孰爲祥(숙위상) : 누가 복을 타고났습니까?”
九方歅曰(구방인왈) : 구방인이 말했다.
梱也爲祥(곤야위상) : “곤이 복을 타고났습니다.”
子綦瞿然喜曰(자기구연희왈) : 자기는 기뻐하며 구방인에게 말했다.
奚若(해약) : “어떤 복을 타고났습니까?”
曰梱也將與國君同食以終其身(왈곤야장여국군동식이종기신)
: 구방인이 말하기를, “곤은 임금과 같은 식사를 하면서 일생을 마치게 될 것입니다.”
子綦索然出涕曰(자기색연출체왈) : 자기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吾子何爲以至於是極也(오자하위이지어시극야)
: “내 자식이 어찌 그런 불행을 당하게 된단 말입니까?”
九方垔曰(구방인왈) : 구방인이 말했다.
夫與國君同食(부여국군동식) : “나라의 임금과 같은 식사를 하면서
澤及三族(택급삼족) : 그의 은혜와 혜택이 온 집안에 미칠 것이니,
而況父母乎(이황부모호) : 하물며 부모님이야 얼마나 그 덕을 많이 보시겠습니까?
今夫子聞之而泣(금부자문지이읍) : 지금 선생님께서 얘기를 듣고 우시는 것은
是禦福也(시어복야) : 복을 차는 것입니다.
子則祥矣(자칙상의) : 자식은 복을 타고났으나
父則不祥(부칙불상) : 아버지는 불행할 것입니다.”
子綦曰(자기왈) : 자기가 말했다.
歅汝何足以識之(인여하족이식지) : “당신이 무엇을 안다고 내 자식
而梱祥邪(이곤상사) : 곤이 행운을 타고났다고 하는 것입니까?
盡於酒肉入於鼻口矣(진어주육입어비구의) : 그저 술과 고기가 코와 입으로 들어간다는 것인데
而何足以知其所自來(이하족이지기소자래) : 그것들이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지 아십니까?
吾未嘗爲牧想牂生於奧(오미상위목상장생어오)
: 가축을 기른 일도 없는데 암양이 방의 아랫목에 생겨난다든지,
未嘗好田而鶉生於宎(미상호전이순생어요)
: 사냥을 한 일도 없는데 메추라기가 방의 귀퉁이에 생겨난 것과 같은 얘기인데
若勿怪(약물괴) : 당신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니
何邪(하사) : 어찌된 일입니까?
吾所與吾子遊者(오소여오자유자) : 내가 내 자식들과 더불어 노닐고자 하는 것은
遊於天地(유어천지) : 하늘과 땅에 노니는 것입니다.
吾與之邀樂於天(오여지요락어천) : 나는 자식들과 더불어 하늘을 따라 즐기고,
吾與之邀食於地(오여지요식어지) : 땅에 순응하며 살려는 것입니다.
吾不與之爲事(오불여지위사) : 나는 자식들과 더불어 인위적으로 일을 하지 않고,
不與之爲謀(불여지위모) : 계책을 쓰지 않으며,
不與之爲怪(불여지위괴) : 괴상한 짓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吾與之乘天地之誠(오여지승천지지성)
: 나는 자식들과 더불어 하늘과 땅의 진실한 모습을 타고서 .
而不以物與之相攖(이불이물여지상영) : 사물이 그들과 서로 어긋나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吾與之一委蛇(오여지일위사) : 나는 자식들과 더불어 한결같이 유유자적하고,
而不與之爲事所宜(이불여지위사소의)
: 일이 합당한 것을 따지며 마음을 쓰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今也然有世俗之償焉(금야연유세속지상언)
: 그런데 지금 내 자식에게 세속적인 보상이 돌아오게 된 것입니다.
凡有怪徵者(범유괴징자) : 모든 괴이한 징후가 있는 사람에게는
必有怪行(필유괴행) : 반드시 괴이한 행동이 있게 됩니다.
殆乎(태호) : 위험하구나
非我與吾子之罪(비아여오자지죄) : 나와 내 자식의 죄는 아닐 것이니,
幾天與之也(기천여지야) : 하늘이 그렇게 만드는 것일 것입니다.
吾是以泣也(오시이읍야) : 나는 그래서 눈물이 납니다.”
無幾何而使梱之於燕(무기하이사곤지어연) : 얼마 지나지 않아 곤을 연나라로 보냈는데,
盜得之於道(도득지어도) : 도중에 도적들에게 잡혔다.
全而鬻之則難(전이죽지칙난) : 완전한 몸으로 팔면 어려우니
不若刖之則易(불약월지칙역) : 다리를 자른 다음 파는 것이 좋겠다고 도적들은 결론을 내렸다.
於是乎刖而鬻之於齊(어시호월이죽지어제)
: 그래서 그는 다리를 잘린 다음 제나라로 팔려갔는데,
適當渠公之街(적당거공지가) : 마침 대가집의 문지기가 되어
然身食肉而終(연신식육이종)
: 그런 대로 그 자신은 평생토록 고기를 먹으며 살다 죽었다 한다
12.
齧缺遇許由曰(설결우허유왈) : 설결이 허유를 만나서 물었다
子將奚之(자장해지) : “자네는 지금 어디로 가는 길인가?”
曰將逃堯(왈장도요) : 허유가 이르기를, “나는 지금 요임금을 피해 가는 길이네.”
曰奚謂邪(왈해위사) : 설유가 이르기를, “그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曰夫堯畜畜然仁(왈부요축축연인)
: 허유가 이르기를 “저 요는 몹시 악착스럽게도 힘쓰고 있으니
吾恐其爲天下笑(오공기위천하소)
: 나는 그가 하는 일이 천하의 비웃음거리가 될까 두렵습니다.
後世其人與人相食與(후세기인여인상식여)
: 후세에는 아마도 사람이 사람을 서로 잡아먹게 될 것입니다.
夫民(부민) : 무릇 백성들을
不難聚也(불난취야) : 모여들게 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愛之則親(애지칙친) : 그들을 사랑 해주면 친해지고,
利之則至(리지칙지) : 그들을 이롭게 해주면 모여들고,
譽之則勸(예지칙권) : 그들을 칭찬 해주면 일에 힘씁니다.
致其所惡則散(치기소악칙산) : 그리고 그들이 싫어하는 일을 하면 흩어집니다.
愛利出乎仁義(애리출호인의) : 백성을 이롭게 하고 사랑하는 것은 인의로부터 나옵니다.
損仁義者寡(손인의자과) : 인의라는 명목을 버리고 정말로 사랑하고 이롭게 하는 이는 적고,
利仁義者衆(리인의자중) : 인의라는 명분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夫仁義之行(부인의지행) : 인의의 행동이란
唯且無誠(유차무성) : 다만 성실성을 없앨 뿐입니다.
且假夫禽貪者器(차가부금탐자기) : 그리고 탐욕스러운 자들이 이용하는 도구가 됩니다.
是以一人之斷制利天下(시이일인지단제리천하) : 한사람의 전제가 천하를 이롭게 한다는 것은
譬之猶一覕也(비지유일별야) : 마치 물건의 한 면만을 언뜻 본 것과 같습니다.
夫堯知賢人之利天下也(부요지현인지리천하야)
: 요임금은 현명한 사람이 천하에 이롭다는 것만을 알았지,
而不知其賊天下也(이부지기적천하야) : 그들이 천하에 해가 된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습니다.
夫唯外乎賢者知之矣(부유외호현자지지의)
: 오직 현명함을 초월한 사람만이 그런 사실을 압니다.”
13.
有暖姝者(유난주자) : 세상에는 난주에 속하는 사람들과
有濡需者(유유수자) : 유수에 속하는 사람들과
有卷婁者(유권루자) : 권루에 속하는 사람들이 있다.
所謂暖姝者(소위난주자) : 난주에 속하는 사람들이란,
學一先生之言(학일선생지언) : 한 선생의 이론을 배워
則暖暖姝姝而私自說也(칙난난주주이사자설야) : 그것을 그대로 자기의 학설로 삼아 만족하는 사람들이다.
自以爲足矣(자이위족의) : 그들은 스스로 만족하고는
而未知未始有物也(이미지미시유물야)
: 처음의 물건이 있지 않았던 상태가 있었음을 알지 못한다.
是以謂暖姝者也(시이위난주자야)
: 그래서 이들을 주관이 없이 유연하다는 뜻에서 난주라고 부르는 것이다.
濡需者(유수자) : 유수에 속하는 사람들이란,
豕蝨是也(시슬시야) : 돼지의 몸에 붙어사는 이와 같은 사람들이다.
擇疏鬣者以爲廣宮大囿(택소렵자이위광궁대유)
: 길게 털이 자라난 곳을 골라 스스로 넓은 궁전의 광대한 정원이라 생각한다.
奎蹏曲隈(규제곡외) : 발굽 모서리나 사타구니 사이
乳間股脚(유간고각) : 또는 젖통 사이나 넓적다리 사이를
此以爲安室利處(차이위안실리처) : 스스로 안락한 방이나 편안한 장소처럼 생각한다.
不知屠者之一旦鼓臂布草操煙火(부지도자지일단고비포초조연화)
: 그러나 언제든 도살꾼이 돼지를 잡은 뒤 마른풀을 깔아 불을 붙이고 다.
而己與豕俱焦也(이기여시구초야)
: 그 위에 돼지를 올려놓으면 자신도 돼지의 털과 함께 타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此以域進(차이역진) : 이들은 자기가 사는 구역 안에서 살고
此以域退(차이역퇴) : 이들은 자기가 사는 구역 안에서 죽는다.
此其所謂濡需者也(차기소위유수자야)
: 그래서 그들을 일시적인 안락을 꾀한다는 뜻의 유수라 부르는 것이다.
卷婁者(권루자) : 권루에 속하는 사람들이란,
舜也(순야) : 순임금과 같은 사람들이다.
羊肉不慕蟻(양육불모의) : 양고기는 개미들을 좋아하지 않지만
蟻慕羊肉(의모양육) : 개미들은 양고기를 좋아해서 모여드는데,
羊肉羶也(양육전야) : 양고기에서는 노린내가 나기 때문이다.
舜有羶行(순유전행) : 순은 인의라는 노린내나는 행동을 하여
百姓悅之(백성열지) : 백성들이 그를 좋아했다.
故三徙成都(고삼사성도)
: 그러므로 순은 사는 곳을 세 번이나 옮겼으나 그 때마다 도시를 형성했다.
至鄧之虛而十有萬家(지등지허이십유만가)
: 등이라는 고장으로 옮겼을 때는 십여 만 가호나 모여들었다.
堯聞舜之賢(요문순지현) : 요임금은 순이 현명하다는 얘기를 듣고
擧之童土之地(거지동토지지) : 그를 등용하여 불모의 땅을 맡기면서
曰冀得其來之澤(왈기득기래지택) : 그 땅에 가서 은혜와 혜택을 베풀라고 했다.
舜擧乎童土之地(순거호동토지지) : 순은 불모의 땅을 맡은 다음,
年齒長矣(년치장의) : 나이가 늙었고
聰明衰矣(총명쇠의) : 귀와 눈이 어두워졌으나
而不得休歸(이부득휴귀) : 돌아가 쉬지를 못했다.
所謂卷婁者也(소위권루자야)
: 그래서 이들을 꼽추와 같이 등이 굽도록 일한다는 뜻에서 권루라 부르는 것이다.
是以神人惡衆至(시이신인악중지)
: 그래서 신인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모여드는 것을 싫어한다.
衆至則不比(중지칙불비) :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도 이들과 친근하게 지내지 않는다.
不比則不利也(불비칙불리야) : 친근하게 지내지 않으면 이익을 기대하지 않게 된다.
故無所甚親(고무소심친) : 그러므로 아주 친한 사람도 없고,
無所甚疏(무소심소) : 아주 먼 사람도 없다.
拘德煬和以順天下(구덕양화이순천하)
: 덕을 지니고 조화된 마음을 기르면서 천하에 순응하는 것이다.
此謂眞人(차위진인) : 이런 사람들을 진인이라 부르는 것이다.
於蟻棄知(어의기지) : 개미로서는 양고기를 쫓는 지혜를 버리고,
於魚得計(어어득계) : 물고기로서는 넓은 강물에서처럼 서로의 관계를 잊으며,
於羊棄意(어양기의) : 양고기로서는 개미를 모여들게 하려는 의식을 버린다.
以目視目(이목시목) : 눈에 보이는 대로 물건을 보고,
以耳聽耳(이이청이) : 귀에 들리는 대로 소리를 들으며,
以心復心(이심복심) : 마음은 본성으로 되돌아가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若然者(약연자) : 이런 사람의 마음은
其平也繩(기평야승) : 먹줄을 친 듯이 평평하며,
其變也循(기변야순) : 변화는 자연을 따르기만 한다.
古之眞人(고지진인) : 이것이 옛날의 진인이다.
以天待人(이천대인) : 자연스러움으로 인간을 대할 뿐,
不以人入天(불이인입천) : 인위적인 것으로 자연의 변화에 참견하지 않는다.
古之眞人(고지진인) : 이것이 옛날의 진인이다.
得之也生(득지야생) : 얻는 것이 생(生)이고,
失之也死(실지야사) : 잃는 것이 사(死)일 수도 있지만,
得之也死(득지야사) : 얻는 것이 사이고
失之也生(실지야생) : 잃는 것이 생일 수도 있다.
14.
藥也(약야) : 약이란
其實菫也(기실근야) : 오두나
桔梗也(길경야) : 도라지나
鷄廱也(계옹야) : 계옹이나
豕零也(시령야) : 시령 같은 것으로 지어지고,
是時爲帝者也(시시위제자야) : 이것들이 때에 따라 주된 약제의 구실을 하는 것이다.
何可勝言(하가승언) : 무엇이이 더 중요하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句踐也以甲楯三千棲於會稽(구천야이갑순삼천서어회계)
: 월나라 임금 구천은 싸움에 패하여 삼천 명의 병사를 이끌고 회계산으로 도망했다.
唯種也能知亡之所以存(유종야능지망지소이존)
: 그 때 월나라 대부 종 만이 다시 부흥할 수 있음을 알았다.
唯種也不知其身之所以愁(유종야부지기신지소이수)
: 그러나 종도 그 자신에게 불행이 닥칠 원인이 됨은 알지 못했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鴟目有所適(치목유소적) : “올빼미의 눈은 적절이 보이는 때가 있고
鶴脛有所節(학경유소절) : 학의 다리에는 긴 마디가 있지만
解之也悲(해지야비) : 이것을 없애주면 슬퍼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風之過河也有損焉(풍지과하야유손언) : 또한“바람이 불어가면서 강물을 말리고,
日之過河也有損焉(일지과하야유손언) : 햇볕이 비치면서 강물을 말리고 있다.
請只風與日相與守河(청지풍여일상여수하) : 바람과 햇볕이 언제나 강물을 지키고 있지만
而河以爲未始其攖也(이하이위미시기영야) : 강물은 처음부터 그들과 충돌하지 않는다.
恃源而往者也(시원이왕자야)
: 그것은 강물은 근원이 있고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故水之守土也審(고수지수토야심) : 본래 물이 흙을 적심에는 빈틈이 없고,
影之守人也審(영지수인야심) : 그림자가 사람을 따르는 것에도 빈틈이 없고,
物之守物也審(물지수물야심) : 물건과 물건의 관계에도 빈틈이 없는 것이다.
故目之於明也殆(고목지어명야태) : 그러나 눈의 시력은 위태롭고,
耳之於聰也殆(이지어총야태) 귀의 청력도 위태롭고, :
心之於殉也殆(심지어순야태) : 마음의 작용도 위태롭기만 한 것이다.
凡能其於府也殆(범능기어부야태) : 모든 능력은 그것을 지니고 있다 해도 위태로운 것이다.
殆之成也不給改(태지성야불급개)
: 본성으로부터 떠나 위태로움에 이르면 고칠 겨를도 없는 것이다.
禍之長也玆萃(화지장야자췌) : 그러나 그 재액은 자라서 더욱 불어나기만 하는 것이다.
其反也緣功(기반야연공) : 그런 것을 본성으로 되돌려 보내려고 하면 많은 공이 들며
其果也待久(기과야대구) : 그 결과는 오랜 시간이 지나야 나타나는 것이다.
而人以爲己寶(이인이위기보)
: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런 능력을 자신의 보물로 생각하고 있으니
不亦悲乎(불역비호) : 또한 슬프지 않은가?
故有亡國戮民無已(고유망국륙민무이)
: 그러므로 나라를 망치고, 백성들을 살육하는 일이 그치지 않고 있는데도
不知問是也(부지문시야) : 이것을 추구할 줄 모르고 있는 것이다
15.
故足之於地也踐(고족지어지야천) : 발이 땅을 밟는 면은 아주 좁다.
雖踐(수천) : 비록 밟는 지면은 좁지만
恃其所不蹍(시기소불전) : 발이 밟지 않는 지면이 넓은 것을 믿고서야
而後善博也(이후선박야) : 안심하고 걸어갈 수 있다.
人之於知也少(인지어지야소) : 이처럼 사람이 아는 것도 적다.
雖少(수소) : 비록 아는 것이 적지만
恃其所不知(시기소부지) : 그가 알지 못하는 것을 의지하고서야
而後知天之所謂也(이후지천지소위야) : 자연이란 것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知大一(지대일) : 만물의 근원이 큰 하나라는 대일을 알고,
知大陰(지대음) : 만물의 근원이 지극히 고요하고 움직임이 없다는 대음을 알고,
知大目(지대목) : 만물을 분별 없이 하나로 보는 대목을 알고,
知大均(지대균) : 자연의 조화가 균등히 작용한다는 대균을 알고,
知大方(지대방) : 자연이란 일정한 법도가 있다는 대방을 알고,
知大信(지대신) : 자연이란 진실하다는 대신을 알고,
知大定(지대정) : 자연이란 안정된 것이라는 대정을 알면
至矣(지의) : 지극한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大一通之(대일통지) : 대일은 도로 통하게 해주며,
大陰解之(대음해지) : 대음은 모든 분규를 해결하게 해주며,
大目視之(대목시지) : 대목은 자연을 달관하게 하며,
大均緣之(대균연지) : 대균은 그의 본성에 따라 스스로 터득하게 하며,
大方體之(대방체지) : 대방은 모든 법도를 터득하게 하고,
大信稽之(대신계지) : 대신은 모든 의혹을 없애주며,
大定持之(대정지지) : 대정은 자신을 안정되게 유지해 준다.
盡有天循有照(진유천순유조) : 사람의 지능이 다 한 곳에 자연의 변화가 있고,
冥雨樞(명우추) : 무(無)의 원리가 어둠 속에서도 작용하고 있고,
始有彼(시유피)
: 만물을 생성하게 하는 원리가 있고,그런 것들을 존재하게 하는 법칙이 있는 것이다.
則其解之也似不解之者(칙기해지야사불해지자)
: 그것에 대해 이해한다고 해도 그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과 같고,
其知之也似不知之也(기지지야사부지지야)
: 그것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알지 못하고 있는 사람과 같은 것이다.
不知而後知之(불지이후지지)
: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경지에 이른 뒤에야 그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其問之也(기문지야) : 그것을 파고들어 연구해 보면
不可以有崖(불가이유애) : 한계가 있을 수도 없고,
而不可以無崖(이불가이무애) : 한계가 없을 수도 없는 것이며,
頡滑有實(힐활유실) : 뒤섞여 있는 듯하면서도 그 속에 실리가 있는 것이다.
古今不代(고금불대) : 그것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바뀌지 않고
而不可以虧(이불가이휴) : 손상된 일도 없는 것이다.
則可不謂有大揚搉乎(칙가불위유대양각호)
: 그러니 자연에 위대한 원칙이 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闔不亦問是已(합불역문시이) : 어째서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깊이 알려고 하지도 않는가?
奚惑然爲(해혹연위) : 어째서 그렇게 미혹되어 있는가?
以不惑解惑(이불혹해혹) : 미혹되지 않은 마음으로 미혹을 풀어줌으로써
復於不惑(부어불혹) : 미혹되지 않은 경지로 되돌아가게 하면
是尙大不惑(시상대불혹) : 바로 본성의 위대한 불혹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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