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함수곤의 `한밤의 사진 편지` 원문보기 글쓴이: 함수곤
한밤의 사진편지 제1918호 (13/5/11/토)
'한사모' 카페 'romantic walking'으로 가시려면 아래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 |
행복, 3,800리. 대한민국 U자 걷기(1)
글 : 양정옥(한사모 회원,okyang25@hanmail.net)
2008년 4월7일 대망의 꿈을 안고 고성통일 전망대를 출발했던 대한민국 U자 걷기가 5년 만에 끝나는 2013년 4월 6일 아침입니다.
꿈을 이루는 끝날 아침, 날씨는 우리의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일주일 전부터 비가 온다던 일기예보는 적중했습니다.
기적을 바라는 마음은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3,800리 완주 성공 축하 음악회 준비로 날씨 걱정을 해오던 남편의 어두운 표정을 보며 위로의 말을 하는 저 역시 하늘을 향한 서운한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원망도 잠간, 우리 모두는 알록달록 색색의 우비를 입고 임진각을 향했습니다.
마지막 13km를 걸어야 하는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5년의 꿈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굵어진 빗줄기를 맞으며 도착한 임진각 자유의 다리에서 대한민국 U자 걷기 1,517km. 3,800리 완주를 축하하는 감격적인 만세 삼창을 하였습니다.
만세!, 만세!, 만세! 를 외치며 비가 내리는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가슴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감사, 환희, 희열, 감동, 성취감이 눈물이 되어 빗물과 함께 흘렀습니다.
주체 할 수 없는 기쁜 눈물이었습니다.
지난 5년 11구간 62박 73일이 흐르는 눈물 속에 오버랩 되었습니다.
2008년 4월7일, 봄날.
대한민국 U자 걷기 제1구간을 시작 하는 날, 집을 나서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설렘 속 두려운 마음으로 고성 통일전망대로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고성 통일전망대로 가는 길은 화사하고 아름다운 자태로 피어난 벚꽃과 봄꽃행렬이 우리를 환영하며 격려해주고 있었습니다.
두려운 마음은 서서히 사라졌습니다.
아름다운 나의 조국을 걸어 순례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준 한사모와 회원님께 감사드리며 임진각 골인을 기어이 이루어야 할 나의 꿈으로 간직했습니다.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금강산과 해금강을 바라보며 자유롭게 넘나들 수 없는 현실에 가슴 아파하기도 했습니다.
하조대에서는 30년 전 가족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즐거워했습니다. 추억속의 두 아이는 당시 초등학교 1학년 2학년이었고 이제는 불혹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1구간 끝 경포호수는 벚꽃이 절정이었습니다. 수양벚꽃이 활짝 웃으며 깊게 고개 숙여 1구간 완주를 축하해주었습니다.
사전답사도 없이 함수곤 대표님 혼자 계획, 진행, 안내, 모든 것을 도맡아 고생하셨습니다.
숙소만 정해져 있었고 식당은 그 지역의 유명한 먹거리를 찾아 그때그때 정했습니다.
특히 물회와 곰치국과 속초의 오랜 풍물 배를 타고 가서 먹은 아바이순대맛은 지금도 생각나는 1구간의 잊지 못 할 맛입니다.
여학생 11명이 한방에 나란히 누워 1구간 마지막 밤을 지낸 일은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함수곤 대표님께서 우리의 안전을 위해 사주신 26벌의 주황색조끼는 이제 따스한 그리움이 되었습니다. 26명은 주황색 조끼가 품어내는 사람냄새, 값진 향기 안에서
관심, 사랑, 배려로 서로를 격려하며 친자매이상의 깊은 정속에서 동해안 1구간 130km를 걸었습니다.
속초를 지날 때 김용만 님이 위문을 오셨습니다. 정성스럽게 가지고 오신 시원한 포도는 우리에게는 값진 청량제였고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함수곤 대표님의 집안 함용식 님 내외분이 베푼 대포항의 싱싱한 회, 박경재 동우대 총장님 내외분이 베푼 하조대의 푸짐한 회와 오징어. 황태 선물은 잊을 수 없습니다.
식사를 베풀어주신 주수동 강원도 교육연수원 원장님, 한장수 강원도 교육감님, 과일에 목말라 있을 때 과일을 보내주신 성태제 이화대 교수님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꿈과 열정을 지닌 바보들의 행진 대한민국 U자 걷기 1구간은 아름다운 동해안의 정취와 진한 사람냄새에 취해서 시작되고 끝났습니다.
저는 6박7일을 통해 자기를 버릴 줄 아는 희생이 따라야 사람냄새가 풍기는 봉사가 됨을 새롭게 배웠습니다.
행복!, 6박 7일!. 저는 이 말 속에 함께 걸어주신 회원님에게 보내는 고마움과 감사함을 담고 싶었습니다.
제 2구간이 기다려집니다.
기다렸던 2008년 가을, 10월27일. 제 2구간은 첫날부터 끝나는 날 까지 힘들고 고생했지만 이야기 거리가 많은 강릉경포대에서 울진망양까지입니다.
강릉경포대 바닷가 아름다운 솔밭 길의 황홀감은 잠간이었고, 점심식사 후 정동진 선크루즈 까지 휴식시간도 아끼며 20km가 넘는 길을 걸었던 첫날 오후 강행군은 지금껏 이야기하는 추억중 하나입니다.
첫날 고생을 위로 해주려는 듯 다음날 새벽 정동진은 구름 한 점 없는 아침 일출을 아름답게 보여주었습니다. 우리의 행운이요 복이었습니다.
둘째 날 저녁식사 전 우리는 지친 몸을 풀기위해 목욕하는 사이 주재남 고문님은 목욕도 안하고 E 마트에 가서 걷는 내내 여학생들이 마실 와인을 박스로 사가지고 왔습니다. 자상하고 따뜻한 사람냄새에 감동했습니다.
셋째 날 삼척에서는 강원대학교 삼척캠퍼스 사무국장 강정길 님이 곰치국 점심을 베풀어 주었습니다.
덕산해변민박집에 도착한 우리는 독도횟집에서 저녁을 했습니다.
함수곤 대표님이 “오늘 음력 10월 초하룻날이 저의 69회 생일입니다. 떠나기 전 큰아들 ‘영훈’이가 금일봉을 주며 회원 모두에게 식사 대접하라는 부탁을 했습니다.”라며 푸짐하고 맛깔스러운 모듬회정식을 베풀어 주었습니다.
효성과 정성이 담긴 포근한 사람냄새가 셋째 날의 지친 몸을 풀어주었습니다.
덕구온천에서 온천욕을 끝낸 오후, 지는 해를 바라보며 시외버스를 이용했으면 하는 실낱같은 바람은 함수곤 대표님의 ‘버스타고 가서 지인들에게 걸었다고 자랑할거냐!’ 하시는 한 말씀에
‘그래 맞아! 우리는 걸으러 왔지...’ 하며 걸었던 그 날, 숙소와 식당으로 가는 길은 배고픔과 지치고 지친 멀고도 먼 어둠 속 길이었습니다.
저녁식사는 나현재 님 후배인 김신영 원장님이 모듬회로 배고픔을 채워주었고 넉넉한 사람냄새가 지치고 지친 그 날의 피로를 풀어 주었습니다.
6일째 망양 삼성 모텔로 가는 길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사방은 어둠에 깔리고 화물트럭들은 굉음을 지르며 주황색 행렬 옆으로 다가와 질주합니다.
좁은 갓길로 걸어가는 저는 두려웠고 손에 쥔 묵주는 땀으로 범벅이 되었습니다. 불빛 하나 없는 어둠 속은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목적지 삼성 모텔은 왜 그리도 멀기만 한지..., 삼성 모텔 앞마당에서 서로 포옹하며 눈물을 흘렸던 일은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1구간 때도 발바닥에 물집이 생겼고 2구간 때는 너무 많이 생겨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몹시 아팠고 걷기가 괴로웠습니다.
자연스럽게 걸으려 해도 저절로 절뚝거려졌습니다. 낙오 할 수 없다. 기어이 완주해야 한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내색을 하지 않고 걸었다고 미련퉁이라는 값진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고생한 만큼 기쁨과 성취감의 눈물이 삼성모텔 마당에 떨어졌습니다.
저는 다짐했습니다. 어떠한 아픔과 고통이 있더라도 임진각에 골인하는 꿈을 꼭 이루어 내겠다고...,
2구간 성공 자축파티는 각반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만발했습니다. 특히 5반 남학생은 합창을 하던 중 갑자기 바지를 주루루 흘러내리게 하더니 빨간 보자기로 만든 빨간 팬티를 이리저리 보여주었습니다.
그 때의 그 할배들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옵니다.
제 2구간을 돌이켜 볼 때 서로를 배려하는 짙은 사람냄새가 힘든 157km 길을 완주 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3구간이 기다려집니다.
기다렸던 2009년 봄, 3월30일. 제3구간. 망양을 지나 영덕으로 지날 때 교원대학교 권재술 총장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선조 때부터 대대로 살아온 고색창연한 고택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습니다.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형님 댁이었습니다.
오전을 걸어와 목이마른 우리에게 식혜와 과일로 갈증을 풀게 했고 축산항 등대횟집에서 영덕대게와 물회로 점심을 베풀어 주었습니다.
경북교육연구원 김상수 원장님이 대구에서 위스키와 와인을, 반가운 위문단 김용만 님과 이규석 님께서 서울에서 이곳까지 과일과 격려금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우리들은 환호와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을 했습니다. 두터운 정과 따뜻한 사람냄새가 가득한 감동의 점심자리였습니다.
거대한 포항제철을 보고 걸으며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을 이루어낸 포항제철의 거대한 힘을 느꼈고 국력을 키우는 그 곳 산업역군들에게 감사했습니다.
아름다운 동해 바다 수평선위에 피어나는 흰 구름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부르고, 파도에 휩쓸려 데굴데굴 구르는 자갈들의 소리를 불러내어 아름다운 합주를 들려주었습니다.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으며 걷고 있다는 착각을 갖게 했습니다.
햇빛이 쏟아지던 영일만의 눈부신 은파도 또한 잊을 수 없습니다.
호미곶 광장에서 39명은 커다란 손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울진 망양에서 포항 호미곶 까지 400리 144km 제 3구간 완주를 서로 축하하고 임진각 골인의 꿈을 다시 다짐했습니다.
<임진각 까지 파이팅!> 4구간이 기다려집니다.
기다렸던 2009년 가을, 11월2일. 4구간은 포항 호미곶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감포 이견정에 올라 바다 위 문무왕릉을 보았습니다. 죽어서까지 왜구의 침입을 막겠다는 문무왕의 유언에 따라 수중왕릉에 모셨다는 이야기는 감동을 주는 이야기였습니다.
지름길로 가기위해 월성 원자력발전소를 통과하며 견학을 했습니다. 울산 한국은행 본부장님이 직장 선배였던 이영균 님과 김영신 님을 찾아와 발렌타인 고급위스키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울산에서 자리를 잡으신 윤종영, 이흥주 고문님 고등학교 동창, 이대용 님이 저녁식사를 베풀어주었고,
허필수 회장님을 찾아온 중앙교육 울산총판사장님과 이석원사장님이 아침식사와 과일과 간식을 베풀어주었습니다.
김균순 님 조카님이 감귤과 프리미엄위스키를 선물해주었습니다. 선물과 사람냄새가 진동했던 울산이었습니다.
울산에서 장안까지 걸었던 14번 국도는 화물트럭이 질주하며 내뱉는 굉음, 먼지, 대형자동차가 일으키는 광풍에 시달리며 걸었던 갓길도 없고 딱딱한 공포의 아스팔트길이었습니다.
그러나 주황색 행렬은 흔들림 없이 서로를 격려하며 걸었습니다.
묵묵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은 잠시 잠간이었고 자동차의 질주와 굉음과 소음이 그렇게 괴롭고 지독한 공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우리가 걸었던 길은 편하고 걷기 좋은 비단길만 있지 않았습니다. 위험한 길이 수시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U자 걷기 중 최악의 길을 걸었습니다.
할미꽃하모니카 앙상블이 잉태된 동부산 관광호텔 제4구간 자축파티가 유난히 생각납니다. 유치원생수준에서 연주한 하모니카 실력이었으나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때를 생각하면 얼굴이 붉어집니다.
4구간 마지막 날 송정 해수욕장 입구 시내버스 종점에 도착 했을 때 부산 목요등산회 조병국회장님과 열 분이 넘는 회원님들이 우리를 뜨겁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목요등산회의 안내에 따라 걸었던 해운대 문라이트 아름다운 길 8km는 지름길인 것 같은데 오르락내리락 걷다보니, 일주일 피로와 함께 발길은 무겁기만 했습니다.
동해안 최종 목적지 해운대에 골인했습니다. 우리는 감격적인 포옹과 만세 삼창 속에서 동해안 1,500리 완주를 서로 서로 축하했습니다.
동해안을 걷는 동안 두해가 지나갔습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임진각이 점점 다가옵니다.
부산외국어대학교 류선규 총장님이 142km를 완주한 36명에게 베풀어 주신 해운대 외식일번가의 한우구이저녁을 잊을 수 없습니다.
남해안 5구간이 기다려집니다.
배경음악 : 메기의 추억
|
|
출처: 함수곤의 `한밤의 사진 편지` 원문보기 글쓴이: 함수곤
첫댓글 대한민국 U자 걷기 , 3800f리의 행복 !!!
통일전망대 출발 ~ 끝날의 임진각까지 5년동안의 꿈을 이루며 만세, 만세, 만세!!!
감동의 눈물를 빗속에 섞어 퍼붓던 그 순간을 그 누가 알 수 있겠습니까?
1구간 ~4구간까지 눈 앞에서 보듯 자세한 걷기꾼의 기록을 감탄을 쏟아내며 읽었습니다.
구간마다 모든 화원의 완주를 기원하며 공들여 준비하여 주신 간식꾸러미가 더욱 오버랩되어 고맙기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