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항남동 원조밀물식당의 도다리쑥국. 통영의 대표 봄 음식인 도다리쑥국은 도다리와 쑥이라는 두 제철 식재료의 환상적 궁합을 자랑한다.
- 지역 대표 제철음식 맑은 도다리쑥국 - 고소·향긋한 식재료 고유의 맛 '훌륭'
- 술·해산물 안주세트 '다찌' 값 상승에 - 일반 횟집·일식집 찾는 사람 늘어 - 강구안 일대 간식용 꿀빵카페 즐비
봄과 가장 어울리는 도시를 꼽으라면 단연 경남 통영이다. 통영은 우선 봄 해풍을 맞고 자란 쑥과 봄 도다리가 유명하다. 3월에는 세계적 음악가 윤이상 선생을 기리는 통영국제음악제가 열리기도 한다. 그래서 축제도 즐기고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있는 봄이 통영을 여행하기에는 가장 적당한 때다. 봄을 맞아 통영 미식여행에 나섰다.
■ 도다리쑥국
통영항 여객터미널 인근의 서호시장은 도다리를 사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큰 대야 물속에 담긴 도다리가 펄떡이며 봄의 생명력을 전한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회자할 정도로 도다리는 봄에 가장 맛있는 생선이다. 산란을 위해 몸에 영양분인 지방을 가장 많이 축적하는 시기가 이때이기 때문이다. 통통하고 단단하게 살이 오른 봄 도다리는 보기만 해도 침이 꿀꺽 넘어간다.
봄 도다리에 대표적 봄나물인 쑥이 환상적 궁합을 이루는 음식이 바로 도다리쑥국이다. 부산의 식당에서 도다리쑥국을 먹으면 보통 들깻가루가 들어가 국물이 탁한 경향이 있는데 통영 식당들의 도다리쑥국은 주로 맑은 국물이다. 도다리만으로 육수를 우려내는 방식이다.
강구안 근처 항남동 '원조밀물식당'(055-643-2777)은 도다리쑥국으로 유명하다. 두툼한 도다리 살과 쑥을 한입 가득 먹으면 도다리 살의 고소함과 쑥의 향긋함이 입안으로 퍼진다. 꽃샘추위에 움츠러든 몸도 녹아든다.
이 식당은 도다리를 인근 중앙활어시장과 서호시장에서 필요할 때 바로 사온다. 보통 일반 식당은 그날 판매할 생선을 아침에 들여와 수조에 넣고 사용하는데 이 집에는 수조가 없다. 비좁은 수조 안에 갇혀 있으면 생선도 스트레스를 받아 맛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도다리를 삶은 물에 된장과 새우젓으로만 맛을 낸 것이 다른 집과 다르다. 조미료는 물론 소금을 사용하지 않아 음식 맛이 강하거나 자극적이지 않다.
주연은 도다리쑥국이지만 조연인 밑반찬도 훌륭하다. 도다리쑥국을 시키면 회무침과 잡채가 전채요리로 나온다. 주요리에는 조기 참돔 열기 등 생선구이가 반찬으로 나오기 때문에 생선구이를 따로 시킬 필요가 없다. 생선구이 위에 얹는 양념장은 생선을 우린 육수에 집간장과 된장, 멸치액 등을 넣어 만든 이 집만의 특제 소스다. 김치와 젓갈은 집에서 담고 다른 밑반찬도 봄나물 등 제철 재료로 만든다. 무엇보다 밥맛이 좋다. 쌀 찹쌀 조 등을 넣고, 하루에 필요할 때마다 여러 번 밥을 해 차지고 고소하다. 원조밀물식당 권홍선 대표는 "도다리와 쑥이라는 식재료 본연의 맛을 내는 데 집중했고 손님들이 집 밥처럼 편안하게 먹을 수 있도록 집에서 반찬을 모두 만든다"고 말했다.
■ 통영 다찌
신선한 생선회
바다를 낀 도시답게 통영은 해산물이 유명하다. 여기서 생겨난 것이 통영만의 술 문화 '다찌'다. 통영 다찌집이라고 하면 실비집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다찌는 복수를 칭하는 '~들'이란 뜻의 일본어에서 따온 말로 술과 안주가 한 세트로 나오는 방식이다. 술을 시키면 안주가 달려나오며, 안주를 원하면 계속 추가해서 먹을 수 있다. 안주는 이 지역에서 나는 풍성한 해산물이다. 생선회부터 멍게 해삼 전복 개불 등 그날 잡힌 신선한 해산물이 다찌 상위에 오른다.
하지만 최근 통영 다찌의 가격이 많이 상승했다. 예전에는 3만 원 정도였던 다찌가 요즘은 5만~6만 원부터 시작한다. 4인상은 보통 10만 원 정도다. 다찌는 손님들이 술을 많이 먹어야 남는 구조인데, 다찌 술 문화를 알고 찾아온 외지인들이 안주로 나온 해산물만 열심히 먹고 술은 추가로 잘 시키지 않으니 '장사'가 안된 것이다. 이 때문에 상인들의 불만이 커졌고 가격은 자연스레 올랐다. 통영 사람들은 "외지 사람들이 술은 추가하지 않고 해산물 안주만 계속 먹다 보니 가격이 올라 우리도 이제는 싸고 편안하게 다찌를 즐길 수 없게 됐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해산물을 먹으려면 요즘은 다찌집보다 일반 횟집이나 일식집이 오히려 더 싸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일반 생선횟집에도 손님들이 북적인다. 미수동 '천지연횟집'(055-648-7500)의 한선재 대표는 "주말에는 손님의 90% 정도가 외지인"이라며 "다찌 가격이 상승하다 보니 그보다는 더 싼 가격에 여러 해산물을 즐기려는 손님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집은 생선회와 함께 나오는 해산물이 풍성해 '세미 일식' 수준이다.
가격은 비슷하므로 술과 안주에 집중하려면 다찌집을, 술과 안주는 물론 식사에 중점을 둬 해산물을 즐기고 싶다면 횟집이나 일식집을 찾으면 된다는 것이 통영 사람들의 조언이다.
■ 꿀빵
통영 꿀빵.
강구안 일대가 요즘 달라졌다. 예전에는 이 일대 식당 대부분이 통영 충무김밥집이었다면 요즘은 꿀빵집으로 많이 대체됐다. 꿀빵은 밀가루 반죽 안에 팥앙금을 넣고 튀긴 뒤 꿀을 발라 완성한 '통영 도넛'이다. 원조는 한 노부부가 운영하는 오미사꿀빵으로, 이 집이 유명해지면서 꿀빵은 통영의 대표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요즘은 팥 이외에도 고구마 호박 등으로 다양하게 앙금을 만들고 깨 대신 해바라기 씨를 꿀빵 위에 뿌리기도 한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먹으면 간식으로 그만이다. 강구안 일대에는 꿀빵과 커피를 먹을 수 있는 꿀빵카페들이 즐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