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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창 밖 풍경에 반하다, 여기가 두물머리!
차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이른 아침의 풍경 속에서 느닷없이 나타난 어떤 모습에 반하였다. 그래서 늦었겠다 싶으면서도 사진기를 꺼내들 수 밖에 없었다. 피어오른 물안개로 축축해진 바깥은 희미하게 정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휙휙 지나치는 팻말들을 향해 고개를 돌려가며 보이는 단어 하나하나를 끼워맞춰보니 양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 여기가 두물머리구나! 나는 그때 두 개의 물줄기가 만나는 곳을 지나가고 있었다.
# 가을의 절정, 풍수원 성당
서울에서 강원도 횡성까지는 한 시간 반이나 두 시간 정도의 거리로 멀지않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는 곳이다. 풍수원 성당은 몇 년 전에 엄마랑 한 번 와 본적이 있다. 그때도 가을이었다. 내가 풍수원 성당의 사계를 모두 본 것은 아니지만 추측하건데 이곳은 가을이 가장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한다.
# 강원도 횡성 러브투어
처음 예약했던 상품이 모객이 덜 되어서 취소가 되었다. 이번 토요일은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도 하였고, 신종 플루의 영향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이미 주말에 가볍게 여행을 다녀와야지 생각했던 터라 설레이던 마음이 쉽게 접어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출발이 확정된 상품 중에서 선택하여 다시 예약을 하였다. 강원도 횡성 러브투어는 풍수원 성당과 횡성 재래시장, 치악산 구룡사, 그리고 안흥 찐빵마을을 가는 코스였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횡성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과 안흥 찐빵을 주는 혜택이 있는 상품이었다.
# 가을의 절정, 풍수원 성당
서울에서 강원도 횡성까지는 한 시간 반이나 두 시간 정도의 거리로 멀지않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는 곳이다. 풍수원 성당은 몇 년 전에 엄마랑 한 번 와 본적이 있다. 그때도 가을이었다. 내가 풍수원 성당의 사계를 모두 본 것은 아니지만 추측하건데 이곳은 가을이 가장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한다.
멀찌감치에서부터 아름드리 단풍나무 한 그루가 시선을 끌었다. 누가 성당 앞 마당을 차지하고 있는 나무 아니랄까봐 볕을 향해 내뻗은 가지는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낙엽은 융단이 되었다.
이곳은 1801년 신유박해 이후 40여명의 신자들이 피난처를 찾아 헤매다가 정착한 곳으로 한국 최초의 천주교 신앙촌으로 신자들이 직접 벽돌을 굽고 나무를 해 오며 만들졌다. 아름다운 1982년 강원도에 의해 지방문화재 제69호로 지정되었다.
신발을 벗고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수녀님이 한 분 계셨다. 성당 안은 밖과 별반 다르지 않게 공기가 차가워서 발이 시린데다 휑하여 썰렁함을 더했지만 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조명 역할을 대신해주고 있었다. 영화에서 봤음직한 고해실도 마련되어 있었다. 문에 다음 미사시간은 11시입니다, 라는 안내문이 붙여져 있어서 의외였다.
성당 뒷 편의 오솔길을 따라 걸어갔다. 한번에 쓰윽 보면 메마른 덩쿨과 버석거리는 흙빛의 나뭇잎에 묻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잘 보면 솜털이 보송보송 따사로운 가을의 눈송이가 보인다.
무언가에 발이 찔렸는지 따끔하여 아래를 보니 매쉬 소재로 촘촘하게 구멍이 나 있는 운동화에 그만 밤송이의 뾰족한 가시가 들어와 있었다. 발을 한번 훅 털면 떨어지겠지 했는데 꽤 깊이 박혀있었나 보다. 엄지와 검지손가락을 이용해 조심조심 밤송이를 떼어냈다. 그러고 보니 바닥에 밤송이가 지천이다.
산 중턱에 예수님의 십자가 조각상이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자세하게 보는 것은 처음인가보다. 한낱 조각상일 뿐인데 숙연함과 함께 가련한 마음이 들었다. 윗 부분에 INRI라는 글자가 보였다.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알 수 없어 궁금했다. 지금에 찾아보니 "Iesus Nazarenus, Rex Iudaeorum" 유대인의 왕, 나자렛 예수의 4단어의 약자로 유대인이면서 같은 유대인의 밀고로 로마군에 잡힌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혔을 때, 예수를 조롱하기 위해 사용한 문구라고 한다.
# 31일인 오늘은 오일장이 아니래요, 횡성시장
1일과 5일에 장이 서는 횡성시장이라 내심 오늘 오일장이 서겠군 하고 기대가 컸었다. 뭐니뭐니해도 장터는 사람으로 꽉꽉 들어차고 갖가지 먹거리도 많아서 구경하는 맛도 있고 사는 맛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31일인 오늘은 오일장이 서지 않는단다. 왜냐하면 내일이 1일이니까! 그래, 나는 하나만 알지 두개는 생각못한다. 오일장만 아니지 그렇다고 횡성시장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횡성하면 뭐가 가장 유명할까, 바로 횡성한우다. 교차로에 우뚝 서 있는 시계탑에도 한우가 올라가있다.
그래도 시장 안에 들어가니까 강원도의 먹거리는 다 있었다. 얇게 부친 메밀전병에 김치속을 넣어 돌돌 말아 놓은 것.
그리고 옥수수로 만든 콧등치기 국수까지.
이건 얇게 메밀전병 위에 배추를 올려 부친 것인데 이렇게 먹으면 배추가 야들야들해지면서 달착지근하니 참 맛있어진다.
시장 근처에서 횡성농협 하나로마트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 봤다.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색다른 먹거리를 하나 발견하여 구입했다.
서울에서는 볼 수 없던 복분자골드와 오미자 드링크류로 태백농협에서 나온 제품이었다. 가격은 각 550원씩인데 복분자나 오미자 농축액이 20퍼센트 이상으로 함량이 높아서 마음에 들었다. 엄마와 동생에게 주려고 기념품 삼아 샀는데 복분자는 달콤한 맛이 강하고 오미자는 역시 오미자 특유의 신맛이 있었다.
횡성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 5천원권이다. 시장 안의 상점에서는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고 하여 이 상품권으로 점심을 사먹으면 되겠구나 했는데 막상 시장통 안에서 밥을 먹으려니 익숙하지 않아서 갈팡지팡했다.
# 살가운 아주머님이 계셔, 시장통 밥집
그러다 들어가 곳이 여기, 횡성제일식당이다. 주인 아주머님이 얼마나 살갑게 대해 주시던지 주뼛주뼛하던 것도 어느샌가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처음에는 강원도의 별미인 곤드레밥을 먹으면 되겠구나 했는데 막상 들어가서 앉으니 뜨끈한 국물에 밥을 말아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소머리국밥을 먹으려고 했으나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생각치도 못하게 내장탕을 주문하게 되었다.
내장탕은 안 먹어봐서 좀 걱정되네요, 했더니 아주머님이 나보다 더 걱정하시며 다른 게 낫지 않겠냐고 하신다. 그런데 내가 또 절대 자랑은 아니지만 먹는 것만큼은 어지간해서는 포기를 안한다. 그래서 결국 내장탕이 나왔다. 얼큰한 국물에 꼬불꼬불한 천엽과 곱창이 잔뜩 들어있어 보기에 그렇게 식욕이 당기지는 않는게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알다시피 보기보다 먹을만하다. 따로 소금을 달라하여 천엽과 곱창은 소금을 찍어먹기도 했다.
특히나 함께 나온 반찬이 맛깔스러워서 후루룩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특히 무생채가 아주 맛있었다. 주 메뉴는 만두칼국수, 곤드레밥, 도토리묵밥, 무청밥 등이 있고 가격은 4,5천원 정도이다. 시장통에 있지만 실내도 깔끔하고 음식도 정갈하여 좋았다.
시장에서 가까운 곳에 작은 공원이 하나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그 안에 한우리 작은 도서관이 있었다. 도서관이 이런 곳에 있다니 신기하면서 부러웠다. 규모가 작기에 더 정겹게 느껴지고, 공원 안에 위치하여 사람들이 더욱 쉽고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엄마와 아빠와 아기 소로 보이는 한가족 소 조각상이 있으니 이렇게 아이들이 놀이기구라도 타듯이 소의 등 위로 올라타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우리 횡성은 한우의 고장이다 라는 것을 어릴때부터 자연스럽게 익혀질 것 같다. 진짜 소를 타며 몰며 놀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 그런지 아이들이 이렇게 놀고 있는 모습이 참 멋져 보였다.
# 가을의 향기, 치악산 구룡사 가는 길
봄과 여름이 싱그럽고 상쾌하여 발걸음이 종종거리고 연신 웃게된다면 가을의 산은 발걸음도 진중해지고 진한 홍차처럼 깊고 그윽한 향을 음미하며 걷게된다. 부리부리한 눈동자로 어떤 곳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는 용이 구룡사로 가는 다리를 지키고 있었다. 구룡사는 이름처럼 아홉 마리의 용과 관련된 전설을 갖고있다. 구룡사 대웅전의 자리에는 원래 연못이 있었는데 그 안에 용 아홉 마리가 살고 있었단다. 그런데 그곳에 대웅전을 지으려고 하는 것을 알고 용은 대사에게 진 쪽이 떠나기로 하자며 내기를 청하였다. 결국 용이 졌고 그 곳에 절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구룡사의 '구'자가 아홉구(九)에서 거북구(龜)로 바뀌게 된 연유는 이렇다.
치악산에서 나는 산나물은 대부분 궁에 공납하게 되었는데 그 검사를 구룡사의 주지 스님이 하게 되었다. 그러니 통과되느냐 마느냐는 주지 스님의 결정에 달려있어 나물 값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 뇌물이 오가게 되었다. 결국 구룡사는 돈만 밝히는 타락의 길을 걷게되었다.
그러던 중 한 스님의 말을 듣고 '절이 흥하지 못하는 것은 절로 들어오는 길 입구에 있는 거북바위 때문이니 그것을 쪼개 없애면 좋을 것이다" 고 했다. 그러나 그 후 더욱 신도는 더욱 적어지고 명성도 줄어들었다. 급기야 문을 닫아야 할 지격에 이르렀는데 어느날 도승 한 분이 또 찾아와 "본시 이 절은 절 입구를 지키고 있던 거북바위가 절운을 지켜왔는데 누가 그 바위를 동강으로 내 혈맥을 끊어버렸으니 운이 막힌 것이오" 라고 하며 거북은 이미 죽었지만 다시 살린다는 뜻에서 절의 이름을 아홉구(九)자 대신 거북구(龜)자를 쓰라는 했단다. 그래서 지금 현판에 새겨진 대로 치악산 구룡사로 불리우게 되었다고 한다.
# 세월이 지나도 항상 오늘같기를, 일주문
일주문은 세속과 절의 경계를 나타낸다. 두 기둥 위에 지붕을 얹은 독특한 형식을 하고 있으며 기둥이 한 줄로 세워져 있다고 해서 일주문이라고 부른다. 두 기둥 위에 새겨진 "歷千劫而不古恒萬歲以長今(역천겁이불고 항만세이장금)이란, 천겁이 지나도 낡지 말고 만년동안 항상 오늘같이 길이 남으라는 뜻을 담고 있다.
산장 앞, 파릇파릇한 봄에게 조금의 자리를 내 준 것만 같아보였다.
# 일주문과 본당 사이의 천왕문
우리나라의 사찰은 옛부터 일주문과 본당 사이에 천왕문을 세워 그림이나 나무로 깎아 만든 사천왕의 조상(彫像)을 모신다. 사천왕이 지니고 있는 물건은 일정하지 않지만 지국천왕은 비파를, 증장천왕은 보검을, 광목천왕은 용·여의주 또는 새끼줄을, 다문천왕은 보탑을 받쳐든 모습을 하고 있는데 불법에 귀의하는 사람들을 수호하는 호법신이다. 사천왕의 발 밑을 보면 악귀(업)를 누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24호인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규모로 겹처마에 팔자기붕으로 다포식 단층건물이다. 삼세불을 모시고 있는 불단으로 중심에는 현재불을 상징하는 석가불좌상, 오른쪽에는 미래불인 아미타불좌상, 왼쪽에는 과거불을 상징하는 약사불좌상이 있다. 주존으로 모신 석가불은 연화좌에 결가부좌하여 항촉지인을 결하고 있습니다. 사각형의 얼굴에 눈은 반개하고 둥근 육계에는 계주가 박혀 있다. 양쪽에서 협시를 이루는 불좌상은 손가짐만 반대 방향으로 같은 형식으로 조성되어 있다.
# 용 한 마리가 살던, 구룡소와 용소
구룡사를 벗어나 아주 조금 걸어가면 나오는 구룡소와 용소이다. 구룡사의 전설 중 내기에서 진 용 아홉 마리 중 하나가 미처 도망가지 못하고 연못에 머무르다 승천하였는데 그곳이다.
# 고로쇠 나무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치악산은 등산로가 아주 잘 되어있었다. 찬찬히 되짚어 내려오니 나무에 명찰이 달려있는 것이 보였다. 그 중에서도 고로쇠 나무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갖고 있었다.
옛날에 한 스님이 오랫동안 수행을 한 뒤 그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였는데 너무 오래 앉아있던 탓에 무릎이 펴지지 않아 곁에 있던 나뭇가지를 잡고 일어서려다가 나뭇가지가 부러져 주저앉고 말았다. 그 때 나뭇가지에서 흐르는 물을 마시고는 벌떡 일어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뼈에 이로운 나무다' 하여 골리수(骨利水)라 불렸다가 지금의 고로쇠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그 골리수라는 것이 여름이면 판매되는 고로쇠수액이다.
톡 건드리기만 해도 떨어질 것 같이 가볍운 생명일텐데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 가을이다.
조금씩 다른 무늬와 조금씩 다른 색의 간판이 가을과 비슷하게도 보인다.
산 아래의 단풍마저 이렇게나 선명하다. 민박집도 많고 동동주와 파전, 더덕을 파는 가게도 많다. 산을 떠나기 아쉬울 때는 진한 가을 내음을 마시며 막걸리 한 잔 하면 그 마음이 조금 채워질 것도 같다.
# 대한민국 최고의 지역 브랜드가 되었다, 안흥찐빵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안흥리의 안흥찐빵마을. 안흥찐빵은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에 어렵게 구한 밀가루를 여러방법으로 먹거리로 이용하던 중 막걸리로 밀가루 반죽을 숙성 발효시키는 선조들의 지혜로 만들어진 찐빵이다. 현재에는 대한민국의 먹거리 중 최고의 지역 브랜드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달지 않은 팥소가 듬뿍 들어있고, 요즘은 단호박과 흑미 등을 넣어 컬러푸드화 되기도 했다.
# 여행의 마지막까지 기다려준걸까?!
서울은 아침부터 줄기차게 비가 내렸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안흥찐빵마을을 벗어나자마자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으니 시작도 끝도 좋았던 강원도 횡성 러브투어가 아닐 수 없다. 여행의 마지막까지 기다려준거니..?
첫댓글 횡성쪽도 볼거리들이 참 많이있네요.. 예전에 단지 한우만 먹으러 갔었는데 좀 더 둘러볼껄 그랬어요~
저는 가까워서 더 좋은 것 같더라구요 ㅎㅎ
성당 안팎이 참 멋지네요... 강원도는 졸업여행 수학여행으로 밖에 가보지 않아서 미지의 장소를 보는 기분입니다 ^-^
성당.. 가을에만 가봤는데 진짜 멋져요. 다른 계절은 모르지만서도 가을이 가장 멋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