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발 연인-.
하루 일이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침대에 누운 순간부터가 하루 중에 가장 나의 온전한 행복한 시간이다. 축 늘어진 육신의 피로가 나를 삼킬 때 빼고는, 그때부터 바보상자에 시선 고정하고 리모컨이 내 놀이개가 되는 시간이다. 지난 밤에 묘한 꿈을 꾸고서 하루가 지나가도록 해몽하다가 인터넷 사이트까지 뒤져서까지 동원해서 풀어 보았지만 도통 해몽이 되지 않았다. 좋은 꿈인듯 하면서도 해몽이 되지 않으니 그냥 넘어가자 해도, 하루종일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일단 꿈속에서 깨어난 순간부터 나쁜 꿈은 아니기에 기우하지 않으면서도, 내게 어떤 인연이기에 생경스럽게도 김장 할 시기에 꿈속에 나타나 그 어마어마하게 큰 항아리를 내게 선물로 주셨는지. 또한 그 꿈속 선물이 내게 무엇을 의미 하는걸까? 그래 이런 꿈은 꿈대로 그냥 놔 두자 생각하다가 무심코 리모컨을 이러저리 돌리다가 재방송 채널로 고정했다. 마침 다큐프로인 KBS 1TV 아침프로 인간극장이 재방되고 있었다. 어느정도의 촬영진들의 컨셉은 있었겠지만 한 부부의 노후의 삶을 아름답게 잘 조명하고 있었다
강원도 횡성 어느 산골 마을에 곱디 고운 소녀같은 87세 백발할머니, 곱디 고운 소년같은 94세 할아버지의 결혼생활 74년을 조명하면서, 아름답게 노후의 순수한 삶이 소개 되고 있었다. 13살 색시를 얻기위해 데릴사위로 6년을 들어가 사셨다는 할아버지는 그때 힘들게 일하고 들어 왔을때 꼭 안아주는 색시가 이뻐서 더 더욱 일을 많이 해도 힘든 줄 모르셨단다.
오나,가나, 앉으나,서나, 누우나, 두 손을 꼭 잡고 놓지 않는 모습에 아, 감탄이 절로 일었다. 절대 미화하고 더 업하기 위해 연출자가 조금은 더 꾸몄다해도 자연스런 노부부의 일상과 고운 표정에 삶이 그대로 묻어난 두 백발연인 소년 할아버지와 소녀 할머님을 보고 가슴 뜨겁지 않을자 있으랴.
두 분은 말 그대로 잉꼬부부 이시다. 커플 한복을 입으시고, 손수건을 반으로 잘라서 손수 손바느질로 만든 커플 손수건 목 스카프를 하고 다니신다. 소녀 할머님께선 아직도 웃으시면서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시고 늘상 고맙다는 말씀을 잊지 않으시는 겸손함에 순수한 소녀티가 물씬 풍기신다. 감기 몸살에 몸져누운 할아버지 손을 두손을 놓지 않으며 꼭 잡고서 " 여보..아프지 마~우~. 아프지 마우~"" 훌쩍 거리신다. 소년같은 할아버지는 연신 허허허 웃으시면서 하트사랑을 연신 할머님께 날리신다.
촬영 기자에게 의미있는 남자의 자격을 말씀하셨다. 한 여자를 데려와서 먹이고. 입히고, 아끼고 사랑 해 주지 않을 남자는 장가 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신단다.
마당에 낙엽을 쓸다가 소년 할아버지가 낙엽을 던지며 할머님을 놀리시면 할머니는 장난을 받아주지 않다가 연거푸 할아버지의 장난에 골이 나셔서 삐져서서 장독 옆에 앉아 울고 계셨다. 내가 몸뚱이가 작으니 업신여긴다며 놀라신 할아버지는 두 손으로 눈물 닦아주며 " 할머니 내가 잘못했쓰이 울지 마우~" 달래셨다. 토라져 안방으로 들어가신 할머님을 뒤따라 들어가서 무릎 꾾고 " 할머이~ 사랑해요!" 하트사랑을 날리며 해맑게 웃으시는 할아버님 표정에 그만 나는 눈물이 쏟으면서 킥킥 웃었다.
소녀 할머니 마흔여섯살까지 열두자녀를 낳으셨단다. 평생을 애만 낳으며 살으셨단다. 열 두명의 자녀를 낳으셨는데, 병으로 여섯자녀를 보내셨음에 그 가슴인들 어찌 멍들지 않으셨으랴. 젊을 때 부터 사랑표현을 잘 하시는 할아버지가 있어서 늘 고마운 마음으로 사신단다.
표현에 인색한 친정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 병석에 누워 틀이도 끼우지 못하신 얼굴로 활짝 웃으시면서 자주 말씀하셨다.
"너희 엄마는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2011.11.19.
- 백발연인 노부부 할아버님, 할머님.. 만수무강 빌면서.-
첫댓글 꿈 해몽이 잘 된 것인지 아닌지 ... ....... 할머니 소녀 보시다가 잊으신 건지, ...... 별일 없었으니 길몽이네 ...ㅋㅋ
김장했어요. 김치냉장고(항아리맞잖아요^^) 꽉 채웠으니 꿈 땜 했네요 ㅎㅎ
빈 항아리 주면서 가득 채워라~~ 일 복 준 거지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