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소리가 아름답다.
무거운 머리를 일으켜 우선 빨래부터 확인해 보니 채 마르지 않았다. 신문을 구겨서 바람이 통하는 세탁실에 두었는데 등산화가 제일 걱정이다.
어제밤 지나오는 길에 중국집에서 사온 자장에 밥을 비벼 먹기로 했는데 성산형이 물을 많이 넣는 바람에 자장국에 말아 먹는 격이 됐다.
꾸물대며 배낭 꾸리는데 혼자만 힘드게 아닌가 보다. 20여분을 힘들게 꾸려 놓고 자리에 앉아 딸이랑 통화하고 집에 전화해서 안부도 물어보고 방을 나서려니 몇일 더 쉬었으면 하고 아쉽기까지 하다.
콜 불러서 곤돌라 탑승장으로 이동했다. 근데 너무 일찍 와버렸네. 곤돌라는 10시 부터 운행이라는데 9시10분경에 도착해서 사진박고 여기저기 구경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직원에게 물어보니 10시에 출발이 맞다하여 다시 한 구석에 앉아 지도를 꺼내 들고 오늘 걸어야 할 길을 점검하니 물을 구할수 있는데가 지도에는 표기 되어 있지 않아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중간에 휴게소가 있으니 물을 반드시 챙겨야 되고 챙기면 무거워 지고 그래도 살아야 하니 감수해야지. 지금의 배낭도 30Kg 가까이 나가는데 무릎이 견뎌낼까 걱정이다.
차례를 기다려 곤돌라 타고 배낭이 커서 세사람 겨우 들어가 앉아 설천봉을 오르니 안개가 가득하고 추위마져 밀려온다.
추위 때문인지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는 탓인지 저마다 부지런히 움직인다. 오늘의 목적지는 소사마을이고 거리와 난이도가 제법인데다 과음 한 탓으로 시간이 늦어질까봐 걱정이다. 그래도 가야 할 길 힘을 내어 걷는데 신이나지 않는다.
성산형이 "우리 등산학교 시절에 산노래 배운게 있는데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데 아는 노래 있으면 부르며 다니자."
"내가 아는 노래가 있는데 가사만 알고 음정, 박자, 모르는데 그거라도 부르카마씨"
"경허게" 이래서 내가 선창을 하게 되었다.
"아득히 쏟아오는 저 산정에
구름도 쉬어 가는 저 산정에
사랑하는 정, 미워하는 정 속세에 묻어 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의 고향
산사람 높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의 마음
메아리 소리되어 울리네"
서로가 다 힘이 들었는지 목청껏 불러댄다. 그동안 힘들면 "아노! 아노!" 하고 외치며 다녔는데 이젠 노래로 바뀌었다.
이쯤에서 아노의 유래를 얘기해야겠다.
예전 부산 해운대에 유명한 사우나가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조폭 출입금지가 되어 한명도 출입 할 수가 없었다. 그 일을 감시하는 사람은 사우나 안에서 구두를 닦는이고 전직 조폭이라 아무도 건들 사람이 없었단다. 조폭이 사라지니 일반인이랑 관광객들로 손님이 북적이는데 잠시 다른 일을 보러 간 사이에 온 몸에 문신을 한 동에 조폭이 살짝이 사우나에
들어가서 씻고 있었다. 감시하는 이가 돌아와서 창너머로 보고는 "야! 니 나온나" 못본체 하자 "아! 니 안나오고 뭐하냐 퍼뜩 나오거라"라고 큰소리 치자 동에 조폭이 일본인인척 할 요량으로 "아노~!""아노~!"하고 있는데 "아노고 개좆이고 퍼뜩 나온나~ 이 개자슥아!" 조폭이 깨갱하고 나와서 혼나고 도망쳤다고 한다. 그래서 애매하거나 힘든 상황이면 "아노~!"하고 외친다고 경현이 아는형이 너무도 잼나게 얘기해 주어 웃었던 기억이 있다.
서툰 노래를 몇번이나 불렀는지 성산형은 가사를 까먹고는 계속 물어보며 부르신다. 못봉 지나서 월음재에서 대충 끼니를 해결하고 부지런히 걷는데 평소보다 속도가 나지 않는다. 술이 웬수다.
그래도 빼재에 가면 신풍령 휴게소가 있어 물도 구할수 있고 목을 축일 수 있는 막걸리가 있겠지 하는 맘으로 최선을 다했다.
막상 휴게소에 도착하니 덩그런히 빈주유소와 약초가 쓰러져 있고 여기저기 CCTV가 설치되어 있는 휴게소는 문이 잠겨 있다.
어찌할까 고민 때리다가 경현이가 거창에 군대 후배가 있는데 연락해 볼거라며 전화하더니 다행히 통화가 되어 차를 보내줄테니 타고 오라 하여 한시간 쯤 지나니 "금원산 휴양림"이라고 써진 봉고차 한대가 도착하여 배낭 싣고 금원산으로 향하였다.
식육점에 들러 삼겹살 넉넉히 사고 식육점 벽에 유채꽃 밭에서 환하게 웃으며 찍은 주인 아줌마의 사진이 붙어 있어 반가움에 제주에서 왔냐며 이런저런 얘기를하고 슈퍼 들려 야채랑 과일이랑 사고해서 유원지 도착하니 와! 정말 대단한 경치요, 시원한 물이 흐른다. 유원지 안에 있는 숙소에 들어가 씻고 삼겹살에 산에서 따온 두릎에 곰취에 쐐주를 빨고 있는데 경현이 후배랑 동료들(중문우체국 근무)이 안주를 챙겨 들고 들어온다.
인사를 나누는데 경현이랑 후배도 처음 만난 사이라고 하는데도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인냥 너무 살갑게 대한다.
"노래하는 장군 김동석"
술마시다 말고 노래 한자락 한다더니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데 솜씨가 여간 아니다. 술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도중에 동네에서 식당을 하는 장군 친구가 안주를 싸들고(큰사발 용기에 포장을 한 육개장, 닭,곰탕) 나타났다.
몇잔 더 마시니 더이상 무리라 내일을 기약하며 작별하고 서둘러 잠을 청했다.
첫댓글 멋진 장정 세분이 목청껏 부르는 산노래가 귓가에 들리는듯 하네요.~ 아노에게 이렇게 재밌는 유래가 있었다니.ㅎ. 술과 우정이 익어가는 금원산 휴양림의 밤풍경이 훤히 그려지는 대간일지 즐감합니다.
산노래가 가심에 콱 박혐수다~~
아~~가심아프다~~~
멋있는 아우들을 만나서 행복한 밤.
드뎌 올라왔다~~
근데 왜이리도 기다리는건지~~
가고픈길이어서 ~~?
요즘의 내 모냥새로는 꿈도 꾸기 어려운 길이어서?
ㅎㅎㅎ
어쨋거나 죽든살든 한번쯤은 가고픈 길~~
갈땐 친구들 많이 비축해논 사람이랑 고치가야 한다는거~
잘 보고 감돠~~ㅎㅎ
던 하영 벌엉 도전 해보라 마니 괴롭고 힘들어신디 다시 가고픈 맘 어찌할 도리가 없다.
위에 것들이 내 감상문 대신 쓰고 갔신게 ㅋㅋ
음정 . 박자. 다아 틀려도 가사는 멋지난~ 곤돌라 10 시에 운행 한대고서 운행 안해서 다뿌시고 왓다는줄 알고 괜히 불안햇신디 곤돌라 운행하는 사람이 10시까지 기다리며 레이져 맞앗을 생각에 불쌍해지네 아노! 인생길 대간길에서 먹는 삼겹살에 막걸리는 을메나 맛있었을까 ㅎㅎ
어디가든 인심이 천심 ~ 멋진 추억 공유한 세분이 너무 브럽내요 감질맛 나는 대간 일지 즐감하며 ~~~
부러워 하지말고 한번 가보시게 ㅎ
올만에 전철에서 잘읽언
지난 토요일 정선다녀와신디 늦어서 죽어라고 밟아대던 그때가
그리웟다는
담 일지를 기다리며
감사합니다. 항상
여러 가지 개인적으로 매우 바쁜 가운데도 연속되는 백두대간의 고난기를 쓰셨네요.... 술땜시 뒷날 힘들 것 알면서도 마시는 기분은 그날의 스트레스도 힘들었던 일들도 잊어버리면서 꿀맛같이 쭈욱 마시게 되겠지요... 깊은 산중에서 어려움이 닥쳤을때 전화 한통으로 찾아오는 후배.... 반갑고 고맙고 더구나 거나하게 술자리까지 같이 하고... 경현씨의 인간미가 우러나오네요... 어느 후배가 그렇게 쉽게? 암튼 사람사는 맛을 제대로 느끼면서 백두대간 종주하셨네요... 30kg 무게의 베낭을 짊어지고 흥겨운 노래가락까지 여유로움을 가지면서 산행을 했다니 대단한 분들이네요...바쁘시드래도 백두대간 산행일지 계속 이어지길...
그만 쓸까 하다가도 파워님 같은 독자(?)가 계셔서 오늘도 머리 굴리며 추억을 더듬어 봅니다. 언제까지 그리고 어디까지 써질지는 모르나 최선을 다해서...
아노~~에 잠시웃고
산사람 깊고큰뜻 ~~
힘들지만 끈끈한우정에 파이팅!!
변함없는 응원 감사 감사.
지금까지 조목조목 기억을 할수 있으니
지나온 시간은 잊어 지는데 고통의 시간은
잊을수가 없나 보네요.요즘 성산형은 안 보이던데..?
소중한 순간 잘 읽고 갑니다..
어찌 조목조목 기억한다 하십니까 겨우 끄집어 내어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글 재주가 없어서 한번 쓰려면 얼마나 신경이 많이 쓰이는지 그래도 읽어 주심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언제 읽어도 짠한맘 ..눈물의 짠맛만큼...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