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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22. 날씨: 맑음.
사진.1 < 운악산 미륵바위. 수려한 산세. 아름다운 하늘과 구름이 어우러져 한폭의 환상적 그림입니다... >
여느때 보다 조금 늦게 평택역으로 나갔다.
이미 버스가 떠나버린 후였다. 시계를 보니 버스도착 예정시간이 10분이나 훌쩍 넘겼다.
화들짝 놀라 택시를 잡아 타고 문예회관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택시기사님이 신호까지 건너뛰며 쏜살같이 데려다 주어 버스출발 시간보다 5분이나 빨리 도착할수 있었다.
버스에 오르니 낮익은 산우님들이 반갑게 맞아 주시며 자리까지 잡아 주신다.
여느때는 내가 그분들 자리를 잡아주었는데....
잠시후 버스가 평택 문예회관을 출발했다.
출발 하자마자 고속도로를 올라서더니 서울방향으로 질주를 시작한다.
한참후 죽전휴게소가 나타나는데 그냥 지나쳐간다. 늘 이곳에서 아침식를 하지 않았던가..
언제나 이곳에서 내려 따끈한 된장국에 겉절이 김치를 얹어 아침식사를 했던 기억이 새롭다.
언젠가는 전날 과음으로 숙취가 가시지않아 고통스러울때 북어해장국을 주셔서
어찌나 감지덕지 했었는지.. 지금도 기억이 또렷하다.
그런 추억이 서린 죽전휴게소를 그냥 지나치려니 아쉬움이 젖어들어 시장기가 더욱 밀려든다.
아마도 늘 이곳에서 아침식사를 하던 학습효과 때문에 더욱 그런 듯 싶다.
버스는 그대로 직진하다가 판교JC 까지 올라가서는 구리,판교 고속도로를 갈아탄다.
그제서야 임원님들이 차안에서 김밥을 나누어 주시면서 아침식사로 대신한다고 하신다...
주말 교통체증이 심한구간이라 시간절약을 위해 고육지책으로 준비했다고 한다.
참으로 현명한 판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취향에따라서 따끈한 국물이 먹고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휴게소 한모퉁이서 임원님들이 밥이랑,국이랑,김치.식기류까지... 버스에서 올리고 내리고...
일일이 배식하고 설거지하고 뒷정리까지 해야하니.... 일이 좀많았던가...
늘 볼때마다 괜한 수고를 끼친다는 생각이 들곤 해서 마음이 편치가 않았었다.
이렇게 하면 여러사람의 수고도 덜수있고 시간도 절약되니 일거양득 아니겠는가....
그런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시루떡 한덩이를 덤으로 주시는데...
어찌나 뜨겁던지 받아든 내 두손이 화상을 입을 지경이다...
한모퉁이 살짝 떼어 입어 넣으니 입안에서 살살 녹는것이 꿀맛이다. 단숨에 다 먹어 버리고 싶었으나 참아냈다.
아내가 시루떡을 나누어 주거든 다먹지말고 남겨 갖고 오라던 당부가 생각나서다...
예전에는 성동신협 산악회에서 시루떡을 자주 나누어 주곤 했다.
그때 남겨간 시루떡을 맛있게 먹으면서 내게 했던 말이다.
그만큼 아내가 시루떡을 참 많이도 사랑한다.
김밥으로 아침식사를 하고나니 소란스럽던 버스 안은 침묵이 흐른다.....
사람들이 아침에 덜잔 잠을 채우느라 깊은 잠에 빠져든다.
나는 차창밖을 내다보며 이생각 저생각에 잠시 빠져있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방송멘트를 듣고나서야 잠을깼다.
마침내 운악산 입구에 도착했다.
여느때처럼 차에서 내려 대열을 정비하고 기념촬영을 마쳤다.
기념촬영을 마치자 순식간에 대열이 흐트러지고, 일제히 산을 향해 오른다.
사진.2 < 운악산 산행들머리... 기념촬영을 마치자 일제히 산을 오릅니다. 처음부터 계단을 올라가야 하네요.. >
언제나 그렇고, 어느 산악회나 꼭 있는, 성질급한 산우님들은 경주를 하듯 달려 나간다.
아마도 맨 선두에 서야지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신가 보다.
언젠가 나도 이런분들 뒤를 따라 산행을 했던 기억이 있다.
산행을 처음할때는 선두그룹에 끼어서 산행을 해야만 차츰 뒤처지다가
하산할때는 간신히 후미그룹에 합류할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분들은 유격훈련 하는것 마냥, 달리고 또 달릴뿐이다...
몇 번째로 정상에 올랐는지.... 몇 분만에 정상까지 완주했는지... 오직 그것만이 유일한 관심사다.
산세의 아기자기한 매력... 아름다운 조망... 이마에서 구슬같이 떨어지는 땀방울의 소중함.....
이러한 짜릿한 희열을 느껴볼 겨를이 없다.
그러면서 대체 산에는 왜 오시는지.... 차라리 마라톤을 하시지....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분들 나름대로 산의 매력과 운동의 매력을 동시에 즐기는 것 이란걸 이해 하는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스팔트로 깔끔하게 포장된 진입로를 따라 몇걸음을 걸어 올라가니 이내 들머리가 나타났다.
들머리에 들어서자 마자 왼편으로 가파른 계단이 우리를 맞는다.
처음부터 산세가 예사롭지 않음을 미루어 짐작해 낼 수 있었다.
계단을 올라서니 이내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닿는다.
처음부터 이어지는 능선길은 예상보다 매우 부드럽다. 산을 오르기에 그다지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우거진 수풀이 햇살을 가려 다소 어둡기는 하지만, 시원한 공기는 너무나 맑고 상큼하다.
간혹 숲속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이 이제는 싫지가 않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뜨거워 피해다녔는데..
그렇게 평화롭게... 한가하게...수풀과 공기와 나무를 벗삼아 유유자적 걸음을 옮기는데....
내 뒤를 따라오는 일행들이 왁자지껄이다....
뒤를 돌아보니.... 한상무님, 옹달샘님, 럭셔리님..차카게님...... 언제나 꼴찌팀들이다...
내가 너무 한가로운 발걸음을 걷고 있었나 보다.. 어느새 내가 후미대열에 합류를 하게 되다니....
사실 예전에는 이 후미대열을 만나면 마음이 불안해지곤 했었다.
이 대열과 함께 내려가다가 너무 늦어 뒷풀이에 참여를 못해 허기진채 평택까지 간적도 있었다.......
또 때로는 뒷풀이는 고사하고 버스 출발시간마저 지키지 못해,
버스 출발시간을 지연시켜 산우님들에게 민폐를 끼친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늘 선두그룹을 쫒아 다니느라 고생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꼴찌대열을 만나도 마음이 편안하다. 오히려 반가움마저 느껴진다...
아마도 그동안 내공이 쌓여서 그런것인가.... 나 또한 어느새 적응이 된 듯 하다.
사진.3 < 꼴찌그룹은 늘 여유가 있습니다.. 한가하게 모여 수다를 떨고 있네요 언제 일행들을 따라 갈려는지... >
이 꼴찌 그룹이야 말로 유유자적... 희희낙락.... 산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편안한 마음으로 유유자적 한걸음 한걸음을 옮겨 올라오다 보니
우거진 나무사이로 산아래 아름다운 마을이 빼꼼이 내다보인다. 어느새 중턱에 다다랐다...
중턱에 다다르니 가파른 비탈길이 연이어 나타난다. 서서히 숨이 차오른다.
중턱이라 기온이 제법 낮을 텐데도 넝쿨식물들이 서로 뒤엉켜 밀림을 형성하고 있는것이 조금 생소하다.
한계단을 더 오르니 마침내 약수터가 나타났다.
갈증나는 목을 축이려고 약수터로 들어서는데 우측에 위압적으로 버티고 있는 앙칼진 바위가 인상적인다...
바위 모서리마다 날카롭게 날이 서있고 맨꼭대기에는 몇 개의 갈고리와 핀이 박혀있는 것으로 보아
산악인들이 이바위에서 암벽훈련을 했던 흔적으로 보인다.
사진4. < 산악인들이 암벽훈련하던 바위같네요.. 벼랑의 끝이 까마득히 올려다 보이네요.. >
사진.5 < 벼랑 꼭대기 끝자락에 산악인들이 로프를 설치하기 위해 박아놓은 핀과 고리가 보이네요.. >
약수터에 들어서서 물 한모금을 들이키니 고단한 피로가 한순간에 날아간다.
물맛이야 미각에 둔탁한 내가 어찌 알겠냐만은.....
이 깊고 높은 산중에 있는 약수만은 충분한 약효가 있으리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원래 약수의 장점은 다양한 무기질이 섞여서 칼륨이나 마그네슘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빗물이 지표에 스며들어 여러 지질층을 통과하고 걸러지면서,
맑고 건강하게 정화된 물이 샘처럼 솟아 나는것이 약수다.
특히나 밀도가 높은 점토층을 통과하면서 일차적으로 불순물이 걸러지고,
약초나 오래된 나무가 발효되어 숯처럼 형성된 목탄층을 통과하면서
최종적으로 독성물질이 말끔히 정화된 몸에 좋은 약수가 된다고 한다.
간혹 도심공원에 가도 약수라는 것이 종종 눈에 뜨인다...
주변엔 주택이나 아파트단지가 빼곡이 들어서있고, 때로는 상가나 공장이 있는 지역도 있다.
그나마 산에서 흘러 내리는 물도 아니고, 펌프로 퍼올린 지하수를 어찌 약수라고 마시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는 지표에 흘러내린 공장폐수나 오염된 오수가 지하로 스며들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지하 깊숙히 스며든 오폐수를, 모터펌프로 퍼올려 어찌 약수라고 할수 있는지....
그런것을 약수라며 승용차에 통까지 잔뜩 싣고와서 다량으로 퍼가는 사람들...
자신들이 먹는다고 한다면야 누가 말리겠는가 만은.....
행여라도 음식점 영업하시는 분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약수터에서 짧은 휴식을 끝내고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한결 발걸음이 가벼워 졌다.
산모퉁이를 돌아 오르니 계곡이 나타난다.
안타깝게도 중턱을 훌쩍넘겨 자리잡은 계곡이어서 물이 보이지 않는다.
계곡을 통과하면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올려다 보니 넓적한 바위절편이 두 개가
위아래로 걸쳐 위태롭게 보인다.
금방이라도 아래쪽 바위절편이 미끄러져 내려올 듯 하다.
아마도 오랜세월이 흐르면서 지형의 변화로 아래쪽 바위절편이 아래쪽으로 밀려 내려오는 듯 하다.
사진.6 < 커다란 바위가 절편조각처럼 쪼개져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아래로 밀려내려 오는듯 합니다... >
이제 7부능선을 넘었나 보다.
이곳도 태풍의 위협을 비켜가지 못했다.
꽤 큰 참나무 한그루가 뿌리채 통째로 뽑힌채 누워있다.
그래도 가지끝에 매달려 있는 나뭇잎이 싱싱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아직 두가닥의 남아있는 뿌리가 땅속에 발을 뻗어 겨우 줄기에 영양을 공급한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집착하는 자연의 생명력이 신비스러우면서도 애처롭기만 하다.
풍전등화에 놓여있는 이 가련한 생명 앞에 내가 도와줄 능력이 안되는게 그저 미안하기만 하다.
사진.7 < 태풍에 나무하나가 뿌리채 뽑혀 넘어져있네요..그래도 뿌리 두가닥을 땅속에 묻고 생명을 이어갑니다... >
드디어 우려했던 깔닥고개가 눈앞에 나타난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순탄한 등산로였는데.... 운악산이 그렇게 쉬울턱이 없을텐데.... 각오는 하고 있었다.
어금니를 깨물고 깔딱고개를 기어오른데, 몇걸음 가지못해 숨이 턱까지차오른다.
숨소리는 거칠어지고 걸음은 점점 느려진다....그렇게 숨가쁜 거북이의 행보는 한참동안 지속된다.
한참동안 인내의 고통을 감내하며 오르니....
묘한 바위하나가 가로 막는다. 올려다 보니 뾰족한 바위 끝부분이 버섯처럼 생겨 더욱 묘하다.
아~ 이것이 "남근석"인가 보다. 명산에는 종종 있는일 아닌가....
그런데 이 남근석을 보더니 여인네들이 경쟁적으로 달려 들어 사진을 찍는다.
예전부터 남근석의 기를 받으면 아들을 잘 낳고,
장수한다는 속설이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던 터이지만...
어떤 여인네는 어루만지고 쓰다듬기 까지 한다.
기를 많이 받고 싶어하는 속마음이야 모르는건 아니지만
때로는 보는 사람이 민망하지 않은가....ㅋㅋ
그런데 이 남근석을 돌아 반대편에서 보니 "애기바위"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그렇다면 이 바위가 남근석이 아니고 "애기바위"가 아닌가.....
경쟁적으로 사진을 찍어대고 기를 받던 여인네들... 얼마나 허탈했을지......
그런데 어찌 이 희안한 바위이름을 "애기바위"란 명칭을 붙였을까... 갸우뚱 하기만다.
사진.8 < 중턱쯤 오르니 애기바위가 나타나네요.. 뒤쪽에서 보면 남근석과 흡사해서 착각을 곧잘합니다.. >
여기서도 한참을 더 걸어 올랐다.
마지막으로 버티고 있는 철제 사다리를 타고 오르니 전망대가 나타난다.
전망대에 오르니 아름다운 조망이 답답했던 가슴을 시원하게 탁 트여 열어준다.
눈앞에 펼쳐진 아기자기한 산세가 예술처럼 조화롭다.
멀리 시야에 들어오는 마을도 소박하고 아담하다. 한참을 넋이 나가 발길을 묶어두었다.
정상을 올려다 뵈니 여기서 멀어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힘을 몰아 정상을 향해 뚜벅뚜벅 쉬지않고 부지런히 걸음을 내딛었다.
정상이 가까워 오니 벌써 성질급한 놈들은 단풍옷을 갈아 입는다.
아마도 몇 주후면 장관을 이룰것이다.
마침내 정상이다.
"운악산 935.5m" 정상의 표지석에 분명하게 적혀있는 글씨다.
지난달 정선 취적봉에서의 실수를 염두에 두어 주위를 살펴보니
건설부에서 시공한 "수준원점"표석도 확인된다. 그렇다면 정상이 분명하다.
정상의 조망은 기대한대로 시원하고 아름답다.
사방으로 시야가 트여 풍광이 수려하다. 날씨또한 맑으니 금상첨화다.
산아래 펼쳐진 산세와 마을의 가옥과 농경지들이 어우러져 절묘한 그림을 그려낸다.
이래서 정상에 오르려고 하지 않겠는가....
눈아래 전개된 절경에서 짜릿한 희열을 느끼고,
산을 오르는 동안의 고뇌와 인내에 대한 보상은 성취감으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하늘을 올려다 보니 파란 창공에 흰 뭉게구름이 둥둥 떠서 흘러간다.
참으로 가을하늘은 예쁘기도 하다. 구름까지도 귀엽게 구색을 맞춘다.
오늘은 하늘까지 정상의 화려한 풍경에 장단을 맞추니 어찌 감사하지 않겠는가...
사진.9 < 정상표지석입니다. 산의지명과 높이가 선명하네요. 바로옆에 건설부가 인증하는 "수준원점"도 보입니다. >
사진.10 < 정상에서 내려다본 전경입니다. 나즈막한 산과 농경지.. 마을의 가옥들이 아기자기 합니다.. >
사진.11 < 정상의 하늘도 너무 예쁘네요... >
정상을 오르고 나면 그동안 잊었던 허기가 밀려 든다.
적당한 자리를 찾아 일행들이 둘러 앉고, 저마다 도시락을 꺼내 펼쳐놓으니 잔치상이 차려진다.
오늘도 내가 준바한 메뉴는 장떡부침이다.
어느산엘 가든... 누구랑 가든... 장떡의 인기는 항상 절정이었다.
흔하게 접할수 있는 메뉴가 아니기도 하지만, 옛날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매력이 있기때문이다.
특히 강원도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그 향수가 특별하다.
진홍색 고추장에 밀가루 섞어 부쳐내고 그 위에 청양고추 썰어 얹어 놓는다...
그런데 말은 쉬어도 쉽게 되지 않는 모양이다.
이 맛을 보고 여러 산우님들이 시도를 해본 모양인데... 맛이랑 모양이랑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나를 타박한다.
나도 언제까지 이 메뉴를 준비할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산에 갈때마다 이것을 준비해 달라고 했더니 아내가 이젠 짜증을 내니 말이다...
이젠 기름냄새가 맡기싫다고 하면서.....
일주일에 한번 꼴로 해내라고 하니 그럴만도 하겠지만....ㅋㅋ
저마다 꺼내놓은 메뉴를 한자리에 펼쳐 놓으니 진수성찬이다.
그중에 제일먼저 내손이 닿는 곳이 막걸리다....
정상에서의 막걸리 한잔.... 그 맛을 모를리 없을 것이다. 그것을 산꾼들은 "정상주"라고 부른다.
식사를 마치고 하산을 시작한다.
모두들 산세와 조망이 빼어나다고 하는, 병풍바위 쪽으로 길을 잡았다.
그런데 하산길이 심상치가 않다.
등산길은 비교적 육산이고 부드러운 편이었으나 하산길은 온통 암벽길이다....
내려서는 바위마다 가파르기가 절벽이고 벼랑이다.
발을 디딜수 있도록 철근으로 꺽쇠를 박아놓아 발판을 붙여놓긴 했지만
그 간격이 넓어 다리 길이가 작은 여인들은 발걸음을 옮기기가 쉽지 않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옹달샘님은 한걸음을 내려서는 것 자체가 모험이고 공포다.
그래서 옹달샘님 뒤쪽에는 교통체증이 종종 일어 나기도 한다.
사실 이런 암벽로는 하산길보다는 등산길이 훨씬 수월하고 흥미도 있다.
어찌나 길이 험한지 정상에서 만경대까지 얼마 안되는 거리를 30분도 더 넘게 걸렸다.
마침내 만경대에 도착했다.
만경대에서는 건너편 병풍바위가 한눈에 들어온다....
병풍처럼 이어진 기암절벽이 산등성부터 기슭까지 정말로 병풍처럼 이어진다....
여기를 두고 운악산 소금강이라고 하지 않는가.....
맑은 하늘과 우뚝속아 늘어선 기암절벽... 그 사이마다 짙녹색의 상록수 숲....
기암절벽과 숲이 이루어낸 조화로운 예술은 한폭의 산수화다......
사진.12 <병풍바위.... 병풍처럼 둘러친 기암절벽이 산마루부터 기슭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카메라 한 앵글에 >
담아내지 못해 안타깝네요... >
만경대를 걸쳐 이젠 미륵바위로 향한다.... 하산길의 험로는 점점 수위가 높아간다.
철계단, 사다리. 로프.... 암벽에 박혀있는 꺽쇠발판 까지....
험로에 동원되는 장비들의 집대성을 한눈에 본다.
여기서는 아예 옹달샘님 걸음을 내 딛지를 못하시고 주저하기를 반복한다.
이때부터 옹달샘님 호송작전이 시작된다.
온통 주위에서 손을 잡아주고.... 발을 받쳐주고...
때로는 발을 끌어다 꺽쇠발판에 갖다 대어주고....
옹달샘님의 일거수 일투족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운악산이 험하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산을 오를때는 이해를 하지 못했었다.
어찌 이정도를 두고 험한산이라고 하는지.....
이제서야 운악산이 왜 험준한 산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간다....
그렇게 힘겹게 내려와 미륵바위에 도달했다.
사실 이러한 암벽로가 위험하긴 하지만 단조로운 육산에 비해 재미있긴 하다.
하지만 발과 손을 동시에 움직이고, 정신을 모아 힘을 한번에 집중해서 소진해야 하는만큼
체력소모가 매우 큰것도 사실이다.
사진.13 < 암벽을 내려오는 하산길.. 옹달샘님이 걸음을 떼지 못하고 쩔쩔매네요.. >
미륵바위에 도달하니 다리에 힘이 풀려 바위에 힘없이 주저 앉았다.
그리고는 바로아래 미륵바위를 건너다 보았다.
우뚝솟은 바위가 웅장하고 신비스럽긴 하나 어찌 미륵바위라고 하는지는 선뜻 이해가 가질 않는다....
오히려 이 또한 남근석에 가까워 보인다.
사진.14 < 미륵바위... 우뚝솟은 모양이 절묘하고 주변 경관과 너무 잘어울립니다... >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반대편 능선을 바라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번엔 숲과의 조화가 아니라 하늘과 조화를 이루어 내어 예술이다.
기암절벽위로 둥실대며 떠다니는 조각구름..... 그위로 끝없이 치솟은 푸르디 푸른창공.....
금새라도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달려 내려올 듯 하다.
오늘은 그냥 넋을 놓고 하늘만 바라보아도 행복하다.
사진.15 < 하늘의 구름이 너무 예쁩니다. 금방 손오공이 구름타고 내려올 듯 보입니다.. >
또 다시 하산길의 고된 행보는 계속된다. 한 시간을 더 넘겨 내려왔다.
어느덧 험준한 고된 암벽의 하산길은 끝이나고 완만한 하산길이 이어진다.
내려오는 하산길 왼편, 조그마한 언덕위에 내시선을 붙잡는 바위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행여 등산지도에 나와있는 "눈썹바위"가 아닐까 싶어서 유심히 살폈다.
그러나 전후좌우를 찬찬히 만져보고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분명 선사시대의 고인돌이었다.
행여나 그 안의 미라가 벌떡 일어나 내손을 잡을까봐 등골이 오싹해졌다.
사진.16 < 선사시대에나 있을법한 고인돌이 여기에도 있네요.. >
걸음을 재촉해 한참을 더 내려오니 "눈썹바위"가 등장했다.
눈썹바위는 그 웅장함과 규모가 고인돌에 비할바가 아니다... 아주 거대한 바위다.
그러나 그 모양새가 눈썹을 닮은 듯도 하고, 안그런 듯도 하고....
눈썹바위를 뒤로하고 30여분 정도 내려오니 자동차 도로가 나온다.
드디어 하산이 끝났다.
하산은 끝났지만 주차장까지는 도로를 따라 20여분 정도 더 걸어야 한다.
사진.17 < 눈썹바위라고 하네요.. 왜 그렇게 부르는지는 저도 모르겠네요...ㅋ
도로를 따라 잠시 내려오다 오른편 계곡을 내려다 보니 폭포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계곡으로 내려와 폭포에 다가서니 소박하나 아름답기 그지없다.
지금은 흘러내리는 수량이 많지 않아 소박해 보인다.
하지만 폭포아래 깊게 패인 소의 깊이나 넓이로 보아 수량이 풍부한 여름철엔
주왕산 제1폭포와 견줄만한 장관을 연출했을 법 하다.
폭포 아래서 흘러 내리는 물줄기에 발을 담그니....
뼈속까지 시원함이 배어 들어오고, 피로가 한순간 사라진다.
그렇다고 마냥 담그고 앉아 있을 수 만은 없다. 발이 얼어 들어올 정도로 시리기 때문이다.
사진.18 < 폭포아래 소의 너비나 깊이로 보아 여름철 수량이 풍부할때는 장관을 연출할 듯 합니다... >
다시 가지런히 등산화를 차려신고 도로를 따라 주차장으로 내려선다...
시장기가 밀려 들어 발걸음이 바빠진다.
하지만 이미 체력이 소진된 터라 옮기는 발걸음이 천근만근 이어서 "터벅터벅" 겨우 들어 옮겨 놓는다.
주차장으로 들어서니 한켠에 마련된 식당에서 뒷풀이가 한창이다.
상에는 두부전골이 푸짐하게 차려지고 내가 좋아하는 만두까지 올려져 있다....
그런데 이 만두는 평택에서 별도로 수송 해온거라 하니 임원님들의 정성이 참으로 지극정성이다.
시장이 반찬이라 했던가....
입에 떠넣는 한술한술의 음식이 임금님의 수라상 음식이다....
거기에다가 막걸리, 소주까지 풍족하니 잔치상이나 다름없다....
술잔이 비워지기도 전에 가득가득 채워주는 산우님들의 정성까지 더해지니 참으로 금상첨화다.
뒷풀이가 끝날즈음 이미 나는 위험수위를 넘은 듯... 아리숭하다.
때마침 어디선가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며 조용히 일어서는데 발걸음이 조금 휘청거린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의외로 사람들이 조용하다. 노래방을 하자고 떼를 쓰는 사람도 없고
큰 목소리로 떠 들어대는 사람도 없다.
그동안 산우님들의 의식이 많이도 성숙해 졌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오늘도 즐거운 산행을 위해서 수고해주신 임원님들....
매번 드리는 이야기지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 분들의 수고가 없었던들 어찌 우리가 즐겁고 보람있는 하루를 보낼수 있겠는가....
다시한번 임원님들의 수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이날 함께 해주신 모든 산우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꾸 벅~~ ^^*
2012. 9. 26.
성공나라.
☞ 자료사진 입니다...
사진.19 < 성동신협산악회 단체 기념촬영 사진입니다... >
사진.20 < 중턱까지 올랐는데도 넝쿨식물들이 밀림처럼 우거져 있습니다... >
사진.21 < 숲속을 벗어나 조망이 시원한 능선길에 올라서자 포즈를 잡으셨네요... 럭셔리님. >
사진.22 < 산악인들이 암벽훈련을 하던 그바위를 배경으로 산우님들이 포즈를... >
사진.23 <신협산악회 대표 공주님들.. 바위뒤에 숨어서 몰래먹다 들켰네요.. 그래도 미소가 마냥 예쁩니다.>
사진.24 < 정상이 가까이 이르자 성격급한 단풍나무는 벌써 가을옷을 갈아 입었네요... >
사진.25 <전망대를 향해 철계단을 힘겹게 오르는 "산까치"님... >
사진.26 < 그 뒤를 이어 예쁜 공주님들이 철계단을 오르네요.. 우아한 미소가 여유있어 보입니다 >
사진.27 < 중턱에 있는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전경입니다... >
사진.28 < 럭셔리님.. 꽤 많이 올라왔는데도 아직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
사진.29 < 사진을 찍는자와 찍히는자..... 조망을 촬영하는 옹달샘님, 옹달샘님을 촬영하는 소심남님.... >
사진.30 < 남근석에서 기를 받는 옹달샘님... 그런데 사실은 이바위가 애기바위랍니다.. >
사진.31 < 남근석에서 기를 받는 한순희 상무님... 그런데 사실은 이바위가 애기바위랍니다.. >
사진.32 < 남근석에서 기를 받는 럭셔리님... 그런데 사실은 이바위가 애기바위랍니다.. >
사진.33 < 드디어 정상에 올랐습니다... 인증샷 >
사진.34 < 정상의 조망과 단풍나무... >
사진.35 < 정상에서 바라본 건너편 기암절벽... 하늘과 너무 잘어울립니다.. >
사진.36 < 아니 웬 영정사진을...? 예쁘신 이계숙님... 아직도 살아갈 날이 많으신데 누가 장난을 친건지....ㅋㅋㅋ >
사진.37 < 정상에서 차려진 잔치상...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 않습니다.. >
사진.38 <철계단 옆에 피어있는 단풍꽃... 햇살을 받아 더욱 화사해 보입니다.. >
사진.39 < 아.. 여기가 만경대 같네요... 럭셔리님과 옹달샘님 >
사진.40 < 병풍바위를 바라보는 럭셔리님 눈매가 예사롭지 않네요... >
사진.41 < 바위를 타고 내려오는 하산길은 누구도 쉬어보이지가 않네요.. 그런데 멋남님은 앞사람한테 발길질을
하고 있는듯 보이네요...ㅋㅋㅋ >
사진.42 < 이런 꺽쇠모양의 철근 발판을 딛고 오르고 내리고 하는 구간이 한두군데가 아니었습니다... >
사진.43 < 환하게 밝은미소를 짓고있는 성공나라... 소심남님이 제대로 한방 찍었네요... 글구보니 잘할때도 있네요..>
사진.44 < 산행을 마치고 식사를 하는 뒷풀이는 언제나 최고의 하이라이트 입니다.... >
사진.45 < 원래메뉴는 두부전골인데... 만두가 가득담겨있어 입맛을 돋구네요... 만두는 평택에서 직접공수 했다네요..>
사진.46 < 운악산 정상의 하늘.... 너무 예쁩니다... >
사진.47 < 운악산 정상의 하늘.... 너무 예쁩니다... >
사진48 < 운악산 정상의 하늘.... 너무 예쁩니다... >
사진.49 < 운악산 정상의 하늘.... 너무 예쁩니다... >
사진.50 < 운악산 정상의 하늘.... 너무 예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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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 > 본문의 이해를 돕기위해 회원님의 일부사진이 이용된점 양지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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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중 대청봉산행후의 운악산... 다소 여유가 있었음은 숨길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저 대청봉인증으로 나라님 탈고하시느라
만족해야했던 아쉬움을 운악산에서 만끽한것은 아닌지 그날의 순간이 새록새록하네요
고생하셨구 감사드려용
대청봉을 다녀오신후 한결 여유가 있어보입니다..산행의 관록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이 부럽습니다...
넘~~~근사한 글과,``사진~~감사드립니다,,,,,
그날의 시작부터~~마지막까지~~~그림이 그려지는 글,,,,,넘 좋습니다,,,,
사진이야 당연 멋남님이 최고지요.. 늘 좋은 사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고소공포증때문에 여러분들 본이아니게 불편을 드리는 것 같에 넘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좋은분들과 함께라는 마음에 다 이해해주실거라 생각합니다,,
성공나라님 역시 멋진 산행후기개대하고 있었는데 역시 무언가을 보여주는 산행후기 너무나 멋져요,,
수고많으셨습니다,,또 다음 산행후기을 기다릴께요,,
불편드린건 전혀 없었구요.. 다만 조마조마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
한결 나아졌습니다.. 앞으로 더욱 발전하리가 기대가 됩니다..
운악산의 즐거움과 절경이 쫙~~~ 다시한번 즐감합니다.
늘~ 고맙구요..고생하셨습니다....
이번 산행에서는 산까치님하고 함께 하는 시간이 꽤많았던것 같습니다... 반가웠습니다.. 늘 성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산행을 안하고 읽는 후기는 왠지 앙꼬없는 찐빵오아시스없는 사막처럼 삭막함을 느낌니다 지난번 산행후기 읽을때도 그랬는데이번 역시 미가 느껴지지 않는게 영산행을 하면서 느꼈던 나의감동과 후기를 쓰신작가님의 느낌이 하나의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느낄수있는 미묘한 전율이 전혀느껴지지가 않아서인가봅니다 글구멋진 사진을 봐도 직접눈으로 안봐서인지 감정이 생기기보단 한장의 사진으로만 보이네요참으로이상하죠산행을 하고읽는 후기와 안하고 읽는 후기는 천지차이가 있습니다 저만 그런건가요아무튼 힘든산행 고생하셨고 제가 갔더라면 아마도 며칠은 앓아 누웠을게 뻔한데 안가길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산내음님께서 산행을 안해 필이 느껴지지 않는게 아니라 작가에 대한 기대감이나 호감도가 떨어진건 아닐런지요..ㅋㅋㅋ 지난달에는 안보이시더니 이번엔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이제 마지막 남은 광팬마저 떠나가신줄 알고 서운했습니다... 솔직히 글쓰는게 예전에 비해 필이 떨어지는 건 사실입니다. 요즘 읽어주시는 분도 많지 않은듯하고... 그래서인지 의욕도 예전만 못한게 사실이구요... 다시 산내음님이 읽어주시니 힘내서 필이 팡팡~~ 와닿는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ㅋㅋ
언제 부터인가 조급한 산행에 마음을 접고 후미 구룹에 입성겁습니다
잘보내셨죠 월요일 같은 목요일입니다 하시고
함께 웃고 떠들고 사진찍고
그리고 언제나 멋진 산행에 기억을 더 멋지게 기억하도록 써주시는 산행후기
정말 좋아요
순대국밥 생각나시면 언제나 콜하세요 항상대기하고 있습니다
꼴찌그룹이 재밌긴한데요.. 너무 희희낙락하고 수다를 떨다내려오니 내려와서 생각나는게 없어요. 그래서 후기쓸때 필이 안와서 애를 먹어요... 조위에 산내음님한테 바로 들통이 나버렸네요..ㅋㅋ 그래도 순대국은 사주시겠다니 위로가 되네요.. 달려가서 순대국먹고 싶은데 요즘은 시간이 잘안되네요.. 담에 시간내서 꼭 순대국 먹으러 가겠슴다.. 순대국~~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