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산 주변으로
2010/05/16
점촌-의성 탑리-탑-금성산 주차장-산성-전망대-말훈련장-금성산-봉수대갈림길
-수정사-생태공원-삼강주막-점촌
아들과 함께 한 여행
아들이 구미에 한의원 개업을 하고 여유를 가지지 못하더니 모처럼 시간을 낸다.
딸을 출가시킨 후 처음으로 가족 여행을 생각한다. 하루지만, 의성의 금성산을 목표로
삼지만, 이곳저곳 기웃거려 볼 참이다.
완전한 탑신을 자랑하는 탑리의 보물로 지정된 탑으로 가는 길 양쪽에는 시간이 멈춘 옛
상점의 흔적이 고스란히 세월을 잡고 있다.
머리카락 긴 터럭 한 가닥없이 박박 밀어대던 가끔씩 머리카락을 씹어서 통째로
뽑아버리던 이빠진 이발기계(바리깡)를 든 이발사가 쫓아나올 것 같은 이발관이며,
오골오골 파마머리만 고집하던 깍쟁이 같은 미용사가 내다볼 것 같은 미장원
(이름만 미용실로), 불꽃을 펑 터트리면서 논감지 말라던 사진사가 박힌 사진관.
참 오랜만에 먼길을 돌아 온 것 같다.
옛시장터로. 금방이라도 어디선가 풀빵이 지글거리는 앞에 선 나를 만날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거리의 끝에 천년의 세월을 담은 탑이 우뚝하다. 탑을 안고 있을 절집의 우람함은 세월이
덥썩 집어 삼킨 겐가. 흔적도 없다.
탑을 휘 한바퀴 돌면서 탑신을 무대로 숨바꼭질하는 철없는 아이들을 쫓아내면서 나름의
소망을 읊조리고 금성산 주차장에서 오를 산의 길을 살핀다.
평지 위에 우뚝 선 금성산과 비봉산은 분화구 형태의 계곡을 이루어 화산임을 쉽게 짐작하게
한다. 산릉을 따라 쌓은 산성은 화구를 중심으로 꽤 산성민에게 아늑한 방어벽이었으리라.
비봉산과 쌍을 이루는 금성산은 해발 530고지 금방 오를 수 있는 봉우리이나 비봉산과
이어진 능선은 몇천의 선민을 포근히 감쌀 만큼 너른 분지와 물을 품고 있다.
따는 옛 사람들이야 그 성벽을 사이에 두고 필살의 전쟁을 했겠지만,
오늘날 같은 소리없는 살인 전쟁이야 있었으랴. 정상에서 보이는 바깥은 훤한 들판,
산이 싸고 있는 분화구는 우거진 삼림으로 평화롭다.
능선의 오르내림이 참 정겹다. 꽃 무더기와 솔 숲과, 노르스럼한 신록이 부드러운 눈길을
주어 마음도 몸도 편안한 길이다.
분화구 끄터머리의 벼랑길인데도 숲은 모든 걸 덮고 한껏 원시 그대로의 평화를 선사한다.
생각같아서는 비봉산까지 돌아 분화구 가장자리를 한바퀴 휘 돌고 싶지만, 분화구 깊숙히
자리한 수정사에 내린다.
석간수 한 쪽박에 흐르던 땀이 멈추고, 애 간장이 얼음판이 된다. 우리는 바위 평상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누군가 이미 식사를 끝낸 뒷자리에 향긋한 산나물 냄새가 배어 있어,
우리들 식탁까지도 향내가. 그리고, 자연의 숨소리와 호흡을 같이 하면서, 단촐한 식구가
된 나의 가족은 초파일을 앞둔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인 수정사 한켠을 점령한 셈인가.
귀갓길에 들린 생태공원과 삼강 주막,
삼강은 예천의 내성천, 낙동강, 문경의 금천이 합수되는 지점이니 옛날 뱃길 나들목으로
얼마나 목이 좋았을까.
주막이 주막이던 때 원조 주모는 초가 한칸만 남기고 빔의 세상으로 회귀하고, 어설픈 타인이
주모 흉내를 내면서 돈을 센다. 찰떡도 치고, 파전에 막걸리에 묵이랑 셋트메뉴로 사람들이
북적인다. 주모가 산 세상과 참 다른 세상이 사람을 삼강주막으로 내몰고 있다. 지나가는 나
그네가 아닌 관광객으로. 현대까지 주막을 지켜온 사연 많은 주모의 삶이 후세 사람들에게
조금의 부를 건져줄 수 있으니, 떠난 주모도 흐뭇할 게다.
돌아온다.
귀거래사 읊을 일이 아니래도
집은 집인가보다.
하루 여정에서 삼강의 막걸리 한잔은
주기를 집까지 가져오게 한다.
머릿 속에 탑을 돌면서 파란 하늘을 향한 마음
우리 가족 남에게 보탬되는 삶
살고자.
삼강의 초가를 버리고 무로
돌아간 주모를 생각해 본다.
2010/05/20
경북문경의 산돌
첫댓글 아들놈 잘 생겼네 순임씨 닮았나 ... 좋은 여행일쎄 그려
아들과 모처럼 한 여행이라 무리하지않고 나름대로 여러 생각들을 나눔에 뜻을 두었으니, 울네 삶이 그런게 아니랴. 가족과 지인과 벗과 그리고 자연.
삭제된 댓글 입니다.
늘 몸 품으로 봉사가 익은 홍기자의 행보는 우리들 옆에 있어 든든하구려. 축하의 말 고맙고, 늘 처음처럼의 삶에 감사하오.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