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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짜: 2021년 4월 17일
○ 절기: 청명 말후(청명후 10일에서 15일)
○ 날씨: 하루에 몇개의 계절이 오락가락했습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섰다가 다시 돌아가서 겨울바지로 갈아입었는데 탁월한 판단이었어요. 바람이 많이 불었고 비도 조금왔고요. 대체로 구름이 많았는데 갑자기 해가 쨍하기도 했고요. 돌아올 땐 제법 알이 큰 우박도 떨어졌네요. 남은 겨울을 몰아내느라 분주한 봄날 같았습니다.
○ 대박사건: 앎님 고양 우보농장으로 가다!!!
○ 사진은 초록빛, 사비나, 다둥이아빠, 청명의 것을 사용했습니다.
○ 우보농장 일정(장재학님 알림)
- 10시 우보농장 도착
- 10:30~12:00 강의
- 12시~13시 식사
토종벼로 지은밥 테이스팅
- 13시~15시 실습
토종벼 모판내기(모내기 아님. 벼모판에 볍씨를 넣는 실습임)
○오전 특강
- 토종벼의 미래 가능성/ 이근이
토종벼를 기르게 된 이유, 토종벼와 함께하면서 알게된 것들, 토종벼로 확대된 문화활동들, 토종벼의 상품화와 소득작물로의 가치에 대해 들었습니다.
농막에는 온갖 토종벼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었고 워낙 달변가인데다 발표자료까지 잘 정리되어 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몇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사명감없고 ㅎㅎ 문화예술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부산물로 가능한 여러 활동들에 더 관심있다는 본인 소개가 재미있었고요.
볏짚들을 활용해 보려고 볏짚차를 끓였는데 여물맛나더라고 해서 폭소를 터트렸습니다. 볏짚을 구하려 사방으로 알아보다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볏집이 의외로 소중한 생활자원이라는 설명이 다가왔답니다. 최근에 젊은 공예가들이 짚이나 건초를 이용한 소품이나 생활용품을 많이 내놓고 있어서 더 귀가 쫑긋했습니다.
벼농사 첫해에 수확한 소량의 쌀들은 먹어보고 싶었으나 꾹~~ 참고 모두 씨앗으로 남겼다는 말씀에는, 좋은 씨앗을 얻고싶으면 먹기전에 우선 좋은 씨앗를 충분히 남기라던 서정희님의 강의가 겹쳐졌습니다.
1910년 일제가 전국을 다니며 조사할 당시 농사짓는데 쓰인 벼품종이 모두 1451종이었답니다. 한반도에서 1451종이라는 것은 마을마다 농부마다 다른 품종이 재배되고 있었다는 의미라 놀라웠다고 합니다.
1910년이라니 저는 인천항에서 일본으로 넘어간 쌀들이 생각났는데 의심하지 않고 그때의 쌀들을 지금의 쌀로 상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변현단 선생님 강연 중에 동의보감에 뭐가 좋다더라 하면 그것을 먹는데, 지금의 것과 동의보감 당시의 것은 큰 차이가 있다는 내용이 있어요. 강연을 들을 때는 아~ 그랬겠지했지만 실감하지 못했는데 토종학교 다니면서 작물이야기를 듣고 직접 보고 맛보면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쌀처럼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많아서 앞으로도 자주 놀랄것 같습니다.
벼는 볍씨에서 시작해서 쌀까지 성장과정에서 많은 이름을 갖게된다는 것과 쌀을 수확하기까지 여든여덟번의 손길이 닿아야한다는 말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토종벼는 대체로 키가 사람보다 크다는 것도 놀라웠습니다.(토종학교 하우스안의 이상하게 키가 훌쩍 큰 곡물도 토종이라서 그런 것이라는 것을 글쓰면서 깨닫는 중) 색도 다양해서 지금처럼 모두가 황금벌판이 되는 것이 아니라 검은들판, 흰들판, 붉은들판이 되기도 했답니다. 검은 북흑조를 주로 심었다던 함흥과 평안도 일대는 추수기에 키가 큰 북흑조가 넘실거리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을 것 같아요.
농사에서 말하는 근대화는 화학비료의 사용, 개량화, 기계화로 생각하신다며 그 동안 키가 큰 토종벼들은 잘 쓰러져 약하다는 평들이 있었는데, 토종벼의 쓰러짐현상은 화학비료때문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답니다. 지금 키가 작은 벼들은 개량된 것들로 쓰러져 물에 닿지 않게하고 화학비료에 특히 강한 특성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이건 또 김은진선생님 강의에서 화학산업의 발전과 토종씨앗이 사라진 것에 대한 설명을 복습하는 내용이었어요.
개량화작업은 일제시대부터 시작되었지만 남한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60년대 비료공장이 세워진 후, 유신정권시절 식량자급운동을 하면서 본격화되었고 박정희 사후인 80년대부터 쌀품종이나 농사에 변화들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한국은 어느 분야나 전통을 이어받지 못한 단절의 시간을 만나게 되는데 그게 일제시대가 아니라 유신정권때라는 것을 매 번 확인하게 됩니다.
○점심 : 쌀 테이스팅
지난 주는 다들 간소하게 가져왔는데 이번주엔 반찬이 화려했습니다. 밥을 제공한다니 맘이 좀 편하더군요. 그런데 그냥 밥 지어서 준다는 것이 아니라 세가지 쌀을 맛보고 평가하는 시간이었답니다.
전 두번째 '오름벼'가 강렬했는데 입안에 넣는 순간 씁쓸하고 화한 맛이 퍼졌고 다음 쌀의 맛까지 잡아버리더군요. 대체로 향이 강한 것들은 특유의 약성이 있고 쓴맛이 가진 약성도 있어서 허브의 역할도 가능하지 않을까 상상해봤습니다. 시중에 나온다면 사먹고 싶은 쌀이었어요.
쓰다보니 테이스팅이라면 생쌀도 보고 맛보면 좋을 것 같네요. 밥도 주시고 국이랑 다른 반찬들도 더 만들어주신데다 밥도 두번이나 지어주셔서 맛나게 잘 먹었습니다.
○오후 : 모판
오후에는 모판을 만들었습니다. 손으로 직접하는 것과 기계를 이용해서 하는 것을 배웠는데 유기농벼를 위해 특별 제작되었다지만 수백종의 벼를 기계로 하는 것은 능률적이지 않은 것 같더군요. 손작업이 훨씬 좋았습니다.
작업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상토와 볍씨들이였어요. 밭농사에서 쓰는 상토와 색도 느낌도 완전히 달랐는데 모래처럼 물이 잘빠지겠더군요. 감촉도 좋고 이뻤습니다. 볍씨중 하나는 검붉고 털이 길게 난 것이 개성이 강해서 눈길이 갔답니다.
상토올리기
볍씨뿌리기. 하영
볍씨뿌리는 조막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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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사리지 않는 샬롬은 씨앗수집에서도 대활약인데 우보농장 출신이기도 해서 여기서도 맹활약했답니다.
○ 이것저것
강연중에 토종은 농부들의 선택에 의해 이어져온 것이라는 것. 그래서 모든 토종벼는 농부들이 직접 이름을 지은 것이고 길러보면 이름들의 적확함을 이해하게 된다고 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예를들어 공주지역의 토종벼인 버들벼는 자랄때부터 능청능청 늘어져 대번에 왜 버들벼인지 이해되고, 키가 무릎아래로 오는 벼는 졸장벼가 되고, 아가벼, 가오리벼, 게벼 등등 다 이유를 알수있는 이름들이 지어졌답니다.
밭작물 중 개쎄빠닥 상추를 예로 들어주었는데 노골적인 '개쎄빠닥 상추'라는 이름과 모습을 씨드림 글에서 보고 너무 좋았었어요. 사진을 보면 개를 키워본 사람들은 바로 이해가 되거든요. 개가 즐겁게 뛰논 후 헥헥거릴때 볼 수 있는 모양이라 그 이름을 지은 분이 유쾌하기도 하지만 눈썰미가 대단하시다 생각했었어요.
지난 시간까지는 농부들 마다의 차이를 잘 이해못했는데 이번 시간을 통해서 농사는 가장 개성넘치는 작업이고 농사법은 농부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확실히 이해했습니다. 대체로 여성들이 씨앗을 이어왔던데 직접 씨를 고르고 전하는 과정에서 제한이 많던 시절 자유로움을 느끼셨을 것 같아요. 이런 고유성은 전통농사에서만 가능하며 각각의 기준이 담긴 씨앗을 거두는 작업까지 이어져야 더 확실해 진다는 것도 이해하게 되어 농사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되었어요.
모판에 물주기. 7기 선배님
침종한 볍씨의 물기를 말리는 재학샘과 지선.
뭐든 늦는 편인데 저까지 농사에 관심을 갖게 된것에는 먼저 길을 만들어 가신 분들의 노력이 많이 퍼져나간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토종학교 외에도 몇군데 알아봤을 때 농사에 관심갖고 배우거나 삶으로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서 새삼스러웠어요. 더불어 긍정적인 마음으로 참여했다 다시는 농사나 시골 근처도 안가겠다고 결심하게 된 분들의 후기도 꽤 많이 보았답니다. 모든 것이 남탓은 아닐 것이고 적응하지 못한 개인의 한계도 있겠으나 그분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농사문화에 베어있는 어떤 문화는 영향이 컸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 문화를 과연 참을 수 있을 것인가 고민이 많이 되었죠. 그래도 씨드림정도면 안심해도 되겠다는 판단이 있었고 못참겠으면 그만둔다는 각오로 입학했답니다. 막상 함께해보니 기우였다고 생각할 정도로 즐거워 목표도 일년만 잘 버텨보자로 바꾸었어요.
그러나 토종학교 하우스를 보면서 그 동안 정리할 새도 없이 앞으로만 달려오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기반을 다지고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한 시간들이라 자연스레 그외의 것들은 덜 중요해져서 뒤로 밀렸을지도 모르겠어요. 배움의 내용이나 가르치는 선생과 함께 배움의 장에서의 공동환경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공동환경은 물리적인 것 뿐 아니라 태도나 철학, 지켜야할 약속같은 것도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상상력을 더 발휘하니 배우고 가르치기 바빠 서로 충분히 이야기하여 합의하고 공동의 공간과 시간을 가꾸는 것은 부족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이르더군요.
:야영장에서 주신 떡!!! 사비나님이 하우스에 남아있는 분들 주신다고 몰래 빼돌리다 걸려서 제대로 주시는 중. 감사합니다.^^:
부정적인 후기들은 대체로 젊은 세대나 저처럼 개별성이 강한 사람들이 남긴 것이고 그 동안은 이런 의견들이 오히려 공동체를 해하고 참을성없는 개인의 성격때문이라며 비난받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통농사에 관심을 갖는 세대가 변하고 사람들이 변하는 만큼 농사를 알리는 단체에서 그 동안 기반을 닦느라 놓친 어떤 것들을 돌아보는 계기를 더 자주 마련하고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대부분 수업끝나고 바삐 나왔구요. 교장선생님을 비롯 몇분은 남아서 더 일하고 오셨어요.
○ 돌아오는 길
우보농장주변도 아름다웠고 양평으로 오가는 길도 너무 이뻐서 좋았습니다. 용문역에 도착해서 먼저 와 기다려준 초록빛님과 용문역 근처도 돌아보고 즐거웠답니다. 돌아오는 길엔 샬롬, 지선과 함께 원예전공 진영씨 차를 함께 타고 왔는데요. 그날 최고의 시간이었습니다.^^
길이 조금 막혔는데도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는데요. '잡것이'기증자님 영상도 같이 보며 웃었고요.
옥수수 새싹에 과하게 귀여움을 느낀 분은 진영씨가 아니라 샬롬이라는 것도 알게되었답니다. 샬롬이 또 흥분하며 새싹들의 귀여움에 과몰입하는 것을 셋이서 멍하니 쳐다보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옥수수 싹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지나는 길에 본 지붕의 귀여움으로 이어지더니 (취향 독특) 인도여행과 문화에서 마무리되었는데 내릴때가 아니었으면 밤새워 세계를 돌고 은은가 이야기까지 와서야 끝났을지도 모르겠어요. ㅎㅎ
시청이었다면 다 데리고 밥먹으러 가고 싶었는데 공덕은 잘 몰라서 끌어당기질 못했네요. 아쉬워서 샬롬과 다음에 수원에서 우동먹기로 했습니다. 우리 8기들은 이 기록지를 절대 안보기때문에 막 욕해도 모른다는 중요한 정보도 얻었네요. ㅎㅎ
○ 토종학교 관찰
다둥이아빠님이 아이들과 함께 토종학교에 들러 근황도 알려주시고 사진도 남겨주신 덕분에 관찰기남깁니다.
딸기꽃들은 더 많이 피어올라서 주변 쑥을 아이들과 정리해주셨고요. 열무들 큰 것 좀 보세요. 한주만에 대견하게 올라왔네요. ^^
○ 수원북동부동정
4월 13일 수업 후인 15일 월요일 쯤 비가 왔고 화요일부터 대기가 불안정해서 바람이 많이 불고 쌀쌀했었답니다. 하늘이 맑았다 금새 어두워지곤 했지만 대체로 날이 맑았어요.
철쭉은 거의 만개했고 민들레들도 씨를 날리기 시작했답니다.
일필휘지 토종학교!
첫댓글 난 당신의 글을 꼭 본다오. 흐르는 물이라서.
우와~~ 감개가 무량합니다.ㅎㅎ 차안에서 은은가와 두 분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는데 못담았네요. 은은가가 아른 거려요~^^감사합니다.
선생님.. 저는 글을 계속 고친답니다. ^^ 말미에 글을 덧붙였습니다. 읽어주세요.
@청명 음.그런일이 있었군요. 당신의 덧붙임을 공유하겧슴다. 집단의식을 깨는 것 당신이라는 씨앗에서 시작해요. 으쌰.
참석하고 싶었지만
참석하지는못했지만
참석한 것과 같은 풍만한 마음을
얻을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한 정리 글입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같이가지못해 아쉬웠는데
넘 재밌게 읽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