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아본경(申日兒本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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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宋) 천축(天竺)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 한역
권영대 번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국(王舍國)의 지요산(止鷂山)에 계셨다.
이때에 국왕ㆍ대신ㆍ관리ㆍ인민들이 모두 공경히 가르침을 받지 않은 이가 없었다.
부처님께서는 국왕ㆍ장자ㆍ관리ㆍ인민들을 가르치시어,
모두로 하여금 살생하고 도둑질하고 다른 이의 부인을 범하지 못하게 하시며,
두 가지 말ㆍ나쁜 말ㆍ거짓말ㆍ꾸민 말을 못하게 하시며,
질투하고 간탐하고 의심내지 못하게 하셨으며,
선을 지으면 선보를 얻고 악을 지으면 악보를 얻음을 믿게 하셨으며,
내가 하고 싶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말며,
배울 사람과 다른 외도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지 않는 이들을 국왕ㆍ장자ㆍ관리ㆍ인민들로 하여금 다시는 공경하지 않게 하셨다.
공경하지 않는 까닭은 바른 도가 아니기 때문이니,
남을 가르치되 도덕으로써 하지 아니하고 제 스스로 살생하고 남도 살생하게 하며,
제 스스로 남의 재물을 도둑질하고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남의 재물을 도둑질하게 하며,
제 스스로 남의 부인을 범하고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남의 부인을 범하게 하며,
제 스스로 두 가지 말ㆍ나쁜 말ㆍ거짓말ㆍ꾸민 말을 하고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두 가지 말ㆍ나쁜 말ㆍ거짓말ㆍ꾸민 말을 하게 하며,
제 스스로 질투하고 간탐하고 의심내고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질투하고 간탐하고 의심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 나라에 한 4성(姓) 장자가 있었는데 이름이 신일(申日)이었다. 재산이 매우 풍부하였고 금ㆍ은ㆍ진보가 한량없었다. 신일은 다른 도를 섬겼으며, 부처님 도를 섬기지 않고 부처님 경을 섬기지 않았다.
외도들은 모두들 부처님을 질투하여 모두 신일에게 모여 함께 의논하였다.
“부처가 지금 왕과 대신과 관리와 인민들에게 공경을 받고 있는데, 우리들만이 왕ㆍ대신ㆍ장자ㆍ관리ㆍ인민들에게 공경을 받지 못한다. 부처는 늘 스스로 과거ㆍ현재ㆍ미래의 일을 알며 다른 사람의 말하는 바와 생각하는 바를 미리 안다고 하니 이제 시험해서 과연 부처가 말한 대로인가 알아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신일이 말하였다.
“어떻게 시험합니까?”
여러 외도들은 신일에게 지시하였다.
“밥을 지어서 부처님을 청하되 독약을 가져다 밥 속에 넣고 문 안에 땅을 파서 다섯 길로 깊게 파고, 그 속에 불을 넣고 그 위를 흙으로 얇게 덮고서 부처를 그 위로 오게 하라.
만일 부처가 과거ㆍ현재ㆍ미래의 일을 안다면 반드시 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요,
청을 받아들인다면 과거ㆍ현재ㆍ미래의 일을 알지 못하는 것이니,
땅을 파서 구덩이를 만들고 밥을 차리되 속에 독을 넣어라.”
신일은 대답하고 크게 좋아하면서 곧 가서 부처님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참 좋다고 말씀하셨다.
신일은 외도들에게 말하자, 외도들이 말하였다.
“그 사람은 아는 바가 없으니, 다만 땅을 파서 구덩이를 만들어라.”
신일에게 한 아들이 있었는데 이름이 전라법(旃羅法)이었고, 나이는 열여섯 살이었다. 지난 세상에서 부처님 도를 배워서 과거ㆍ현재ㆍ미래의 일을 알았다.
그는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이미 외도들의 의논한 바를 아시니, 시험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쁜 사람의 말을 듣고 스스로를 이글거리는 불에 던지지 마십시오.”
신일은 아들의 말을 믿지 않고 곧 구덩이를 파고 그 속에 불을 넣고 밥을 짓고 독약을 넣도록 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에게 ‘내일 모두는 부처님보다 앞서 가서 식탁에 임하지 말고 모두 부처님 뒤를 따르라’고 하여라.”
부처님께서 앉으셔서 바른 도를 생각하시니 모든 천왕들은 다들 소동하였다.
신일은 사람을 보내어 부처님께 아뢰었다.
“때가 되었으니 밥을 드시러 오십시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에게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모두 내 뒤를 따르도록 하여라.”
모든 비구들은 가르침을 받들어서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부처님의 뒤를 따라 나섰으며, 모든 천왕ㆍ모든 귀신들의 한량없는 무리가 함께 부처님을 따랐다.
부처님께서는 곧 땅을 황금으로 만들어 신일의 문까지 이르도록 하셨다.
부처님께서 길을 떠나시면서 곧 빛을 놓으셔서 신일의 집안을 온통 금빛으로 만드셨다.
전라법은 곧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이제 부처님께서 이미 길을 떠나셨으므로 시방이 다 해처럼 밝습니다. 부처님과 모든 비구들과 한량없는 천신들이 함께 가시니 흡사 별들 가운데 달과 같습니다.
지금 아버지의 집안이 밝기가 이와 같으니 부처님을 시험할 필요가 없습니다.”
신일은 아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성문에 이르셔서 발로 문턱을 밟으시니 온 성안이 크게 움직이면서,
병든 이는 낫고 장님은 보았으며 귀머거리는 듣고 벙어리는 말하였으며,
독이 든 이는 독이 작용하지 못하였고,
미친 이는 제정신이 들고, 꼽추는 펴지고, 성낸 이는 즐거워하였으며,
공후ㆍ악기는 저절로 울렸고, 부녀자의 구슬 고리는 저절로 소리 났으며,
온갖 새와 짐승들은 서로 화답하여 구성지게 울었다.
부처님께서 신일의 문에 이르시니 다섯 길 불구덩이는 연못이 되어서 가운데는 연꽃이 났는데, 한 꽃에 천 꽃이 났고 모든 제자들이 밟은 꽃에는 백 꽃이 나서 다들 꽃을 밟으며 왔다.
신일은 불구덩이가 연못으로 변하여 연꽃이 나옴을 보고는 크게 두려워하여 땅에 머리를 대고 스스로 말하였다.
“지금 부처님을 위하여 지은 밥은 그 속에 모두 독약을 넣었으니, 거두고 다시 좋은 밥을 짓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다시 지을 필요가 없으니 독 밥을 갖고 오라. 먹겠노라.”
부처님께서 자리로 가시자 모든 비구들도 다 앉았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에게 우선 먹지 말고 나의 지시를 기다려서 먹도록 하라.”
부처님께서 곧 주문하셨다.
“천하에 3독(毒)이 있으니,
첫째는 탐욕[貪婬]이고 둘째는 성냄[瞋恚]이고 셋째는 어리석음[愚癡]이다.
부처님에게 이 3독이 없으므로 독이 작용하지 못한다.
지성으로 경과 법을 지니는 이도 독이 작용하지 못하며 비구의 도가 바른 이도 독이 작용하지 못한다.”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자 밥 속의 독이 모두 사라졌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에게 밥을 먹게 하여라. 독이 다 사라졌다.”
부처님과 모든 비구들은 다 식사를 끝내었다.
신일은 앞에 나아가 길게 꿇어앉아 머리와 얼굴을 부처님 발에 대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형편없어 나쁜 사람들의 말을 듣고 악을 저질렀습니다. 부처님의 자비를 구하옵고 허물을 뉘우칩니다.”
부처님께서 곧 신일을 위하여 경을 설하시자 곧 첫째 수다원도(須陀洹道)를 얻었다.
신일은 곧 5계를 받고 우바새가 되었는데,
첫째는 죽이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도둑질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다른 사람의 부인을 범하지 않는 것이고,
넷째는 이간질하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다.
신일은 5계를 받고 나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어 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