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배낭 여행기 =
6. 마추픽추(Machu Picchu)의 이모저모
<1> 중앙신전(中央神殿)
매표소를 지나 유적 입구에 오면 정교하게 쌓은 석문(石門)이 나타나는데 석문을 지나면 가운데 높은 언덕 위에 중앙신전이 있다.
허물어져 가는 중앙신전 / 벽감(壁龕)의 방
신전 앞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돌 제단이 있고 뒤쪽은 석축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한쪽 부분이 허물어지고 있어 안타까웠다.
그 원인은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관광버스와 너무나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오기 때문이라 하여 유네스코에서 일일 관광객을 500명으로 제한할 것을 페루 정부에 건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페루 정부의 주요 관광수입원(觀光收入源)인 이곳의 인원 제한이 어려웠는지 현재 비수기에는 1일 2,500명, 성수기에는 5,000명의 관광객이 들끓는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신전의 뒤쪽으로 돌아가면 신관들이 머무르던 방이 있는데 사람 얼굴 높이의 벽면에 깊이 20cm 정도의 사다리꼴 벽감(壁龕)이 쭉 둘러 있다. 그 벽감 속에 머리를 집어넣고 말을 하면 공명현상이 일어나 머리가 윙윙거린다. 잉카 시대, 신관(神官)들은 코카 잎을 씹으며 큰 소리로 벽감에 대고 주문을 외어 최면상태가 일어나면 나와서 일반인들에게 최면상태에서 신의 소리를 전하였다고 한다.
<2> 태양을 묶는 돌기둥 인티우아타나(Intihuatana)
중앙신전 뒤쪽 조금 높은 곳에는 태양을 묶는 돌기둥이 있다.
잉카인들은 천체의 궤도가 바뀌면 커다란 재앙이 온다고 믿었는데 매년 6월 동지(새해)가 되면 이 ‘인티후아타나’라고 하는 높이 1.8m, 너비 36cm의 돌기둥에 바로 머리 위에 뜬 태양을 붙잡아 매려고 돌기둥에 끈을 매는 의식을 치렀다고 한다.
인티우아타나(태양을 묶는 기둥) / 마추픽추와 우루밤바강 / 신전 일각
<3> 태양의 신전과 달의 신전
태양의 신전 / 지하 묘지 / 좁은 계단식 밭
원형의 성채(城砦) 모양으로 건축된 태양의 신전과 달의 신전은 함께 있는데 매우 아름다우며 그 아래 지하에는 왕의 무덤이었다는 지하 공간이 있다.
<4> 콘도르(Condor) 신전
콘도르 신전 / 콘도르 부리 / 뒤쪽에서 본 콘도르 신전
태양의 신전 조금 아래쪽에 매우 신비한 모습의 콘도르 신전이 있다. 크고 삐죽한 두 개의 자연석 바위는 흡사 거대한 콘도르가 날개를 편 모양인데 위에 날개깃 모양의 벽돌을 쌓았고, 그 아래쪽 넓적한 바위 위에 콘도르의 부리와 눈을 새겨 놓았는데 멀리서 보면 날개를 활짝 펼친 콘도르 형상이다.
잉카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콘도르에 의하여 그 영혼이 하늘로 올라간다고 믿었기 때문에 콘도르를 신성한 새로 여겼다고 한다. 신전 옆 바위 밑에는 감옥(監獄) 터도 있다.
<5> 계단식 밭과 오두막
계단식 밭이 있는 곳에 서너 채의 오두막집이 있는데 사람이 살던 흔적은 보이지 않아 농장을 관리하던 집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그 옆 풀밭에는 알파카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어 목가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가파른 경사면에 석축을 쌓아 조성한 긴 띠 모양의 계단식 밭은 그 폭이 좁은 곳은 1m도 안 되는 듯 너무 좁고 높아서 자칫 실족하면 목숨이 위태로워 보였다. 가이드는 너무도 위험하니 아마도 죄수들이나 최 하층민으로 경작하게 하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며 웃었다.
계단식 밭 / 알파카 / 오두막
마추픽추의 건축물들을 조사한 고고학자들은 부분적으로 건축 시기가 다른 것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주 신전, 태양의 신전 등은 잉카제국이 형성되기 800년 이상 앞선 선사인(先史人)이 건축한 것으로 판명 났고, 그 위에 잉카인들의 뛰어난 건축기술로 쌓은 것, 또 조잡한 석조기술로 보아 그 이후에 쌓은 것 등 크게 3기의 건축 시기를 보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대에 따라 도시의 기능도 달랐을 것으로 해석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교하고 튼튼하게 쌓은 것은 초기에 쌓은 석축물이고, 조잡하고 엉성하게 쌓은 것일수록 후대에 쌓았다니...
웃긴다.
<6> 와이나픽추(Wayna Picchu)
‘젊은 봉우리’라는 의미를 지닌 와이나픽추는 높이가 늙은 봉우리 마추픽추보다 100m 정도 더 높은 2,500m로, 구름에 싸여있어 신비감을 자아내는데 정상까지 등산로가 있다. 왕복 2~3시간이 걸린다는 와이나픽추 등산로는 매우 좁고 가팔라서 위험하여 별도로 허락을 받아야 한단다.
하필 우리가 도착했을 때 빗방울이 떨어지고, 시간도 촉박하여 오르지 못했는데 몹시 아쉬웠다.
빗속에도 오르는 사람들이 보였는데 아슬아슬하게 절벽 모서리의 등산로를 오르는 모습이 몹시 위태로워 보인다.
와이나픽추 등산로 / 잉카 트레일 / 아슬아슬한 절벽 길
까마득히 골짜기 아래로는 아마존을 향하여 힘차게 흐르는 우르밤바강의 거센 물줄기가 보이고, 고개를 젖혀야 봉우리가 보이는 빙 둘러싸인 높은 산들은 잉카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듯, 보는 이들을 매료시킨다. 가파른 고산지대의 산길을 코카 잎을 씹으며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묵묵히 걸어가는 옛 잉카인들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지금도 등산가들이 즐겨 걷는다는 잉카트레일(Inca Trail)은 아슬아슬한 절벽의 길로 너무나 위험해 보이고 어떤 길은 4~5일 걸어야 하는 길도 있다니 신기하다.
2시간 남짓 마추픽추의 관광을 끝낸 후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마추픽추 마을로 내려와 점심으로 송어 튀김을 먹었는데 그 특별한 맛 또한 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