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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당 현판과 불보살님
법당 현판을 보면 그곳에 어느 부처님이 계신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법당 또는 불전佛殿이라고 할 때, 좁은 의미로는 사찰의 중심 건물인 본전本殿을 말하고, 좀 더 넓은 의미로는 부처님을 모신 불전과 보살님을 모신 보살전을 모두 합쳐 말하며, 가장 넓은 의미로는 산신각山神閣, 독성각獨聖閣 등 신앙과 예배의 대상이 되는 모든 전각殿閣을 포함합니다.
그런데 전각은 전殿과 각閣을 합친 말입니다.
여기서 전殿을 사용할 때와 각閣을 사용할 때가 각기 다릅니다.
보통 대웅전, 원통전, 나한전 등처럼 불교 고유의 교리와 신앙에 의거하여 부처님과 보살님 등을 모실 경우 ‘전殿’이라 하고, 칠성각, 산신각, 삼성각 등처럼 불교 고유의 내용은 아니지만 민간 신앙 등이 사찰 안으로 들어와 모시는 경우 ‘각閣’이라 합니다.
그렇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가령, 팔만대장경을 모신 전각을 장경각藏經閣이라고 합니다.
반면 천안 각원사에는 칠성전七星殿, 산신전山神殿으로 되어있습니다.
만약 전殿이 각閣보다 격이 높다는 의미를 풍긴다면, 각원사의 경우 칠성 신앙과 산신 신앙에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부처님이 계신 법당을 시작으로 어머니의 간절한 정성이 스며있는 조그마한 기도처까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에 똑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과 같이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첫째, 부처님이 계신 곳입니다.
적멸보궁, 대웅전, 대적광전, 극락전, 약사전, 미륵전, 천불전 등입니다.
둘째, 보살님이 계신 곳입니다.
원통전(또는 관음전), 명부전(또는 지장전), 문수전 등입니다.
셋째, 부처님 가르침이 숨 쉬는 곳입니다.
영산전(또는 팔상전), 응진전(또는 나한전), 대장전, 조사전 등입니다.
넷째, 이 땅의 신앙이 살아 있는 곳입니다.
칠성각, 독성각, 산신각, 삼성각 등입니다.
다섯째, 사찰 생활에 관한 곳입니다. 요사채입니다.
1. 적멸보궁寂滅寶宮:
적멸보궁이라고 적혀진 법당에 들어가면 불단에 부처님이 계시지 않고 자리만 놓여 있습니다. 이는 석가모니부처님의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모신 곳이기 때문입니다. 즉 적멸보궁은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법당으로 진신사리가 바로 부처님이기에 별도의 부처님을 모시지 않습니다. 적멸보궁이란 <화엄경>을 설했던 곳의 하나인 적멸도량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이기에 ‘전殿’보다는 격을 높여 ‘보궁’이라고 칭한다고 합니다.
2. 대웅전大雄殿:
위대한 영웅이라는 대웅은 석가모니 부처님을 가리키는 별칭으로 <법화경>에서 ‘대웅세존大雄世尊’이라고 석가모니부처님을 찬탄하는 말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대웅전은 석가모니 부처님을 주불로 모신 법당으로 격을 높여 ‘대웅보전大雄寶殿’이라고도 합니다. 대개 석가모니 부처님 좌우에 반야의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과 수행과 행원의 원대함을 상징하는 보현보살을 조성하거나, 선법禪法과 교법敎法을 상징하는 가섭존자와 아난존자 혹은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또는 대세지보살)을 봉안하기도 합니다.
또 3불상이나 석가모니 한 분만 독존獨尊양식으로 봉안하기도 합니다. 3불상은 3세불三世佛 또는 3신불三身佛양식을 취하는데, 3세불을 모실 때는 석가모니불現世佛을 중심으로 왼편에 제화갈라불過去世佛, 오른편에 미륵불未來世佛을 봉안하거나 석가모니불現世佛을 중심으로 왼편에 약사불報身佛, 오른편에 아미타불阿彌陀佛을 모십니다. 후불탱화로는 석가모니부처님이 영축산靈鷲山(기사굴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하는 장면을 나타낸 불화인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나 세 분의 부처님을 모신 불화인 삼여래탱화가 대부분 차지합니다.
3. 대적광전大寂光殿:
대적광전은 <화엄경>의 사상을 바탕으로 진리의 빛이 가득한 대적정의 세계를 의미하는 연화장 세계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적광전은 화엄 사상을 토대로 성립된 사찰에 주로 세워집니다. 대광명전大光明殿이라고도 하는 대적광전에는 청정 법신인 비로자나불 한 분만 모신 경우도 있고 보신報身과 화신化身을 좌우로 하여 삼신불三身佛을 모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보통 선종禪宗 사찰로 청정법신 비로자나불, 원만보신 노사나불, 천백억화신 석가모니불의 삼신을 봉안 합니다
또한 김제 금산사처럼 약사여래와 아미타여래를 포함하여 다섯 분의 부처님을 모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좌우 협시로 조성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전각의 명칭을 비로전毘盧殿이라 합니다. 후불탱화로는 법당의 규모에 따라 1폭의 ‘삼신탱화’를 모시는 경우도 잇지만, 법신탱, 보신탱, 화신탱을 각각 부처님 뒤에 모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는 <화엄경>의 화엄회상을 그린 ‘화엄탱화’를 모시기도 합니다.
4. 극락전極樂殿:
미타전彌陀殿으로도 불리는 극락전에는 서방 극락정토의 주불인 아미타불을 봉안합니다. 아미타불은 그 광명이 백 천 억 불국토를 비추고, 수명 또한 한량이 없어 백 천 억 겁으로도 셀 수 없다 하여 무량수전無量壽殿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정토 3부경(무량수경, 관무량수경, 아미타경)을 토대로 성립된 정토 사상은, 불보살의 명호를 염불하는 것만으로도 극락세계에 태어날 수 있다 하여 민중들의 많은 호응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사찰의 법당 가운데 석가모니불을 모신 대웅전 다음으로 많이 조성된 것이 극락전이며, 태백산 부석사의 경우처럼 무량수전을 주불전으로 건립한 예도 드물지 않습니다.
좌우 협시로는 중생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을 협시로 하여 삼존불을 모십니다. 관세음보살의 보관에는 부처님化佛이, 대세지보살의 보관에는 보병寶甁이 새겨져 있습니다. 한편 대세지보살 대신 지장보살을 모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미타부처님과 지장보살이 중생의 사후死後 문제와 관련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후불탱화로는 아미타부처님, 관세음보살, 지장보살(또는 대세지보살)을 나타내는 ‘아미타삼존도’, 아미타부처님이 극락에서 2대 보살을 비롯 여러 보살과 신중 등 대중들에게 설법하는 장면인 ‘극락회상도極樂會上圖 등이 있습니다.
5. 약사전藥師殿:
약사유리광여래藥師佛을 주존불로 봉안한 건물이 약사전이며, 약사여래는 병고病苦로 신음하는 중생의 구제를 서원으로 삼은 부처입니다. 따라서 다른 어떤 불․보살보다 더 중생 가까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예배 기도를 올리는 대상입니다. 일반적으로 약사불은 한 손에 약함이나 약병을 들고 있으므로 쉽게 구분할 수 있는데, 그 때문에 대의왕불大醫王佛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좌우에는 일광변조日光遍照 보살과 월광변조月光遍照 보살이 협시해 있습니다. 후불탱화로는 약사여래의 정토인 약사유리광회상도가 있습니다.
6. 미륵전彌勒殿:
미래세의 부처인 미륵불 또는 미륵보살을 봉안한 곳으로 미륵 하생下生 신앙에 따른 미륵불전은 특히 용화전龍華殿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구별 없이 미륵전이라 한다.
미륵불은 석가모니가 입적한 뒤 56억 7천만 년 후에 다시 사바세계에 출현하여 용화세계를 건설하며, 세 차례의 설법으로써 수많은 중생을 구제해 준다고 합니다. 이러한 미륵신앙을 기반으로 조성된 건물이 바로 미륵전입니다. 미륵불이 구현하는 용화龍華 세계는 인간의 수명이 8만 4천세가 되고, 지혜와 위덕이 구족한 이상국토로 땅은 유리같이 깨끗하며 꽃과 향으로 뒤덮여 있다 합니다. 후불탱화로는 미륵부처님이 용화수 아래에서 성불한 뒤, 그곳에서 3회에 걸쳐 설법하여 중생을 교화하는 내용을 담은 용화회상도를 모십니다.
7. 관음전觀音殿: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봉안한 건물로서 원통전圓通殿이라고도 합니다. 대개 아미타 3존불 중 협시보살로 조성되지만, 관세음보살만 독존으로 봉안한 경우에 관음전이라 합니다. 관음 또는 관세음觀世音이라 불리는 보살은 대자대비大慈大悲를 근본 서원으로 하며, 아미타불의 보처보살로서 모든 중생의 교화를 돕고, 극락정토로 중생을 인도해 주는 관세음보살은 다른 어떤 불보살 보다 깊고 넓은 자비로 인해, 구세救世 보살, 대비성자大悲聖者, 시무외자施無畏者, 원통대사圓通大士등 여러 별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8. 명부전冥府殿:
지장전地藏殿 또는 시왕전十王殿이라고도 불리는 명부전에는 염라대왕을 비롯한 명부 10왕이 봉안되어 있습니다. 내부에는 지장地藏 보살을 주존으로 하여, 양 협시는 도명道明 존자와 무독無毒 귀왕鬼王을 봉안하고, 좌우로 10왕상을 나누어 배치합니다. 지장보살은 석가모니가 입멸入滅한 후부터 미륵불이 이 세상에 올 때까지 부처 없는 세계에 머물면서 6도道의 중생들을 제도濟度합니다. 특히 중생 모두가 구제될 때까지 자신의 성불마저 미루고 보살행을 다할 것을 서원한 대비大悲 보살로서 유명합니다. 묘당妙幢 보살, 지지持地 보살 등으로도 불립니다.
9. 응진전應眞殿:
나한전羅漢殿이라고도 하며, 석가모니 부처님을 주존불로 가섭존자와 아난존자를 조성하고 그 좌우에 부처님의 제자 16나한羅漢을 모셔 놓은 전각입니다. 500나한을 봉안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오백나한전 또는 오백전이라고도 합니다. 16명의 나한들은 제1 빈도라발라타사, 제2 가낙가벌차, 제3 가낙가발리타사, 제4 소빈다, 제5 낙구라, 제6 발다라, 제7 가리가, 제8 벌사라불다라, 제9 술박가, 제10 반탁가, 제11 나호라, 제12 나가서나, 제13 인게다, 제14 벌나바사, 제15 아씨다, 제16 주다반탁가 등입니다.
500나한의 숫자는 석가모니 입멸 후 경전 결집 당시 500비구가 참여한 데에서 유래하는데, 이미 아라한의 경지에 오른 이들 제자들은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장차 성불하리라는 수기授記를 받은 분들입니다.
10. 팔상전八相殿:
석가모니 부처님의 일대기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여덟 가지 일화를 선정하여 그림이나 조각상 등으로 묘사한 뒤 봉안해 두는 곳으로 8상도八相道 각각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도솔래의상: 석가모니가 도솔천에서 마야 부인의 태속으로 내려오는 장면
(2) 비람강생상: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는 장면
(3) 사문유관상: 싯다르타 태자가 동서남북 각각의 성문 밖으로 나가서 세상을 두루 살펴보는 장면
(4) 유성출가상: 태자의 신분을 버리고 성을 뛰어넘어 출가자로서 삶을 시작하는 장면
(5) 설산수도상: 깨달음을 성취하기 위해서 고행 정진하는 장면
(6) 수하항마상: 나무 아래서 전정을 닦으며, 마왕을 굴복시키는 장면
(7) 녹원전법상: 깨달음을 성취한 뒤, 녹야원에서 설법을 펴는 장면
(8) 쌍림열반상: 사라쌍수 아래서 입적하는 장면
11. 영산전靈山殿:
석가모니가 영축산靈鷲山에서 수많은 제자들에게 묘법연화경을 설했던 장면을 그림인 영산회상도靈山會相圖를 봉안해 둔 곳입니다.
12. 칠성각七星閣:
칠성, 즉 북두칠성을 모신 전각으로서 치성광여래를 주존으로 칠성여래가 봉안되어 있습니다. 칠성여래는 도교의 칠원七元 성군聖君에 해당하며, 칠성각은 불교가 먼저 들어봐 뿌리내리고 있던 도교道敎의 사상과 융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예입니다.
13. 독성각獨聖閣:
독성獨聖, 즉 나반那畔 존자를 봉안한 곳으로 나반존자는 특히 말세의 중생에게 복을 베풀어준다고 하며, 16나한 중 제1 빈도라발라타사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독성이란 부처님이 없는 세상에서 다른 이의 가르침을 받지 않고 수행하여 깨달은 이를 말하며, 연각緣覺이라고도 합니다.
14. 장경각藏經閣:
대장전大藏殿이라고도 하며 석가모니가 성불한 뒤 설법한 내용들을 정리하여 편찬한 경전들을 모아서 보관하는 곳입니다. 장경藏經이란 모든 경문을 담고 있다는 뜻이며, 흔히 대장경大藏經 또는 팔만대장경이라고 통칭하여 부릅니다. 우리나라의 가야산 해인사海印寺에 있는 장경각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으로 고려시대에 판각된 팔만대장경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15. 산신각山神閣:
산영각山靈閣이라고도 하며, 토속적인 산신山神을 그린 그림이나 조각상을 봉안해 놓은 전각으로 불교가 민간의 토속신앙을 받아들여 불교화 하는 대표적인 예로서 우리나라 불교의 특징 중 하나로 꼽힙니다. 산신과 칠성, 독성 등을 함께 봉안한 경우에는 삼성각三聖閣이라고 부릅니다.
16. 조사당祖師堂:
조사전祖師殿이라고도 하는데, 석가모니의 법을 이어온 조사祖師 스님의 영정과 위패, 조각상 등을 모신 곳으로 처음에는 중국 선종의 초조初祖인 달마대사를 모시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후대에는 각 종파에 따라 해당 조사를 모시거나 존경받는 여러 스님들을 모십니다.
17. 국사전國師殿: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시대 때부터 나라의 스승이 될 만한 스님을 국사國師를 모신 곳을 말하며, 조계산 송광사의 국사전은 보조普照 국사를 비롯한 16국사를 모셔 놓은 곳으로 유명합니다.
18. 요사寮舍:
큰방, 선방, 사무실, 후원, 창고 외에도 수각水閣과 해우소解憂所(화장실) 등을 모두 요사 또는 요사채라고 합니다. 즉 사찰내의 주요 전각들을 제외한 건물들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이들 건물은 쓰임새에 따라서 그에 합당한 이름이 내 걸리는데 예컨대 지혜의 칼로 무명無明의 풀을 벤다는 뜻을 가진 심검당尋劍堂과 말없이 명상한다는 적묵당寂黙堂 등은 주로 선방의 당호로 쓰입니다. 또 염화실拈華室이나 반야실般若室은 조실스님이나 노장 대덕스님의 처소에 쓰이는 당호입니다. 이밖에도 쓰임새에 따라 설선당設禪堂, 해행당解行堂, 수선당修禪堂, 향적전香積殿, 종무소宗務所등 각각의 현판이 걸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