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최신 핸드폰의 출고가는 약 95만원에서 99만원 사이에 책정되어 있다. 언제부턴가 핸드폰 시장에서는 '버스폰', '택시폰', '대란' 등의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바로 통신사들의 기습적인 가격인하 정책이 자정을 전후하여 반짝하고 나타나는 현상에서 나온 신조어이다. 소비자들은 첩보전을 방불케하는 노력을 통해 90만원 대의 고가 핸드폰을 40만원에서 20만원 대에 구입한다. 2년에서 3년 약정 기준으로 거의 무료로 핸드폰을 구입하기도 했다. 성공한 사람은 자랑스럽게 승리담을 이야기하고 비싸게 구입한 소비자는 호갱(호구+고객)이 되어버리곤 했다. 그런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마치 복권에 당첨된 것 같은, 또는 게임에서 승리한 것과 같은 쾌감을 경험했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또는 정보가 부족해서 이러한 유통구조에 편입하지 못하면 영락없이 호갱이 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고자 등장한 법이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관한법률안)이다. 들쭉날쭉이었던 보조금과 가격을 소비자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단통법의 취지이다.
그러나 법이 시행되자마자 사방에서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SKT, KT, LGU+로 대표되는 국내 이동통신 3사는 고객을 많이 유치하면 유치할 수록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된다. 따라서 서로 경쟁적인 마케팅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고객을 늘리기 위해서 번호이동(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입된 통신사를 옮기는 것) 보조금이 매번 폭발적으로 왔다갔다 한다. 정부는 단통법을 시행하면서 이동통신사들의 마케팅비용과 보조금비용이 감소하면서 휴대폰의 가격은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오히려 정반대였다. 통신사들의 경쟁과 마케팅은 사라졌고 시장은 위축되었으며, 보조금 규모는 줄어들어 모든 사람들이 호갱으로 전락해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소비자들이 이동하지 않으면서 이익을 보는 것은 통신사들. 마케팅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서도 다른 통신사로 유출되는 고객을 막을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잇따라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요금인하를 직접적으로 피해가고 있으니, 소비자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를만하다. 출시 후 1년이 지나면 현저하게 그 가치가 떨어지고, 2년이 지나면 교체 주기라고 할 수 있는, 3년만 지나도 구시대의 유물 취급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핸드폰을 매번 구입해야 하는 소비자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이냐'며 원성이 가득하다.
한편에서는 단통법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단통법 시행으로 인해 단말기가 안팔리면 기기값이 내리게 되어 보조금 없이도 핸드폰 가격이 안정될 가능성을 제시한다. 어차피 제정된 법률이 다시 폐지되기 위해서도 시간이 많이 필요하니, 일단 기다려 보자는 것이 이러한 소비자들의 의견이다.
단통법의 취지 자체는 상당히 좋다. 필자는 '그렇게 매일밤 기다려 가며 시간을 허비하느니 그 시간을 투자할 돈을 더 지불하겠다'며 고집을 부려 평균적인 보조금만 받으면서 핸드폰을 교체해 왔다. 그러나 한편 친구가 며칠 밤을 지새워 핸드폰을 싸게 샀다고 자랑하는 것이 배가 아팠던 것이 사실이다. 핸드폰 구입이 정보전을 방불케 하면서, 정보의 격차가 크게 나기 시작했다. 20대 중반인 필자도 정보에 뒤쳐지니 핸드폰을 제 값을 주고 살 수 밖에 없는데, 이 복잡한 핸드폰 시장의 유통구조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른들은 오죽하랴. 요금제에 따른 할인, 할부 개월 수에 따른 할인, 보조금, 현금반환 등으로 인해 가격은 엄청나게 복잡한 연산식을 계산기로 두드려야 가격을 알 수 있다. 정보의 격차가 또 정보의 격차를 낳는, 정보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통법의 시행은 어쩌면 대단히 반가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정보의 불균형은 지금같은 정보사회에서는 또 다른 불펴등을 야기한다. 불필요한 정보전의 과열을 중단시켰다는 것만으로도 법써 일부의 효과를 보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합당한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단통법은 차갑게 등을 돌린 국민들 앞에서 폐기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