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나트랑과 달랏 여행(2)
여행 전 기초 베트남어와 베트남 화폐 단위를 다시 살펴보았다. 쓸 일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익히면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씬짜오.(안녕하세요.), 씬로이(실례합니다.) 캄온(감사합니다.) 땀삐엣(안녕히 계세요.) 쩌못쫏(잠시만요.) 바우 니에우.(얼마예요.) 등과 같은 말은 나라마다 말만 다를 뿐이지 세계 어느 나라를 찾더라도 그 나라에서 필수적으로 써야하는 일상어다. 화폐 역시 미국 달라(USD)를 베트남 동(VND)으로 환전할 때 얼마인지 검색했다. 미화 100달라는 베트남 돈으로 2,300,000원 정도였다. 한국처럼 신용카드가 일반화 되지 않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사항이었다. 한국보다 단위가 크기 때문에 천 단위 아래는 일반적으로 생략한다. 베트남 돈을 한국 돈으로 환산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0을 지운 상태에서 2로 나누면 우리 원화와 비슷하다. 즉 100,000동은 마지막 0을 지우고 2로 나누면 한국 돈으로 5,000원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여행을 계획한 딸은 유치원에 다니는 손주(딸에게 조카)들 중심으로 일정과 숙소를 잡았다. 바닷가 도시 나트랑은 세계인이 찾는 휴양지답게 해변에 많은 호텔과 리조트가 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밤늦게 나트랑 캄란 공항에 도착한다. 공항과 시내 사이에 있는 모벤픽 호텔에서 1박 하고 그 호텔에서 운영하는 풀 빌라에서 2박을 더한 후 마지막 날은 섬에 조성된 빈 펄 리조트에서 묵기로 했다. 출발 일주일 전이었다. 아내는 내가 원하는 달랏 여행을 나트랑 도착 첫날 함께 갈 수 있도록 한국의 여행사에 신청했다고 했다. 나이 들어감에 따라 여행은 동적(動的)인 것에서 정적(靜的)인 것으로 변한다. 아직은 한나절 걸어 다녀도 피곤하지 않은 몸이다. 손주들 중심이기에 문화 답사를 위해 많이 걷고 보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달랏은 나트랑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로 해발 1,500미터 고산지대에 있는 도시다.
준비와 설렘과 긴장이 이어지는 출발 날이다. 카페 ‘시월(詩月)’에서 출발하며 운전대를 잡은 나는 가족들을 공항 출국터미널에 내려주고 장기주차장으로 향했다. 장기주차장은 하루 9,000원 주차료로 단기주차장보다 싼 값이지만 거리가 떨어져 있고,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차 대기에 어려움이 따랐다. 몇 바퀴 돌다 간신히 찾은 빈 공간에 차를 주차한 후 출국장으로 걸어갔다. 가족들과 출국 터미널 대합실에서 머무를 일이 없기에 바로 출국 수속을 밟았다. 출국 수속을 밟는 손주들 사진 몇 컷을 찍었다가 지우는 해프닝이 생겼다. 사진을 즐겨 찍는 나로서는 기념이 될 절호의 기회였다. 몇 컷 핸드폰으로 손주들 출국 장면을 찍었는데 보안지역이라 안 된다는 것이다. 손주들 첫 해외 출국 사진은 다른 장면으로 대체해야 했다.
오후 8시 45분 이륙한 비행기는 4시간 남짓 하늘을 날아 베트남 시각(한국과 시차 2시간)으로 밤 11시 20분 경 우리를 나트랑 캄란공항에 내려놓았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열대의 독특한 향이 코를 찔렀다. 이미 10여 년 간격으로 호치민과 다낭을 다녀온 경험이 있는 나였다. 캄란 공항에서 베트남 입국 수속을 마치고, 화물을 찾은 후 밖으로 나가니 한국에서 예약한 승용차 기사가 예약자 이름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 숙소로 이동한 우리는 호텔 10층 방 두 개를 사용했다. 깜깜한 밤이지만 동편 창 밖 아래쪽으로 넓은 수영장과 바다로 뚫린 길, 풀 빌라, 야자나무가 보이고 그 뒤편으로 밤바다가 펼쳐진다. 손주들은 피곤한 모습으로 제 엄마를 따라 방으로 가면서
“안녕히 주무세요.”
“굳 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