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華醫窓 -＜계영배(戒盈杯)＞

[삐모]

          


     
 
 오래 전, 전주시장의 초청으로 한 박물관에서 계영배를 
감상 할 기회가 있었다. 그릇에 구멍이 뚫려있음에도 물이 
세지 않다가 7활 이상 채웠을 때 물이 세어 나가도록 고안 
된 것이다.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속뜻이 가진 그릇
이었다. 고대 중국 춘추시대, 제환공(齊桓公)이 군주의 
올바른 처신과 욕망을 경계삼아 마음을 가다듬게 했던 
그릇이라 하여 유좌지기(宥佐之器)라 불리었다고 한다. 
후일, 공자(孔子)가 제자들에게 가르치기를 ‘공을 세우고도 
경양하며, 용맹을 떨치고도 검약하며, 부유하면서도 겸손함을 
지켜야한다’며 이 그릇의 의미를 가르쳤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후기 하백원과 도공 우명옥이 만들
었으며, 조선 최고 거상 임상옥이 이 잔을 곁에 두고 자신의 
과욕을 경계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그는 ‘나를 낳아주신 분은 
부모님이지만 나를 지금까지 지켜준 것은 이 그릇이다’
(生我者父母, 成我者一杯)라는 시귀까지 남기었다고하니, 
자기 절제의 최고봉이라 할만하다.
 최근, 100조(兆) 넘는 지자체의 부채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표면상으로 나타난 부채보다 숨겨진 부채액이 훨씬 많다고 한다. 
지자체장의 무분별한 선심공약에다가, 무책임한 행정으로 나라 
곳간을 좀 먹고 국가기강을 흐려놓고 있다.
 지난 번 메르스(MERS) 사태 확산을 막지 못한 원인제공으로 
「세종시 정부청사」 이전에 따른 행정공백이 문제가 된 바 있다.
“세종 청사로 옮긴지 2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주5일 가운데 
‘무두절(無頭節)이 절반이요, 무두절은 상사가 자리를 비워 휴일
처럼 편안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신종 용어이다. 진지함과 
긴장감과 치열함은 사라지고 나태해진 칼 퇴근 문화만 남아있다”
는 자괴(自愧)의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들은 국가 발전의 암(癌)적인 요소
들이다.  최근, 이 지역에서도 선거공약의 이유로 「코끼리 
냉장고 집어넣기」식의 무리한 행정이 주민들 사이에서 
회자(膾炙)되고 있다. 코끼리를 집어넣을 만한 냉장고를 만들어 
코끼리를 억지로 집어넣고 난 다음, 그 큰 냉장고의 용도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을 거스르면 격화소양(隔靴搔癢)의 우(愚)를 
범(犯)할 것’이라는 역사의 교훈을 망각한 처사 같아 심히 불편하다.
 어떤 조직이던지 조직은 지도자의 지도력과 팀웍으로 운영 된다.
만약 지도자나 주위 인물들이 경멸을 받거나 원한을 살만한 일들을 
저지르게 되면 조직 붕괴는 시간문제다. 조직윤리가 무너지고, 상하
구분이 사라지고, 정상적인 사고가 마비되며, 각자도생(各自图生)이 
설치게 된다. 국가가 흔들리면 국민이, 지방 정부가 흔들리면 
주민들이 고통 받기 마련이다. “가득 채워 마시지 말기를 바라며, 
너와 함께 죽기를 원한다(戒盈祈願 與爾同死)”는 신념으로 살아온 
지도자들만이 후세까지 칭송받는 인물로 역사에 기록되어있다.

주(註) 격화소양 : 신발을 신은 위로 가려운 곳을 긁는다는 뜻으로, 
현실적으로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일을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