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붓다와 같은 삶이다
서구 중심 사회가 오래 지속되면서 인종 차별이 일어났다고 한다. 인간의 종류를 피부 색깔로 구분하는 방식은 어쩌면 가장 원초적인 방식이다. 사람의 성향이나 인격 등은 어디 가고 단지 피부 색깔에 의지해 사람을 분류하고 예우하거나 차별하는 것은 어쩌면 가장 쉬운 분류이자 구별일 수는 있겠다. 그런데 말이다. 이 인종의 피부색깔 못지않게 중요한 사실은 그것이 그들이 오랫동안 생존해왔던 지역의 환경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달리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식물의 작물화와 동물의 가축화라고 하는데 유라시아 대륙이 그것에 적합하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주문화를 건설할 수 있다 보니 여유 시간을 가지고 더 나은 세계를 구상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느 곳에 터하느냐에 따라 어떤 문화를 가지게 되는가, 어떤 삶을 살 수 있는가 하는 것과 직결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 자연적인 환경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이것은 고도로 전자문명 시대에는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수없는 정보와 물품으로부터의 해방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각종 매체를 벗어나 손마다 스마트폰을 달고 산다. 정보와 지식이 간단한 검색 하나만으로도 접근하고 확인할 수 있는 시대다. 그 수많은 잡다한 정보와 뉴스는 의미 있는 뉴스의 가치로 작동되지 못하고 세상사 신변잡기를 아는 데 불과한 것도 많은 것 같다. 유명인들의 사사로운 뒷이야기나 실수 등에 환호한다. 또 유명인들의 대박에 감탄하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현대의 종교가 스포츠나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이라고들 하지만 실감나지 않을 수 없다. 다 좋다. 그것이 과연 자신의 삶과 어떤 관련이 있고 그로 인해 어떤 기쁨과 행복을 갖게 되었는지도 의문할 수 없다. 그것이 진정한 행복인가, 아닌가도 묻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좋으면 된다는 식이 배운 이들이나 그렇지 않은 이나 구별되지 않는다. 요즘 불교 하는 이들을 보면 왜 불교를 하는지 이해되지 않을 때가 적지 않다. 윤회를 끊고 해탈 열반을 얻으려는 생각이 있다면 유위의 행복만을 지고의 행복으로 치부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상한 현실에 몸과 마음의 살을 찌우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마치 그것이 전부인 양 그것만을 위해 사는 것 같은 삶이서는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붓다는 연설한다. 붓다의 삶을 살기 위한 삶이 재계하는 삶이라고. 재계는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하는 것이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최소한 몸을 먹이고, 최소한의 욕심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취미를 갖고 오계 팔재계 십선계 등을 지니는 것이다. 그것이 붓다의 삶이라고 하였다. 해서 한국불교정토원 붓다아카데미에서는 십선계 수지와 십선계 지니는 것을 맹세하고 한 달 동안의 삶을 반성하는 설계포살을 시작하였다. 지난 1월 2일 성도절 십선계 수계를 시작으로 반년이 되는 7월 3일 제 1회 설계포살법회를 가졌다. 직장 다니는 분들을 위해 저녁에 개설하였다. 십선계를 수지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먼저 십선계 수계를 하고, 설계포살을 행하였다. 이 날 설계포살에는 16인의 바웃다가 참석하였다. 우일, 우천, 우진, 우인, 우행, 우현, 우전, 우석, 우선, 우신, 우재, 우공, 우관, 우서, 우정, 우안 법사 거사 등이다. 설계포살 의식을 보면, (명종 5타 후) 나모붓다야 십념, 정법계진언 삼칠편, 대비주 염송 후 쇄수, 헌공, 예참, 헌향, 나모붓다야 십념, 개경게, 전계화상의 설계 3설 3답, 회향, 축원 법담, 나모붓다야 십념 후 퇴좌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수십선계의식은 공양 이후 십계를 설하면 수계자는 지계를 답하고 이후 지계를 서원하며 참회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날은 두 의식을 진행하게 되어 간략하게 진행하여 40여 분 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해서 생략한 예불참회문을 뒤에 다시 하였다. 예참의 독립성이 있으므로 의례 설행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보였기 때문이다. 재계의 핵심은 오후불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 시대의 식생활을 참조해 일몰 후 불식이라도 지니는 것이 좋다고 보여 불식의 대상을 식(食)에 한정했다. 밥은 먹지 않되 떡(餠)과 과(菓)를 드는 것을 용인하기로 했다. 궤변으로 들릴 분도 있지만 음식에 관련된 공양이 한국불교에는 6법공양이 정착돼 있고 대단히 인기 있지만 6법공양은 다른 차원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향 등 화 다 과 미’의 6법공양은 육바라밀과 배대해서 활용되는 것으로 향등화는 이법공양물에 해당되고 다과미는 사법공양물이라고 할 수 있다. 흠향하는 것이라고 넓은 의미로 볼 수 있지만 6법공양에 지나치게 깊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한 번 쯤 짚어봐야 한다. 수륙재 의문의 하나인 결수문에는 6법공양의 문법대로 표현하면 7법공양이 나타난다. 향(香), 등(燈), 화(花), 과(果), 수(水), 병(餠), 식(食)이 그것이다. 오늘날 한국불교 불전에 올려지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향등화는 상설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고, 과수병식은 그때그때 올린다. 이 가운데 마지막의 식(食)은 마지라고 할 수 있고, 실제 우리들이 먹는 주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일몰후불식, 몰후불식에서 불식의 대상은 이 마지막의 식으로 한정해서라도 재계의 재를 실천하려는 것이다. 재(齋)는 심재(心齋, 마음을 굶기는 것)라고 하고 수기행(修飢行)이라고 한다. 몸과 마음을 굶기는데 무엇을 굶기는가 하면 우리의 주식을 굶기자는 것이다. 재회에는 적어도 몰후 일몰 후 밤에는 밥을 먹지 않고 재계하자는 것이다. 계는 두 말할 것도 없이 십선계이다. “첫째 일체 생명을 괴롭히지 않는다. 둘째 남의 것을 훔치지 않는다. 셋째 그릇된 이성 관계를 하지 않는다. 넷째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섯째 꾸민 말을 하지 않는다. 여섯째 모진 말을 하지 않는다. 일곱째 이간질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여덟째 탐하는 마음을 내지 않는다. 아홉째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다. 열째 삿된 소견을 내지 않는다.” 몰후 불식을 하고 십선계를 낮과 밤의 하루를 온전히 보내자는 것이 설계포살의 핵심이다. 재계를 지니게 되어 헌공은 필수이다. 붓다아카데미에서는 헌공이 준비되지 못한 분들을 위해 별도로 작은 정성을 담은 봉투를 준비하기도 했다. 재계 일에 절에 가서 승보에 공양을 올리고 계를 받아 지니며 지킬 것을 다짐하고 하루를 보내는 설계포살의 의미를 살리면 우리의 삶은 진화될 것이다. 주어진 환경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설계포살, 우리의 삶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끌기 위해 스스로 하는 종교운동이자 사회정화의 진정한 운동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나모붓다야
2020년 7월 6월 사시. 우천오공 이성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