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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중국을 통해 1900년 이후 도입 추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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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지역 | 한국(전국), 전 세계 | |
특징 | 서늘한 기후를 좋아함. 영하 15℃ 정도 견딤. 저온에서는 성장이 더딤. | |
원산지 | 유럽의 지중해 부근 | |
분류 | 배추과 |
텃밭이나 주말농장에서 실제로 재배할 때 참으로 난감한 게 이 양배추다. 아래의 표를 보면 재배시기 폭이 넓어보인다. 그런데 막상 해보면 봄에 재배하는 것도 마땅치 않고, 여름 재배도 힘들고, 월동 재배는 거의 불가능하다. 봄 재배는 판매하는 모종을 구해서 하고, 월동 재배는 남부 지방이나 서해안 같은 비교적 겨울이 따뜻한 지역에서 가능하다. 한편으로는 약간의 노력을 기울이면 또 언제든 재배할 수 있는 것이 이 양배추다. 이른 봄에 집 안에서 모종을 길러 4월 중순에 아주심기 하거나, 6월에 파종해 한랭사를 씌우고 모종을 길러 7월 말 또는 8월 초에 아주 심는 여름 재배가 있다.
가까운 종묘상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가꾸고자 하는 종류의 양배추 씨앗을 준비한다. 종묘상에서는 양배추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알기가 어려우므로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검색한 다음 종묘상에 들러 씨앗을 구입하거나, 웹사이트에서 주문하도록 한다. 전문적인 종묘상이 아니면 양배추 씨앗을 가져다 놓은 곳이 그리 많지 않다.
재배시기 | 종자의 특징 | 주의사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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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재배 |
조생종, 내서성 |
8월 무더위 전에 수확 가능 품종 선택 |
여름 재배 |
중·만생종, 내한성 |
한랭사를 이용한 모종 재배 |
월동 재배 |
중·만생종, 내한성 |
12월 전에 결구가 진행되지 않는 파종시기 선정 |
[ 밭에서 모종 기르는 법 ]
파종하기 1~2주 전에 밭을 준비한다. 완숙퇴비를 1㎡당 2㎏ 정도를 넣고 밭을 일구어 두둑의 폭이 1m, 높이가 10㎝ 정도 되게 만든다. 모종의 수량을 미리 결정해 어느 정도 면적에 파종해야 하는지 알아둔다. 보통 한 번에 재배할 양으로 20포기 정도를 잡으면 무난하다. 양배추와 동시에 파종해 모종을 기를 수 있는 종류는 케일,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등이다. 늦봄이나 여름에 모종을 기를 때는 약하게 그늘이 지는 곳이 좋다.
[ 집 안에서 모종 기르는 법 ]
지난해 고추 모종을 구입한 포트를 이용해 종묘상에서 판매하는 상토를 채워 넣고 씨앗을 파종해 모종을 기르는 방법이 있다. 집 안에서 몇 포기 길러 재배하는 만큼 관리가 쉽다.
1) 상토를 포트 안에 꼭꼭 눌러 채워 넣는다.(3월 초·중순)
2) 격자 안의 상토를 손끝으로 조금 눌러 2~3개의 씨앗을 넣고 3㎜ 정도로 상토를 덮는다.
3) 물을 준 다음, 양지바르고 밤 기온이 심하게 내려가지 않는 곳에 둔다.
4) 흙이 마르는 것 같으면 스프레이로 살살 물을 뿌려 촉촉하게 한다.
5) 싹이 나면 튼튼한 모종 하나를 남기고 나머지는 솎아낸다.
6) 4월 중순이나 말경, 모종이 어려도 아주 심는다.(집 안에 계속 두면 웃자라게 되어 연약한 모종이 된다.)
집 안에서 모종 기르기
모종용 밭을 준비한다. 줄 간격 20㎝에 2㎝당 하나의 씨앗이 놓이도록 줄뿌림한다. 씨앗이 작고 둥글어 고르게 파종하기가 매우 힘들다. 파종 후 한랭사를 씌우면 모종 기르기가 한결 쉬워진다. 활대를 50㎝ 간격으로 설치하고 위에 한랭사를 씌워준 다음 가장자리를 빈틈없이 흙으로 덮어준다. 한랭사 안에 여러 가지 모종을 동시에 가꿀 때는 씨앗 봉지를 돌로 눌러 경계 표시를 해두면 나중에 혼동이 없다(활대와 한랭사는 종묘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파종 후 관리가 제일 힘들다. 틈틈이 들러 물도 주고, 적당한 때 한랭사를 걷어내고 자라는 정도를 관찰하면서 돋아나는 풀도 정리해준다. 아주심기를 염두에 두면, 포기 사이의 간격이 넓을수록 뿌리를 덜 다치게 하면서 모종삽으로 파내기에는 좋으나 모종의 상태를 고려해 10㎝ 정도 유지하도록 한다. 그러므로 수시로 솎아주어 포기 사이를 넓혀주는 것이 튼튼한 모종을 기르는 비결이다.
한랭사를 씌운 모습 파종 2주, 풀과 함께 자람
파종 2~3주가 되면 본잎이 2장 정도 나오는데, 이때 뽑아서 다시 심은 다음 본잎이 6~7장이 되면 아주심기 하는 게 좋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뿌리가 튼튼해지고 자라는 속도도 좋아진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여태껏 그렇게 해보지 못했다. 이식하는 것이 번거롭고 잘못 관리하면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는 염려에 실천을 못하고 있다. 주말농장이라면 자주 들러보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해 중간의 가식은 생략하고 파종 5주쯤 되어 아주 심는다. (하루에 한 번씩 밭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여건이 되는 분들은 실천해보기를 권한다.)
무더운 여름에 모종을 길러야 하는 경우, 또는 봄이라도 지난해 배추과 작물을 심었던 밭에 모종을 길러야만 할 때는 반드시 한랭사가 필요하다. 벌레와 강한 햇빛을 막아주어 모종이 건강하게 자라게 해준다.
한랭사를 씌우지 않은 봄 파종 벼룩잎벌레 성충
한랭사를 씌우지 않고 봄에 파종하면 벌레에 떡잎부터 뜯기고, 생장점이 뜯겨나가 모종으로 자라지 못하는 포기가 많아진다. 특히, 배추과의 식물을 재배한 밭에는 벼룩잎벌레, 좁은가슴잎벌레가 많기 때문에 떡잎도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벼룩잎벌레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몸집이 작고(2~3㎜) 톡톡 튀어다니기 때문에 손으로 잡을 수가 없다. 한 번에 30㎝ 넘게 튀므로 한랭사를 이용해 접근을 막아주는 것이다. 떡잎을 파먹을 경우 초기 피해가 막심하다.
9월에 파종하는 월동 재배용 모종은 한랭사를 씌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배추과 작물을 재배한 밭을 피해서 파종해야 한다.
종묘상에서 파는 각종 모종
작은 규모의 텃밭이라 씨앗을 준비하고, 모종 기르는 어려움 없이 양배추를 재배하고 싶으면 모종을 쓰면 된다. 이른 봄에 주변의 종묘상이나 전통 5일장에 들러 모종을 사는 데, 보통 포트 묘(일명 플러그 묘)로 판매를 한다.
양배추의 고향은 건조하고 서늘한 지중해이므로 원산지 사정을 감안해 두둑을 높게 만들어 배수에 주의를 기울인다. 아주심기 1주 전에 퇴비를 1㎡당 4㎏ 정도, 깻묵을 큰 컵으로 4컵(800g)을 넣고 밭을 일군다. 두둑의 높이는 20㎝, 폭은 40~50㎝ 정도로 만든다.
두줄심기의 경우, 두둑 높이를 동일하게 하고 폭을 60~70㎝ 정도로 넓힌다.
포기 사이 40㎝ 이상, 두줄심기
모종밭에 있는 모종이 다치지 않게 주의하면서 모종삽으로 한 포기씩 정성들여 파낸다. 이식하기 전에 물을 흠뻑 뿌려 두었다가 물기가 조금 잦아들고 모종 주변에 있는 흙이 물을 충분히 머금었을 때 모종삽으로 한 포기씩 파내어 정성껏 옮겨 심는다.
만들어둔 밭에 40~50㎝ 간격으로 심고 물을 준다. 너무 깊게 심지 않는 것이 좋다. 모종 상태에서 흙에 잠긴 부분 이상을 심지 않는다.
아주 심은 지 1개월쯤 되면 빨리 자라는 양배추는 본잎이 12~16장 정도가 된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잎 수가 늘어나고 생장점에서 많은 수의 잎이 생성되어 포기가 차기 시작한다. 빨리 자라는 양배추는 아주 심고 9주가 지나면 작은 포기로 수확이 가능하다.
재배시기 | 주의사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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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재배 |
조생종 구입, 늦어도 4월 말에 모종 아주심기 완료(되도록 일찍 심기) |
여름 재배 |
파종을 6월에 해 7월 중순에 아주 심는 것이 좋음(이때는 모종 구하기가 쉽지 않다) |
월동 재배 |
9월 파종 10월 아주심기, 월동 전에 포기가 차지 않게 심어야 함 |
아주 심은 양배추가 자라는 시기에는 풀 관리와 함께 웃거름이 필요하다. 주로 자라는 풀은 명아주, 비름나물, 바랭이, 피 등이다. 이 풀들은 웃거름을 줄 때 같이 호미로 긁어주면 된다. 양배추가 많이 자라 우거지기 시작하면 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풀이 많은 영향을 주지 않을 때는 가만히 둔다. 그러나 키 큰 종류의 명아주, 까마중 등은 한 번 정도 베어 깔아주는 수고를 해야 한다.
아주 심은 지 4주된 양배추 아주 심은 지 4주된 양배추 포기
풀 씨앗이 떨어지는 시기가 되면 씨앗이 있는 꼬투리를 뜯어 멀리 버리거나, 나무 밑에 깔아둔다. 밑거름을 넣지 않고 심은 경우 아주 심고 1개월 정도 지난 후 포기 사이나 줄기에서 15㎝ 정도 떨어진 곳에 호미로 10㎝ 정도 구덩이를 판다. 그 자리에 퇴비를 한두 주먹 넣은 다음 흙을 덮어준다. 밑거름을 충분히 넣은 경우는 2개월 정도 지난 후에 웃거름을 준다. 그 이후에는 여유가 되면 깻묵액비를 20배 정도 희석해 뿌려주면 잘 자란다.
아주 심은 지 7주된 양배추 아주 심은 지 11주된 양배추
풀과 함께 자라는 양배추 양배추 웃거름 주는 모습
수확한 양배추
양배추는 포기가 차면서 단단해진다. 손으로 눌러 약간 단단하다는 느낌이 들면 수확해도 된다. 칼로 밑동을 베어내고 겉잎을 모두 벗겨낸다.
직접 길러서 먹어보면 각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내가 길러서가 아니고 유기물을 듬뿍 넣고, 그 유기물 사이를 지렁이가 기어 다니고, 지렁이 잡으러 두더지 지나간 구멍을 발로 밟아 정성을 기울인 맛을 느낄 수 있다. 갓 수확한 양배추를 쪄서 잘 만든 간장이나, 강된장을 끓여 쌈 싸먹으면 한여름에 물 주고 고개 숙여 벌레 잡으면서 양배추와 나누었던 밀담이 모두 맛으로 돌아온다.
처음에는 시장에서 판매하는 큼지막한 덩어리가 아니라서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직접 기른 작은 양배추의 단단한 육질을 먹어보면 시장에서 여태 사다먹던 양배추와는 다른 진한 맛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양배추는 배추나 무에 비해 가꾸기 쉽다. 잎사귀에 붙어있는 벌레도 비교적 큼지막해서 손으로 잡기에 충분한 것들이다.(배추과 채소 기르기 참조)
양배추는 무농약으로 재배해도 특별한 병치레를 하지 않는다. 다만 재배시기에 따라 발생하는 치명적인 병이 있다. 봄에 심어 여름에 수확하는 양배추는 주의한다. 포기가 덜 차서 조금 기다리다 보면 7월의 장마와 무더위를 맞게 된다. 옆은 4월 3일에 파종해 5월 8일에 아주 심은 양배추의 여름 모습이다.
양배추의 고향이 약간 건조하고 서늘한 지역임을 감안한다면 무더위가 심한 우리나라 여름에는 약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양배추는 고랭지재배 또는 따뜻한 제주도나 서남해안에서 주로 월동 재배를 한다. 고랭지가 아닌 일반 텃밭이나 주말농장에서는 무름병에 걸리지 않게 7월 초 이전에 수확을 모두 마치도록 한다. 그래서 봄 재배는 조생종의 종자가 필요하고, 모종도 조금 일찍 구입해 심어야 한다.
7월 10일의 양배추 7월 17일의 양배추
7월 24일의 양배추 7월 31일 무름병이 심해짐
무름병이 심한 줄기 7월 31일 무름병으로 쓰러진 양배추
월동 재배는 늦여름이나, 가을에 아주심기를 해 잎 수가 많지 않고, 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다. 포기가 많이 찬 상태에서 월동시키면 이듬해 봄에 바로 꽃대가 올라오면서 꽃을 피운다.
양배추는 한겨울에 다 얼어 죽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봄이 되면 잎에 생기를 띠면서 다시 살아난다. 월동 전에 포기가 많이 찬 양배추는 겨울의 추위에 포기 전체가 얼어버려 삶은 듯이 있다가 봄에 말라 죽는다. 포기가 덜찬 양배추는 꽃대가 올라오면서 꽃을 피우고, 포기가 차지 않은 상태에서 월동한 양배추는 잎이 자라면서 포기가 차기 시작한다. 한겨울에도 기온이 심하게 내려가지 않는 지역에서는 충분히 월동 재배가 가능하다. 자신의 밭에서 기온이 가장 따뜻한 곳을 골라 몇 포기의 양배추를 월동시키면 어떤 포기는 꽃을 피우고 또 어떤 포기는 가을 재배에서 맛보기 쉽지 않은 튼실한 양배추를 준다. 가을에 잘 자라지 못하고 수확하기에는 너무 어린 포기는 월동시키면 좋은 봄채소를 준다.
한겨울의 양배추, 1월 2일 봄의 양배추, 4월 5일
[ 주의사항 ]
월동이 모두 되는 것은 아니고 지역이나 종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반드시 내한성이 강한 종자를 선택해 월동 재배를 해야 한다. 늦가을에 모종을 심어서 잘 자라지 못한 상태에서 겨울을 맞이하면 얼어 죽는 포기가 많이 나온다. 반드시 어느 정도 자라다 겨울을 맞아야 월동이 가능하다.
양배추는 케일보다 씨받기가 더욱 어렵다. 꽃이 늦게 피어 열매가 익어가는 시기에 장마를 맞게 되고, 진딧물과 노린재 등이 씨앗 꼬투리의 다육질의 즙액을 빨아먹어 씨앗으로 영글지 못한다.
씨앗을 받아보려면 꽃이 피고 가루받이가 어느 정도 진행된 시기에 망을 씌워 진딧물이나, 노린재의 접근을 막아주면 된다. 진딧물이나 노린재까지 붙은 꼬투리는 자라면서 껍질만 남은 채 말라버려 씨앗은 모두 덜 익은 상태로 쪼그라져버린다. 양배추와 케일은 시설이 없는 곳에서 씨앗을 받기 어렵다.
월동 양배추, 4월 30일 월동 양배추의 꽃, 5월 8일.
양배추를 무농약, 무비료로 노지에서 재배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2004년 7월 18일, 25일에 파종하고, 8월 15일 정식했다. 8월 22일에도 추가로 정식했다. 8월 15일 정식한 모종 가운데 보름 정도 지나자 80% 정도는 잘 자라고, 20%는 이미 거세미라든지 다른 벌레들에게 당해 뿌리내림이 잘 안 되었다. 가을에 결구가 잘된 3~4포기를 수확해 맛만 보고 나머지는 그대로 월동을 시켰다. 포기가 너무 작아 수확할 수가 없어 월동을 시킨 것이다. 그해 겨울에 영하 15℃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제법 있었는데, 모두 얼어 죽지 않고 봄에 다시 활기를 찾았다.
지난 가을에 포기가 제법 큰 상태에서 월동을 한 것은 봄에 바로 추대를 하고 꽃을 피웠다. 포기가 작고 결구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월동을 한 몇 포기는 추대를 하지 않고 그대로 포기가 차면서, 가을에 결구를 진행한 포기보다 월등하게 튼실한 포기가 되었다.
겨울에 그렇게 바짝 마르고 얼고 하면서 다 죽은 것처럼 보였는데 봄이 되면서 생기를 찾고 어떤 것은 꽃을 보여주고 어떤 것은 포기를 채우고 있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월동 후 꽃대가 서는 포기에는 배추흰나비 애벌레가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포기를 채우는 양배추의 잎에는 늘 몇 마리의 애벌레가 잎을 갉아 먹고 있다. 벌레들이 어떻게 구분을 하는지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5월 말, 양배추꽃 꼬투리가 생긴 모습, 6월 중순
2005년 4월 3일 파종했는데, 떡잎에 벌레가 붙어 제대로 자라는 것이 거의 없다. 처음에는 벌레 때문에 떡잎에 구멍이 나고 해서 엉망으로 자라는 듯 보였는데, 날씨가 조금 따뜻해지니 잘 자라서 건강한 포기가 되었다. 그냥 지켜보면서 옆에서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고 격려의 말을 조금 해주면 어린 모종은 다시 힘을 내고 튼튼하게 자라난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해보면 작물을 기르는 힘이 생긴다. 밭에 들러 잎사귀 한 번 만져주고 물 한 번 주고 하다보면 양배추는 어느새 큰 포기가 되어 잎이 떡하니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2006년 봄에 집에서 모종을 길러 4월 중순에 아주 심었다. 심하게 부는 봄바람에 모종의 반 이상이 목이 부러져 없어졌다. 남아 있는 포기는 결구가 진행되는 시기에 무더위가 찾아와 일찌감치 작은 포기로 수확을 했다. 몇 포기는 남겨두고 관찰을 했으나, 역시 7월 중순 이후에 무름병이 돌아 모두 버려야 했다.
5월 말에 모종을 길러 7월 중순에 아주 심어 기른 양배추는 겨울이 되기 전에 수확을 마칠 수 있었다. 이때를 재배시기로 선택하는 것이 가장 수월하다. 수확 후 줄기에서 자라는 여러 개의 작은 봉우리는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 꽃대를 세우고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는다. 꽃이 피고 꼬투리가 맺히는 초기에는 아주 잘 자라지만 꼬투리의 성숙 기간이 길어 진딧물이 많이 붙고 다른 벌레도 붙어 제대로 씨앗이 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한없이 어렵기만 하던 양배추 재배도 7년을 넘기니 좀 쉽게 느껴진다. 이제 여름에도 재배를 하고 겨울에도 월동 재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봄에 파종해 여름에 수확하는 일은 아직까지 정말 힘들다. 여름의 장마와 무더위에 양배추가 견디질 못하고, 줄기 무름병이 돌면서 하나둘 쓰러진다. 제 수확 시기가 멀더라도 좀 작은 포기로 만족하고 딴다면 여름 재배도 가능하다.
내 고향에서는 양배추를 간난이라고도 하고 가배추(영어의 케비지(cabbage)가 떠오르는 발음이다)라고도 불렀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고학년생들은 학교에 딸린 실습용 밭에서 양배추를 길러 한 명당 4~5포기 정도 수확해 집으로 가져간 기억이 난다. 학교의 쪽문에 붙은 밭에는 봄이면 너울어진 양배추 잎이 가득이었다. 각자 기르는 양배추를 잘 돌보고 집으로 가져가는 그 모습이 엄청 부러웠다. 늦은 봄이 되면 양배추를 들고 집으로 가서 밥솥에 쪄서 쌈을 싸 먹던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 누나도 양배추를 가져왔었는데 그 맛을 보고는 반해버렸다.
4학년 때 전학을 가게 되면서 나는 양배추를 길러볼 기회가 없었다. 학교에서 양배추 기르기는 몇 년 하다가 없어졌다고 하니 내가 전학을 가지 않고 그대로 고학년이 되었어도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 고향 동네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양배추를 기르는 집이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텃밭이 생기면서부터 양배추를 기르고 싶었던 것은 아마도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었지 싶다.
[네이버 지식백과] 양배추 (텃밭백과(유기농 채소 기르기), 2012.3.2, 도서출판 들녘)